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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 뮤직 베스트 10

정준극 2019. 8. 24. 09:59

해피 뮤직 베스트 10


이렇게 말하면 어폐가 있을지 모르지만 세상의 모든 음악은 어떤 형태의 것이든 마음에 기쁨을 주고 행복을 준다. 다만, 모차르트의 '진혼곡'이나 차이코브스키의 '비창 교향곡'을 듣고 행복한 마음이 된다는 것은 무리라는 것도 짐작한다. 하지만 일반적으로는 거의 모든 음악이 우리에게 기쁨을 준다. 그 중에서도 특히 우리를 행복하게 해주는 음악 베스트 텐을 선별해 보았다. 영국 BBC 뮤직 매거진의 조사 결과를 참조했다.


○ 하이든의 현악 4중주 '종달새'

하이든을 '현악 4중주의 아버지'라고 불리는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하이든은 다른 어느누구보다도 많은 68편의 현악4중주곡을 작곡했다. 많이 작곡했다고 해서 얘기가 되는 것이 아니라 하나같이 모두 아름다운 작품이기 때문에 하이든이 존경을 받고 있는 것이다. 아름답다는 것은 기쁨을 주는 것이라는 말과 같은 것이다. 하이든은 1790년에 여섯 편의 현악 4중주곡을 작곡했다. Op 64번이다. Op 64에 들어 있는 여섯 편의 현악 4중주곡 중에서 마지막의 것이 No 53, D 장조이다. 이 작품은 마치 봄날에 종달새가 하늘 높이 오르내리면서 아름답게 노래 부르는 것과 같다고 해서 '종달새'(The Lark)라는 부제가 붙어 있다. 이 곡을 들으면 아무리 마음이 우울해 있더라도 상쾌해 지고 명랑해 진다. 근심걱정이 사라진다. 여섯 편으로 구성된 하이든의 현악 4중주곡 Op 64는 그 전에 작곡한 현악4중주곡 Op 54와 Op 55와 함께 '토스트  4중주곡'이라고 부른다. 토스트 빵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 헝가리의 바이올리니스트로서 하이든의 동료의 이름이 토스트이다. 요한 토스트(Johann Tost)는 하이든의 모든 현악 4중주곡을 출판하는 일을 크게 도왔다. '토스트 현악4중주곡'이라는 것은 그런 의미에서 붙여진 타이틀이다. 하이든은 특히 현악 4중주곡 Op 64를 토스트에게 헌정하였다.


하이든이 현악 4중주 연주를 이끌고 있는 장면

                

○ 모차르트의 바이올린 협주곡 3번 G 장조 K 216 또는 바이올린 소나타 17번 C 장조 K. 296 

모차르트의 음악을 들으면 기분이 명랑해 진다고 말할수 밖에 없다. 모차르트는 모든 인류에게 음악으로 기쁨을 주기 위해 태어났던 것 같다. 하늘이 보낸 작곡가이다. 바이올린 협주곡 3번은 아름다운 멜로디가 마치 구름사이를 날아다니는 듯한 느낌을 준다. 바이올린 소나타 17번에서는 바이올린과 피아노의 절묘한 조화가 듣는 사람의 마음을 가볍게 만들어 준다. 이들 작품이 언제 어떻게 작곡되었는지를 설명하는 것은 오히려 이들 작품에 대한 감동을 느슨하게 해주는 것이 될 것 같아서 생략한다. 


바티칸에서 교황 베네딕트 16세의 80회 생일을 축하하는 바티칸 연주회에서 모차르트의 바이올린 협주곡 3번을 연주하는 힐라리 한. 지휘자 구스타보 두다멜. 2007. 4


○ 베토벤의 바이올린 소나타 5번 Op 24. '봄 소나타'

베토벤이라고 해서 심각한 음악만을 만든 것은 아니다. 무뚝뚝하게 생긴 모습과 전해 내려오는 특이한 성격, 그리고 잘 아는 대로 청각 상실로 인한 고통에 시달리는 그를 생각하면 그의 작품이 그럴수 밖에 없다는 생각을 갖게 하지만 그렇지도 않은 면이 많이 있다. '그대를 사랑해'(Ich liebe dich) 또는 '아델라이데'(Adelaide)를 들어보라. 얼마나 아름다운가! '엘리제를 위해서'를 들어보라. 얼마나 소박하게 아음다운지를! 바이올린 소나타 5번도 그러하다. 특히 2악장은 봄의 기쁨과 평안함을 느낄수 있는 차분한 음악이다.


베토벤의 '스프링 소나타' 음반. 바이올린에 헨리크 체링, 피아노에 아서 루빈슈타인


○ 슈베르트의 현악 5중주 '송어'(Die Forelle). D. 667

세차게 흐르는 강물을 힘차게 거슬러 올라가는 송어의 모습을 실감하게 하는 명랑하고 아기자기한 곡이다. 한마디로 기분이 상쾌해 지는 음악이다. 슈베르트 특유의 아름다움이 배어 있는 곡이다. 


'피아노 앞의 슈베르트'. 구스타브 클림트.


○ 프로코피에프의 '고전 교향곡'

프로코피에프의 교향곡 1번을 '고전 교향곡'이라고 부르는 것은 고전 시대를 대표하는 하이든과 모차르트의 음악으로부터 영감을 받아 작곡되었기 때문이다. 만일 이 교향곡을 듣고 마음이 개운하게 되지 않는다면 그건 듣는 사람의 마음 문이 열려 있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프로코피에프는 스탈린 정권으로부터 핍박을 받았다. 그래서 한때는 작곡가로서의 길을 포기하려고까지 생각했다. 프로코피에프는 오랫동안의 침묵 끝에 그래도 그가 나가야 할 길은 작곡이라고 믿어서 심기일전으로 만든 작품이 '고전 교향곡'이다. 생동감 넘치는 우아함이 배어 있는 작품이다. 


프로코피에프의 교향곡 1번


○ 모차르트의 '피가로의 결혼'에서 술라리아

모차르트의 '피가로의 결혼'은 한폭의 수채화 같다. 아름다운 부드러움이 넘쳐 흐르는 작품이다. 그중에서도 백작부인과 수잔나가 부르는 '술라리아'(Sull'aria), 일면 '편지의 2중창'은 마치 천상의 노래를 듣는듯 우아하게 아름답다. 백작부인의 편지를 수잔나가 받아 적는 장면이다. 백작부인이 '산들바람이'(술라리아)라고 부르면 수잔나가 '술라리아'라고 말하면서 받아 쓰는 장면이다. 영화 '쇼생크의 탈출'(Shawshank Redemption)에서 주인공인 앤디가 감옥소의 사무실에서 다른 사람들이 들어오지 못하게 문을 걸어 잠그고 '술라리아'의 음반을 틀어서 스피커를 통해 전 감옥소에 울려퍼지게 하는 장면을 기억할 것이다. 자유를 향한 한없는 희망을 말한 노래이다. 아무튼 참으로 아름다운 듀엣이다. 행복하게 해주는 듀엣이다.


칸소네타 술라리아. 백작부인과 수잔나의 듀엣

영화 '쇼생크의 탈출'에서 술라리아를 듣고 있는 죄수들. 하늘 높이 날아가는 자유를 생각했을 것이다.


○ 글링카의 '루슬란과 루드밀라' 서곡

느린 템포의 곡보다는 빠른 템포의 곡이 기분을 더 즐겁게 만든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루슬란과 루드밀라'의 서곡은 그야 말로 다운되어 있는 마음을 업시키는데 적격이다. 현악기를 연주하는 사람들이야 힘들겠지만 힘든만큼 듣는 사람은 기분이 상쾌해 진다.


'루슬란과 루드밀라'. 생페테르부르크 마리인스키


○ 아론 코플란드의 '호 다운'(Hoe Down)

미국의 아론 코플란드가 1942년에 발표한 발레곡 '로데오'(Rodeo)에 수록된 다섯 섹션의 음악 중에서 마지막 섹션의 곡이다. '호 다운'은 힐리 빌리 스타일의 경쾌하고 신나는 춤곡이다. 서부시대의 스퀘어 댄스가 바로 이 곡이다. 다섯 섹션의 음악을 소개하면, 1. 버카루 홀리데이(Bucharoo Holiday), 2. 목장의 야상곡(Corral Nocturn), 3. 목장 집에서의 파티(Ranch House Party), 4. 토요일 밤의 왈츠(Saturday Night Walz), 5. 호 다운(Hoe Down)이다.


호다운. 디즈니랜드


○ 구스타브 홀스트의 '목성

홀스트가 1차 대전 중인 1914년부터 1916년의 기간 동안에 완성한 7악장의 '행성'(The Planets)에서 네번째 곡이 목성(Jupiter)이다. '목성'에는 '기쁨을 가지고 오는 자'(Brionger of Jollity)라는 부제가 붙어 있다. 참고로 7 악장을 소개하면, 1. 화성(Mars). 전쟁을 가지고 오는 자(The Bringer of War), 2. 금성(Venus). 평화를 가지고 오는 자(The Bringer of Peace), 3. 수성(Mercury). 날개달린 메신저(The Winged Messenger), 4. 목성(Jupiter). 기쁨을 가지고 오는자(The Bringer of Jollity), 5. 토성(Saturn). 노년을 데리고 오는 자(The Bringer of Old Age), 6. 천왕성(Uranus). 마법사(The Magician), 7. 해왕성(Neptune). 신비함(The Mystic)이다. '목성'은 부제에서 볼수 있듯이 기쁨, 즐거움을 주는 음악이다.


기쁨을 주는 목성


○ 그리그의 '홀베리 모음곡'(Holberg Suite)에서 리고동

 '홀베리 모음곡'은 그리그가 덴마크-노르웨이의 위대한 극작가인 루드비히 홀베리(Ludvig Holberg)의 탄생 2백주년을 축하하기 위해 1884년에 완성한 모음곡이다. 일반적으로 '홀베리 모음곡'이라고 하지만 원래 제목은 '홀베리 시대로부터'(Fra Holbergs tid: From Holberg's Time)이다. 부제로는 '옛 스타일의 모음곡'(Suite in Olden Style)이다. 다섯 곡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마지막 곡이 '리고동'(Rigoudon)이다. 리고동은 16-17세기에 프랑스 프로방스 지방에서 유행했던 쾌활한 춤곡이다.


바로크의 리고동 춤


○ 로시니의 '세빌리아의 이발사'에서 피가로의 아리아 '나는 거리의 만능선수'

피가로의 아리아 '나는 거리의 만능선수'(Largo al factotum)는 유쾌한 노래이다. 후반부의 빠른 파사지를 들으면 속이 다 시원하다. 그리고 재미있다. 피가로가 자기를 선전하는 모습이 재미있다. 휘파람도 불고 고함도 지른다. 로시니의 '세빌리아의 이발사'는 서곡이 끝나고 잠시후에 피가로의 아리아가 나온다. 말하자면 전체 내용을 시사해 주는 장면이다.  


피가로의 '나는 거리의 만능선수'. 메트(피터 마테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