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오페라 집중 소개/화제의 300편

에드윈 펜후드의 '소프라노가 너무 많아' - 201

정준극 2018. 7. 23. 17:44

소프라노가 너무 많아(Too Many Sopranos)

에드윈 펜후드의 2막 코믹 오페라


에드윈 펜후드


무척 재미난 오페라가 나왔다. 풍자와 해학이 넘쳐 흐르는 대사여서 더 할수 없이 재미있는 오페라이다. 공연시간이 길지도 않다. 2막이지만 1시간 남짓이면 된다. 간혹 출연자들이 청중들과 직접 대화도 나눈다. 청중들이 참여하는 오페라이다. 과거에는 찾아 볼수 없었던 새로운 스타일의 연출이다. 다만, 영어를 모국어로 사용하지 않는 사람들이라면 풍자와 해학이 넘쳐 있는 대사의 내용을 이해하기가 힘들것이므로 '하나도 재미없다'고 말할지 모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옆의 사람이 배를 잡고 웃으면 '아하 웃기는 내용이구나'라고 짐작하고 잠시 후에 웃는척하면 될 것이다. 아무튼 미국의 에드윈 펜후드(Edwin Penhorwood: 1939-)가 작곡한 '소프라노가 너무 많아'(Too Many Sopranos)는 재미있는 오페라이다. 그리고 성악을 전공하는 학생들에게는 더 할수 없이 공부가 되는 오페라이다. 그래서 미국의 이런저런 음악대학들에서는 '소프라노가 너무 많아'를 학교무대에 올리는 일이 많다. 제목부터가 '소프라노...'이므로 성악도들에게는 미상불 흥미가 아닐수 없다. 지금까지 수많은 오페라들이 나왔지만 성악의 한 파트인 '소프라노'를 제목으로 삼은 경우는 아마 이 작품이 유일하지 않나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제목이 '소프라노...'라고 해서 소프라노들만 등장하는 것이 아니다. 테너와 베이스도 등장한다. 오페라 성악가를 지향하는 성악도들에게 좋은 공부가 되는 오페라라고 한 것은 잘 들어보면 유명 오페라들의 여러 아리아들이 짜집기 형태로 등장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어차피 오페라 아리아를 공부하는 입장이면 상당한 레슨이 된다. 그러나 메트로폴리탄이나 휴스턴 그랜드 오페라의 무대에 올리기에는 아무래도 여러모로 약소한 작품이기는 하다.


네명의 소프라노들. 왼쪽으로부터 마담 폼포우스, 저스트 자네트, 데임 도울풀, 미스 티트마우스. 모두 죽어서 일단 천당에 왔다.


몇 명의 소프라노들이 죽었다. 이들은 천국에 가서 천국 합창단의 멤버로 활약하고 싶다. 하지만 자리가 없다. 그래서 합창단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무슨 방법이던지 찾아야 한다. 지옥이라고 가라고 하면 가야한다. 이제 등장인물부터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제목에서 말하는 소프라노들은 네명의 별볼일 없는 소프라노들을 말한다. 하나는 '음울한 부인'이라는 이름의 소프라노이다. 영어로는 Dame Doleful 이라고 했다. 고독을 즐기는 그런 여인이다. 멜로드라마틱한 메조소프라노이다. 두번째는 '미스 작은 새'이다. 영어로는 Miss Titmouse라고 했는데 티트마우스는 생쥐와는 관계가 없고 박새과에 속하는 작은 새이다. '미스 작은 새'는 교활하고 심술 궂은 소프라노이다. 남이 잘 못되기만을 바라는 못된 콜로라투라 소프라노이다. 세번째는 '마담 교만'이다. 영어로는 Madmae Pompous라고 했다. 자기가 제일 잘낫다고 젠체하는 교만하고 당당한 소프라노이다. 바그너의 '발퀴레'에 나오는 발퀴리의 모습이다. 창을 들고 있고 가슴받이 갑옷을 입었으며 투구를 쓴 바그너 소프라노이다. 네번째는 '자스트 자네트'(Just Jeannette)이다. 세상 물정을 모르는 순진한 소프리노이다. 또 한명의 소프라노가 있는데 '샌드맨'이다. 잠들게 하는 가루를 뿌려서 누구나 잠들게 만드는 소프라노이다. 훔퍼딩크의 오페라 '헨젤과 그레텔'에 나오는 샌드맨을 잠시 '소프라노가 너무 많아'에 사용하기 위해 빌려왔다. 천국문을 지키고 있는 성베드로는 베이스 바리톤이 맡는다.


천국 문앞에 도착한 소프라노들


'별 볼일 없는 베이스'도 있다. 이름은 베이스이지만 베이스 바리톤이 맡도록 되어 있다. 사실 베이스들은 오페라 무대에서 소프라노와 테너에 밀려서 존재가치가 제대로 알려지지 않고 있는 것이 보통이다. 그런 의미에서 베이스의 이름을 '별 볼일 없는 베이스'라고 붙인것 같다. 테너의 이름은 엔리코 카루저(Enrico Carouser)이다. 엔리코 카루소는 알겠는데 카루저는 또 무슨 이름인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카루저라는 단어는 '술꾼' 또는 '진탕 마시고 껄렁대는 사람'을 말한다. 카루소가 그렇다는 것은 아니지만 하여튼 테너의 이름은 엔리코 카루저이다. 천사잘 가브리엘은 사일렌트 역할이다. 대사도 하지 않고 노래도 부르지 않는 편한 역할이다. 가브리엘은 '하나님의 사자', 즉 메신저라는 뜻의 천사장(대천사)이다. 메신저가 사일런트 역할이라니 이상하지만 그런가보다라고 생각하면 된다. 또 하나의 테너가 등장한다. 넬슨 데들리(Nelson Deadly)라는 이름이다. 죽기 아니면 살기의 넬슨이라니 그건 또 무슨 역할인지 궁금하다. 그리고 베이스로서는 올슨(Orson)이 있다. 올슨은 무대감독이다.


베드로가 주관하는 오디션


네 명의 소프라노들이 죽어서 천국 문 앞에 도착한다. 네명의 소프라노라고 하지만 하나는 콜로라투라 소프라노이며 다른 하나는 메조 소프라노이다. 이들은 스스로를 디바라고 생각하고 있다. 나머지 두 사람만이 일반 소프라노이다. 이들은 실은 흔하디 흔한 소프라노들일 뿐이다. 이들은 기왕에 천국에 왔으나 천국 합창단에 들어가서 노래를 부르고 싶어한다. 베드로가 천국 문에서 이들을 만난다. 베드로는 예수 그리스도로부터 천국 문을 열수 있는 열쇠를 전해 받았기 때문에 천국 문에서 항상 지키고 있다. 베드로는 이들에게 천국합창단에는 단 한명의 소프라노만을 받을수 있는 자리가 있다고 설명한다. 이미 한다하는 소프라노들이 자리잡고 있기 때문에 한꺼번에 네명이나 합창단의 멤버로 받아 들일수 없다는 얘기다. 네명의 소프라노들은 각각 자기가 가장 적합한 소프라노라는 것을 입증하기 위해 베드로의 주관으로 오디션을 갖기로 한다. 하지만 네명 모두 그저그런 실력이어서 도무지 우열을 가릴수가 없다. 그러는 중에 가브리엘이 천국 합창단에는 테너와 베이스가 부족하므로 만일 테너와 베이스를 데려온다면 소프라노들이 모두 합창단의 멤버로 들어갈수 있다는 얘기를 해 준다. 소프라노들은 테너와 베이스를 어디서 찾을수 있느냐고 묻자 지옥에 가면 있다는 답변이다. 지옥에는 세상에서 못된 짓을 하다가 끌려온 테너와 베이스들이 영원한 형벌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소프라노들은 지옥에 가기로 결심한다. 베드로는 소프라노들이 지옥에서 죄인으로 오해받지 않도록 특별한 변장을 하도록 해 준다.


자네트를 제외한 세명의 소프라노들


소프라노들과 베드로와 가브리엘이 마침내 지옥에 도착한다. 이들은 지옥에서 테너와 베이스들을 만나서 고통받고 있는 영혼들의 이야기를 듣는다. 순진한 저스트 자네트는  테너인 넬슨 데들리의 한많은 사연을 듣다가 그만 그와 사랑에 빠진다. 잠시후 샌드맨이 무대 감독인 올슨과 함께 도착한다. 가브리엘은 자네트와 데들리에게 시련을 주겠는데 이를 통과하면 다른 테너와 베이스와 함께 천국 합창단에 들어갈수 있도록 허락하겠다고 말한다.  시련이란 올슨이 무슨 애기를 하더라도 잠들면 안된다는 것이다. 올슨이 얘기를 하는 중에 샌드맨이 두 사람을 잠들게 하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두 사람은 시련을 통과하지 못한다. 하지만 두 사람이 보여준 남을 위해 자기를 희생하는 행동으로 천국 합창단에 들어갈수 있게 된다. 한편, 나머지 소프라노들은 오디션을 통해서 몇 사람의 테너와 베이스를 선발하여 이들을 끌고 마침내 천국으로 들어간다. 이들은 모두 천국합창단에 들어가게 된 것을 기뻐하여서 무슨 행동이라도 하기로 한다. 이들은 베드로에게 모두 천국합창단이 된 것을 기념하여서 앞으로 다시는 오페라에서 노래를 부르지 않겠다고 약속한다.



샌드맨이 자네트와 넬슨 데들리에게 시련을 주고자 하고 있다.


'소프라노가 너무 많아'는 2010년 2월 인디아나대학교 제이콥스 음악학교에서 초연을 가졌다. 초연의 장소는 상당히 협소한 곳이었다. 그래서 오히려 출연자들이 청중들과 대화를 나눌수 있었다. 예를 들면 바그너 소프라노인 마담 폼포우스는 노래를 부르면서 청중에게 창을 대신 들고 있어달라고 부탁한 것이다. 그런가하면 무대 감독은 몇번이나 청중에게 이건 이렇게 해주고 저건 저렇게 해 달라고 연출자로서의 주문을 하기도 했다. 인디아니대학교에서의 초연 이후 이 오페라는 미국과 캐나다의 여러 음악대학에서 학생들에 의해 무대에 올려졌다. 오하이오의 오벌린음악학교, 텍사스 달라스의 텍사스 크리스챤 대학교, 뉴욕의 시라큐스 대학교, 캘리포니아 아르카타의 훔볼트 주립대학교, 사우드 캐롤라이너의 챨스턴 대학, 인디애너 인디애너폴리스의 버틀러대학교, 캐나다 노바 스코티아의 아카디아대학교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