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오페라 집중 소개/화제의 300편

휴고 웨이스갈의 '에스더' - 224

정준극 2019. 7. 11. 12:03

에스더(Esther)

Hugo Weisgall(휴고 웨이스갈)의 3막 오페라

 

휴고 웨이스갈

 

구약성경 에스더에 나오는 파사(페르시아)제국의 에스더 왕비에 대한 이야기를 미국의 휴고 웨이스갈(Hugo Weisgall: 1912-1997)이 3막 오페라로 만들었다. 1993년 10월 뉴욕시티오페라가 초연했다. '에스더'는 유태여인 에스더가 파사제국 아하수에로(크세르크세스) 왕의 왕비가 되기까지의 이야기, 그리고 총리대신 하만(Haman)이 유태인들을 몰살하려는 음모를 사전에 차단하고 사악한 하만을 징계하는 영웅적인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에스더의 용기있는 행동으로 인하여 파사제국에 살고 있던 미즈라히(Mizrahi) 유태인들은 그후로도 오래도록 안전하게 살수 있었다. 유태인들은 에스더에 의한 유태인의 해방을 기념하기 위해 매년 부림절(Purim)을 경축하고 있다. 에스더를 주인공으로 삼은 작품들은 과거에 더러 있었다. 웨이스갈은 팔레스트리나, 헨델, 다리우스 미요와 함께 에스더를 주인공으로 삼은 작품을 남긴 작곡가이다.

 

뉴욕시티오페라의 에스더 공연

                

오페라 '에스더'는 웨이스갈의 마지막 오페라로서 열번째 작품이다. '에스더'는 '작가를 찾는 여섯 주인공'(Six Characters in Search of an Author)과 함께 웨이스갈의 가장 대표적인 작품이다. 웨이스갈은 이들 오페라로서 20세기 미국을 대표하는 작곡가로서의 명성을 굳혔다. '에스더'의 무대 배경은 페르시아이지만 웨이스갈은 오페라 '에스더'에 페르시아 풍의 음악을 도입하지 않았다. 이 오페라는 포스터 모더니즘 작품으로 간주되고 있으며 구체적으로는 제2 비엔나 학파의 영향을 많이 받은 작품으로 알려져 있다. 그렇다고 해서 작품 전체가 무조의 성격을 띠었다는 것은 아니다.

 

1993년 뉴욕시티오페라 초연 장면. 유진 페리(크세르크세스), 로렌 플라니간(에스더), 사악한 하만과 부인 제레슈가 크세르크세스왕의 노여움을 받아 벌을 받는다.

                 

휴고 웨이스갈은 유태인 가정에서 태어났다. 그의 아버지를 비롯하여 4대 선조가 모두 유태교 회당의 칸토(Cantor)였다. 말하자면 유태교 회당의 솔리스트 겸 합창지휘자였다. 그런 배경 때문에 웨이스갈은 어려서부터 중부 유럽의 유태인 음악에 젖어 살았으며 리같은 음악적 배경은 훗날 그의 작품 활동에 많은 영향을 주었다. 오페라 '에스더'도 예외일수가 없다. '에스더'는 샌프란시스코오페라가 위촉한 것이지만 무슨 사연인지 1990년에 중단되었다. 그러다가 뉴욕시티오페라가 설립 50주년 기념으로 웨이스갈에게 다시 부탁하여 1993년에 완성된 것이다. '에스더'는 1993년에 첫 선을 보인후 자취를 감추었다가 2009년에 뉴욕시티오페라가 리바이벌하였다. 2009년의 공연에서 에스더 역할은 1993년에 타이틀 롤을 맡았던 소프라노 로렌 플라니간(Lauren Flanigan)이 맡아서 새로운 감동을 주었다.

 

에스더 역의 로렌 플라니간과 모르드개 역의 제임스 맛달레나

 

'에스더'의 초연은 대성공이었다. 미국 오페라 역사에 있어서 중요한 획을 긋는 작품이라는 평을 받았다. 뉴욕 타임스는 '웨이스갈이 커튼 콜을 받았을 때 박수 소리가 어찌나 우레와 같았던지 사람들은 혹시 베르디가 죽음에서 살아나서 박수를 받는줄 알았다'고 썼다. 또 다른 신문은 '더 이상 완벽할수 없는 성공이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같은 1993년 초연의 고무적인 반응에도 불구하고 '에스더'는 그후 리바이벌 되지 않고 있다가 뉴욕시티오페라가 2009/20 시즌에 리바이벌하였다. 등장인물은 에스더(S), 에스더의 삼촌인 애국자 모르드개(Mordecai: Bar), 비그탄(Bigthan: T), 테레시(Teresh: B), 쫓겨난 왕비 바슈티(Vashti: MS), 파사제국의 총리대신인 하만(Haman: T), 파사제국의 왕 크세르크세스(아하수에로: Xerxes: Bar), 헤개(Hegai: 카운터테너), 하만의 부인인 제레슈(Zeresh: MS) 등이다.

 

에스더가 죽음을 무릅쓰고 왕을 만나러 가니 왕이 반가히 맞이한다. 뉴욕시티오페라.

 

이야기는 고대 페르시아(파사)의 수도 수사(Susa)에서 시작한다. 파사제국의 크세르크세스(아하수에로)왕은 왕비 바슈티(와스디)가 왕명을 거역하자 왕비의 자리에서 추방하고 새로운 왕비를 구하기로 한다. 수사에는 아름다운 유태인 처녀인 에스더가 삼촌인 모르드개와 살고 있다. 모르드개는 에스더에게 왕궁의 하렘에서 들어 오라고 한다는 소식을 전한다. 쫓겨난 왕비 바슈티는 크세르크세스에게 복수하기 위해 술잔에 독약을 넣어 죽이고자 한다. 모르드개가 이 음모를 발견하여 왕에게 고한다. 왕은 모르드개에게 치하한다. 왕의 총리대신으로 하만이라는 사람이 있다. 교만하여 백성들로 하여금 자기에게 경배토록 하였으며 그것도 모자라 자기의 모자를 걸어 놓고 여기에 경배토록 한다. 하지만 여호와를 경외하는 모르드개는 하만의 모자에 절을 하지 않는다. 하만과 그의 사악한 부인인 제레슈는 모르드개를 징벌하는 김에 제국에 있는 모든 유태인을 아달월 13일에 제거한다는 음모를 꾸민다. 하만에게 모든 정사를 일임한 크세르크세스는 하만이 가져온 유태인 제거의 서류에 서명을 한다. 왕의 조서에 의하면 아달월 십삼일 하루 동안에 모든 유태인을 젊은이 늙은이 어린이 여인들을 막론하고 죽이고 도륙하고 진멸하고 또 그 재산을 탈취하라고 되어 있다.

 

왕비가 된 에스더(소프라노 로렌 플라니간)

 

이같은 사실을 알게 된 모르드개는 이제 왕비가 된 에스더에게 크세르크세스를 만나서 유태 백성들을 위해 하만의 계획을 중지해 달라고 간청한다. 그런데 당시 법에 의하면 왕이 부르지도 않았는데 찾아가면 참수형을 당하도록 되어 있다. 에스더는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자기 백성들을 위해 용감하게 왕을 찾아간다. 왕은 에스더를 책망하지 않고 용서한다. 그리고는 무슨 청탁이든지 모두 들어주겠다고 기쁘게 얘기한다. 에스더는 저녁의 연회에서 요구할 것을 말하겠다고 하며 왕을 연회에 초대한다. 에스더는 왕에게 자기가 유태인임을 비로소 밝히고 하만과 그의 아들이 유태인들을 이유없이 죽이고자 하니 구원해 달라고 간청한다. 크세르크레스 왕은 이미 전국에 왕의 조서를 내렸으므로 취소할수는 없다고 하자 에스더는 그러면 유태인들이 자신들을 방어할수 있도록 허락해 달라고 요청한다. 그리하여 유태인들은 살아남을수 있었다. 하만은 크세르크세스 왕의 노여움을 받아 크게 고난을 당하였다. 그로부터 유태인들은 에스더를 찬양하고 그날의 해방을 축하하기 시작했다.

 

하만이 크세르크세스왕의 노여움을 받아 크게 징벌을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