유명 오페라 집중 소개/화제의 300편

오스발도 골리호브의 '아이나다마르' - 198

정준극 2018. 7. 11. 21:27

아이나다마르(Ainadamar)

아르헨티나 작곡가 오스발도 골리호브의 단막 오페라


오스발도 골리호브


아르헨티나 작곡가의 오페라를 소개하기는 알베르토 히나스테라(Alberto Ginastera)에 이어 두번째이다. 라 플라타에서 태어난 오스발도 노에 골리호브(Osvaldo Noe Golijov: 1960-)의 첫 오페라인 '아이나다마르'(Ainadamar)이다. 아이나다마르는 아랍어로서 '눈물의 샘'이란 뜻이다. 골리호브는 루마니아에서 아르헨티나로 이민온 유태인 가정에서 태어났다. 1983년에는 이스라엘로 가서 예루살렘 루빈 아카데미에서 작곡을 공부하였고 그후 미국의 펜실베이니아주립대학교에서 음악박사학위를 받았다. '아이나다마르'의 대본은 미국의 중국계 극작가인 데이빗 헨리 황(David Henry Hwang: 黃哲倫: 1957-)이 영어로 작성했다. 그것을 골리호브가 스페인어로 번역했다. 골리호브와 데이빗 황에게 공통점이 있다면 두 사람 모두 어머니가 피아니스트였다는 것이다. 그래서 두 사람 모두 어릴 때부터 어머니로부터 피아노를 배웠다는 것이 공통점이라면 공통점이다. 데이빗 헨리 황은 2007년 뮌헨의 바바리아 슈타츠오퍼에서 초연된 우리나라 진은숙의 '이상한 나라의 알리스'의 대본을 썼기 때문에 기억되는 극작가이다. 데이빗 헨리 황은 또한 하워드 쇼어(Howard Shore)의 오페라 '플라이'(The Fly)의 대본도 썼다. 이 오페라는 1986년도에 데이빗 크로넨버그(David Cronenberg)가 제작한 동명 영화를 바탕으로 삼은 것이다. 2008년에 파리 샤틀레 극장에서 플라시도 도밍고의 지휘로 초연되었다.


번뇌와 환희가 교차하는 생애를 보낸 로르카


'아이나다마르'는 스페인의 위대한 극작가인 페데리코 가르시아 로르카(Federico Garcia Lorca: 1898-1936)와 그가 사랑했던 여인이며 예술활동의 뮤즈인 카탈라니아 출신의 여배우 마르가리타 시르구(Margarita Xirgu: 1888-1969)와의 특별한 사랑 이야기를 다룬 것이다. 특별한 사랑이라는 것은 일반적인 남녀간의 로맨틱한 사랑과는 다른 이상과 사사 사랑이기 때문에 그렇게 설명한 것이다. 로르카는 스페인 내전이 시작될 때에 파치스트 세력에 의해 살해되었다. 여배우인 시르구는 실제로 로르카의 희곡인 '마리아나 피네다'(Mariana Pineda)의 초연에서 주인공인 마리아나의 이미지를 창조하였다. 마리아나 피네다는 안달루시아의 여인으로 혁명군을 도왔다는 죄목으로 체포되어 당국에 의해 처형 당한 비운의 인물이다. 로르카는 마리아나 피네다의 이미지를 마르가리타 자신으로 간주하였다고 한다. 오페라 '아이나다마르'는 마르가리타가 '마리아나 피네다'의 공연을 위해 준비하고 있는 장면부터 시작한다. 이어 과거를 회상하는 장면이 연속으로 나타난다. '아이나다마르'는 마르가리타의 죽음과 변형으로 마무리 된다. 마르가리타는 로르카가 파치스트에 의해 죽임을 당하자 곧바로 스페인을 떠나 종적을 감추었다. 마르가리타는 남미에 정착하였으며 남미의 여러 나라를 순회하면서 연극에 출연하였다. 주로 로르카의 희곡인 '아이나다마르'에 주인공으로 출연하였다. '아이나다마르'는 로르카가 평소에 마음에 품고 있던 백성들의 불굴의 신앙, 예술가의 도덕적 의무, 예술의 자유와 정치적 자유의 관계 등을 반영한 작품이다. 오페라 '아니나다마르'는 노래와 시각 예술과 플라멘코가 예술적으로 융합된 작품이다.


체포되는 로르카


'아이나다마르'는 2003년 8월 10일 매사추세츠주 레낙스의 탱글우드에서 초연되었다. 그후 몇차례 수정되었고 새로운 버전의 작품은 2005년 7월 30일 산타 페 오페라에서 초연되었다. '아이나다마르'는 그래미상 클래식 컨템포러리 작곡부분의 최우수상을 받은바 있다. 이 오페라에서 특이한 점은 남자 주인공인 로르카의 역할을 여성이 맡도록 한 것이다. 이른바 '바지역할'(breech role)이다. 마치 '장미의 기사'에서 옥타비안과 '피가로의 결혼'에서 케루비노를 연상케 한다. '아이나다마르'는 막(Act)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지 않았다. 대신에 이미지(Image)라는 용어를 사용했다. 그래서 부제도 '세 이미지의 오페라'(An Opera in Three Images)라고 되어 있다. 말하자면 단막이지만 3장으로 구성된 오페라이다. 스토리의 진행은 플래쉬백 기법을 사용한 것이다. 즉, 현재로부터 시작하여 과거를 회상하는 것으로 진행되는 기법이다. 한편, 이 오페라에는 사랑이야기 이외에도 주인공인 로르카의 팔랑헤 당에 대한 반대, 동성애에 대한 비난, 그리고 살인에 대한 사항도 언급되어 있다. 팔랑헤 당은 1933년 스페인에서 창당된 파시즘 및 전체주의를 지향하는 정당이다. 스페인은 내전으로 많은 손실을 보았는데 전쟁 중에 로르카가 희생된 것은 스페인 문학에 있어서 커다란 손실이었다. 로르카는 예술적 표현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서 희생당한 순교자로 보고 있다. 그래서 이 오페라는 오페라이면서도 수난극'(Passion play)으로 평가받고 있다. 오페라에서는 스페인의 전통 춤인 플라멘코가 큰 역할을 한다. 이국적인 음악과 플라멘코는 비록 단막이지만 화려한 볼거리를 제공해 주는 것이다. 전반적으로 볼때 음악은 이베로-어메리칸(Ibero-American) 음악언어를 사용하고 있지만 클래시컬 음악이 가미되어 있음을 간과할수 없다.


로르카의 시르구에 대한 사모의 정은 아무도 말리지 못하는 것이었다. 그라나다 페스티발


'아이나다마르'는 초연 이래 해를 거듭할수록 세계 각지에서 마치 경쟁이나 하듯 공연되고 있다. 그리하여 지금에 이르기까지 세계 각지에서 약 1백회의 공연을 기록하였다. 일반적인 인기 오페라보다 더 자주 공연되었다는 계산이다. 2006년에는 시카고의 라비니나 페스티발에서 공연되었다. 2007년에는 오페라 보스턴이 무대에 올렸다. 2008년에는 아델리아데 페스티발에서 공연되었고 2009년에는 신시나티 오페라가 공연했다. 음악대학에서도 때를 놓치지 않고 공연했다. 2007년에는 인디아나대학교의 제이콥음악학교에서 공연되었고 2008년에는 크티스음악원에서 공연되었다. 2008년에는 또한 카네기 홀에서 세인트 루크 오케스트라가 콘서트 형식으로 연주하였다. 던 업쇼와 켈리 오코너가 출연한 연주회였다. 최근에는 그라나다에서 공연되었다. 그라다나듸 국제음악 및 댄스 페스티발이 특별히 로르카 60주년을 기념하여 대대적인 공연을 가졌다. 2012년에는 피츠버그의 콴툼극장에서 공연되었다. 주요 등장인물은 다음과 같다. 배우인 마르가리타 시르구(Margarita Xirgu: S), 극작가인 페데리코 가르시아 로르카(MS), 마르가리타의 애제자인 누리아(Nuria: S), 팔랑헤 장교인 루이스 알론소(Luiz Alonso: Falangist officer: 플라멘코 보컬리스트), 팔랑헤 경비병 호세 트리발디(Jose Tripaldi: Falangist Guard: Bar), 마에스트로라고 불리는 교사(Maestro: T), 투우사인 토레로(Torero: T) 등이다.


합창단과 플라멘코 댄서들과 함께 있는 시르구.

 

어둠으로부터 페데리코 가르시아 로르카의 신화와 같은 세계가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 보인다. 말들이 어디론가 달리는 소리가 바람결에 들린다. 아이나다마르의 샘물이 쉬임없이 흘러가는 소리가 들린다. 상처받은 자유를 상징하듯 트럼펫 부는 소리가 들린다. 세대에서 세대를 거쳐서 부인되었던 열망과 결단은 언덕 너머로 메아리쳐 들릴 뿐이다.


파치스트 팔랑헤당원으로부터 고문당하는 마리아나 피데아(마르게리타 시그루)


[첫번째 이미지] 1969년 4월 우루과이의 몬테비데오에 있는 솔리스 극장이다. 어린 소녀들이 로르카의 연극인 '마리아나 피네다'의 오프닝을 알리는 발라드조의 노래를 부른다. 여배우인 마르가리타 시르구는 지나간 40년의 세월을 되돌아 본다. 뛰어난 재능의 젊은 작가인 로르카의 '마리아나 피네다'가 초연되었을 때에 타이틀 롤의 이미지를 창조했던 일을 회상한다. 이제 세월은 흘러 마르가리타는 생애의 마지막 날, 마지막 순간을 맞이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제 마르가리타는 젊은 제자인 누리아에게 자기의 불같은 열정과 자기 세대의 열망을 고스란히 전해줄 생각이다. 스페인공화국의 탄생을 이루게 한 열정과 열망이다. 마르가리타는 그가 마드리드의 주점에서 로르카를 처음 만났을 때를 회상한다. 로르카는 마르가리타에게 그의 연극에 나오는 자유라는 것은 정치적인 자유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고 설명해 준다. 이어 로르카는 라프소디 스타일의 노래를 부른다. 상상의 세계를 열어주는 노래이다. 그가 어린 시절에 그라나다에서 마리아나 피네다의 기념상을 보고 영감을 얻은 바로 그 세계이다. 마리아나는 혁명의 깃발을 꿰매어 만들고 있다는 이유로 체포되었고 그가 사랑하는 사람을 포한하여 혁명 지도자들의 이름을 밝히지 않았기 때문에 비참하게 처형 당한 젊은 여인이었다. 그런데 그가 사랑하는 남자는 오히려 그를 버리고 떠났다. 마리아나는 처형 당하기 전에 비통하면서도 엄숙한 심정으로 아이들에게 보내는 마지막 편지를 썼다. 존엄과 품위를 가지고 죽음을 마지하겠다는 글이었다. 마르가리타는 마리아나와 페데리코의 운명이 어쩌면 그렇게도 같을 수가 있느냐는 생각을 한다. 마르가리타의 애절한 회상은 라몬 루이스 알론소가 부르는 소리로 마치 꿈에서 깨어나듯 현실로 전환된다. 팔랑헤당 핵심분자인 라몬 루이스 알론소는 1936년 8월에 로르카를 체포하여 처형한 장본인이다.  


'아이나다마르'는 오페라가 아니라 댄스에 가깝다는 얘기를 들었다. 화려하고 정열적인 플라멘코 춤.


[두번째 이미지]. 페데리코라는 부제가 붙어 있다. '마리아나 피네다'의 오프닝에 불려졌던 발라드 합창이 다시 들린다. 그 노래는 마르가리타를 1936년의 여름으로 데려간다. 로르카를 마지막으로 본 그 여름날이다. 이제 막 태어난 스페인공화국은 공격을 받고 있다. 군부의 좌파 장군들이 들고 일어났기 때문이다. 날이면 날마다 파업과 시위가 계속되고 있고 좌파에 의한 학살도 계속되고 있다. 마르가리타의 극단은 쿠바에서의 순회 공연을 위해 떠날 차비를 하고 있었다. 마르가리타는 로르카에게 제발 함께 떠나자고 간청하지만 로르카는 그라나다의 집으로 돌아가서 새로운 희곡과 시를 쓰겠다면서 거절한다. 누구도 로르카가 어떻게 살해 되었는지 자세히 알지 못한다. 하지만 마르가리타는 로르카의 마지막 순간에 대한 환상을 본다. 기회주의자인 루이스 알론소가 그라나다에서 로르카를 체포하여 아무도 없는 은밀한 곳으로 데려간다. 처형하기 위해서이다. 그곳은 아이나다마르라는 곳이다. 처형장에는 학교 선생님 한 명과 투우사 한명도 끌려와 있다. 루이스 알론소는 세 사람에게 각각 자기의 죄를 고백하라고 강요당한다. 세 사람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침묵으로 일관한다. 죄가 있다면 자유를 사랑한 죄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어 세 사람은 총살된다. 1936년 7월 26일부터 1939년 3월 1일까지 그라나다에서만 2천 백 37명이 살해되었다. 로르카의 죽음은 앞으로 닥칠 대학살의 시작을 알리는 것이었다.


 플라멘코 춤이 마치 학살당한 사람들의 혼백을 위로라도 하는듯 하다.


[세번째 이미지] 마르가리타라는 부제가 붙어 있다. '마리아나 피데아'의 발라드가 다시 흘러 나온다. 마르가리타의 남미 제자들에 대한 이야기가 시작된다. 한 세대가 지나간 것이다. 마르가리타는 죽어가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이제 더 이상 무대에 서기가 어렵다. 다른 사람이 서야 했다. 마르가리타는 가장 사랑하는 제자인 누리아에게 '배우는 순간을 사는 사람이다. 배우의 음성이 잠잠해 질지라도 사람들의 희망은 죽지 않는다'라고 말한다. 파치스트가 30년 이상이나 스페인을 통치하고 있다. 프랑코는 자유의 상징인 마르가리타 시그루의 스페인 귀국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 마르가리타는 남미에서 로르카의 연극을 무대에 올리는 일에 열정을 쏟아왔다. 남미에서는 스페인에서 금지된 연극을 무대에 올릴수 있었다. 마르가리타는 이제 그같은 생애의 마지막을 맞이해야 할 입장이다. 그때에 로르카의 영혼이 방으로 들어선다. 로르카의 영혼은 한쪽 손으로는 마르가리타의 손을 잡고 다른 한쪽 손으로는 누리아의 손을 잡는다. 세 사람은 함께 작열하는 석양의 햇빛 속으로 걸어들어간다. 황홀할 정도로 정신을 잃은 듯한 상태이다. 마르가리타가 숨을 거두면서 마지막으로 '마리아나 피데아'의 마지막 대사를 읊는다. '나는 자유다'이다. 마르가리타의 용기와 그의 순수함, 그의 인간미는 다음 세대로 연결되는 누리아에게 전해진다. 누리아가 노래를 부른다. '나는 그대들이 마시는 샘물이로소이다.'


마르가리타의 마지막. 로르카와 누리아와 함께. '나는 그대들이 마시는 샘이로소이다'. 먼 여행을 떠나는 것을 암시하듯 한쪽 구석에는 트렁크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