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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을 위한 베스트 클래시컬 뮤직

정준극 2019. 5. 30. 14:36

여름을 위한 베스트 클래시컬 뮤직


계절을 주제로 삼은 음악들이 더러 있다. 그중에서 여름의 진수를 느낄수 있는 음악들만을 소개한다. 여름이라고 하면 무더위와 폭풍과 장마 따위 만을 생각할지 모르지만 여름에는 낭만이 있고 바닷가의 추억도 있다. 그리고 가을의 결실을 위해 익어가는 계절이다. 여름을 위한 음악들은 한여름의 더위를 이겨낼수 있는 청량제이기도 하다.


아름다운 클래식 음악을 듣는 것도 한여름의 무더위를 이기는 방법이다. 


여름이라고 하면 사계절의 하나이기 때문에 사계절을 그린 음악들을 우선 생각하게 된다. 사계의 풍정을 그린 작품 중에서 우리에게 가장 친숙한 작품은 단연 비발디의 '사계'(Le quattro stagioni)이다. 비발디의 '사계'는 잘 아는 대로 바이올린 협주곡이다. 어떤 사람들은 현악4중주곡이 아니냐고 얘기하지만 바이올린 협주곡이다. 비발디는 지금으로부터 약 3백년 전인 1725년에 바이올린 협주곡 12편을 완성했다. 제목은 '하모니와 발명의 경쟁'(Il cimento dell'armonia e dell'inventione: The Contest between Harmony and Invention)이다. 그 12편의 바이올린 협주곡 중에서 처음 네 편이 '봄'(La primavera), '여름'(L'estate), '가을'(L'autunno), '겨울'(L'inverno)이라는 제목이 붙은 것이다. 그 네편을 한데 묶어서 '사계'라고 부르게 되었던 것이다. 클래식 음악은 신비스럽고도 강력한 능력이 있다. 사람이 소리나 단어로 흉내 낼수 없는 감정을 악기로서 표현할수 있기 때문이다. 비발디의 '사계'도 그런 능력에 속해 있는 작품이다. 여름이라고 해서 파도치는 바다, 작열하는 태양, 저녁나절의 산들바람 등등만 그려지는 것은 아니다. 비발디의 '여름'에는 뜨겁게 내려쬐는 태양, 뜨거운 열기에도 불구하고 흐트러짐이 없이 서 있는 소나무, 숲 속에서의 뻐꾸기 소리, 이름모를 산새들이 우는 소리, 햇볕 내려쬐는 길 바닥에서 모이를 쪼아 먹는 비둘기, 폭풍이 닥칠 것을 걱정하는 목동들, 그리고 천둥과 번개, 폭우 때문에 피해를 볼 나락들, 비가 그친후 붕붕 소리를 내며 날아다니는 모기와 각다귀와 같은 작은 곤충들....이런 모든 것이 표현되어 있다. 그런 중에도 열정이 있고 격렬함이 있다. 여름을 이처럼 절묘하게 그린 음악작품도 찾아보기 힘들 것이다.


노르웨이의 화가 비베케 폴러(Vibeke Voller)가 비발디의 '사계'중 여름에서 영감을 받아 그린 '여름'. 색채와 멜로디의 환상적인 조화로 끝없는 기쁨을 누린다는 설명이다.


러시아의 알렉산더 글루주노프(Alexander Glazunov)도 '사계'(Vremena goda: Les Saisons)라는 타이틀의 작품을 작곡했다. 그런데 발레음악이다. 1900년 당시 제정러시아의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제국발레단이 처음 공연했다. 단막의 4장과 에필로그로 구성된 발레곡이다. 1장은 겨울풍경을 그린 것이다. 2장은 봄 풍경으로 꽃으로 뒤덮힌 들판의 풍경을 그린 것이다. 3장이 여름을 그린 것이다. 황금 밀밭의 모습을 그린 것이다. 4장은 가을 풍경을 그린 것이다. 그리고 에필로그는 아포테오시스(Apotheosis)라는 부제로서 지극히 신비한 밤하늘을 모습을 그린 것이다. 반짝이는 별자리들이 검은 하늘에서 보석처럼 빛나는 모습을 그린 것이다. '여름'(L'Ete)은 다섯 장면의 발레로 구성되어 있다. 첫번째는 여름 풍경을 그린 것이고 두번째는 옥수수꽃과 양귀비꽃의 왈츠이다. 세번째는 나이아드, 사티르, 파우나와 같은 제신들의 입장을 그린 것이고 네번째는 초원의 정령들을 위한 바리아숑(빠 드 되에서 솔로파트)이다. 그리고 마지막은 코다가 장식한다. '사계'는 글라주노프가 저명한 안무가인 마리우스 페티파와 두번째로 협동한 작품이다. '여름'에서는 세번째 장면이 가장 화려하다. 들판을 장식한 꽃들의 춤으로부터 시작하여 님프들과 여러 신들이 입장하여 왈츠를 춘다. 여름의 태양 아래에서 추는 산뜻한 춤이다.


글라주노프의 '사계'에서 여름을 표현한 포스터


표트르 차이코브스키가 1875년에 완성한 '사계'(The Seasons: Vremena goda: Les Saisons)는 원래 솔로 피아노를 위한 작품이지만 오늘날에는 여러 형태의 오케스트라곡으로 편곡되어 연주되고 있다. 차이코브스키의 '사계'는 열두 편의 짧은 곡으로 구성되어 있다. 1년 열두달의 특징있는 모습을 그린 것이다. 여름은 5월, 6월, 7월의 세달을 대상으로 하였다. 아무래도 8월은 가을에 포함되어야 할 것이다. 5월은 '별이 빛나는 밤'이라는 부제가 붙어 있다. 여름밤 하늘을 수놓는 반짝이는 별들을 그린 곡이다. 6월은 '뱃노래'(바르카롤레)이다. 달빛이 휘영청한 강물 위에서 배를 타고 미끄러지듯 가는 장면을 연상케 하는 곡이다. 7월은 '추수꾼의 노래'이다. 밀과 옥수수를 수확하는 농부들의 즐거움을 그린 곡이다. 차이코브스키의 바이올린 협주곡 D 장조, 작품번호 35는 여름날에 대한 감흥을 아름답게 연상케 하는 작품이다. 열정적인 고음과 완숙한 저음이 조화를 이루는 놀랄만큼 감동적인 곡이다. 차이코브스키의 발레 '호두까기 인형'에 나오는 '꽃의 왈츠'도 여름기운을 느끼게 해주는 아름다운 곡이다. 대자연이 우리의 생활 속으로 번져 들어오는 느낌을 준다.


차이코브스키와 '사계' 포스터


요제프 하이든의 오라토리오 '사계'(Die Jhreszeten: The Seasons)에서도 여름 풍경을 엿볼수 있다. 하이든의 '사계'는 오라토리오 형태이지만 종교적인 오라토리오가 아니라 세속적인 오라토리오이다. 봄, 여름, 가을, 겨울의 네 파트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 파트는 해당 계절의 스토리를 간직하고 있다. 어라토리오라고 한 것은 형식이 레시타티브, 아리아, 합창으로 되어 있기 때문이다. 1801년에 비엔나에서 초연되었다. 파트 2의 무대는 시골이다. 먼동이 트기 전에 농부들이 일하러 나그는 모습부터 시작된다. 이어 해가 떠오르고 온 자연이 따듯함으로 감싸인다. 사람들은 햇빛을 내려 주신 하나님의 은혜에 감사한다. 한낮이 되어 날씨가 무더워진다. 곤충들이 붕붕거리며 날아다닌다. 목동의 피리 소리도 들린다. 오보에의 연주이다. 그런데 갑자기 폭풍이 몰려온다. 팀파니가 천둥소리를 낸다. 얼마후 폭풍이 그치자 모두 행복하다. 새들이 지저귀고 개구리도 목청을 높인다. 교회의 종소리가 들린다. 그리하여 여름날 하루의 일과가 끝난다.


하이든의 오라토리오 '사계'를 현대무용으로 표현한 공연. 슈투트가르트


베토벤의 교향곡 6번 F 장조, 작품번호 68, 일명 '전원'(Pastorale)에서도 여름날의 풍경을 접할수 있다. '전원 교향곡'은 베토벤이 1808년에 완성한 것으로 그해 12월 22일 비엔나의 테아터 안 데어 빈(Theater an der Wien)에서 초연을 가진 이래 전세계의 사랑을 받아온 작품이다. 전 5악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여름 풍경은 3악장과 4악장에서 만날수 있다. 3악장은 '시골사람들의 즐거운 모임'(Lustiges Zusammensein der Landleute)라는 부제이다. 확실하게 여름의 풍경이라고 말할수는 없지만 농부들이 들일을 마치고 한데 모여서 즐겁게 마시고 춤을 추는 장면을 연상할수 있다. 아마 초여름의 모습일지 모른다. 그러나 4악장은 단연 여름날의 모습이다. '폭풍'(Gewitter)이라는 부제가 붙어 있는 악장이다. 천둥과 번개가 치면서 소나기가 내리는 장면이 여실하게 표현되어 있다. 5악장도 여름의 연속이라고 볼수 있다. '목동의 노래, 폭풍 후의 즐겁고 감사한 기분'(Hirtengesang. Frohe und dankbare Gefühle nach dem Sturm)이라는 부제가 붙어 있는 악장이다. 농부들이 폭풍이 지나간 것을 기쁘게 감사하는 장면을 그린 것이기 때문이다.


베토벤과 전원교향곡


여름과 관련된 클래식 음악으로서 극음악인 '한여름 밤의 꿈'(A Midsummer Night's Dream)을 생각하지 않을수 없다. 제목부터가 여름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한여름 밤의 꿈'에서 '한여름'이라는 것은 매년 6월 23일을 전후한 성요한축제의 바로 전날 밤을 말한다. 성요한축제는 하지제라고도 부른다. 하지제의 전야는 원래 악마를 쫓아내기 위한 이교도의 의식이 행하여지는 밤이었다. 그래서인지 유럽에서는 일찍부터 하지제의 전날 밤에 괴이한 일들이 많일 일어난다는 전설이 있다. 신들이 광적인 파티를 열고 짝을 찾는 일도 바로 이날 밤에 일어난다고 했다. '한여름 밤의 꿈'은 그런 하지제의 전야에 한바탕 꿈을 꾸고 난듯한 소동을 의미한다. '한여름 밤의 꿈'에 대한 이야기가 세계적으로 유명하게 된 것은 셰익스피어의 코미디인 '한여름 밤의 꿈' 때문이다. 셰익스피어는 비극의 천재이지만 코미디에 있어서도 천재였다. 셰익스피어의 '한여름 밤의 꿈'은 너무나 유명해서 많은 작곡가들이 오페라로 만들려는 생각을 했지만 감히 시도하지는 못했다. 심오한 풍자적인 코미디를 음악으로 표현한다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영국인으로서 자존심이 걸린 문제라고 생각해서인지 17세기에 헨리 퍼셀이 '요정 여왕'(The Fairy Queen)이라는 제목의 오페라를 만들기는 했다. 하지만 이것도 실은 '한여름 밤의 꿈'에서 일부만을 발췌하여 오페라로 만든 것이다. 그러다가 마침내 1960년에 벤자민 브리튼이 뜻한바 있어서 연극의 전체 내용을 압축하여 3막의 오페라로 만들었다. 시간의 여유가 있으면 한여름의 밤에 이 오페라를 감상하는 것도 의미있는 일일 것이다.


브리튼의 '한여름 밤의 꿈'에서 아테네 왕 테세우스와 아마존 여왕 히폴리타의 결혼식 장면. 현대적 연출. 필라델피아 오페라


그보다도 멘델스존이 작곡한 극음악 '한여름 밤의 꿈'에서 몇 곡은 한여름의 더위를 가시게 만들어 주는 유쾌한 것이 아닐수 없다. 특히 이 극음악에 나오는 결혼행진곡이 그러하다. 예나 지금이나 결혼식에서 부부로서의 서약을 마친 신랑신부가 새 인생의 첫발을 내디디면서 행진할 때에 의례껀 연주되는 곡이 바로 멘델스존의 극음악 '한여름 밤의 꿈'에 나오는 결혼행진곡이다. 극음악이라고 하니까 생소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연극을 위해 만든 음악을 말한다. 멘델스존은 10대의 청소년일 때에 셰익스피어의 '한여름 밤의 꿈'이 너무 환상적이고 재미있어서 읽고 또 읽었다고 한다. 그래서 17세 때인 1826년에 우선 이 연극을 위한 서곡을 작곡했다. 그로부터 17년이 지난 1843년에 프러시아의 빌헬름 4세가 자기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한여름 밤의 꿈'을 연극으로 공연하게 되자 멘델스존에게 이 연극을 위한 음악을 몇 곡 작곡해 달라고 요청했다. 멘델스존은 이미 서곡을 작곡한 것이 있기 때문에 여기에 덧붙여서 극음악을 완성했다. 그리고 그중에서 결혼행진곡이 오늘날 전세계적으로 널리 연주되는 곡목이 되었다. 사실 '한여름 밤의 꿈'에 나오는 결혼행진곡이 전세계적으로 결혼식의 축가로 사용되기 시작한 것은 영국 빅토리아 여왕의 큰 딸인 빅토리아 공주와 프러시아의 프레데릭 왕자의 결혼식으로부터였다. 빅토리아 공주는 멘델스존의 음악을 무척 좋아하였고 연극 '한여름 밤의 꿈'을 위한 극음악으로 결혼행진곡이 있는 것을 알고 자기의 실제 결혼식에서 신랑과 함께 퇴장할 때의 음악으로 처음 사용했던 것이다. 이 결혼행진곡은 연극에서 아테네의 테세우스 왕과 아마존의 히톨리타 여왕이 결혼식을 올릴 때 나오는 것이다. 숲속의 요정의 나라에서 달빛이 교교하게 내려비치는 중에 울려나오는 힘찬 행진곡이다.


발레 '한여름 밤의 꿈'. 요정의 왕 오베론과 왕비 티타니아의 사랑의 장면, 캔사스 시티 발레의 공연. 멘델스존의 극음악을 사용했다.


헨델의 '수상음악'(Water Music)은 헨델이 당시 영국 국왕인 조지 1세를 위해 작곡한 것으로 템스 강을 유람하는 배에서 연주한 것으로 유명하다. 헨델의 '수상음악'은 지금부터 3백년도 더 지난 때인 1717년 한여름 밤인 6월 17일 밤 8시부터 처음 연주되었다. 조지 1세는 여러 귀족 및 귀부인들과 함께 화이트홀 궁전의 왕실 선착장에서 배를 타고 템스 강을 거슬러 올라가 첼시까지 유람하는 중에 조지 1세가 탄 배와 나란히 50명 연주자들이 탄 배가 운항하며 '수상음악'을 연주하였다. 이 장대한 광경을 구경하기 위해, 그리고 물론 헨델의 새로운 음악을 듣기 위해 수많은 런던 시민들이 템스 강변에 운집하였다고 한다. 조지 1세는 배를 타고 듣는 '수상음악'이 너무 좋아서 첼시에서 런던으로 돌아올 때에도 다시 연주토록 했다고 한다. 헨델의 '수상음악'은 세 파트로 구성되어 있는데 각 파트마다 미뉴엣, 부레등 우아한 춤곡과 장엄한 행진곡 풍의 음악이 포함되어 있어서 가히 축제분위기를 연출해 주었다. 일설에 의하면 헨델이 '수상음악'을 작곡한 것은 조지 1세 국왕으로부터 신임을 받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어찌되었든 헨델의 '수상음악'은 여름밤을 장엄하게 장식하는 유쾌한 음악이 아닐수 없다.


템스 강에서 배를 타고 헨델이 작곡한 '수상음악'을 즐기고 있는 조지 1세


여름을 그린 노래는 많이 있지만 연가곡으로서 엑토르 베를리오즈의 '여름 밤'(Les nuits d'été)은 우리에게 놀랍고도 신비스런 감흥을 주는 노래들이다. '여름 밤'은 여섯 곡의 노래로 구성된 작품이다. 원래는 메조소프라노 또는 테너를 위한 노래로 작곡되었으나 오늘날에는 소프라노와 바리톤도 부르는 연가곡이 되었다. 가사는 베를리오즈의 친구인 시인 테오필 고티에(Théophile Gautier)의 시집 '죽음의 희극'에서 여섯개의 시를 선정한 것이다. 여섯개의 노래는 '목가'(Villanelle), '장미의 혼'(Le spectre de la rose), '호숫가에서: 비탄'(Sur les lagunes: Lamento), '그대 없이'(Absence), '묘지에서: 달빛'(Au cimetiere; Clair de lune), '미지의 섬'(L'ile inconnue)이다. 시의 내용으로 보아서는 특별히 여름 밤을 연상케 하지는 않지만 멜로디의 순수함과 하모니의 화려하고도 섬세함은 여름 밤을 추상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베를리오즈가 1841년에 완성한 이 연가곡 '여름 밤'은 원래 솔로이스트와 피아노 반주를 위한 곡이지만 작곡자 자신이 나중에 오케스트라 반주로 만들었다. '여름 밤'은 어찌된 일인지 처음 발표된 이후 오랫 동안 사람들의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잊혀져 있었다. 그러다가 20세기에 들어와서 이 연가곡의 진면목이 인정을 받게 되었고 오늘날에는 베를리오즈를 대표하는 작품으로서 연주회의 스탠다드 레퍼토리로서 자리 잡게 되었다. 연가곡의 내용은 순수하던 젊은 시절에 사랑이 싹트고 사랑이 꽃피었지만 어느새 그 때의 사랑은 멀리 사라지고 새로운 사랑을 찾고 있다는 것이다.


'여름 밤'(Les nuits d'été)을 그린 그림. 윈슬로우 호머(Winslow Homer) 작품


모리스 라벨의 '물의 유희'(Jeux d'Eau)는 여름의 에센스를 마음 속에 담아 둘수 있는 또 하나의 아름다운 작품이다. 피아노 소품이다. 제목은 프랑스어로 '죄 도'라고 되어 있는데 우리말로 번역하기가 쉽자 않다. '물의 유희'라고 번역한 경우가 있고 '물의 희롱'이라고 번역한 경우도 있다. 그런가하면 영어로 번역한 제목도 여러가지이다. '분수'(Fountain)이라고 번역했는가 하면 '물 장난'(Playing Water)라고도 했고 '물 게임'(Wter Game)이라고 번역한 경우도 있다. 라벨은 Jeux d'Eau라는 제목에 대하여 '강의 신이 물결이 그를 간지르자 웃음을 터뜨린 것을 설명하는 제목이다'라고 말했다. 이를 프랑스어로는 Dieu fluvial riant de l'eau qui le chatouille라고 하는데 이는 앙리 드 레니에(Henri de Régnier)의 '물에 대한 찬양'(Cité des eaux)에서 인용한 문구이다. 그래서인지 이 작품에는 분수에서 물이 떨어지는 소리, 물을 뿌리는 소리, 폭포에서 물이 떨어지는 소리, 시냇물이 흘러가는 소리 등이 표현되어 있다. 라벨은 '물의 유희'를 작곡함에 있어서 프란츠 리스트의 '에스테 별장의 분수'(Les jeux d'eau a ;a Villa d'Este)로부터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라벨이 이 작품을 작곡할 당이세 그는 가브리엘 포레에게서 작곡 레슨을 받고 있었다. 라벨은 이 작품을 1902년에 완성하였는데 이를 스승인 포레에게 헌정하였다.


'물의 유희' 이미지


여름이라고 하면 낮이건 밤이건 즐겁고 시원한 뱃놀이가 생각나며 그러다보면 뱃노래가 떠오르기 마련이다. 예로부터 수많은 작곡가들이 뱃노래를 위한 음악을 만들었고 실제로 뱃놀이를 위한 음악이 아니더라도 뱃노래 스타일의 음악들을 작곡했음도 유념해야 할 것이다. 클래시컬 음악에서 뱃노래는 바르카롤레(Barcarolle)라고 한다는 것은 다 아는 사실이고 바르카롤레가 베니스의 곤돌라 사공들이 부르는 민요풍의 노래에서 유래했다는 것도 다 아는 얘기이다. 바르카롤레는 여름의 무더위를 식혀주는 청량제와 같은 음악이다. 듣고 있으면 기분이 삽쾌해 지는 것은 어쩔수 없는 일이다. 바르카롤레라고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곡이 오펜바흐의 오페라 '호프만의 이야기'에서 바르카롤레이다. 오페라에서는 시인 호프만이 사랑의 감정을 가진 베니스의 줄리에타와 호프만의 친구인 니클라우세가 듀엣으로 부른다. '아름다운 밤, 사랑의 밤'(Belle nuit, o nuit d'amour)라는 타이틀의 듀엣이다. '그로우브 오페라 참고서'(Grove Book of Operas)은 '호프만의 이야기'에서 바르카롤레의 멜로디가 세계에서 가장 사랑받고 있는 멜로디라고 규정했을 정도로 이 노래는 아름답고 로맨틱하다. 쇼팽의 피아노곡인 바르카롤레 F 샤프 장조도 세계의 사랑을 받고 있는 뱃노래 스타일의 작품이다.


오펜바흐의 '호프만의 이야기'에서 바르카롤레. 베니스 운하에서 줄리에타와 니클라우세가 곤돌라를 타고 부르는 듀엣이다. 한쪽에서는 호프만이 이들을 바라보고 있다. 시애틀 오페라 무대.


아리아로서의 바르카롤레는 18세기 말에 이탈리아에서 활약했던 조반니 파이시엘로의 바르칼로레가 있고 이어 '마탄의 사수'로 유명한 독일 낭만주의 오페라의 선구자 칼 마리아 폰 베버의 바르칼로레가 있으며 이탈리아 벨 칸토 오페라의 중심인물인 조아키노 로시니의 바르카롤레가 있다. 게타노 도니체티는 그의 오페라 '마리노 팔리에로'(Marino Faliero)의 오프닝은 베니스 배경이며 이 때에 곤돌라 사공들의 합창이 아름답게 흘러 나온다. 베르디의 오페라에서도 바르카롤레가 나온다. '가면무도회'(Un ballo in maschera) 1막에서 리카르도의 아리아 '부드러운 파도가 기다리고 있는지 말해 주오'(Di tu fidele il flutto m'aspetta)는 바르카롤레 스탈일이다. 사보이 오페라인 아서 설리반의 'H.M.S. 피나포어'에서도 유쾌하고 사랑스러운 바르카롤레를 들을수 있다. 프란츠 슈베르트의 가곡 중에도 바르카롤레를 연상케 하는 노래가 몇 곡이 있다. 대표적인 것으로는 '물에 붙이는 노래'(Auf dem Wasser zu singen)이다. 펠릭스 멘델스존은 그의 '무언가'(Lieder ohne Worte)에서 무려 세곡의 '베니스 곤돌라 노래'(Venetianisches Gondellied)를 포함하였다. Op 19의 여섯번째 곡은 안단테 소스테누토로 연주하라는 지시가 붙어 있다. Op 30의 여섯번째 곡에는 알레그레토 트란퀼로라는 지시가 적혀 있다. 그리고 Op 62의 다섯번째 곡은 안단테 콘 모토이다. 바르카롤레를 여러 감정으로 연주할수 있음을 보여주는 '무언가'이다. 차이코브스키의 피아노 작품인 '사계'에서 6월의 부제가 바르카롤레임은 이미 앞에서 설명한바와 같다. 가브리엘 포레의 솔로 피아노를 위한 13곡의 주옥과 같은 바르카롤레를 작곡했다. 이밖에도 안톤 루빈슈타인, 알렉산더 글라주노프도 바르칼로레를 남겼다.


바르카롤레는 베니스 곤돌라 사공들이 부르는 민요풍의 노래를 말한다. 이탈리아어에서 바르카롤레의 바르카(barca)는 보트를 의미한다.


20세기에 들어와서는 파라과이의 비르투오소 기타리스트이며 작곡가인 아우구스틴 바리오스의 '훌리아 플로리다'(Julia Florida)에 로멘틱한 바르카롤레가 포함되어 있다. 훌리아 플로리다는 바리오스의 제자였다. 브라질의 국민적 작곡가인 에이토르 빌라 로보스는 그의 바이올린과 첼로를 위한 피아노 트리오 2번 2악장을 바르카롤레 스타일로 작곡했다. 프랑스의 피아니스트이며 작곡가인 프란시스 뿔랑크는 '솔로 피아노를 위한 나폴리 모음곡'을 작곡하였다. 1악장이 바르카롤레이다. 조지 거슈윈의 피아노곡인 '파도의 춤'(Dance of the Waves)는 바르카롤레 그 자체이다. 미국의 작곡가인 네드 로렘(Ned Rorem: 1923-)은 피아노를 위한 세개의 바르카롤레를 작곡하였다. 레너드 번슈타인의 오페레타 '캔다이드'(Candide)에는 '왕의 뱃노래'(The King's Barcarolle)가 나온다. 러시아의 니콜라이 미야스코브스키(Nikolai Myaskovsky: 1881-1950)의 피나오 소나타 8번의 1악장은 바르카롤라이다.


레너드 번슈타인의 '캔다이드'에서 바르카롤레 장면. 로스안젤레스 오페라 무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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