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오페라 집중 소개/화제의 300편

존 머스토의 '같은 날 저녁 후에' - 281

정준극 2019. 9. 6. 13:37

같은 날 저녁 후에(Later the Same Evening)

존 머스토의 7장 오페라

미국 사실즈의 화가 에드워드 호퍼의 작품으로부터 영감을 받아 작곡한 오페라


곡가 겸 피아니스트인 존 무스토와 메트로폴리탄 프리마 돈나인 부인 에미 버튼


미국의 사실주의 화가로서 에드워드 호퍼(Edward Hopper: 1882-1967)라는 사람이 있다. 주로 1930년대 대공황시기의 뉴욕생활을 그렸지만 힘들게 사는 서민층의 모습이 아니라 보통 사람들의 모습을그렸다. 대공황 중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활의 멋을 잃지 말자는 메시지인 것 같다. 그의 유화 작품들은 대단한 사랑을 받아서 뉴욕의 국립미술관을 비롯한 미국 유수의 미술관에 전시되어 있다. 그 중에서 다섯 작품이 대표작으로 꼽히고 있다. '뉴욕의 방'(Room in New York), '호텔 창문'(Hotel Window), '호텔 룸'(Hotel Room), '복도 쪽의 두 사람'(Two on the Aisle), 그리고 '오토마트'(Automat)이다. 이 다섯 작품으로부터 영감을 얻어서 오페라가 만들어졌다. 미술작품으로부터 감동을 받아서 오페라를 만든 경우는 과거에도 한두편이 있었다. 예를 들면 영국의 윌렴 호가스가 그린 '어느 난봉꾼의 행로'에서 영감을 얻어 이고르 스트라빈스키가 '난봉꾼의 행로'(The Raker's Progress)를 작곡한 것이다. 그런데 현대에도 그림작품으로부터 영감을 받아 만들어진 오페라가 나왔다는 것은 새로운 시도가 아닐수 없다. 브루클린 출신의 작곡가 겸 피아니스트인 존 머스토(John Musto: 1954-)가 작곡한 '같은 날 저녁 후에'(Later the Same Evening)이다. 존 머스토는 여러 장르의 작품을 작곡한 중에 오페라는 지금까지 모두 4편을 만들었다. '볼포네'(Volpone: 2004), '같은 날 저녁 후에'(Later the Same Evening: 2007), '바스티아넬로'(Bastianello: 2008), '검사관'(The Inspector: 2011) 이다. 사족이지만 존 무스토의 부인은 메트로폴리탄 프리마 돈나인 에미 버튼(Amy Burton)이다. 대본은 마크 캠벨(Mark Campbell)이 맡았다. 그가 대본을 쓴 오페라 '사일렌트 나이트'(고요한 밤)은 퓰리처 음악상을 받은 것이다. '같은 날 저녁 후에'는 2007년 메릴랜드대학교 클레리스 스미스 공연예술센터에서 메릴랜드 오페라 스튜디오에 의해 초연되었다.


맨하튼 음악학교의 공연. 뒷 벽에는 호퍼의 그림이 걸려 있다.


1932년 뉴욕의 어느날 초저녁, 스토리는 서로 따로따로이며 만나면 싸우기만 하는 커플, 그리고 무엇인가 박탈당한 개인들에 대한 것으로 진행된다. 이들은 브로드웨이 뮤지컬에서 서로 우연히 만난다. 잠시나마 함께 있었던 이들은 공연이 끝나자 밖으로 나오지만 갑자기 소나기를 만난다. 소나기 때문인지 이들은 원래대로 따로따로의 생활로 돌아간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몇몇 케이스는 해피엔딩이다. 마크 켐벨의 대사는 톡톡 튀는 맛이 있다. 그러면서도 비탄에 젖은 독백이 있는가하면 신랄한 대화도 곁들인다. 그런 대화를 하면서도 이들은 서로 다른 사람의 걱정을 알지 못한다. 호퍼의 다섯 그림에서 주인공들이 마치 현실로 튀어 나온듯 각자가 희망과 그리움과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 나간다. 등장인물들은 다음과 같다. 컷 사진들은 모두 호퍼의 다섯 유화이다.


- 엘레인 오닐(Elaine O'Neill). 거스 오닐의 부인

- 거스 오닐(Gus O'Neill). 광고회사 경리 매니저

- 에스텔르 오글소프(Estelle Oglethorpe)

- 루스 볼드윈(Ruth Baldwin). 댄서로 성공하지 못해 고향으로 돌아가는 여인.

- 로날도 카브랄(Ronaldo Cabral). 에스텔르의 데이트 상대

- 셀마 야블론스키(Thelma Yablonski). 극장의 좌석 안내원

- 지미 오키프(Jimmy O'Keefe). 린치버그에서 온 청년.

- 발렌티나 스카르첼라(Valentina Scarcella). 이탈리아에서 온 여인


1장. 뉴욕의 어떤 아파트. 엘레인 오닐이 피아노 앞에 앉아서 낮에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를 재잘거리면서 얘기하면서 한편으로는 '웟다야세이'(Wahtdayasay?)라는 노래의 악보를 마치 금방이라도 피아노를 치려는 듯 눈여겨 보고 있다. 이 노래는 브로드웨이 뮤지컬인 Tell Me Tomorrow에 나오는 것이다. 오늘 저녁에 엘레인과 남편 거스가 함께 보러가기로 되어 있는 뮤지컬이다. 남편 거스는 신문을 읽고 있으면서 일부러 엘레인의 재잘거리는 얘기에 관심을 두지 않는다. 거스는 간혹 '어 신문에 이런 애기가 나왔네'라면서 들으라는 듯이 코멘트를 한다. 거스는 어떤 광고회사의 경리 매니저인데 신문에 광고회사 얘기나 경리와 관련된 기사가 있으면 더구나 관심을 보인다. 갑자기 두 사람은 극장에 갈 시간이 다 되었음을 알고 서두른다. 거스가 혼자서 먼저 거실에서 나가자 엘레인은 남편이긴 하지만 어딘가 낮선 사람같은 인상을 받는다. 거스와 엘레인의 모습이 창문을 통해서 밖에서 보인다. 사람들은 아마 이 부부가 상당히 다정한 관계인 듯 생각하겠지만 실제에 있어서는 남남과 같은 부부이다. 혼자서 나갔던 거스가 다시 방으로 돌아와 엘레인에게 어서 나오지 않고 무얼 하느냐고 말한다. 엘레인은 마치 화가 난듯 거스를 본체만체하며 성급하게 방에서 나간다. 엘레인이 나가자, 거스는 그 기회를 이용해서 클랜시라고 하는 단골 바에서 만날 사람에게 전화를 건다.


뉴욕의 어떤 방. 거스는 신문을 읽고 있고 엘레인은 피아노 앞에 앉아서 오늘 저녁 브로드웨이에서 볼 뮤지컬 '내일 얘기해 주세요'에 나오는 노래를 유심히 생각하고 있다.


2장. 호텔 로비. 에스텔르 오글소프가 카브랄이 도착하기를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다. 에스텔르로서는 남편 제임스가 세상을 떠난 후에 처음 가지는 다른 남자와의 데이트이다. 에스텔르는 호텔 창문을 통해서 내다보기만 한다. 사람들이 거리를 바쁘게 다니고 있다. 에스텔르는 사람들이 그리니치에 파묻혀 살고 있는 자기를 부르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호텔 창문. 에스텔르가 미스터 카브랄이 도착하기를 기다리고 있다.


3장. 거리. 거스는 어서 클랜시 바에 가고 싶은 마음이다. 이곳에 가면 직장에서, 또 가정에서의 좌절감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을수 있기 때문이다. 거스의 여러 업무 중에는 펄아덴트 치약 회사의 광고비를 계상하는 일도 있다.


4장. 젊은 여인들을 위한 허드슨 호텔의 어떤 방. 루스 볼드윈이 라디오를 끈다. 마침 펄아덴트 치약에 대한 선전이 나오고 있었다. 루스는 그가 방금 전에 쓴 편지를 읽어본다. 남자친구에게 쓴 편지이다. 뉴욕에서 댄서로 성공하지 못해서 고향인 인디애나폴리스로 돌아가겠다는 내용이다. 남자친구에 보내는 Dear John(헤어지자는 내용) 편지이다. 루스는 짐싸는 것을 마치고 마지막으로 창문을 통해 밖을 내다본다. 루스, 에스텔르, 엘레인(극장으로 가는 중이다) 모두 그들의 현재 생활에서 벗어나고 싶은 생각이다. 카브랄이 호텔 로비에 도착해서 기다리고 있는 에스텔르와 함께 극장으로 간다. 루스는 슈트케이스를 닫고 떠난다. 엘레인도 극장으로 향하고 있는 중이다.


호텔 룸. 짐은 싸 놓은 루스가 자기가 쓴 남자친구에게 헤어지자는 내용의 편지를 읽어보고 있다.


5장. Temm Me Tomorrow가 공연되고 있는 브로드웨이 극장이다. 로우스와 셀뎐 시걸 부부가 극장 안으로 들어와서 자리를 찾아 앉는다. 두 사람은 무언지 계속 말다툼을 한다. 이탈리아의 파르마에서 온 우아한 부인인 발렌티나 스카르첼라가 역시 극장 안으로 들어와서 자기 자리에 앉아서 프로그램을 읽는다. 발렌티나는 영어를 잘 하지 못한다. 엘레인이 들어온다. 그의 뒤를 따라서 린치버그에서 온 청년인 지미 오키프가 들어온다. 엘레인은 한장 남은 표를 지미에게 주어서 극장으로 오도록 한바 있다. 셀마 야블론스키가 엘레인과 지미의 자리를 안내해 준다. 조 할란드(Joe Harland)가 극장 안으로 들어와서 셀마 야블론스키에게 댄서인 여자친구가 곧 도착할 것이니 잠시만 기다렸다가 안내해 달라고 부탁한다. 그러면서 조 할란드는 여자친구에게 청혼하려고 생각하고 있다는 말까지 덧붙인다. 이번에는 에스텔르와 카르발이 들어온다. 잠시후 극장 안의 조명이 어두워진다. 지미는 엘레인에게 뉴욕에 처음 왔으며 더구나 브로드웨이 뮤지컬을 처음 보는 것이므로 굉장히 흥분된다고 말한다. 뮤지컬의 서곡이 연주된다. 여자친구를 기다리던 조 할란드가 극장 밖으로 나간다. 그밖에 다른 사람들은 모두 스테이지 위에서 벌어지는 드라마를 열심히 관람하고 있다. 시간이 흘러서 극장 안의 조명이 다시 들어온다. 뮤지컬이 끝났다. 모두 일어서서 밖으로 나간다. 발렌티나는 이탈리아어로 뮤지컬의 내용이 무엇인지 충분히 이해하지 못했다고 하면서 약간의 불만을 말한다. 아마도 미국이라는 새로운 나라에 와서 조금 두려웠던 모양이다.


복도 쪽의 두 사람. 로우스와 셸던 시걸 부부가 자리를 찾아 앉는다. 두 사람은 계속 말다툼을 한다.


6장. 극장 출입문의 차양 아래이다. 갑자기 소나기가 쏟아진다. 엘레인, 지미, 로우스, 셀던, 카르발, 에스텔르가 어쩔수 없이 극장 출입문의 차양 아래에 모여들어 소나기를 피한다. 장소가 비좁은데 잠시후에는 발렌티나까지 차양 아래로 끼어든다. 거리 저쪽에서는 조 할란드가 루스가 보낸 편지를 손에 꽉 움켜 잡고서 절망감에 빠져 있다. 루스가 보낸 편지는 뉴욕에 더 이상 살수가 없으므로 고향으로 돌아간다는 내용이다. 즉, 조 할란드와의 이별을 선언하는 편지이다. 루스는 이미 기차를 타고 뉴욕을 떠나 지금은 필라델피아에 도착할 예정이다. 루스는 뉴욕을 떠난 것이 아무래도 잘못했다는 생각으로 후회하지만 이미 기차는 계속 달리고 있다. 지미는 엘레인이 있는 뉴욕으로 옮겨와서 살 생각을 한다. 비가 그치자 사람들은 택시를 타던지 또는 걸어서 집으로 돌아가기 시작한다. 엘레인도 막 떠나려는데 남편 거스가 극장 앞에 나타난다. 거스는 술을 상당히 마신듯하다.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할 정도이기 때문이다. 거스는 엘레인에게 쓰러질듯 기대면서 자기는 분명히 좋은 남편이 아니라고 말한다. 엘레인이 거스에게 정신 차리라는 듯이 한 대 때린다. 그러더니 거스를 부축해서 집으로 향한다. 엘레인은 거스와 함께 가면서 계속해서 뮤지컬 공연이 이러니 저러니하고 떠든다.


7장. 오토마트(Automat). 셀마는 뉴욕에 와서 극장의 안내원이나 하는 자기의 신세를 생각해 본다. 그렇지만 아무튼 뉴욕은 신나는 도시라는 생각이다. 셀마가 집으로 돌아가려 할 때에 조 할란드가 나타난다. 조는 셀마에게 여자친구가 떠났다고 말한다. 오늘 청혼까지 하려고 했는데 편지 한장 남겨두고 떠났다는 것이다. 조는 셀마에게 한잔 살테니 가자고 말한다. 딱 한잔만 하고 그 다음에 커피한잔을 마시자고 말한다. 셀마는 어서 집으로 가야한다고 말한다. 조는 그러면 저기 지하철역까지 함께 걸어가자고 말한다. 셀마가 '그래요'라고 대답한다. 이제 비는 완전히 그쳤다.



오토마트(자동판매기). 공연이 끝난 후 셸마가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