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 이야기/오페라 팟푸리

20세기 현대 오페라 톱 10

정준극 2019. 6. 18. 09:45

20세기 현대 오페라 톱 10

영국의 오페라 성악가 겸 컬럼니스트인 제이미 프레이터 선정


○ 아크나텐(Akhnaten). 1984년. 필립 글라스

필립 글라스는 3부작(트릴로지)을 좋아해서인지 역사적 인물 3명을 주인공으로 삼은 3부작을 만들었고 장 콕토의 세 단편도 3부작 오페라로 만들었다. 필립 글라스는 프랑스에서 지낼 때에 장 콕토에 심취하여서 그의 단편인 '오르페'(Orphee: 1949), '미녀와 야수'(La Belle et la Bete: 1946), '무서운 아이들'(Les Enfants Terribles: 192)을 3부작 오페라로 만들었다. 그가 처음 시도한 세 편의 오페라였다. 그후 그는 역사적 인물들을 주제로 삼은 3부작 오페라를 만들었다. 위대한 물리학자인 아인슈타인을 주인공으로 세운 '해변의 아인슈타인'(Einstein on the Beach: 1976), 인도의 간디를 주인공으로 삼은 '사티야그라하'(Satyagraha: 1979), 그리고 이집트의 파라오인 '아크나텐'을 주인공으로 삼은 '아크나텐'(Akhnaten: 1983-84)이다. 오페라 '아크나텐'의 음악은 지루할 정도로 반복되는 것이다. 하지만 집중하면 집중할수록 미묘한 변화를 느낄수 있다. 시각의 환상이 아니라 청각의 환상을 경험하는 것이다. 이 오페라에서도 음악은 라스가 추구한 미니멀리스트 스타일이다.


'아크나텐'. 잉글리쉬 내셔널 오페라


○ 푸른수염 공작의 성(Duke Bluebeard's Castle). 1911년. 벨라 바르토크

푸른수염의 공작이란 중세 프랑스에서 연쇄 살인범으로 악명이 높았던 길르 드 레(Gilles de Rais: 자일스 드 라이스)를 말한다. 이 오페라는 그에 대한 이야기를 각색한 것이다. 그래서 원래의 전설적인 이야기와는 사뭇 내용이 다르다. 그러나 음악만은 오싹하게 두려운 느낌을 준다. 바르토크는 하나하나의 음표에 공포감을 심어 놓았다. 마치 공포영화를 보는 듯하다.


'푸른수염의 성'. 잉글리쉬 내셔널 오페라


○ 중국에 간 닉슨(Nixon in China). 1987년. 존 애덤스

미국 대통령 전용기인 에어포스 원이 무대에 등장하여 놀라게 만드는 오페라이다. 존 애덤스는 미니멀리즘의 마스터이다. 그리고 그는 현대의 사건들을 주제로 삼은 오페라들을 만들었다. 현대오페라는 현대를 배경으로 삼은 것이어야 한다는 생각에서였을 것이다. '중국에 간 닉슨'은 냉전이후 중국을 처음 방문한 닉슨 대통령의 베이징 체류기이다. 홍위병들이 등장하는 베이징이다. 이 오페라는 당시 미국의 정세에 비추어서 대단한 인기를 끌었다. 죽의 장막으로 둘러싸인 중국이란 나라가 어떤 나라인지에 대한 호기심 때문이었다.


'중국에 간 닉슨'의 무대.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 난봉꾼의 인생행로(The Rake's Progress). 1951년. 이고르 스트라빈스키

스트라빈스키의 후기 작품들은 고전시기에 가깝다는 인상을 준다. 아름다운 아리아를 들어보면 더욱 그런 느낌을 갖게 된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그의 하모니에 대한 재능을 정말로 뛰어나다. 고전에서는 느낄수 없는 신비한 하모니가 이 오페라를 풍요롭게 만든다. 20세기 최고의 현대오페라라는 데에는 누구도 이의가 없다. The Rake's Progress 를 우리나라에서는 여러 형태로 번역되어 있으나 통일이 필요하다. '난봉꾼의 행각', '난봉꾼의 행각 일대기', '탕아의 인생역정', '탕자의 생애', 심지어 '방탕아의 추이'라고 번역하여 사용하고 있다.


'난봉꾼의 인생행로'. 글린드본 오페라 페스티발


○ 바보와의 생활(Life with an Idiot). 1992년. 알프레드 슈니트케

슈니트케의 작품 중에 '파우스트 칸타타'라는 것이 있다. 슈니트케는 이 칸타타에서 사용한 음악을 확대하여서 오페라 '바보와의 생활'을 만들었다. 현대오페라이지만 화려한 오케스트레이션은 경탄을 금치 못하게 한다. 슈니트케는 오케스트라에서 전자기타, 재즈 드럼 등을 사용하여 특이한 분위기를 연출하였다.


'바보와의 생활'. 러시아 노보시비르스크 아카데믹 오페라


○ '빛'(Licht) 주제의 오페라. 1998년. 칼하인츠 슈토크하우젠

슈토크하우젠은 1주일의 각 요일을 대상으로 '빛'이라는 주제의 오페라 7편을 완성했다. 총 공연시간은 약 30시간에 걸친다. 말하자면 오페라 사이클이다. 그는 이 '빛' 사이클에서 세개의 대위법적 멜로디를 사용했다. 그중에서도 '빛으로부터의 수요일'(Mittwoch aus Licht)이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헬리콥터 현악4중주가 등장하기 때문이다. 슈토크하우젠의 음악은 처음에는 쇼킹하게 느끼지만 차츰 지날수록 익숙해진다. '빛' 사이클에서는 놀랍게도 보컬 음악이 없다. 슈토크하우젠은 악기들을 음성으로 사용하는 새로운 기법을 개발하였다.


'빛으로부터의 수요일'에서 카멜 댄스


○ 포기와 베스(Porgy and Bess). 1935년. 조지 거슈윈

'포기와 베스'는 현대오페라라고 보기가 어렵다. 오히려 클래시컬 오페라의 범주에 들어갈 수 있다. '섬머타임'을 들어보라. 푸치니의 아리아와 다를 것이 없다. 어떤 평론가들은 이 오페라를 '민속 오페라'(Folk Opea)라고 불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기와 베스'를 현대오페라의 카테고리에 넣는 것은 전체적인 분위기가 현대사회를 풍자하고 있으며 음악의 전개가 현대음악을 지향하고 있기 때문이다.


'포기와 베스'.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 룰루(Lulu). 1937년. 알반 베르크

비엔나 제2학파는 엄격한 규정에 바탕을 두고 수학적으로 정해진 개념의 음악을 만들었다. 베르크는 이러한 엄격한 규정 속에서 아름다운 멜로디를 창출해 냈다. 내용은 쇼킹하지만 음악은 생각처럼 쇼킹하지 않다. 오히려 친근감을 느끼게 해준다.


'룰루'.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 므첸스크구의 레이디 막베스(Lady Macbeth of the Mtsensk District). 1934년. 드미트리 쇼스타코비치

여주인공의 이름을 따서 '카테리나 이즈마일로바'라고도 하는 이 오페라는 처음 공연되었을 때 소련 공산당 정부로부터 '음악이 아니라 혼돈'(Chaos instead Music)이라는 혹평을 받았다. 스토리는 여주인공 카테리나 이즈마일로바는 불륜으로 시베리아에서 생을 마무리한다는 것이다. 스토리도 섬뜩하지만 음악도 대단히 감성을 건드리는 것이다. 현대오페라에 대하여 거부반응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고 해도 이 오페라에는 호감을 가질 것이다.

 

'므첸스크구의 레이디 막베스'. 로열 오페라 하우스. 카테리나 아즈마일로바에 에바 마리아 웨스트브뢰크


○ 턴 오브 더 스크류(Turn of the Screw). 1954년, 벤자민 브리튼

브리튼의 이 실내 오페라는 아마 영국의 오페라 중에서 가장 드라마틱한 호소력이 있는 작품으로 알려져 있는 것이다. 조성과 불협화음이 기묘하게 믹스되어 있어서 신비감을 더해주는 음악이다. 브리튼은 반복되는 12음 바리에이션을 사용했다. 아놀트 쇤베르크와 맥락을 함께 하는 테크닉이다.


'턴 오브 더 스크류'. 런던 리젠트 파크에서의 야외공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