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미오와 줄리엣...가장많은 음악작품의 주제

셰익스피어의 '로미오와 줄리엣'(Romeo and Juliet)

가장 많은 음악작품으로 만들어진 스토리

오페라만 해도 30여편. 뮤지컬과 발레 포함

로렌스 신부에 의한 로미오와 줄리엣의 결혼식. 번베리 작

오페라의 주제로서 셰익스피어의 '로미오와 줄리엣' 만큼 많이 사용된 것도 없을 것이다. 그리스 신화의 주인공을 주제로 삼은 오페라도 많이 있지만 '로미오와 줄리엣'에 비하면 약소하다. 우선 '로미오와 줄리엣'을 주제로 삼은 오페라로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알아본다. 오페라가 처음 공연된 연대순으로 소개한다.

○ 요한 고트프리트 슈봐넨버거(Johann Gottfried Schwanenberger: 1737-1804)의 음악 드라마 '로메오와 줄리아'(Romeo e Giulia). 1773년 독일 브라운슈봐이크에서 초연

○ 게오르그 벤다(Georg Benda: 1772-1795)의 '로메오와 율리'(Romeo und Julie). 1776년 독일 고타(Gotha)에서 초연. 체코 출신의 작곡가. 체코어 타이틀은 Romeo i Dzhuletta 이다. 

○ 루이지 마레스칼키(Luigi Marescalchi: 1745-1806)의 발레 '줄리에타와 로메오'(Giulietta e Romeo). 1784년 만투아에서 초연

○ 니콜라스 달라야크(Nicolas Dalayac: 1753-1809)의 ''로미오와 줄리에트'(Romeo et Juliette). 부제는 '사랑을 위한 모든 것'(Tout pour l'amour). 1792년 파리에서 초연.

○ 다니엘 고틀리프 슈타이버트(Daniel Gottlieb Steibert: 1765-1823)의 무대작품 '로메오와 줄리에트'(Romeo et Juliette). 1793년 세인트 페터스부르크에서 초연. 독일 출신으로 러시아에서 활동

○ 니콜로 안토니오 칭가렐리(Niccolo Antonio Zingarelli: 1752-1837)의 '줄리에타와 로메오'(Giulietta e Romeo). 1796년 밀라노의 라 스칼라 극장에서 초연

○ 니콜라 바카이(Nicola Vaccai: 1790-1848)의 '줄리에타와 로메오'(Giulietta e Romeo). 1827년 바르셀로나에서 초연

니콜라 바카이의 '로메오와 줄리에타'. 2018년 페스티발 델라 발레 이트리아(Festival della Valle d'Itria)

○ 빈첸조 벨리니(Vincenzo Bellini: 1801-1835)의 '캬퓰레티가와 몬테키가'(I Capuleti e i Montecchi). 1830년 베니스의 라 페니체 극장에서 초연

○ 멜레시오 모랄레스(Melesio Morales: 1838-1908)의 오페라 '로메오와 훌리에타'(Romeo y Julieta). 1860년 멕시코 시티에서 초연. 멕시코 작곡가

○ 샤를르 구노(Charles Gounod: 1818-1893)의 '로미오와 줄리에트'(Romeo et Juliette). 1867년 파리 테아트르 리리크에서 초연

구노의 '로미오와 줄리엣'. 비토리오 그리골로와 디아나 담라우. 로열 오페라 하우스

○ 루돌프 켈터보른(Rudolf Kelterborn: 1931-)의 실내 오페라 '율리아'(Julia). 1890년 스위스에서 초연

○ 프레데릭 들리우스(Frederick Delius: 1862-1934)의 '로미오와 줄리엣의 마을'(A Village Romeo and Juliet). 1907년 베를린 코미셰 오퍼에서 초연. 영국 작곡가. 발레곡 '로미오와 줄리엣'은 1943년에 초연

○ 리카르도 찬도나이(Riccardo Zandonai: 188-1944)의 '줄리에타와 로메오'(Giulietta e Romeo). 1922년 로마 코스탄치 극장에서 초연

○ 세르게이 프로코피에프(Serei Prokofiv: 1891-1953)의 발레 '로미오와 줄리엣'(Romeo and Juliet). 1938년 브르노(현 체코 공화국)의 마헨 극장에서 초연. 프로코피에프는 발레곡을 바탕으로 세 편의 모음곡과 솔로 피아노곡을 완성했다. 러시아 작곡가

프로코피에프의 발레 '로미오와 줄리엣'. 볼쇼이 극장

○ 하인리히 주터마이스터(Heinrich Sutermeister: 1910-1995)의 '로메오와 율리아'(Romeo und Julia). 1940년 드레스덴에서 초연. 스위스 작곡가

○ 레너드 번슈타인(Leonrd Bernstein:1918-1990)의 뮤지컬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West Side Story). 1957년 뉴욕 브로드웨이에서 초연. 미국 작곡가

○ 하베이 슈미트(Harvey Schmidt: 1929-)의 뮤지컬 '판타스틱스'(The Fantastics). 1960년 뉴욕에서 초연. 셰익스피어의 '로미오와 줄리엣'과 '한여름 밤의 꿈' 바탕

○ 파스칼 뒤사팽(Pascal Dusapin: 1955-)의 '로메오와 줄리에트'(Romeo et Juliette). 1989년 몽플리에에서 초연. 프랑스 작곡가

○ 제라드 프레스귀르빅(erard Presgurvic: 1953-)의 뮤지컬 '로메오와 줄리에트'(Romeo et Juliette). 부제는 '사랑에 대한 미움'(la Haine a l'Amour). 2001년 파리에서 초연

○ 리카르도 코치안테(Riccardo Cocciante: 1946-)의 뮤지컬 '줄리에타와 로메오'(Giulietta e Romeo). 2007년 베로나에서 초연. 리카르도 코치안테는 가수 겸 작곡가, 극장인.

번슈타인의 뮤지컬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에서 마리아와 토니. 미네아폴리스 거스리 극장

'로미오와 줄리엣'을 주제로 삼은 여러 장르의 음악 작품 중에서 가장 뛰어난 작품들은 어떤 것일까? 역시 BBC로부터 자문을 받으면 다음과 같다.

○ 프로코피에프의 발레 '로미오와 줄리엣'

이 발레에 나오는 전체 52곡 중에서 13번째 곡인 '기사들의 춤'(Dance of the Knights)는 널리 알려진 곡이다. 영국 BBC의 비즈니스 스타일의 리얼리티 쇼인 The Apprentice(도제)의 주제곡으로 사용되어서 더욱 널리 알려졌다. The Apprentice에는 유명한 기업인인 알란 슈가를 비롯하여 카렌 브래디, 클로드 리서가 출연한 프로그램이다. 프로코피에프가 1935년에 완성한 '로미오와 줄리엣'은 오리지널과는 달리 해피엔딩으로 끝내는 것으로 줄거리를 잡았다. 그러나 소련의 문화예술 담당자들은 셰익스피어를 모욕하는 것이라며 이의를 제기했다. 이로써 발레 공연은 무기한 연기되었다. 설상가상으로 프라우다지는 프로코피에프를 퇴폐적인 모더니스트라며 비난했다. 프로코피에프는 당국의 핍박이 두려워서 더욱 공연을 꺼렸다. 그러다가 1938년에 오늘날의 체코공화국의 브르노에서 초연될수 있었다. 이러한 에피스도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프로코피에프의 '로미오와 줄리엣'은 친근감있는 아름다운 음악으로 널리 사랑을 받고 있다.

'기사들의 춤'

○ 베를리오즈의 '로메오와 줄리에트'.

엑토르 베를리오즈가 1839년에 완성한 '로메오와 줄리에트'는 교향곡과 오페라의 콤비네이션이다. 하지만 구조적으로는 교향적 요소가 더 풍성하다. 오케스트라 자체가 드라마의 스토리를 이끌어 간다는 느낌이다. 그러다보니 성악 파트가 오케스트라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적은 역할을 한다. 다만, 피날레에서는 성악이 충분한 역할을 한다. 베를리오즈가 '로메오와 줄리에트'를 음악으로 세팅해야 겠다고 생각한 것은 1827년이었다. 그때 그는 런던에서 이 연극을 보고 깊은 감동을 받았다. 이 때 줄리에트 역은 당대의 배우인 해리엣 스미슨(Harriet Smithson)이 맡았다. 베를리오즈는 영어를 거의 하지 못했지만 단번에 해리엣을 사랑하게 되었다. 베를리오즈는 해리엣과 1833년에 결혼하였다.

베를리오즈의 '로미오와 줄리에트'. 더치 내서널 오페라/발레

○ 차이코브스키의 환상적 서곡 '로미오와 줄리엣'

차이코브스크의 환상적 서곡 '로미오와 줄리엣'에서 사랑의 테마는 오늘날 가장 사랑받고 있는 레퍼토리의 하나가 되어 있다. 다른 예술 분야에서 이 곡을 인용하는 경우도 많은 것만 보아도 알수 있다. 우수에 넘쳐 있는 듯한 간절한 사랑의 마음이 그대로 표현되어 있는 곡이다. 하지만 이 곡이 1870년에 처음으로 연주되었을 때 사람들의 반응은 미지근했었다. 이어서 1876년에 비엔나에서 연주되었을 때에는 사람들이 야유를 보내기도 했다. 그후 차이코브스키는 세번이나 이 곡을 수정하였다. 오늘날 사랑받고 있는 이 곡은 1880년에 세번째로 수정한 버전이다. 

러시아 클린에 있는 차이코브스키 기념상

○ 구노의 '로미오와 줄리엣트'

셰익스피어의 '로미오와 줄리엣'을 음악으로 세팅한 작품 중에서 가장 훌륭하고 가장 오리지널에 근접한 작품이 샤를르 구노의 오페라 '로미오와 줄리에트'일 것이다. 초연에서 이 작품은 약간의 문제가 있었다. 가장 문제가 되었던 것이 적당한 로미오를 구하기가 힘들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공연이 지연되었고 구노는 마지막 막을 초연을 앞 둔 마지막 순간에 대폭 수정하지 않을수 없었다. 결국 로미오는 테너 피에르 쥘르 미쇼가 맡았다. 파리 리릭크 극장에서의 초연은 대성공이었다. 몇년후 이 오페라는 파리 오페라로 자리를 옮겼다. 이때에 줄리에트는 아델리나 패티가 맡았고 로미오는 장 드 레츠케가 맡았다. 역시 대성공이었다. 이 오페라는 대체로 셰익스피어의 오리지널 스토리를 유지하였다. 다만, 마지막 무덤의 장면만이 조금 다르게 각색하였다. 오리지널에는 로미오가 줄리엣이 이미 죽은줄 알고 독약을 마시고 죽으며 잠사 후 깨어난 줄리엣은 로미오가 죽은 것을 알고 따라서 죽는 것으로 되어 있다.  구노의 버전에서는 이 불운의 커플이 모두 죽지 않고 마지막으로 아주 긴 마지막 듀엣을 부르도록 되어 있다. 그후 로미오는 독약을 마시고 죽고 줄리엣은 단검으로 자신을 찔러 로미오를 따라서 죽는 것으로 되어 있다.

1867년 파리 초연에서 줄리에트의 이미지를 창조한 마미 캬롤린 미올란 카르발로(Marie-Caroline Miolan Carvalho)와 로미오의 이미지를 창조한 피에르 쥘르 미쇼(Perre-Jules Michot). 세번째는 1888년부터 파리 오페라에서 공연되기 시작한 이 오페라에서 줄리에트 역을 맡은 아델리나 패티(Adelina Patti)와 로미오의 역을 맡은 장 드 레츠케(Jean de Reszke).

○ 레너드 번슈타인의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West Side Story)는 '로미오와 줄리엣'을 현대 뮤지컬로 만든 가장 잘 알려진 작품이다. 대본은 작곡가이기도 한 스테픈 손드하임미 맡았다. 그는 16세기의 베로나를 1950년대의 뉴욕으로 옮겼다.  폴랜드 이민자  청년 모임인 제츠(Jets)는 몬타그가 사람들로 대신했고 푸에르토 리코 이민자 청년 모임인 샤크(Sharks)는 캬퓰레티가 사람들로 대신했다. 여기에 번슈타인의 재치 넘치고 정감이 넘치는 음악이 두 젊은이(토니와 마리아)의 비극적인 운명을 감동적으로 표현해 주고 있다. 가장 유명한 곡은 토니와 마리아의 듀엣인 Tonight 일 것이다.

영화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에서 토니(리챠드 바이머)와 마리아(나탈리 우드). 1961년. 뉴욕 웨스트 사이드의 로미오와 줄리엣.

○ 니노 로타의 '로미오와 줄리엣'

1968년도 프랑코 체피렐리 감독의 영화 '로미오와 줄리엣'의 음악은 이탈리아의 니노 로타(Nino Rota: 1911-1979)가 작곡한 것이다. 이 영화에는 여러 형태의 음악들이 등장한다. 노래, 성가, 춤곡, 심지어는 이리저리 거닐고 다니는 트롬본 연주자를 위한 곡까지 있다. 그런 중에도 가장 널리 알려진 곡은 사랑 주제의 노래들이다. 예를 들면 What Is a Youth, A time For Us, Ai Giochi Addio 등이다. 이 영화에서 줄리에트 역은 당시 16세였던 올리비아 허세이가 맡았고 로미오 역은 당시 17세 였던 레너드 화이팅이 맡았다. 원래 체피렐리 감독은 로미오 역에 비틀스의 폴 맥카트니를 생각했으며 졸리엣 역은 17세의 안젤리카 허스튼(Anjelica Huston)을 염두에 두었으나 두 사람 모두 사정이 있어서 출연하지 못했다. 니노 로타의 음악은 '찬란하다' '감동적이다' '화려하다' 등등의 평을 받았다. BBC 뮤직 매가진은 '중독될 것 같은 음악이다. 사카린처럼 달다'고 말했다.

프랑코 체피렐리 감독의 영화 '로미오와 줄리엣'. 올리비아 허세이와 레너드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