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오페라 집중 소개/추가로 읽는 366편

363. 엠마뉘엘 샤브리에의 '억지로 왕이 된 사람'

정준극 2018. 8. 20. 23:17

억지로 왕이 된 사람(Le roi malgré lui) - King in Spite of Himself: The Reluctant King

엠마뉘엘 샤브리에의 3막 오페라 코미크


에마뉘엘 샤브리에


프랑스의 낭만주의 작곡가이며 뛰어난 피아니스트인 에마뉘엘 샤브리에(Emmanuel Chabrier: 1841-1894)라고 하면 스페인에 대한 사랑을 표현한 '에스파냐'(Espagna)를 먼저 생각나게 한다. 이 작품이 중요하다는 것은 말러가 '현대음악의 시작이 되는 작품'이라고 말한 것만 보아도 알수 있다. 샤브리에는 관현악곡이나 피아노곡, 또는 가곡만을 작곡한 것이 아니라 당시의 뛰어난 작곡가들이 대개 그러했던 것처럼 오페라와 오페레트도 작곡했다. 오페라와 오페레트는 12편을 남겼다. '억지로 된 왕'(Le roi malgré lui)는 그중의 하나이다. 당시에 뱅생 댕디, 모리스 라벨, 이고르 스트라빈스키 등은 '억지로 된 왕'의 음악을 대단히 높이 평가하였다. 초연 이래 상당한 인기를 끌었던 오페라이지만 세월이 지나면서 잊혀져 있었다.  그러다가 근자에 이르러 샤브리에의 오페라에 대한 재조명이 이루어져서 다시 관심을 끌게 된 작품이다. 샤브리에의 음악은 대체로 로맨틱하며 이국적이라는 얘기를 듣는 것이다. '억지로 된 왕'의 음악도 로맨틱하며 여기에 이국적인 향취가 배어 있는 것이다.


앙리와 난지와 알렉시나와 프리텔리


3막의 오페라 코미크의 장르에 속하는 '억지로 된 왕'은 샤브리에가 46세 때인 1887년에 완성한 작품이다. 대본은 프랑스 제2 제국 시절에 왕성하게 활동했던 극작가 겸 대본가인 에밀 드 나자크(Emil de Najac: 1828-1889)와 작가 겸 작사자인 폴 뷔라니(Paul Burani: 1845-1901)가 공동으로 작성했다. 샤브리에는 1883년쯤해서 오펜바흐의 '홍당무 왕'(Le roi Carotte)과 같은 그랑 환타지(Grand fantasie)를 작곡하고 싶다고 말하곤 했다. '홍당무 왕'은 당시에 대성공을 거둔 오페레트였기 때문에 샤브리에도 그런 스타일의 오페레트, 더 구체적으로는 오페레트 부프(Operette bouffe)를 작곡하여서 사람들로부터 자기의 능력을 인정받고 싶었던 모양이었다. 샤브리에의 친구인 마담 빅토랭 드 존시에르(Victorin de Jonciêres)가 마침 누구로부터 1836년에 나온 오래된 보드빌인 Le roi malgré lui의 대본을 받았기에 그것을 그대로 샤브리에에게주었다. 샤브리에는 마침 적당한 대본을 찾고 있었던 중이었다. 그렇게 해서 '억지로 된 왕'이 만들어졌다. 마담 존시에르가 누구로부터 '억지로 된 왕'의 보데빌 대본을 받았는가를 굳이 밝히자면 원작자인 마르게리트 루이스 앙슬로(Marguerite-Louise Ancelot)의 딸인 마담 라쇼로부터 받았다고 한다. 별로 중요한 얘기는 아니지만 그래도 샤브리에의 작품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하나라도 더 알아두는 것이 중요할 것 같아서 덧붙인 것이다.


역시 중요할지 중요하지 않을지 모르지만, 샤브리에가 이 오페라를 어떤 과정으로 완성했는지를 아는 것도 흥미있을 것으로 생각하여 소개한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작곡을 맡은 샤브리에는 어느 누구보다도 대본과 음악의 융합을 위해 무척 노력했다는 것이다. 대본은 두 사람이 맡았다. 폴 뷔라니와 에밀 드 나자크이다. 우선 뷔라니가 장면과 노래의 초안을 만들면 그것들을 나자크에게 보내어 검토하도록 했다. 나자크는 수정할 부분이 있으면 체크해서 다시 뷔라니에게 보내어 의견을 묻는다. 뷔라니가 나자크의 코멘트를 반영해서 수정하면 두 사람이 다시 여러번 협의를 거쳐 마무리해서 샤브리에에게 음악을 만들도록 보낸다. 샤브리에는 집에서 대본과 노래가사들을 큰 소리로 몇번이나 읽으면서 톤과 리듬을 찾아내고자 한다. 샤브리에는 그런 과정을 거친후에 비로서 펜을 들어 작곡을 시작한다. 샤브리에는 다른 작곡가들처럼 피아노 앞에 앉아서 작곡하는 타입이 아니었다. 멜로디와 리듬을 먼저 구상하고 그후에 하모니를 붙이는 타입이다. 마지막으로 샤브리에의 오랜 친구인 장 리슈팽이 대본과 음악이 적합하게 조화를 이루었는지, 샤브리에가 과연 만족하고 있는지를 보살펴 준다. 그래서 나중에 샤브리에는 스코어 책자에 '세 사람의 저자가 원고를 만들었다. 여기에 나 자신도 기여했다'라고 썼다. 그러면서 '우리의 대본은 마치 부이유베이스(Bouillebaisse)와 같다. 나자크과 뷔라니표 스튜이다. 그걸 리슈팽이 요리했다. 나는 다만 양념을 조금 쳤을 뿐이다'라고 덧붙여 말했다. 부이유베이스는 조개류, 바닷가재, 그리고 생선을 주로 하고 여기에 올리브 오일, 토마토, 사프롱을 적당히 넣어서 만든 스튜타입의 고급 음식이다. 샤브리에는 '억지로 된 왕'을 마담 빅토랭 드 존시에르에게 헌정하였다.


'억지로 된 왕'은 1887년 5월 18일에 오페라 코미크의 살르 화바르에서 처음 공연되었다. 그후 두번 더 공연이 있었고 사람들이 좋아하므로 공연을 계속코자 했는데 5월 25일에 뜻하지 아니한 화재가 일어나는 바람에 중단될수 밖에 없었다. 그 다음 공연은 11월이었다. 수정버전이 사용되었다. 계속 인기를 끄는 바람에 이듬해인 1888년 4월말까지 공연이 이어졌다. 샤브리에의 오페라가 잘 나가다가 공연 중단이 된 경우는 '억지로 된 왕'이 처음이 아니다. '그웬돌리느'(Gwendoline)는 극장이 파산하는 바람에 중도하차할수 밖에 없었다. 독일 초연은 1890년 3월 칼스루에에서였다. 펠릭스 모틀의 지휘였다. 그후 몇 군데서 더 공연되다가 슬며시 자취를 감추었다. '억지로 된 왕'이 다시 모습을 나타내 보인 것은 1929년이었다. 오페라 코미크의 레퍼토리에서 사라진지 41년만이었다. 오페라 코미크에서의 리바이발은 알베르 캬레가 일부 대본을 수정한 것이었다. 이어 1931년에는 함부르크, 브뤼셀, 프라하에서 각각 공연되었다. 미국에서의 초연은 1976년이었다. 줄리아드에서였다. 영국 초연은 샤브리에 서거 1백주년이 되는 1994년이었다. 오페라 노우스가 공연했고 이어 에딘버러 페스티발에서도 선을 보였다. 가장 최근의 공연은 아마 2012년 미국 동부의 바드대학에 있는 바드 섬머스케이프(Bard SummerScape)에서일 것이다. 웩스포드 페스티발 오페라와 공동 공연한 것이다.   


여노예들에게 난지와의 사랑을 얘기해 주고 있는 민카


등장인물들은 다음과 같다.

- 앙리 드 발루아(Henri de Valois: Bar). 폴란드의 왕. 프랑스 발루아 왕가의 인물. 나중에 앙리 2세로서 프랑스 국왕이 된다.

- 낭지 백작(Comte de Nangis: T). 앙리의 친구

- 민카(Miinka: S). 라스키의 여노예

- 알렉시나(Alexina: S). 프리텔리 공작부인, 라스키의 조카

- 라스키(Laski: B). 폴란드 귀족. 민카의 주인

- 프리텔리 공작(Duc de Fritellii). 이탈리아 귀족. 알렉시나의 남편, 왕의 시종장

- 리앙쿠르(Liancour: T). 델뵈프(d'Elboef: T), 모지롱(Maugiron: Bar), 케일뤼 백작(Comte de Caylus: Bar),  비유키에르 후작(Marquis de Villequier: B): 프랑스 귀족들

- 바실(Basile: T). 여관주인

이밖에 병사(A soldier: B), 여섯 명의 하녀 메리(Mary), 오게즈 드 몽딸랑(Auguez de Montaland), 블랑셰 발랑케(Blanche Balanqué), 에스포시토(Esposito), 바리아(Baria), 오레아 나르디(Orea Nardi), 사환들, 프랑스 귀족들, 폴란드 귀족들, 병사들, 농노 및 하인들, 백성들


※ 앙리 드 발루아는 프랑스 발루아 왕조의 사람으로서 1673년부터 1575년까지 2년 동안 폴란드 왕 겸 리투아니아 대공이었다. 폴란드-리투아니아 연방의 군주이던 시지스문드 2세가 갑자기 세상을 떠났기 때문이다. 그로부터 5개월 뒤에 프랑스 국왕이던 그의 형 샤를르 9세가 후사가 없이 갑자기 세상을 떠나자 앙리는 비밀리에 폴란드를 떠나 프랑스로 돌아와서 1575년 2월에 렝스대성당에서 앙리 3세로서 대관식을 가졌다. 앙리 3세의 아버지는 앙리 2세였고 어머니는 저 유명한 이탈리아의 메디치의 카테리나였다. 앙리 드 발루아와 캬트린 드 메디시(카테리나 데 메디치)에 대하여 좀 더 자세히 알고 싶으면 본블로구의 '메디치의 카테리나'편을 참고하기 바란다. 프랑스 왕르로서 대관식을 가진 앙리 3세는 폴란드로 다시 돌아가지 않다가 14년 후인 1589년 암살당하였다. 알베르트 라스키는 앙리가 아주 잠시뿐이지만 폴란드의 국왕이었을 때 폴란드의 궁신이었다. 난지(Nangis)는 오페라에서는 앙리의 친구로서 등장하지만 실은 파리에서 남서쪽으로 약 60km 떨어진 작은 마을의 이름이다. 샤브리에는 오페라에서 16세기에 앙리 3세를 둘러싼 음모에 대하여 거의 관심을 두지 않았다.  


새로운 왕의 대관식을 준비하는 장면


[1막] 1574년 폴란드 크라코브(Kraków) 인근에 있는 어떤 성이다. 폴란드의 백성들은 프랑스의 왕족인 앙리 드 발루아를 국왕으로 선출하였다. 앙리는 정말로 폴란드 백성들이 자기를 왕으로 인정하는지를 알고 싶어서 대관식이 거행되기 전에 민심을 알아보기로 한다. 그래서 친구이며 충실한 신하인 난지 백작을 폴란드의 왕궁이 있는 크라코브로 보내어 분위기를 조성토록 하고 자기는 크라코브 교외에 있는 어떤 성에서 변장을 하고 프랑스 귀족들과 함께 기다리고 있다. 잠시후 크라코브에 갔던 난지 백작이 돌아온다. 난지 백작은 크라코프에서 폴란드 백성들이 새로운 국왕이 되는 앙리를 환영하도록 분위기를 조성하는 일을 맡았었다. 일반 백성들은 앙리가 되었던지 또는 누가 되었던지 그 사람이 그 사람이라는 생각에서 앙리에 대하여 크게 관심이 없는 것 같았다. 그러나 폴란드의 귀족들은 달랐다. 앙리에 대하여 거부반응을 가지고 있었다. 폴란드 귀족들은 오스트리아의 대공이며 신성로마제국의 황제인 막시밀리안 2세가 폴란드의 국왕을 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전혀 외국인인 프랑스의 발루아 왕가에 속한 앙리가 폴란드 국왕이 되는 것은 말도 안되는 소리라는 주장이다. 폴란드의 대부분 귀족들이 앙리를 반대하고 있는데 오직 한사람, 베니스 출신으로 폴란드에 거주하고 있는 프리텔리 공작만이 앙리를 지지하고 있다. 프리텔리 공작은 폴란드의 귀족으로서는 유일하게 앙리의 시종장 겸 재무장관이 된 사람이다. 


앙리와 알렉시나. 베니스에서의 옛사랑에 다시 불을 붙인다.


프리텔리 공작은 크라코브에서 앙리의 대관식을 준비하느라고 바뿐 시간을 보내지만 앙리가 크라코브 교외의 어떤 성에 머물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앙리를 만나러 온다. 프랑스의 귀족들이 프리텔리에게 크라코브에서 폴란드 귀족들의 동태가 어떠한지를 묻는다. 난지가 프리텔리에게 앙리를 반대하는 세력의 중심에 있는 알베르트 라스키 백작을 만나본 일이 있느냐고 묻는다. 프리텔리 공작은 라스키 백작에 대한 얘기만 들었을 뿐, 개인적으로는 알지 못한다고 답변한다. 앙리를 만난 프리텔리는 앙리가 새로운 폴란드 생활에 대하여 걱정을 하고 파리 생각이 나서 향수병에 걸려 있는 것을 보고 폴란드 사람들과 프랑스 사람들은 서로 다르기 때문에 너무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말한다. 프리텔리의 노래가 코믹하다. 프리텔리가 자리를 뜬 후에 난지는 프랑스의 귀족들에게 실을 8일 동안 크라코브에 가서 지내는 중에 우연히 민카라는 말할수 없이 매력적인 아가씨를 만나서 사랑에 빠지게 되었다고 털어 놓는다. 그런데 며칠후 알고보니 그 아가씨는 라스키 백작의 종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고민이라고 말한다. 잠시후에 민카가 성안으로 난지 백작을 찾아온다. 민카는 난지를 일부러 만나고 싶어서 찾아온 것이 아니라 순찰대의 눈을 피하다보니 성으로 들어오게 되었다고 말한다. 난지는 민카가 자기를 만나러 온것이 아니라고 말하자 민카가 더 이상 자기를 사랑하지 않는다고 생각해서 실망한다. 그러자 민카는 그런것이 아니라고 나무라면서 그저 참고 기다리라고 말한다. 민카가 그날 저녁에 다시 찾아오겠다고 약속하고 돌아가려는데 우연히 앙리가 들어온다. 난지는 민카를 얼른 뒷방에 숨도록 한다. 


민카와 난지의 사랑의 장면


향수병에 걸려 있는 앙리는 프랑스에 대한 사랑을 노래한다. 그러면서 폴란드 왕의 자리에서 벗어날수만 있다면 무슨 일이던지 하겠다고 말한다. 난지는 앙리에게 폴란드라고 해서 삭막한 것만은 아니니 걱정하지 말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예전에 베니스에서 만났던 어떤 부인이 알고보니까 이곳 크라코브에 와서 있다고 하면서 앞으로 그 여인과 즐거운 시간을 가지는 것도 기대할만한 일이라고 덧붙인다. 앙리는 전에 베니스에서 어떤 여인과 로맨틱한 관계를 가졌던 것을 회상하여서 잠시 향수병을 잊는다. 그때 프리텔리 공작이 들어온다. 잠시후 앙리는 프리텔리와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는 중에 프리텔리가 베니스에서 왔다는 것을 알고는 혹시 알렉시나라는 여인을 아느냐고 묻자 프리텔리는 그 알렉시나로 말하자면 랑스의 어떤 귀족과 스캔들을 일으키는 바람에 구설수에 올랐는데 그런 스캔들을 커버하기 위해 어떤 남자와 결혼했다고 설명한다. 그런데 프리텔리가 가만히 생각해보니 베니스에서의 그 바람둥이 청년이 분명히 이 방에 있는 저 청년이라는 생각을 갖는다. 그런 생각을 하는 프리텔리는 아무튼 기분이 몹씨 상해 있다. 하지만 프리텔리는 그 청년에게 알렉시나가 자기와 결혼했다는 얘기는 하지 않는다. 청년과 난지가 떠나고 방에는 프리텔리 혼자 있다. 프리텔리는 새로오는 왕을 폴란드에서 쫓아내지 않으면 자기의 아름다운 부인인 알렉시나가 또다시 스캔들에 휘말릴지 모른다고 생각한다. 프리텔리가 속이 상하고 화가나서 어찌할줄 모르고 있는 때에 프리텔리의 부인인 알렉시나가 나타난다. 알렉시나는 크라코브에서의 대관식에 참석할 새로운 왕을 모시고 가는 역할을 맡아서 온 것이다. 알렉시나는 폴란드에 온 새로운 왕을 아직 만난 일이 없다. 프리텔리는 새로운 왕이 크라코브로 가는 중에 라스키 백작의 도움을 받아서 그를 납치하면 일석이조라고 생각한다. 새로운 왕을 라스키 백작에게 넘기면 그 다음은 라스키 백작이 알아서 할 것이기 때문에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면서 프리텔리는 알렉시나에게 자기가 원하는 것은 영광이 아니며 다만 알렉시나로부터 조그마한 애정이라도 받으며 사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자 알렉시나는 프리텔리의 말을 무슨 헛소리냐면서 무시하고 다른 사람들과 함께 떠난다.


알렉시나와 난지와 프리텔리와 앙리


무대가 잠잠해 지자 뒷방에 숨어 있던 민카가 슬며시 문을 열고 나온다. 그러다가 마침 방에 들어오는 앙리와 맞부딪힌다. 민카는 앙리가 누구인지 모른다. 마찬가지로 앙리도 민카가 누구인지 모른다. 민카는 난지를 사랑하기 때문에 만나러 온 것이라고 설명한다. 민카는 난지를 만나서 라스키 백작을 중심으로 한 폴란드의 귀족들이 새로운 왕을 몰아내려는 음모를 꾸미고 있다는 사실을 전해주려고 한다고 말한다. 앙리는 그런 정보를 미리 알게 되어 기쁘다. 더 기쁜 사실은 민카로부터 프리텔리도 연루되었다는 얘기를 들은 것이었다. 민카가 나가자 앙리는 시종에게 프리텔리를 불러 오라고 지시한다. 좀 더 자세한 내막을 알아보기 위해서이다. 프리텔리는 아직 새로운 왕을 만나본 일이 없다. 그래서 앙리를 보자 새로운 왕의 측근에 있는 프랑스의 귀족이라고 생각한다. 프리텔리는 새로운 왕을 몰아내려는 음모에 가담했느냐는 질문을 받자. 처음에는 그럴리가 없다면서 부인하다가 자꾸 캐물으니까 그제서야 솔직히 음모가 있다고 고백하면서 그 배후에는 누구누구가 있는 등 앙리가 알고 싶어하는 내용들을 모두 털어 놓는다. 그러자 놀랍게도 앙리는 프리텔리에게 '나도 실은 새로운 왕을 몰아내는 음모에 가담하고 싶다'라고 말한다. 앙리는 폴란드의 귀족들이 새로운 왕을 몰아내면 그렇게도 가고 싶은 파리에 갈수 있기 때문에 반짝하는 아이디어로서 새로운 왕을 몰아내는 음모에 가담할 생각을 한 것이다. 앙리는 프리텔리에게 '나는 새로운 왕의 친구인 난지 백작'이라고 속인다. 프리텔리는 앙리, 즉 난지 백작에게 '오늘 저녁에 라스키 백작의 저택에서 무도회가 열리는데 그 자리에서 라스키 무리들이 모여 거사를 구체적으로 의논합니다'라고 말한다. 앙리(난지)는 당연히 무도회 참석하여 라스키 백작을 만나보고 싶다고 말한다. 트럼펫 소리가 울리고 프랑스 귀족들과 궁신들이 모여든다. 앙리는 갑자기 호위병들에게 난지를 체포하여 지하 감옥에 가두라고 명령한다. 그래야 앙리가 난지의 신분으로 왕에 대한 음모에 가담할수 있기 때문이다. 난지는 영문도 모른채 지하 방에 갇힌다. 프리텔리는 난지, 즉 앙리에게 와이프 알렉시나를 소개한다. 알렉시나는 난지,즉 앙리를 보자마자 이 양반이 몇 년 전에 베니스에서 자기와 그렇고 그런 사이였던 남자인 것을 알아챈다. 한편, 지하 방에 갇힌 난지는 요행히도 민카의 도움을 받아서 경비하는 사람들 몰래 창문을 통해 지하 방에서 탈출하는데 성공한다.


앙리와 난지


[2막] 라스키 백작 저택의 대연회장이다. 그날 저녁, 라스키의 저택에서 무도회가 열린다. 라스키와 그의 동료들은 앙리가 크라코브로 떠나는 시간과 루트를 알고 거사를 준비 중에 있다. 무도회는 그런 거사를 커버하기 위해 일부러 열리는 것이다. 무도회가 한창 진행 중인데 프리텔리 공작 내외가 무도회장에 도착한다. 프리텔리는 라스키 백작에게 새로 음모에 가담할 인물을 천거한다면서 난지 백작이라는 사람을 소개한다. 당연히 난지 백작이란 사람은 앙리이다. 라스키 백작이 난지 백작에게 '아니 난지 백작은 앙리의 절친한 친구이며 충성스런 신하가 아니오?'라고 묻자 난지(앙리)는 '이젠 친구가 아니며 오히려 불구대천의 원수올시다'라고 대답한다. 잠시후 사람들이 무슨 일이 있는지 모두 떠나고 방에는 프리텔리와 난지(앙리)만 남아 있는다. 앙리는 프리텔리로부터 알렉시나가 스캔들을 피해서 결혼한 사람이 프리텔리라는 것을 그제서야 알고 놀란다. 앙리는 '아니 그렇다면 알렉시나가 공작부인이 되었던 말이요?'라면서 좀 더 자세한 소식을 알고 싶은데 그때 민카를 비롯한 여노예들이 들어와서 노래를 부르는 통에 두 사람의 대화는 중단된다. 무대 뒤에서는 감옥에서 탈출한 진짜 난지 백작의 소리가 들린다. 민카는 앙리라는 사람의 진짜 신분을 모른채 다만 새로운 왕을 배반하는 사람이라고만 생각한다. 민카는 밖에 있는 난지에게 어서 가서 반역자가 이 방에 있다고 알리고자 한다. 그러나 앙리가 자기의 신분이 탄로날 것을 두려워해서 프리텔리로 하여금 민카를 뒷방에 가두어 두도록 한다.


라스키 백작을 비롯한 폴란드 귀족들의 반역음모


알렉시나가 들어온다. 난지(앙리)는 서둘러서 프리텔리는 무슨 구실을 붙여서 방에서 내보낸다. 그제서야 알렉시나는 앙리를 보고 이 사람이 바로 몇년 전에 베니스에서 죽자사자 하던 그 청년인 것을 알아본다. 알렉시나는 그때 앙리가 어째서 작별인사 한마디도 없이 떠났는지 도무지 이해가 안되지만 앙리가 알렉시나에게 부드러운 말로 사랑을 속삭이자 과거의 섭섭함은 다 잊어버리고 마음 속에 다시 불길이 솟아 오른다. 두 사람의 듀엣이 사랑스럽다. 앙리와 알렉시나가 그동안 못다한 회포를 풀려고 하는데 처음에는 프리텔리, 그 다음에는 라스키, 또 그 뒤를 이어 폴란드의 귀족들이 새로 반역에 가담키로 한 난지(실은 앙리)로부터 반역에 충실히 가담하겠다는 서약을 받고자 몰려 들어온다. 난지(실은 앙리)는 라스키에게 이제 곧 있으면 새로운 왕이 도착할 것이므로 그를 붙잡아 두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이제 앙리에게 필요한 것은 이러한 상황을 어떻게 조정하느냐는 것뿐이다. 모두들 나가고 혼자 남은 앙리는 민카를 불러서 난지의 목소리가 들리는데 어서 가서 데려오라고 말한다. 난지가 들어오자 앙리는 난지에게 새로운 왕의 역할을 맡으라고 명령한다. 그러면서 폴란드 귀족들이 새로운 왕을 붙잡아서 프랑스로 돌려보내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해 준다. 그제서야 난지는 무슨 말인지 대충 알아 듣는다. 난지가 왕의 역할을 맡기 위해 민카와 함께 떠난다. 잠시후 라스키가 들어와서 모두에게 오늘밤 거사에서 새로운 왕을 프랑스로 돌려보내지 않고 암살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한다. 모두들 놀라지만 라스키의 지시에 순응할수 밖에 없다. 라스키는 제비를 뽑아서 새로운 왕을 암살할 사람을 정하기로 한다. 드라마이긴 하지만 당연히 난지 백작으로 가장한 앙리가 뽑힌다. 바로 그때 민카가 다시 들어와서 새로운 왕을 풀어주었다고 당당하게 말한다. 라스키를 비롯한 폴란드 귀족들이 분노하는 중에 막이 내린다. 난지(실은 앙리)는 폴란드 귀족들 앞에서 이미 암살자로 뽑혔으므로 맹세컨대 새로운 왕을 반드시 암살하겠다고 서약한다.


앙리와 알렉시나


[3막] 크라코브와 폴란드 국경 중간에 있는 어떤 여관이다. 여관주인인 바실르와 종업원들은 폴란드의 새로운 왕이 잠시 후 도착한다고 하니까 맞이하기에 정신이 없다. 프리텔리가 나타나서 폴란드의 새로운 왕은 프랑스의 앙리가 아니라 오스트리아의 대공이라고 전한다. 바실르는 누가 폴란드의 왕이 되던지 모두 마찬가지라면서 별로 관심을 두지 않는다. 그러나 다른 사람들은 '새로운 합스부르크 왕 만세, 폴란드 왕 만세'를 외치며 기뻐한다. 그런 소리가 울려퍼지는 중에 어떤 사람이 들어선다. 앙리이다. 폴란드로부터 프랑스로 도망가는 길이다. 프리텔리는 들어선 사람이 난지인 것을 알아본다. 난지(실은 앙리)는 여관주인 바질르에게 자기 자신을 난지라고 소개하고 새로운 합스부르크 왕에 앞서서 숙소 준비를 위해 달려온 것이라고 말한다. 프리텔리는 난지가 다른 사람들과 함께 합스부르크의 새로운 왕을 찬양하자 도무지 무엇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이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마차라는 마차는 모두 새로운 합스부르크 왕을 마중하기 위해 동원되었기 때문에 정작 앙리가 타고 갈 마차는 한 대도 없는 것이다. 남이 있는 것이라고는 낡은 마차 한 대와 늙어빠지 말 한 마리 뿐이었다. 앙리는 그것이나마 돈을 후하게 주고 확보한다. 그리고 여관주인에게 얘기해서 길안내를 맡은 하녀 한사람을 소개해 달라고 부탁한다. 앙리는 마차 한대가 달려오는 소리를 듣고 얼른 숨는다. 남편 프리텔리를 찾아서 이곳까지 온 알렉시나이다. 알렉시나는 난지(실은 앙리)에게 처음에는 반역자들의 편에 섰었으나 지금은 앙리 편을 들기로 했다고 말한다. 베니스에서 앙리와의 사랑을 잊지 못해서 폴란드에서 다시한번 사랑의 불길을 태워보려는 생각에서이다. 알렉시나는 합스부르크의 오스트리아 대공을 미리 만나서 크라코브에서 프랑스의 새로운 왕을 몰아내려는 음모가 발각되어서 사정이 달라졌다고 말해서 오스트리아 대공을 비엔나로 돌려보냈다고 설명한다. 그 소리를 들은 프리텔리는 말도 안되는 소리라면서 알렉시나를 비난하지만 그보다도 알렉시나가 새로운 왕과 베니스의 열정을 계속하고 싶을 것 같아서 더 걱정을 한다. 프리텔리는 아직도 앙리가 난지인 것으로 알고 있다. 그리고 난지가 프랑스에 온 새로운 왕을 이미 암살한 것으로 알고 있다. 프리텔리의 주장과 알레시나의 주장이 맞물려서 대단한 언쟁이 벌이진다. 알렉시나는 프리텔리의 주장을 믿고 싶지 않다.


민카가 도착한다. 알렉시나는 민카에게 프랑스에서 온 새로운 왕의 운명이 어떻게 되었는지를 차마 말해 줄수 없다. 두 여인은 서로 자기들이 사랑하는 사람의 운명이 어찌 이렇게도 삭막한지 모르겠다고 하면서 절망스러운 심정이다. 두 여인의 듀엣이 그런 심정을 잘 표현해 주고 있다. 알렉시나는 민카에게 새로운 왕(난지)가 암살된 것 같다고 말해준다. 민카가 그 자리에서 정신을 잃고 쓰러진다. 여관주인이 등장해서 난지(실은 앙리)에게 구해주겠다고 한 길안내 하녀가 새로운 왕의 대관식을 구경하기 위해 대성당으로 갔기 때문에 지금은 길안내를 할수 없다고 말한다. 알렉시나가 길안내 역할을 맡기로 자청한다. 민카는 사랑하는 난지가 암살 당한 것으로 믿고서 슬픔에 겨워서 탄식의 노래를 부른다. 노래가 클라이막스에 오를 때에 뜻밖에도 난지가 나타난다. 민카는 처음에 난지의 혼령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난지는 혼령이 아니었다. 두 사람은 환희의 듀엣을 부른다. 민카는 난지에게 알렉시나가 그러는데 왕이 암살 당한 것으로 믿고 있다고 말한다. 난지는 앙리가 암살당한 것으로 생각해서 앙리를 찾으러 급히 나간다. 하녀처럼 옷을 입은 알렉시나가 앙리를 만난다. 프리텔리는 아직도 앙리를 난지로 알고 있고 또한 하녀로 분장한 알렉시나를 알아보지 못해서 두 사람, 즉 앙리와 알렉시나에게 어서 길을 떠나라고 재촉한다. 프리텔리는 라이발을 어서 쫓아버리고 싶었던 것이다. 그러나 프리텔리의 기쁨도 잠시뿐이었다. 길안내 하녀가 실은 자기의 부인인 알렉시나인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프리텔리는 이미 길을 떠난 두 사람을 쫓아간다. 난지는 민카에게 그동안 난지라고 했던 사람이 실은 앙리라고 말한다. 그제서야 민카의 모든 궁금증이 풀어진다. 그런데 프랑스로 간줄 알았던 앙리가 되돌아 나타난다. 앙리는 폴란드 귀족들과 화해하여서 폴란드의 왕으로 대관식을 갖기로 했다는 것이다. 무슨 일이 그렇게 빨리 진행되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앙리가 운집해 있는 시종들과 귀족들과 병사들의 환영을 받는 중에 막이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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