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 속의 세기적 미인들 집중탐구 2

오페라 속의 세기적 미인들 집중탐구 2

○ 삼손을 굴복시킨 세기의 미인 델릴라

- 카미유 생상스(Camille Saint-Saens: 1835-1901)의 '삼손과 델릴라'(Samson et Delilah)

삼손이라고 하면 이스라엘의 사사(판관)로서 그의 무궁한 힘은 하나님으로부터 받은 것이다. 그런 삼손을 치마폭으로 굴복시킨 여인이 이방인인 델릴라이다. 델릴라는 이스라엘 백성들을 괴롭히는 블레셋 족속의 여인이다. 블레셋(Philistines) 족속들은 유대 땅의 해안지대를 점령하고 이어 동쪽으로 이동하여서 세력을 떨쳤으며 결국은 이스라엘 백성들을 40년이나 통치하였다. 우리나라가 일제로부터 36년간 지배를 받은 것이나 비슷하다. 하나님께서는 이스라엘 백성들을 긍휼히 여기시어서 이방인의 압제에서 해방시킬 지도자를 선택하시었는데 마지막으로 선택한 사사가 삼손이다. 삼손의 20년 동안이나 이스라엘의 사사로 지냈다. 그런데 그 삼손이 이방 여인 델릴라(우리말 성서에는 들릴라)의 매력에 빠여서 하나님을 잊고 사사로서의 본분을 망각하자 하나님께서는 삼손에게 시련을 주셨다. 삼손은 크게 뉘우쳤고 다시 힘을 얻어 수많은 불레셋 사람들을 죽여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해방을 안겨주었다. 삼손과 델릴라에 대한 이야기는 구약성경 사사시 16장에 기록되어 있지만 그렇다고 델릴라(들릴라)가 절세의 미인이었다는 설명은 나오지 않는다. 다만, 추측하여서 델릴라가 대단한 미인이기 때문에 삼손이 물불가리지 못하고 빠져들었갔다고 보는 것이다.

삼손과 델릴라

삼손을 델릴라를 진심으로 사랑하였던 것 같지만 델릴라는 삼손의 힘의 비밀을 알아내기 위해서 삼손을 사랑하는 척 했다. 델릴라는 믿을수 없는 여인이었다. 실제로 델릴라라는 이름은 '신용이 없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델릴라는 히브리어이지만 아랍어로는 달릴라(Dalilah)라고 하고 그리스어로는 달리다(Dalida)라고 한다. 블레셋의 방백들은 삼손의 힘 때문에 수난을 당하자 델릴라에게 뇌물을 주고 삼손의 힘의 비밀을 알아내도록 한다. 델릴라는 세번이나 실패하였지만 마지막으로 삼손의 힘이 그의 긴 머리칼에 있는 것을 알아낸다. 그리하여 삼손이 잠들어 있는 중에 머리칼을 잘러 힘을 쓰지 못하도록 한다. 블레셋 사람들은 힘이 빠져나간 삼손의 눈을 빼어버려 앞을 못보게 하고 감옥에 가두어 중노동을 시킨다. 그러던 얼마후 블레셋 사람들이 섬기는 다곤 신에 대한 축제의 날에 삼손은 마지막 힘을 다하여 신전을 무너트려 블레셋 사람들을 모두 죽여 더 이상 이스라엘 백성들을 괴롭히지 못하도록 한다.

삼손과 델릴라

구역 성경의 사사기(판관기)에서 델릴라(들릴아)의 행적이 소개되자 이후 델릴라는 탈무드기의 랍비 문학 및 그 후의 기독교 논평이나 평석(評釋)의 주제로 자주 등장하였다. 랍비 문학에서는 델릴라를 사사기 17장에 나오는 미가(Micah)의 어머니라고 판명하기도 했다. 한편, 기독교에서는 델릴라를 예수를 배반한 가롯 유다에 비유하였다. 그런가하면 어떤 학자들을 델릴라를 구약 성경 사사시에 나오는 야엘, 또는 외경인 유딧서에 나오는 유딧과 유사성이 있다고 말하였다. 야엘은 헤벨의 아내로서 야반 왕의 군대가 이스라엘을 침략했을 때 적국의 군대장관인 시스라를 죽인 이스라엘의 영웅이다. 유딧은 앗수르의 홀로페르네스 왕이 이스라엘(정확히는 베툴리아)을 침공하자 적진에 들어가서 홀로페르네스의 목을 잘라 왔기 때문에 적군을 물러가게 만든 여걸이다. 델릴라는 문화예술의 주인공으로서 자주 등장하였다. 대표적인 경우는 존 밀튼의 드라마인 '삼손 아고니스트'(Samson Agonistes)에 등장하며 영화로눈 1949년도 헐리우스 작품인 '삼손과 델릴라'가 있다. 비엔나 출신의 헤디 라마르가 델릴라 역을 맡은 작품이다. 아무튼 델릴라라고 하면 '배반'과 '욕정'이라는 단어가 연상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영화 '삼손과 델릴라'에서 빅터 마추어와 헤디 라마르

생상스의 오페라 '삼손과 델릴라'는 구약성경에 사사기(판관기)에 나오는 이야기를 충실히 따른 내용이다. 생 상스는 헨델이나 멘델스존의 오라토리오들을 보고 그도 오라토리오를 작곡하기로 결심한다. 그러다가 대본을 맡은 사람이 성경이야기를 바탕으로 새로운 작품을 만들려면 오라토리오보다는 오페라가 바람직하다고 말하면서 구약 성경에 나오는 삼손과 들릴라의 이야기를 제시했다. 그렇게 하여 생 상스의 '삼손과 델릴라'는 1877년 봐이마르 대공극장(현재의 봐이마르 슈타츠카펠레)에서 초연을 가졌고 대성공을 거두었다. 삼손의 이스라엘의 사사로 있을 때에 유대 땅은 우상을 섬기는 블레셋 사람들이 통치하고 있었다. 블레셋의 다곤 신전에서 블레셋 총독인 아바말렉이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여호와 하나님은 능력이 없고 그를 섬기는 백성들을 돌보지도 않는다면서 비난한다. 이에 삼손이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아비멜렉을 두려워하지 말고 블레셋에게 대항하자고 외친다. 그 말을 들은 아비멜렉은 칼을 뽑아 들고 삼손을 죽이려 하지만 오히려 삼손에게 죽임을 당한다. 다곤의 제사장과 블레셋의 귀족들은 삼손의 힘을 제거할 방법을 찾기 위해 기생 델릴라에게 뇌물을 주고 그 일을 맡긴다. 아름답지만 요염한 델릴라는 유혹적인 말과 몸짓으로 삼손을 유혹한다. 그리하여 삼손의 하나님의 사사로서의 직분을 등한시하고 블레셋 여인에게 마음을 빼앗긴다. 그 다음의 이야기는 성경에 있는대로이다.

오페라 '삼손과 델릴라'.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하우스. 삼손에 로베르토 알라냐, 델릴라에 엘레나 가란차

○ 이스라엘 백성들을 죽음에서 구한 에스더 왕비

- 휴고 웨이스갈(Hugo Weisgall: 1912-1997)의 '에스더'

에스더(에스텔)는 유대 여인이지만 아름답고 유순하여서 페르시아의 아하수에로 왕의 왕비가 된다. 아하수에로 왕 당시에 페르시아 제국은 오늘날의 터키, 시리아, 요르단, 이스라엘, 이집트 동부, 에티오피아, 이락, 이란, 아프가니스탄, 파키스탄, 인도 서부에 이르는 대제국이었다. 수도는 수사(Susa 또는 Shusan)라는 곳으로 현대 이란의 서쪽 지방 쿠제스탄에 있는 도읍이다. 이곳에 다니엘의 무덤이 있다. 아하수에로라는 이름은 그리스어로 크세르크세스(Xerxes)라고 하며 영어로는 세르세스라고 한다. 헨델의 오페라 '세르세르'는 바로 아하수에로 왕을 말한다는 것이다. 오페라 '세르세스'에는 '옴브라 마이 푸'(Ombra mai fu)라는 유명한 아리아가 나온다. 보통 '라르고'(Largo)라고 알려진 노래이다. 돌이켜보건대 바벨론 왕 느브갓네살(나부코)가 예루살렘을 점령하고 솔로몬의 성전을 파괴하였으며 유다 왕과 백성들을 사로잡아 갈 때에 모르드개(Mordecai: 모르드카이)라는 사람도 함께 사로 잡혀 갔다. 모르드개는 다른 이스라엘 백성들과 함께 페르시아 제국의 수사에 살았다. 모르드개는 삼촌 부부가 세상을 떠나자 하닷사라고 하는 이들의 딸을 데려와서 친딸 처럼 양육하였다. 하닷사의 페르시아식 이름이 에스더였다. 에스더는 구약성경 에스더에 의하면 '용모가 곱고 아리따운 처녀'라고 되어 있다.

에스더가 마련한 연회에 참석한 아하수에로 왕과 총리대신 하만. 렘브란트 작

아하수에로(Ahasuerus) 왕은 하렘의 미인들을 좋아하였고 화려한 연회를 즐겨하였다. 어느날 연회에서 술에 취하여 있을 때에 왕은 아름다운 왕비인 와스디(Vashti)를 여러 방백들에게 자랑하고 싶어서 연회에 나오도록 했다. 그러나 와스디 왕비는 왕의 명령을 거절하였다. 그러자 왕은 분노하여서 와스디를 왕비에서 폐하고 새로 왕비를 선정하도록 했다. 여러 아름다운 처녀들이 새로운 왕비가 되고자 왕의 하렘에 들어와서 준비를 하였다. 에스더도 그 중의 하나였다. 왕은 에스더를 보자 그 아름다움에 마음을 빼앗겨 왕비로 선정하였다. 유대 여인으로서 대제국의 왕비가 된 것이다. 아하수에로 왕의 총리대신으로서 아각 사람 하만이라는 사람이 있었다. 아각(Agagite)은 대대로 이스라엘과 적대관계에 있는 족속이었다. 하만이 교만하여서 광장에 자기 모자를 얹어 놓은 장대를 세우고 지나가는 모든 사람으로 하여금 그 모자에 경배하라고 지시하였다. 그러나 모르드개는 그건 말도 안되는 소리라고 하면서 경배하기를 거부하였다. 그러자 하만은 모르드개가 유대인인 것을 알고 이 참에 페르시아 제국 내에 있는 모든 유대인들을 말살시킬 계획을 꾸몄다. 그리하여 술에 취해 있는 아하수에로 왕의 서명까지 받아 놓았다. 이 사실을 안 모르드개는 에스더에게 왕의 앞에 나가서 하만의 말도 안되는 인종말살 계획을 중지토록 부탁하라고 말했다. 당시 왕궁의 법도에는 왕이 부르지 않으면 왕비 아니라 천하장사라고 해도 왕의 앞에 나가지 못하였고 만일 함부로 나서면 사형을 당하도록 되어 있다. 에스더는 죽음을 무릅쓰고 왕의 앞에 나갔고 왕은 아름다운 왕비를 사랑하여서 가까이 오도록 허락하였다. 에스더는 왕에게 하만의 무도한 계획을 고하고 이스라엘 백성들을 살려 달라고 간청하였다. 이에 왕은 하만을 크게 꾸짖고 이스라엘 백성들을 말살하려는 계획을 중지시켰다. 그리하여 페르시아 제국에 살고 있는 유태인들은 인종말살의 위기에서 해방되었다. 유태인들은 이를 퓨림절(Purim: 부림절)로서 축하하고 있다. 히브리어의 퓨림이라는 말은 '운명'이란 뜻이다.  

죽음을 무릅쓰고 유대 민족을 구하기 위해 아하수에로 왕의 앞에 나선 에스더. 틴토레토 작

유태인 가정에서 태어난 미국의 휴고 웨이스갈은 유태인들의 애국애민 정신을 높이기 위해 에스더 왕비에 대한 이야기를 오페라로 만들기로 했다. 3막의 오페라 '에스더'는 1993년 10월 뉴욕 시티 오페라에 의해 초연되었다. '에스더'는 '작가를 찾는 여섯 주인공'(Six Characters in Searcgh of an Autor)와 함께 웨이스갈의 대표적인 오페라이다. 파사(페르시아)제국의 크세르크세스(아하수에로)왕은 왕비 바슈티(와스디)가 왕명을 거역하자 왕비의 자리에서 추방하고 새로운 왕비를 구하기로 한다. 수사에는 아름다운 유태인 처녀인 에스더가 삼촌인 모르드개와 살고 있다. 모르드개는 에스더에게 왕궁의 하렘에서 들어 오라고 한다는 소식을 전한다. 쫓겨난 왕비 바슈티는 크세르크세스에게 복수하기 위해 술잔에 독약을 넣어 죽이고자 한다. 모르드개가 이 음모를 발견하여 왕에게 고한다. 왕은 모르드개에게 치하한다. 왕의 총리대신으로 하만이라는 사람이 있다. 교만하여 백성들로 하여금 자기에게 경배토록 하였으며 그것도 모자라 자기의 모자를 걸어 놓고 여기에 경배토록 한다. 하지만 여호와를 경외하는 모르드개는 하만의 모자에 절을 하지 않는다. 하만과 그의 사악한 부인인 제레슈는 모르드개를 징벌하는 김에 제국에 있는 모든 유태인을 아달월 13일에 제거한다는 음모를 꾸민다. 하만에게 모든 정사를 일임한 크세르크세스는 하만이 가져온 유태인 제거의 서류에 서명을 한다. 왕의 조서에 의하면 아달월 십삼일 하루 동안에 모든 유태인을 젊은이 늙은이 어린이 여인들을 막론하고 죽이고 도륙하고 진멸하고 또 그 재산을 탈취하라고 되어 있다.

 

이스라엘 백성들이 에스더에게 우리를 위해 무엇인가 해 달라고 요구한다.

 

이같은 사실을 알게 된 모르드개는 이제 왕비가 된 에스더에게 크세르크세스를 만나서 유태 백성들을 위해 하만의 계획을 중지해 달라고 간청한다. 그런데 당시 법에 의하면 왕이 부르지도 않았는데 찾아가면 참수형을 당하도록 되어 있다. 에스더는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자기 백성들을 위해 용감하게 왕을 찾아간다. 왕은 에스더를 책망하지 않고 용서한다. 그리고는 무슨 청탁이든지 모두 들어주겠다고 기쁘게 얘기한다. 에스더는 저녁의 연회에서 요구할 것을 말하겠다고 하며 왕을 연회에 초대한다. 에스더는 왕에게 자기가 유태인임을 비로소 밝히고 하만과 그의 아들이 유태인들을 이유없이 죽이고자 하니 구원해 달라고 간청한다. 크세르크레스 왕은 이미 전국에 왕의 조서를 내렸으므로 취소할수는 없다고 하자 에스더는 그러면 유태인들이 자신들을 방어할수 있도록 허락해 달라고 요청한다. 그리하여 유태인들은 살아남을수 있었다. 하만은 크세르크세스 왕의 노여움을 받아 크게 고난을 당하였다. 그로부터 유태인들은 에스더를 찬양하고 그날의 해방을 축하하기 시작했다

에스더와 아하수에로 왕

○ 세례 요한을 죽인 살로메

- 리하르트 슈트라우스(Richard Strauss: 1864-1949)의 '살로메'

살로메가 절세의 미인이라는 설명은 성경의 아무 곳에도 없다. 더구나 헤롯과 재혼한 헤로디아의 딸의 이름이 살로메라는 기록도 없다. 성경에서 헤로디아의 딸이 헤롯을 위해 춤을 추어서 그 댓가로 세례 요한의 목을 달라고 했다는 기록은 있다. 마태복음 14장 3-11절과 마가복음 6장 17-29절이다. 우선 마태복음의 기록을 소개한다. "3 전에 헤롯이 그 동생 빌립의 아내 헤로디아의 일로 요한을 잡아 결박하여 옥에 가두었으니 4 이는 요한이 헤롯에게 말하되 당신이 그 여자를 차지한 것이 옳지 않다 하였음이라 5 헤롯이 요한을 죽이려 하되 무리가 그를 선지자로 여기므로 그들을 두려워하더니 6 마침 헤롯의 생일이 되어 헤로디아의 딸이 연석 가운데서 춤을 추어 헤롯을 기쁘게 하니 7 헤롯이 맹세로 그에게 무엇이든지 달라는 대로 주겠다고 약속하거늘 8 그가 제 어머니의 시킴을 듣고 이르되 세례 요한의 머리를 소반어 얹어 여기서 내게 주소서 하니 9 왕이 근심하나 자기가 맹세한 것과 그 함께 앉은 사람들 때문에 주라 명하고 10 사람을 보내어 옥에서 요한의 목을 베어 11 그 머리를 소반에 얹어서 그 소녀에게 주니 그가 자기 어머니에게로 가져가니라"이다. 마태복음에서는 헤롯 앞에서 춤을 춘 여인을 소녀라고 표현하였으니 나이가 어렸을 것이다. 그런데도 헤롯이 음탕하여서 자기의 딸이나 마찬가지인 소녀에게 매혹당하였던 것이다. 마가복음에서도 헤로디아의 딸을 소녀라고 표현했다.

바바리아 슈타츠오퍼의 무대. 기독교에서 선지자요 성인으로 추앙하는 세례자 요한을 너무 비참하게 취급한다고 해서 반발이 많았다.

                          

그러면 살로메라는 이름은 어디서 나온 것일까? 두가지 주장이 있다. 하나는 주후 1세기경 로마-유태인 역사가인 요세푸스(Josephus)가 그의 저서 '유대인의 고대'(Jewish Antiquities)라는 일종의 참고서에서 헤로디아스에게 딸이 하나 있는데 이름이 살로메라고 기록한 데서 근거를 찾은 것이다. 살로메라는 이름은 유대 여인들에게서 흔한 이름이다. 어원은 히브리어의 샬롬(Shalom)에서 나온 것으로 '평화'라는 뜻이다. 그러므로 헤로디아스의 딸의 이름을 일반적인 히브리 여인의 이름을 붙여서 살로메라고 한 것이 아니겠느냐는 추측도 있다. 또 하나의 주장은 비교적 현대인 19세기에 아일랜드 출신의 극작가인 오스카 와일드(Oscar Wilde: 1854-1900)가 1891년에 발표한 프랑스어 희곡인 '살로메'(Salomé)에서 헤로디아스의 딸의 이름을 처음으로 살로메라고 불렀다는 것이다.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오페라 '살로메'는 오스카 와일드의 희곡 '살로메'를 바탕으로 삼은 것이다. 리하르트 슈트라우스는 오페라 '살로메'를 미국 출신의 영국인 사업가이며 음악애호가 겸 자선사업가인 에드가 슈파이어(Edgar Speyer)에게 헌정하였다. 에드가 슈파이어는 엘가, 슈트라우스, 드비시 등과 특별한 친교를 맺고 지냈었다.

귀스타브 모로가 그린 살로메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살로메'는 1905년 드레스덴의 궁정오페라극장(호프오퍼)에서 초연되었다. 물론 잘 아는 성경 스토리를 오페라로 만든 것이지만 무대에서 살로메가 세례 요한의 머리를 안고서 그의 입술에 키스를 하는 장면, 그리고 헤롯을 위해 거의 나체에 가까운 요염하고도 관능적인 춤을 추는 장면 등은 가히 충격적이었다. 게다가 음악도 고전적인 스타일이 아니어서 생소하기만 했다. 오페라 '살로메'는 교계에서도 상당한 반발을 샀다. 메시아의 길을 예비한 세례자 요한의 모습을 너무 비참하게 표현했기 때문이다. 아무튼 그래서 이 오페라는 유럽과 미국의 오페라 극장에서 환영을 받지 못하였다. 대강 스토리는 다음과 같다. 주후 30년 헤롯의 궁전에서는 헤롯의 생일을 축하하는 성대한 연회가 열린다. 궁전 밖에서 시리아인 위병 대장인 나라보트는 아름다운 살로메 공주를 깊이 사랑하고 있다. 정원의 우물 속에서 ‘죄인은 회개하라’는 세례요한의 힘찬 목소리가 울려 퍼진다. 선왕의 왕비 헤로디아스가 남편의 동생인 헤롯과 결혼하기 위해 남편을 살해한 비행을 비난하는 말이다. 한편 살로메는 끈질기게 욕정을 품고 추파를 던지는 호색적인 계부 헤롯 때문에 속이 상한 나머지 연회장에서 나와 달빛 속을 거닐고 있다. 그러다가 세례 요한의 목소리에 놀라 걸음을 멈춘다. 호기심이 동한 살로메는 그녀를 연모하고 있는 나라보트를 설득하여 우물 속에 갇혀 있는 요한을 만난다. 살로메는 첫눈에 요한을 차지하고 싶은 욕망이 불같이 일어난다. 살로메는 뱀같이 음탕한 자태로 요한을 유혹한다. 나라보트는 그토록 흠모하는 연인의 타락한 모습에 놀라 충격과 실망을 이기지 못하여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요한은 살로메를 거들떠보지도 않고 우물속 감방으로 되돌아간다. 살로메는 자기를 거부한 요한에게 증오심을 품는다.

헤롯 앞에서 일곱 베일의 춤을 추는 살로메

헤롯은 살로메를 차지하려는 욕정에 넘쳐 있다. 헤롯은 살로메에게 자기를 위해 춤을 추도록 요구한다. 살로메가 응하지 않자 헤롯은 살로메가 원하는 그 어떤 소망이라도, 비록 그것이 자기 왕국의 반일지라도 들어주겠다고 약속한다. 살로메는 기다렸다는 듯이 유명한 ‘일곱 베일의 춤’을 관능적으로 추기 시작한다. 넋이 나간 헤롯은 살로메에게 원하는 바를 묻는다. 살로메는 ‘요한의 머리’라고 말한다. 헤롯이 소스라치게 놀라며 다른 어떤 것도 줄 수 있으나 그것만은 안 된다고 가로 막는다. 그러나 그녀는 반복해서 ‘요한의 머리’라고 비수처럼 외친다. 헤롯은 마지못해 병사들에게 요한을 죽이라고 명령한다. 병사들이 은쟁반에 요한의 머리를 담아 들어온다. 살로메는 은쟁반을 붙잡더니 마치 요한의 머리가 살아있기나 한 것처럼 사랑한다고 부르짖는다. 이어 매우 퇴폐적인 몸짓으로 춤을 추며 욕정적인 목소리로 노래를 부르기 시작한다. 춤이 절정에 이르자 살로메는 죽은 요한의 입술 위에 열정적인 키스를 퍼붓는다. 헤롯은 이러한 광란을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저 여자를 죽여라’고 고함친다. 왕의 호위병들이 방패로 살로메를 눌러 죽인다.

살로메의 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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