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엔나 이야기/비엔나의 매력

수퍼마켓에서의 오스트리아 식품 쇼핑 즐거움

정준극 2019. 11. 9. 13:49

수퍼마켓에서의 오스트리아 식품 쇼핑 즐거움


비엔나에 가면 거리의 패션 부티크 상점들이나 명품관만을 둘러 볼 것이 아니라 수퍼마켓에 들러서 다른 나라에서는 찾아 보기 힘들지만 오스트리아에만 있는 식품들을 쇼핑하는 것도 커다란 재미이다. 비엔나에 여러 날 묵는 일정이라면 몇가지 오스트리아 특산의 식품들을 사서 호텔에서 잠시 입맛을 다셔보는 것도 어차피 그럴 듯한 일이다. 오스트리아의 전형적인 수퍼마켓인 빌라(Billa) 또는 슈파르(Spar)를 찾아가면 된다. 미국이라면 대형 수퍼마켓들이 시내 중심가에서 좀 떨어진 곳에 넓게 자리잡고 있기 마련이지만 비엔나에서는 시내 한 복판의 제국시절 건물에도 수퍼마켓들이 있다. 다만, 미국의 수퍼마켓보다는 규모가 작을 뿐이다. 세븐 일레븐 보다 좀 크다고 보면 될 것이다. 이제 비엔나의 수퍼마켓에서 무엇을 사면 좋을지를 소개한다. 각자의 취향에 따라 다르겠지만 대체로 다음 물건들이면 만족할 것이다. 집으로 가져가는 비엔나 선물도 될 것이다.


첸트룸의 어느 거리에 있는 빌라

 

○ 모차르트 초콜릿(모차르트쿠겔: Mozartkugel)

천재 작곡가 모차르트를 사랑하지 않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비엔나의 상점에 모차르트의 모습이 들어간 초콜릿이 있는 것을 보고 기념품으로 사고 싶은 충동이 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모차르트쿠겔(복수로는 모차르트쿠겔른)이라고 불리는 초콜릿이다. 오스트리아를 대표하는 관광기념품이다. 쿠겔이란 말은 대포알처럼 동그랗다는 뜻이다. 거리의 기념품 상점에 넘쳐 나는 것이 모차르트쿠겔이지만 수퍼마켓에서 더 저렴하게 살수 있다. 오리지널 모차르트쿠겔은 '휘르스트 모차르트쿠겔른'이라고 해서 잘츠부르크에서나 살수 있지만 실은 모차르트쿠겔이란 상표의 초콜릿이 여러가지가 있다. 심지어 독일이나 스위스에서 만드는 모차르트 초콜릿도 있다. 어찌되었든 모차르트의 모습이 들어간 모차르트쿠겔른은 매력적인 쇼핑꺼리이다. 모차르트 초콜릿의 속에는 피스타치오 또는 마르치판이 들어 있다. 마르치판이란 설탕, 달걀, 밀가루, 호두와 으깬 아몬드를 섞어서 만든 것을 말한다. 모차르트쿠겔른과 콤비가 되는 초콜릿이 씨씨 탈러스(Sissi Talers)이다. 탈러라는 말은 둥근 동전처럼 생긴 물건을 말한다. 탈러의 속에는 대체로 아프리코트 열매가 들어 있거나 마르치판이 들어 있다. 겉에는 밀크 초콜릿으로 둥글게 둘러 놓았다. 수퍼마켓에서 이들 초콜릿을 사서 호텔 방에서 잠들기 전에 하나씩 먹으면 잠이 잘 온다고 한다. 한편, 맛에 있어서는 오스트리아의 초터(Zotter) 초콜릿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달콤한 맛에 있어서는 단연 최고이다. 어떤 초터는 안에 치즈, 소금과 레몬을 섞은 테킬라, 라스프베리, 코코넛, 심지어는 송어 살을 넣은 것도 있다. 아무튼 초터 초콜릿을 사먹으려면 우선 조금 맛부터 보는 것도 필요하다.


쇼윈도우의 모차르트쿠겔른

 

○ 젠프(Zenf)와 마요네스

비엔나에서 젠프의 맛을 모르고 지낸다면 말이 안된다. 길거리의 임비쓰에서 프랑크푸르터 하나를 시켜 놓고 젠프를 푹 찍어서 먹는 맛은 기가 막하기 때문이다. 젠프가 비엔나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오스트리아 전역에 있고 독일에도 있으며 헝가리에도 있다. 그런데 유독 비엔나에서 맛보는 젠프가 제맛인 것은 무슨 연유인지 모르겠다. 젠프는 겨자(머스타드)를 말한다. 일식집의 초밥에 발라 먹는 진한 겨자가 아니라 핫도그에 발라먹는 연겨자이다. 비엔나 호이리거의 립타우와 함께 젠프는 비엔나의 매력이다. 젠프의 맛에 길들여 지면 생각이 나서 견디기 어렵다고 할 정도이다. 전에는 젠프가 잼처럼 단지에 담아 있었으나 요즘에는 소시지에 발라 먹기 쉽도록 치약 스타일의 튜브에 담아 나온다. 여러 제품이 있는 중에 '에스트라곤'(Estragon)이 인기이다. 타라곤(Tarragn)으로 만들기 때문이다. 타라곤은 샐러드의 드레싱으로 쓰는 사철쑥 나무의 잎으로 만든다. 크렘저 젠프(Kremser senf)는 마일드하지만 깊은 맛이 있다. 크렘저 젠프는 어떤 목적으로도 무난하다. 샌드위치 용으로 제격이다. 젠프와 마찬가지로 마요네스도 튜브로 나온다. 요즘엔 마요네스와 케첩이 함께 나오는 튜브도 있다. 젠프 또는 비엔나 마요네스는 액체로 간주되어서 비행기 안에 가지고 들어가지 못한다. 체크 인 러게지로 보내야 한다. 물론 그런 경우에는 단단한 박스에 넣어야 손상되지 않는다. 그리고 집프락(Ziploc)에 단단히 넣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에스트라곤과 크렘저 젠프


○ 하인츠 커리 망고(Heinz Curry Mango)

오스트리아의 수퍼마켓은 조미료 또는 양념꺼리가 많기로 유명하다. 그중에서 하인츠 커리 망고 소스는 한번 맛을 들이면 자꾸 찾게 된다는 것이다. 매콤한 커리에 달콤한 망고가 합쳐진 소스이다. 커리 망고는 치킨 너겟이나 군 감자에 발라 먹으면 제격이다. 상표는 영어로 되어 있지만 그렇다고 영어권 나라들에서 쉽게 찾을수 있는 것은 아니다. 원래 하인츠는 미국제품이다. 토마토 케첩으로 유명한 H.J. 하인츠 회사가 원류이다. 그러다가 이 회사가 2015년에 크라프트 푸즈(Kraft Foods)와 합병하여 현재는 크라프트 하인츠의 상표로 제품을 만들어 내고 있다. 크라프트 하인츠 소스는 수십가지가 되지만 오늘날 가장 인기있는 것은 커리 망고이다. 비엔나의 수퍼미켓에 크라프트 하인츠의 소스들이 유별나게 많은 것은 이 나라 사람들의 식생활 향취를 알게 해주는 것이다.


크라프트 하인츠츼 커리 망고 소스

               

○ 만너 웨이퍼(Manner wafer)

만너 웨이퍼는 오스트리아를 대표하는 과자이다. 비엔나에서는 슈테판스플라츠에 전문매장이 있어서 여러 종류의 만너 제품을 살수 있지만 수퍼마켓에서는 아주 약간 저렴한 가격으로 살수 있다. 만너는 관광다니면서 입이 심심할 때에 먹거나 호텔 방에서 텔리비전이나 보면서 먹어도 좋다. 그리고 물론 몇개씩이나 사서 집에 가서 선물로 주어도 좋다. 아무튼 만너 웨이퍼는 맛이 있다. 쇼코 바나네(Shoko-Banane) 과자도 쇼핑 리스트에 올라가는 것이다. 바나나로 만든 과자인데 잠들기 전에 한입 먹으면 잠이 잘 온다고 한다. 어른 아이들 할 것 없이 비엔나 선물로는 모차르트쿠겔른도 있지만 만너도 빼놓을 수 없다.


만너 웨이퍼. 독일어로는 폴코른(Volkorn)이라고 부른다.


○ 병조림 피클

오스트리아의 피클은 오이로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여러 야채의 콤비네이션이다. 슈타우드(Staud's) 피클이 가장 유명하다. 슈타우드는 피클만 유명한 것이 아니라 각종 잼도 만든다. 인공조미료를 사용하지 않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비엔나 시내에는 6구의 브룬넨마르크트(Brunnenmarkt)을 비롯한 여러 곳에 전문 상점이 있지만 수퍼마켓이라면 어디나 슈타우드 제품이 있다.


슈타우드스표 병조림. 오스트리아의 피클스는 여러가지를 섞은 것이 특별하다


○ 슈티리아 호박씨 기름

슈티리아 지방에서 나는 호박은 해바라기와 마찬가지로 씨에 기름 함유량이 넉넉하다. 그래서 슈티리아 호박씨 기름은 세계적으로 알아준다. 계란 후라이에 사용하기 보다는 샐라드의 드레싱으로, 수프에, 소스로 사용한다. 오스트리아 특산품이다.


슈티리아 호박씨 기름. 호박이 수박처럼 생겼다. 하지만 잘라 보면 호박이다.


○ 오스트리아 슈납스(Schnapps)

오스트리아의 슈납스는 품질이 좋기로 유명하다. 슈납스는 브랜디의 한 종류로 과일로 만드는데 과일이 가장 잘 익었을 때 따서 만든다. 귀여운 작은 병에 들어 있는 수많은 종류의 슈납스를 사서 홀짝홀짝 마시는 것도 좋지만 기념품으로 또는 콜렉션으로 사는 것도 바람직하다. 단 비행기 여행에서는 단단히 포장을 해야 할 것이다.


수집가용 오스트리아 슈납스 바일로니


○ 오스트리아 잼과 꿀

1960년대만 해도 비엔나에는 품질 좋은 헝가리 꿀을 수퍼마켓에서 살수 있었다. 그런데 요즘에는 오스트리아에서 만든 꿀이 더 사랑을 받고 있다. 오스트리아 사람들은 원래 단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잼이 대단히 발달해 있다. 온갖 잼들이 다 있다. 피클로 유명한 슈타우드도 훌륭한 잼을 만들고 있지만 100년 역사를 자랑하는 티롤의 다르보(Darbo)도 뛰어난 잼들을 생산하고 있다. 오스트리아의 잼으로서는 마이늘(Meinl) 제품도 대단히 훌륭한 잼이다. 그라벤의 마이늘 상점에 가면 어떤 것을 사서 맛을 보아야 할지 고민이 될 정도로 다양한 종류의 잼이 진열되어 있다.


다르보 잼들


○ 오스트리아 케이크

토르테(Torte)라고 하는 오스트리아 케이크는 귀국용 선물로서 그만이다. 단단히 잘 포장된 각종 토르테를 호텔과 공항과 전문매장에서 살수 있다. 하지만 수퍼마켓에서 사는 것이 조금 더 경제적이다. 자허 토르테, 임페리얼 토르테가 있고 간혹 린츠 토르테(Linzer Torte)도 볼수 있다. 토르테 뿐만 아니라 슈트루델과 푼슈타라펜(Punschkrapfen)도 포장되어 있어서 선물로 사가지고 갈수 있다. 오스트리아의 토르테는 인공첨가물이나 방부제를 사용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래서인지 언제 먹어도 맛이 기가 막히다.


나무 상자에 포장한 자허 토르테


케이크 이야기가 나와서 그런데 오스트리아와 독일에서는 크리스마스에 슈톨렌(Stollen)이란 케이크를 서로 선물도 하고 식구끼리 즐겁게 먹기도 한다. 진저 또는 계피로 만든 케이크이다. 우리나라의 파운드 케이크처럼 길쭉하게 생겼다. 원래 슈톨렌이란 단어는 길쭉한 막대기를 말한다. 작게 만든 슈톨렌(Stollen)도 있다. 귀국용 선물로는 제격이다. 이 나라 사람들은 슈톨렌을 크리스마스 뿐만 아니라 부활절에도 즐겨 먹는다. 아무튼 슈톨렌은 크리스마스와 떨어질수 없는 일반 식품이다. 케이크의 안에는 건포도 또는 약간의 견과류를 넣기도 한다.


크리스마스 시즌에 즐겨 먹는 슈톨렌. 슈가 파우더에 하얗게 덮힌모습이 강보에 싸여 구유에 누워 있는 아기 예수의 형상을 닮았다는 이 케이크는 버터를 배합한 발효 반죽에 새콤달콤한 과일 절임과 견과류를 넣어 구운 독일과 오스트리아의 전통 케이크이다. 독일과 오스트리아아 등 독일어 사용 지역에서는 12월 초부터 이 케이크를 만들어 놓고 주일마다 한 조각씩 먹으면서 크리스마스 오기를 기다리는 풍습이 있다.


오스트리아 특산의 탄산음료도 있다. 레드 벌(Red Bull)이다. 비교적 근자인 1987년에 처음 출시되었는데 지금은 영순위 탄산음료가 되어 있다. 제조회사도 맘모스가 되었다. 레드 벌은 미국이나 독일 등 다른 나라에도 수출되어서 인기를 끌고 있다. 붉고 푸른 캔의 레드 벌은 매년 수십억개가 팔리고 있다. 맥주로서는 잘츠부르크에서 만드는 슈티겔 비어(Stiegel Bier)가 가장 인기가 있다. 빨갛고  하얀 디자인의 병은 어디에 있어도 눈에 띤다. 잘츠부르크에 간다면 켄들러슈트라쎄(Kendlerstrasse) 1번지에 있는 슈티겔 본점을 들려보는 것도 보람있는 일일 것이다. 오스트리아의 탄산음료로서 알름두들러(Almdudler)라는 귀여운 이름의 제품도 있다. 허브를 넣은 달콤한 탄산음료이다. 1950년대에 비엔나에서 시작한 제품이다. 병의 디자인이 특별해서 사고 싶은 마음이 저절로 생긴다. 


알름두들러


○ 프랑크푸르트 소시지

우리가 비엔나 소시지라고 부르는 것은 실제로 명칭이 프랑크푸르터이다. 독일의 프랑크푸르트에서 길다란 소시지를 만들어 팔던 사람이 뜻한바 있어서 비엔나로 와서 또 다시 길다란 소시지를 만들어 팔기 시작했는데 별다른 이름을 붙이기가 거시기 해서 고향인 프랑크푸르트라고 붙였다는 얘기다. 정말 맛있는 소시지이다. 우리나라 수퍼에서 파는 프랑크푸르트 소시지와는 차이가 있는 것 같다. 젠프를 푹푹 찍어서 먹는 그 맛은 배고픔을 가셔주기도 하지만 맛도 좋다. 비엔나 방문 기념으로 프랑크푸르터 뷔르스트(Frankfurter Wurst)를 사서 귀국용 선물로 삼으면 좋겠는데 요즘엔 돼지 전염병 때문에 절대 금지 되어 있으므로 유의해야 할 것이다. 아래 사진처럼 병에 담은 프랑크푸르트도 있다. 비엔나 소시지에 대하여는 본 블로그의 다른 항목에 비교적 자세히 설명되어 있으므로 참고 바란다.


프랑크푸르터 뷔르스트

  

○ 크뇌델

크뇌델(Knodel)은 우리나라 만두 비슷하게 생긴 것이지만 어찌보면 이탈리아의 파스타를 닯은 것 같은 것이다. 전통적인 오스트리아 음식인 크뇌델의 맛을 잊지 않기 위해서 한두 봉지 사서 가져오는 것도 기념이면 기념이다. 다만, 적당한 소스도 함께 사야 할 것이다.


포장되어 있는 크뇌델


○ 비엔나의 커피

예전에는 미국에서 한국을 방문하는 사람들은 네스카페나 맥스웰 커피를 선물로 많이들 사가지고 왔다. 지금은 별별 커피들을 쉽게 살수 있으므로 커피를 선물로 사오는 사람들은 없다. 그런데 비엔나에 갔던 사람으로서 비엔나에서 커피를 사오면 좋은 선물이 된다. 마이늘 커피가 가장 보편적이다.


율리우스 마이늘 커피 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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