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 이야기/오페라 팟푸리

오페라에서의 축배의 노래 톱 10

정준극 2019. 10. 3. 07:29

오페라/오페레타를 빛나게 하는 축배의 노래 톱 10

The Top 10 Operatic Drinking Songs


가장 많이 불려지는 노래는 '라 트라비아타'에서의 브린디시

가장 사랑받는 축배의 노래는 오페레타'박쥐'에서의 '샴페인의 노래'


오페라의 스토리는 사랑과 배신과 복수 등이 어울려지는 것이 일반이지만 그런 중에도 흥겨운 축배의 장면도 있어서 흥을 돋아주고 있다. 사람들은 사랑을 위해서 축배를 들고 증오와 복수를 다짐하면서도 잔을 든다. 그리고 말할 나위도 없이 와인과 샴펜 그 자체를 위해서도 잔을 높이 든다. 이탈리아 오페라/오페레타, 보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이탈리아어 대본의 오페라/오페레타에서 축배의 노래가 많이 등장한다. 그런 점에서 축배의 노래에 대한 베르디의 기여는 크다. '라 트라비아타' '리골레토' '오텔로' 등에 나오는 축배의 노래는 누구나 잔을 들고 싶어 할 정도로 사랑하는 노래들이다. 그렇다고 베르디 자신이 노상 축배의 노래를 부르면서 지낼 만큼 애주가라는 것은 아니다. 술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었다. 그건 그렇고 수많은 오페라/오페레타에서의 축배의 노래 중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축배의 노래 10곡을 선정해 보았다.


1. 베르디의 '라 트라비아타'에서 '축배의 노래'

브린디시(Brindisi) 또는 '리비아모'(Libiamo)라고 알려진 듀엣과 합창이다. 1막 비올레타의 저택에서 열리는 파티에 참석한 시골청년 알프레도가 사람들의 권유에 의해 축배의 노래를 부르기 시작한다. 그 노래를 들은 비올레타가 자기도 모르게 흥이 나서 잔을 높이 들고 알프레도의 축배의 노래에 화답하며 노래를 부른다. 이어 파티에 참석한 사람들도 잔을 높이 치켜 들고 합창한다. '브린디시'라는 단어는 '건배' 또는 '축배'라는 뜻이다. 영어로는 토스트(Toast)이다. 알프레도와 비올레타의 듀엣을 '리비아모'(Libiamo)라고 부르는 것은 이 노래 가사의 첫 소절에 리비아모라는 단어가 나오기 때문이다. 그래서 실은 콘서트에서 이 노래를 부를 때에는 제목을 Libiamo ne'leiti calici(리비아모 넬레이티 칼리치)라고 적는다. 그 뜻은 Let's drink from the joyful cups. 이다. 굳이 번역하면 '우리 모두 즐거운 잔으로부터 마시자'이다. Brindisi 라는 단어는 이탈리아어로 Toast라는 뜻이지만 어원은 고대 독일어에서 나온 것이라고 한다. 독일어에서 (Ich) bringe dir's. 즉 '당신에게 권합니다'라는 말이 이탈리아로 건너와서 Brindisi라는 단어로 줄여졌다고 한다. '라 트라비아타'에서의 리비아모는 두말할 필요도 없이 흥겨운 노래이다. 인생을 엔조이하자는 기분이 넘쳐나는 노래이다. 그러나 이러한 화려함과 흥겨움 뒤에는 아무도 알지 못하는 비극이 도사려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리비아모의 첫 소절들만 소개한다.


Libiamo, libiamo ne'leiti calici che la belleza infiora(마시자, 마시자 아름답게 장식한 기쁨의 잔을 들고)

E la fuggeval ora s'inebri a volutta(사라지는 시간 쾌락에 취해서)

Libiamo ne'dolci fremiti(마시자 아름다운 전율로서)

Che suscita l'amore...(사랑을 북돋우며)


이 가사를 우리나라에서는 이렇게 번역하기도 했다.

[마시자 마시자 이 밤에 꽃으로 장식된 잔을 들고

잠시도록 환락에 취하도록

마시자 사랑을 북돋우는 흥겨운 전율 속에..]

              

알프레도(후안 디에고 플로레스)와 비올레타(디아나 담라우)의 리비아모. 2018년 12월 메트로폴리탄


2. 요한 슈트라우스 2세의 '박쥐'에서 '샴페인의 노래'

오페라 또는 오페레타에 나오는 축배의 노래 중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것은 '라 트라비아타'의 브린디시라고 한다면 가장 사랑받고 있는 것은 요한 슈트라우스 2세의 오페레타 '박쥐'(Die Fledermaus) 2막에 나오는 '샴페인의 노래'일 것이다. 가사의 첫 소절이 Im Feuerstrom der Reben 이기 때문에 콘서트에서는 '포도의 불타는 맛 속에'라는 제목으로 소개되는 노래이다. 이 노래는 단순히 샴페인의 사랑스럽고 불타는 듯한 맛을 음미하자는 내용이 아니다. 앞으로 전개되는 모든 오해와 혼란이 바로 샴페인 때문에 생긴다는 것을 예고해 주는 것이다. 리비아모와 마찬가지로 솔로가 나오고 합창이 뒷받침하는 형식이다. 다른 사람들이 합세한다는 것은 그만큼 분위기가 고조되어 가고 있음을 뜻한다. 파티에서 오를로프스키 공자가 선창하는 '샴페인의 노래'의 처음 파트만 가사를 소개한다. 한편, '박쥐'에서는 1막의 피날레에서 알프레도와 로잘린데가 '마시자...'라는 축배의 노래(Trinklied)를 듀엣으로 부르는 것이 있다. 하지만 역시 2막에서의 '샴페인의 노래'가 더 할수 없이 명랑하고 사랑스럽다.


Im Feuerstrom der Reben tra la la(포도의 불타는 맛 속에, 트랄라라..)
sprüht ein himmlisch' Leben.Tra la la(천상의 생활이 반짝이네. 트랄라라...)
Die Könige. die Kaiser,(제왕이나 황제나)
sie lieben Lorbeerreiser,(월계수 가지를 사랑하지만)
doch lieben sie daneben(그들은 또한)
den süßen Saft der Reben(포도의 달콤한 주스를 사랑하였다네) 

            

'박쥐'에서의 샴페인의 노래 장면.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브레바드 대학교 스캇 콘서트 홀. 자니에크 오페라단과 브레다브 페스티발 오케스트라. 2018년


3. 마스카니의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에서 '포도주 찬가'

스메타나는 그의 '팔린 신부'에서 쌉쌀한 거품이 넘쳐 나는 맥주에 대하여 찬사를 아끼지 않았지만 마스카니는 그의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에서 거품이 이는 달콤한 포도주에 대하여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Intanto, amici, qua...Viva il vino spumeggiante 이다. '친구들이여 우선 거품이 이는 포도주를 위해 건배를'이다. 군대에 갔다가 제대하여 고향에 돌아온 투리두는 애인인 롤라가 다른 남자와 이미 결혼까지 하자 허탈하고 절망하여서 술에 절어 지낸다. 부활절 아침이다. 모두들 성당에 가서 부활절 미사를 드린다. 미사가 끝나고 사람들이 성당에서 나오자 투리두는 이들에게 술한잔씩 하자면서 그의 어머니 마마 루치아의 주점으로 초대한다. 아이스크림과 같은 투리두의 아리아와 불처럼 활활 타오르는 듯한 합창, 그리고 소프라노가 어울리는 노래이다. '포도주 찬가'의 앞부분 가사는 다음과 같다. '거품이는 포도주를 위해 건배/어느 여인의 미소처럼/유리잔 속에서 반짝이며/기분 좋게 만든다네/우리를 명랑하게 만들고/감미로운 흥겨움 속에/우울한 기분을 잊게 하는/멋있는 와인을 위해 건배/당신의 행운을 위해 건배/마시자 잔을 채우자/거품이 이는 포도주 만세'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의 '포도주 찬가'


4. 베르디의 '오텔로'에서 축배의 노래

오텔로가 자기를 부관으로 승진시키지 않자 불만을 품은 이아고는 '나는 잔인한 신을 믿노라'라고 말한 것처럼 오텔로를 파멸시키기 위해서 비열한 음모를 꾸민다. 이아고는 주점에서 자기 대신에 부관으로 승진한 카시오를 만나 그에게 짐짓 술을 권하면서 축배의 노래를 부른다. 이아고의 속마음을 알지 못하는 카시오도 이아고의 건배의 노래에 화답하여서 와인을 찬미하는 노래를 부른다. 이아고와 카시오의 듀엣 형태인 이 노래의 첫 파트만을 소개한다. 콘서트에서는 Inaffia l'ugola(이나피아 루골라)라는 제목으로 알려진 곡이다. 베르디는 오페라에서 축배의 노래를 자주 사용하였다. 대표적인 것이 '라 트라비아타'의 브린디시이다. 하지만 다른 오페라에서의 축배의 노래도 이에 못지 않게 뛰어나다. '오텔로'에서의 축배의 노래도 그러하다. 그런데 '활슈타프'에 나오는 축배의 노래도 대단히 뛰어나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일반적으로 베르디의 오페라에서 축배의 노래는 셰익스피어 원작을 오페라로 만든 작품에서 뛰어나다는 얘기들이다. '막베스' '오텔로' '활슈타프'이다. 그러나 다른 작곡가들의 오페라에서도 뛰어난 축배의 노래들이 많이 있으므로 베르디만을 소개할수가 없어서 '먁베스'와 '활슈타프'의 축배의 노래는 일단 생략한다. 


[이아고]

Inaffia l'ugola(목에 부어넣으라)

Trinca, trincanna(마시자, 벌컥벌컥 마시자)

Prima che svampino(사라지기 전에)

canto e bicchier(노래와 술잔이)

[카시오]

Questa del pampino(와인은 진정한 만나)

verace manna di vaghe annugola(매혹적인 환상이)

(rebbie il pensier.(마음을 구릅처럼 덮네)


'오텔로'에서 축배의 노래를 부르는 이아고. 샌프란시스코 오페라


5. 모차르트의 '돈 조반니'에서 '샴페인 아리아'

돈 조반니가 순진한 시골 처녀인 체를리나를 유혹하기 위해 마을 사람들을 자기 집으로 초대하여 파티를 여는 중에 부르는 비교적 짧은 아리아이다. 노래는 짧은 편이지만 이 노래를 통해서 돈 조반니의 또 다른 성격을 간파할수 있다. 여자도 좋아하지만 술도 좋아한다는 사실이다. 하기야 여성편력에 술이 빠지면 말이 안되는 일이기도 하다. 모차르트의 천재적인 산뜻함이 담겨 있는 아리아이다. 처음 파트의 가사를 소개한다. 콘서트에서는 Finch'han dal vino 라는 제목으로 소개되는 아리아이다.


Finch' han del vino(와인으로 뜨거운 마음이)
Calda la testa(될 때까지)
Una gran festa(걸직한 파티를)
Fa' preparar(준비하세)
Se trovi in piazza(광장에서 아가씨를 찾으면)
Qualche ragazza(이곳으로 데려오라)
Teco ancor quella cerca menar(마음껏 춤을 추게 되기를)
Teco ancor quella cerca menar(마음껏 춤을 추게 되기를)


'돈 조반니'에서 건배를 외치는 돈 조반니. 글라스고우 왕립극장. 2013. 바리톤 토마스 알렌. 가면을 쓴 세 사람은 돈나 안나, 돈나 엘비라, 돈 오타비오.


6. 비제의 '카르멘'에서 '투우사의 노래'

'투우사의 노래'가 무슨 축배의 노래냐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실은 투우사 에스카미요가 술집에 나타나서 부르는 노래이다. '투우사의 노래'라고 해서 투우사가 투우장에서 부르는 것이 아니라 노래를 부르는 사람이 투우사일뿐, 술집에서 술잔을 권하면서 부르는 노래인 것이다.  그래서 '투우사의 노래'(Chanson du Toreador)라고 알려져 있지만 '당신에게 건배'(Votre toast)라고도 부르는 노래이다. 물론 가사의 내용 중에 투우사로서의 어려움에 대하여, 그리고 투우사들은 항상 목숨을 거는 위험한 싸움을 하기 때문에 쾌락을 추구하는 일도 많으므로 함부로 사랑에 빠지면 곤란하다는 내용도 나오기는 한다.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한잔 마시게 술이나 주시오'라고 시작하는 노래이다. Votre toast, je peux vous le rendre(당신의 축배를 내가 받고 싶소이다)라고 시작한다. 그리고 노래의 중간에 Couplets du Toreador(투우사를 조심하시오)라는 가사가 반복해서 나온다.

           

'카르멘'에서 에스카미요의 '투우사의 노래'. 2막 주점의 장면에서 부르지만 4막 투우장의 장면에서도 나온다. 4막에서는 합창이 함께 나온다. 휴스턴 그랜드 오페라


7. 지그문트 롬버그의 '황태자의 첫사랑'에서 축배의 노래와 합창

독일 하노버 출신의 작가 빌헬름 마이어 회르스터(Wilhelm Meyer Forster: 1862-1934)가 1901년에 발표한 희곡 '알트 하이델베르크'(Alt Heidelberg: Old Heidelberg)를 바탕으로 헝가리 출신의 미국 작곡가인 지그문트 롬버그(Sigmund Romberg: 1887-1951)가 '학생 왕자'(The Student Prince: Der Studenten Prinz)라는 제목의 오페레타/뮤지컬로 만들었다. 1924년 12월 브로드웨이에서 초연된 이 오페레타/뮤지컬은 너무나 인기를 끌어서 브로드웨이에서 총 608회의 공연을 기록하였다. '학생 왕자'는 1920년대에 브로드웨이에서 공연된 뮤지컬중 최장 공연기록을 세운 작품이었다. 이 뮤지컬이 세계적으로 더 널리 알려지게 된 것은 미국에서 만들어진 영화 덕분이었다. 칼 황태자 역은 에드먼드 퍼돔이 맡았지만 그의 노래는 테너 마리오 란자가 불렀다. 우리나라에서는 '학생왕자'를 '황태자의 첫사랑'이라고 번역했다. 칼 황태자가 대학도시인 하이델베르크에 와서 학교친구들과 함께 캐티의 주점에서 맥주잔을 높이 들고 '마시자, 마시자, 마시자'(Drink, drink, drink)라고 노래 부르는 장면이 있다. 한때 이 노래는 술좌석이 있으면 언제나 등장하는 노래가 될 정도록 인기를 끌었다. 비록 오페라의 축배의 노래는 아니지만 '학생황자'(황태자의 첫사랑)를 오페레타의 장르에 넣는다면 당연히 톱 10의 축배의 노래에 들어간다.


영화 '황태자의 첫사랑'(학생왕자)에서 축배의 노래를 부르는 칼 황태자(에드먼드 퍼돔). 노래는 마리오 란자이다.


8. 베를리오즈의 '파우스트의 겁벌'에서 '브란더의 노래' (또는 '쥐의 노래')

오페라에서의 유명 아리아는 주인공들이 부르는 것이 일반적인데 '파우스트의 겁벌'에서는 파우스트 또는 메피스토펠레가 '축배의 노래'를 선창해서 부르는 것이 아니라 주점에서 맥주를 마시던 학생들 중에서 한 학생이 자청해서 '축배의 노래'를 부르는 것이다. 그 학생의 이름이 브란더(Brander)이기 때문에 '파우스트의 겁벌'에 나오는 축배의 노래를 '브란더의 노래'(Chanson de Brander)라고 부른다. 파우스트와 메피스토펠레가 학생들이 맥주를 마시는 주점에 들렸던 것이다. 브란더가 부르는 축배의 노래는 술을 찬미하는 내용이 아니라 어떤 쥐에 대한 이야기이다. 쥐와 건배가 무슨 상관이 있겠느냐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아무튼 그런 우화같은 내용의 노래를 불러서 다른 사람들의 취흥을 돋구게 된다면 비록 '마시자, 마셔'라는 가사의 직접적인 축배의 노래는 아니더라도 같은 종류의 노래로 간주할수 있다. 일단, 브란더가 부르는 쥐의 노래가 어떤 내용인지 소개한다. 암컷 쥐 한마리가 부엌에서 편안하게 지내고 있다. 어떤 가사에는 교회의 부엌으로 되어 있다. 쥐는 수도승과 같은 생활을 하고 있다. 그 쥐가 어느날 쥐약을 먹고 소동을 부린다. 정신없이 뛰어다니고 사방을 긁는 등 난리를 친다. 마치 발정기에 접어든 암컷 쥐와 같다. 쥐는 정신이 없는 중에 난로가 있자 멋도 모르고 그 안으로 뛰어든다. 쥐는 통쥐구이가 된다. 마음씨 고약한 하녀가 통쥐구이가 된 그 쥐의 불운을 조소한다. 쥐는 발정이 나면 더운 곳을 좋아한다고 한다. 사람들은 쥐가 독약을 먹어서 어쩌다가 난로 속으로 들어간 것을 모르고 발정이 나서 그랬다고 생각한다는 내용이다. 브란더의 노래의 첫 구절이 Certain rat, dans la cuisine(부엌에 있는 어떤 쥐)이기 때문에 콘서트에서는 이 소절을 노래의 제목으로 소개하고 있기도 하다. 브란더의 노래가 끝나자 주점에 있던 모든 학생들은 푸가 풍의 '아멘'을 불러 브란더의 노래에 화답한다. 메피스토펠레는 브란더의 노래를 칭찬하고 그에 대한 답례로서 저 유명한 '벼룩의 노래'(Une puce genille chez un prince)를 부른다. 옛날 어떤 왕이 벼룩 한 마리를 자식처럼 애지중지하였다. 벼룩은 훈장을 받고 장관이 된다. 벼룩은 왕비와 귀부인들의 치마 속으로 들어가서 그들을 물어 가렵게 하지만 누구도 그 벼룩을 잡아서는 안된다. 그러나 메피스토펠레는 그 벼룩을 잡아 죽이겠다는 내용이다. 축배의 노래가 쥐와 벼룩에 대한 내용으로 도배 되는 것은 참으로 특이하다고 말할수 있다. 주점은 라이프치히에 있는 아우어바흐 켈러이다.


'파우스트의 겁벌'에서 브란더의 노래. 볼쇼이 극장.


9. 오펜바흐의 '라 페리콜'에서 '아, 대단한 만찬'

오펜바흐의 오페레타 '라 페리콜'(La Perichole)에서 주인공인 거리의 가수인 페리콜이 부르는 '아, 대단한 만찬'(Ah! Quel diner)은 축배의 노래가 아니라 이미 술에 취해 있으면서 부르는 노래이다. 페루의 총독이 거리에서 노래를 부르는 아름다운 페리콜을 보고 총독궁에 데려와 지내게 하면 매일 아름다운 모습과 아름다운 노래를 들을수 있다고 생각한다. 총독은 시종들을 시켜서 페리콜을 우선 멋진 식당으로 데려가서 마음껏 먹고 마시도록 한다. 엉뚱한 행운을 잡았다고 생각한 페리콜은 '아 대단한 만찬이로다'라면서 기뻐한다. 페리콜은 포도주를 거나하게 마시고서 흐느적 거리듯이 노래를 부른다. 오펜바흐 스타일의 명랑하고 유쾌한 음악이다. 포도주를 갑자기 너무 마시는 바람에 딸꿀질도 나는데 이 장면도 코믹하다. 페리콜은 나중에 귀족으로 밝혀져서 백작부인이 된다. 어찌보면 요한 슈트라우스의 '집시 남작'과 내용이 비슷하다. 첫 파트의 가사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Ah! quel diner je viens de faire!
Et quel vin extraordinaire!
J'en ai tant mangé... mais tant et tant,
Que je crois bien que maintenant
Je suis un peu grise...
Mais chut!
Faut pas qu'on le dise!
Chut!


포도주에 취한 페리콜이 식당에서 사랑스런 술주정의 노래를 부르고 있다.


10. 스메타나의 '팔린 신부'에서 '맥주의 노래'

'팔린 신부'(Prodana nevesta: Bartered Bride)에서 시골청년 예니크는 마렌카와 사랑하는 사이이지만 마렌카의 부모는 딸 마렌카를 다른 남자에게 시집보내려 한다. 중매장이 케칼이 나선다. 2막에서 예니크는 주점에서 마을 사람들과 맥주를 마시면서 중매장이 케칼과 맥주가 제일이냐, 그렇지 않으면 사랑과 돈이 귀중하냐를 두고 논쟁을 벌인다. 사람들은 물론 세상 어느 것보다 맥주가 제일이라고 합창한다. 세상에 맥주를 마시면서 맥주를 찬양하는 노래로서 이만큼 웅장하고 호쾌한 노래는 없을 것이다. 넘쳐 흐르는 거품과 함께 목을 타고 넘어 가는 맥주의 그 쌉쌀한 맛은 오히려 달콤하다고 표현할 정도이다. 첫 소절의 가사는 To pivecko(토 피베츠코), 즉 '맥주에게'(To beer)라는 뜻이다. 이어 To veru je nebrsky dar(It certainly is a gift from heaven), 즉 '말할 필요도 없이 하늘의 선물이다'라는 뜻이다. 남성합창의 중간 중간에 태너와 베이스의 솔로가 나오는 멋있는 합창곡이다.


'팔린 신부'에서 예니크의 '맥주의 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