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오페라 집중 소개/화제의 300편

조지 벤자민의 '양피지에 쓴 글' - 207

정준극 2019. 6. 22. 12:35

양피지에 쓴 글(Written on Skin)

조지 벤자민의 3파트 15장면 오페라

13세기 프로방스 지방의 전설따라 삼천리가 주제


조지 벤자민


오페라 중에서 가장 엽기적이고 섬뜩한 작품이라면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살로메'를 우선 생각한다. 그런데 그보다 한술 더 뜨는 오페라가 있다. 영국의 조지 벤자민George Benjamin: 1960-)이 음악이 붙이고 마틴 크림프(Martin Crimp: 1956-)가 대본을 쓴 '양피지에 쓴 글'이다. 영어 제목에는 Skin 이라는 단어가 나오는데 이는 중세에 책을 만들때 사용한 동물의 가죽(피부), 특히 양의 가죽, 즉 양피지를 말한다. '양피지에 쓴 글'에는 자기의 부인과 불륜을 저질렀다는 소년을 죽이고 그 심장을 꺼내어 부인으로 하여금 강제로 먹도록 하는 장면이 나온다. 작곡자인 조지 벤자민은 올리비에 메시앙의 제자로서 '양피지에 쓴 글'은 그의 첫번째 풀 스케일 무대작품이다. 이 오페라는 프랑스의 액상 프로방스 페스티발이 의뢰한 것이다. 액상 프로방스의 음악감독인 베르나르 포크루예(Bernard Foccroulle)는 조지 벤자민과 마틴 크림프에게 프로방스 지방과 관련된 내용의 오페라 작곡을 의뢰했다. 마틴 크림프의 딸이 프로방스 지방의 전설들을 조사하여 13세기에 심장을 먹도록 한 삼각관계의 괴기 전설을 찾아냈고 그 전설을 아버지에게 제공했다.


그렇게 하여 완성된 '양피지에 쓴 글'은 2012년 액상 프로방스 페스티발에서 처음 공연되었다. 작곡자 자신이 지휘를 맡았으며 소프라노 바바라 하니건(Barbara Hannigan)이 아녜스의 이미지를, 카운터테너 베준 메타(Bejun Mehta)가 청년 화가의 이미지를, 베이스 바리톤 크리스토퍼 퍼브스(Christopher Purves)가 영주의 이미지를 각각 창조하였다. 초연은 커다란 호평을 받은 것이었다. 즉각적으로 21세기를 장식하는 걸작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이듬해에는 런던의 코벤트 가든과 파리의 오페라 코미크로 자리를 옮겨 공연되었다. 이 세 공연을 조지 벤자민이 모두 지휘하였다. 이어 모스크바에서도 무대에 올려졌다. 생페터스부르크에서는 마침 국제음악원주간(International Conservatoire Week)이 진행되고 있어서 이 때에 영국에서 온 젊은 성악가들이 콘서트 형식으로 공연하였다. 대본을 쓴 마틴 크림프는 조지 벤자민의 첫번째 소규모 오페라인 '리틀 힐'(The Little Hill)의 대본도 썼다. 이 오페라도 프랑스의 음유시인인 귀욤 드 카베스탄(Guillaume de Cabestanh)의 전설을 바탕으로 삼은 것이다. 귀욤 드 카베스탄의 이야기는 조반니 보카치오의 '데카메론 야화'에도 나온다.


숲에서의 보호자와 소년


'양피지에 쓴 글'은 3 파트에 15 장면으로 나뉘어진다. 부유한 지주는 그림에 뛰어난 재능이 있는 소년에게 가족에 대한 기록물을 그리도록 고용한다. 소년과 지주의 부인인 아녜스는 서로에게 끌린다. 지주는 부인이 그의 권위 밖에서 행동하자 분노하여 소년을 죽이고 그의 심장을 꺼내어 부인에게 먹도록 한다. 아녜스는 자살을 택한다. 천사가 현대의 관점에서 사건의 하나하나에 대한 코멘트를 한다. 음악과 관련하여서 어떤 평론가는 '섬광처럼 반짝이며 신비스러운 소리'라고 표현했다. 또 다른 평론가는 조지 벤자민의 음악이 '오늘날까지 보아온 음악 중에서 가장 활기에 넘쳐 있으며 육욕적인 것으로부터 폭발전인 분노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포용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조지 벤자민과 마틴 크림프 콤비의 '양피지에 쓴 글'이 성공을 거두자 로열 오페라 하우스는

이들에게 또 하나의 작품을 의뢰하였다. 그렇게 하여 나온 것인 '사랑과 폭력의 교훈'(Lessons in Love and Violence)이다. 2018년에 로열 오페라 하우스에서 초연되었다.


아녜스


등장인물들은 다음과 같다.


- 아녜스(Agnes: S). 지주의 젊은 부인

- 보호자(Protector: B-Bar). 부유한 지주. 지역의 영주와 같은 위치이다.

- 소년/첫번째 천사(Boy/First Angel: Countertenor). 소년은 사본 채식사

- 마리/두번째 천사(Marie/Second Angel: Ms). 마리는 아녜스의 여동생

- 존/세번째 천사(John/Third Angel: T). 존은 마리의 남편

이밖에 천사들, 문서 기록인들.


[파트 1] 1장 (천사들). 천사들이 글을 양피지에 써서 남기던 시절인 800년 전으로 데려간다. 천사들이 주인공들을 소개한다. 부유한 지주인 '보호자'(Protecto)는 순결과 폭력을 함께 탐닉하는 사람이다. 그는 젊은 부인 아녜스를 그의 소유물로 생각한다. 천사 중의 하나가 소년으로 변신한다. 소년은 양피지에 글이나 그림을 그리는 일을 한다. 사본 채식사이다. 2장 (보호자, 아녜스, 소년). 보호자는 소년에게 그자기의 생애를 치하하는 책을 만들어 달라고 요청한다. 보호자는 자기의 적들은 지옥에, 자기의 가족들은 천국에 있는 모습으로 그림을 그려달라고 부탁한다. 소년은 보호자에게 자기가 그린 그림을 샘플로 보여준다. 아녜스는 소년을 믿지 못한다. 아녜스는 아직 소년인 그가 자기들의 생애를 그림으로 제대로 표현할수 있을지 의심한다. 하지만 아녜스의 의견은 남편인 보호자에 의해 기각된다. 3장 (천사들) 천사들은 성경에 나오는 창세기 이야기가 얼마나 잔혹했었는지를 회상한다. 특히 이브가 아담을 유혹하여 결국 에덴 동산에서 추방 당한 이야기를 회상한다. 천사들은 여자에 대하여 적대감을 표현한다. 4장 (아녜스와 소년). 아녜스는 책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있는지를 보고 싶어서 남편 모르게 소년의 작업실을 찾아간다. 소년이 아녜스에게 이브의 그림을 보여주자 아녜스는 소리 높이 웃으면서 이런 무의미한 모습이 아니라 남자들이 보고 성적인 충동을 느낄수 있는 그런 진짜 여인의 모습을 그려보라고 주문한다.


아녜스와 소년. 액상 프로방스 페스티발


5장 (보호자, 존, 마리). 겨울이 가까워 온다. 보호자는 아녜스의 태도가 변한 것같아서 왜 그런지를 곰곰히 생각해 본다. 아녜스는 거의 말도 하지 않고 먹지도 않는다. 그런가하면 남편에게 등을 돌리는 경우도 많아 진다. 밤에는 아무 얘기도 없이 그저 잠만 자는 것 같다. 하루는 아녜스의 여동생인 마리와 그의 남편인 존이 찾아온다. 마리는 갑자기 이 집에서 가족에 대한 책을 만들기로 했다는 소리를 듣고 의아해 한다. 그리고 그 일을 위해 고용된 소년이 마치 가족처럼 대우를 받는 것도 이상스럽게 생각한다. 보호자는 마리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고 소년을 대하는 태도가 차갑자 화를 내며 가족에 대한 책은 중요하므로 소년의 역할이 크다면서 소년 편을 들어준다. 그러면서 보호자는 마리와 존에게 다시는 이 일에 대하여 방해를 받고 싶지 않으니 자기 집을 찾아오지 말라고 위협하듯이 말한다. 6장 (아녜스와 소년). 그날밤, 소년이 아녜스의 침실을 찾아와서 안케스가 원하는 그림을 보여준다. 아녜스는 그림 속의 여인을 처음에는 알아보지 못했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니 자기 자신의 모습인 것을 알게 된다. 두 사람은 침대에 누워있는 매혹적인 여인의 모습을 함께 들여다보고 있다가 어느새 서로에게 이끌리게 된다. 아녜스는 자기의 몸을 소년에게 맡긴다.


소년의 작업실을 찾아간 아녜스


[파트 2] 7장 (보호자의 악몽). 보호자는 자기 지역의 백성들이 그 책에 대하여 반란을 일으키는 꿈을 꾼다. 이어서 이상한 소문이 나도는 꿈도 꾼다. 그 책의 어떤 비밀 페이지에 아녜스가 소년과 함께 침대에 누워 있는 그림이 있다는 꿈이다. 8장 (보호자와 아네스). 꿈에서 깨어난 보호자는 아녜스를 찾는다. 아녜스는 창문에 서서 보호자의 부하들이 마을을 태우고 있는 것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다. 아녜스는 보호자에게 자기를 안아주고 키스해 달라고 요청한다. 하지만 보호자는 아녜스의 그런 요구를 불쾌하게 여긴다. 그러면서 아녜스에게 아직도 어린아이 티를 벗지 못했다고 하면서 나무란다. 아녜스는 남편이 자기보고 어린아이와 같다고 하면서 무시하자 화가 나서 남편에게 '그러면 그 소년에게 가서 내가 어떤 여자인지를 물어보라'고 말한다. 9장 (보호자와 소년). 숲에서 소년과 마주친 보호자는 소년에게 '누구와 함께 잤는지? 혹시 아녜스가 아닌지?'를 묻는다. 소년은 아녜스를 보호하고 싶은 생각에서 아녜스의 여동생인 마리와 잤다고 거짓말한다. 보호자는 소년의 대답에 만족하여 집으로 돌아가서 아녜스에게 '소년이 창녀와 같은 당신의 여동생과 잤다고 합디다'라고 말해준다. 10장 (아녜스와 소년). 아녜스는 보호자의 말을 믿어서 소년에게 자기를 배신했다고 심하게 비난한다. 소년은 아녜스를 보호하기 위해 거짓말을 한 것이라고 말한다. 아녜스는 소년에게 다른 사람들은 상관 없고 오직 자기 자신만을 보호한 것이라고 말한다. 아녜스는 소년에게 만일 소년이 진정으로 자기를 사랑했다면 진실을 말해야 하고 보호자가 자기를 어린아이 취급한데 대하여 벌을 주어야 마땅하다고 말한다. 아녜스는 소년에게 보호자를 대단히 독선적인 인물로 그려 달라고 부착한다.


아녜스의 불륜에 분노하는 보호자


[파트 3] 11장 (보호자, 아녜스, 소년). 소년은 보호자와 그의 부인인 아녜스가 있는 자리에서 그가 그린 그림들을 보여준다. 흉악한 인물들을 그린 그림이다. 보호자가 이들 그림은 지옥을 그린 것을 터이니 천국을 그린 그림을 보여 달라고 요청한다. 소년은 이것이 천국을 그린 그림이라고 대답한다. 소년은 보호자에게 흉악한 인물들 중에서 그의 가족들이 있는지를 보라고 말한다. 아녜스가 소년에게 이 그림이 천국을 그린 것이라면 지옥을 그린 그림도 있을 것이니 보여 달라고 말한다. 그러자 소년은 글씨가 쓰여진 어떤 페이지를 보여준다. 하지만 아녜스는 글씨를 읽을줄 모르기 때문에 무슨 내용인지 모른다. 소년은 보호자와 아녜스에게 비밀 페이지를 남겨 둔채 자리를 뜬다. 12장 (보호자, 아녜스). 보호자가 '비밀 페이지'의 글을 읽는다. 소년은 그가 아녜스와 가진 육체관계를 구체적으로 적어 놓은 것이다. 글을 읽고 난 보호자는 불같이 화를 낸다. 하지만 아녜스는 소년이 자기가 원하는 바를 정확하게 설명해 놓았기 때문에 오히려 만족한다. 아녜스는 남편의 분노는 상관하지 않고 소년에게 사랑이란 글자가 어떤 것이냐고 묻는다. 13장 (천사들과 보호자). 천사들은 잔인하신 하나님이 인간을 창조하실 때에 남자를 복잡한 욕망의 존재로 창조하셨다고 설명한다. 그래서 남자들로 하여금 인간인 것을 수치스럽게 여기도록 했다고 덧붙인다. 보호자는 소년을 숲으로 데려가서 죽인다.


아녜스를 학대하는 보호자


14장 (보호자와 아녜스). 보호자는 아녜스가 그에게 완전히 복종하게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보호자와 아녜스는 긴 테이블에 마주보고 앉아 있다. 보호자는 아녜스에게 지금 제공하는 음식을 먹음으로서 자기에 대한 복종심을 보이라고 말한다. 보호자는 아녜스가 음식을 먹기 시작하자 계속적으로 맛이 어떠냐고 묻는다. 아녜스가 맛이 좋다고 말하자 순간 격노한다. 보호자는 아녜스에게 소년의 심장을 먹었다고 밝힌다. 아녜스는 어떤 폭력을 쓰더라도 그의 입에서 소년의 심장의 맛을 빼앗아 갈수는 없다고 선언한다. 15장 (소년/천사 1). 소년은 천사로서 다시 나타나서 또 한장의 그림을 보여준다. 아녜스가 공중에 매달려 있는 그림이다. 보호자가 아녜스를 죽일 생각으로 아녜스에게 달려간다. 그러나 아녜스는 보호자가 자기에게 오기 전에 발코니에서 뛰어내려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세명의 천사들이 그림의 공백은 관중들의 몫이라고 말한다. [사족: 양피지에 쓴 글은 Amor(사랑)이란 단어를 말한다.)


천사와 소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