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엔나의 궁전/영욕의 빌라

오토 바그너 빌라 - 에른스트 푹스 기념관

정준극 2020. 3. 2. 10:01

오토 바그너 빌라(Otto Wagner Villa) - 에른스트 푹스 기념관(Ernst Fuchs Museum)


오토 바그너 빌라- 에른스트 푹스 기념관


아르 누보와 현대 미술에 대하여 관심이 있다면 비엔나의 서쪽 14구 펜칭에 있는 오토 바그너(Otto Wagner: 1841-1918) 빌라를 찾아가 보라고 권한다. 오토 바그너는 펜칭에서 태어났다. 오토 바그너 빌라는 또 다른 미술세계를 경험할수 있는 곳이다. 오토 바그너 빌라는 유겐트슈틸의 맨션이다. 오토 바그너 빌라는 에른스트 푹스 기념관도 겸하고 있다. 그래서 세기말의 예술과 환상적 현실주의 미술을 접할수 있는 곳이다. 오토 바그너라고 하면 모르는 사람이 없는 유명한 아르 누보 미술가이다. 그의 작품은 비엔나 시내에서도 곳곳에서 찾아볼수 있다. 칼스플라츠의 오토 바그너 파빌리온, 포스트슈파르카쎄 은행, 나슈마르크트 인근의 마욜리카 하우스, 그리고 무엇보다도 대표작이라고 할수 있는 슈타인호프 교회이다. 천재적인 아르 누보 건축가인 오토 바그너가 살았던 빌라이지만 나중에는 이 빌라를 에른스트 푹스(Ernst Fuchs: 1930-2015)가 매입하여 살았기 때문에 에른스트 푹스 기념관(Ernst Fuchs Museum)도 겸하고 있다. 오토 바그너는 건축가이기 때문에 그의 작품을 전시할수는 없지만 에른스트 푹스는 화가이기 때문에 그의 작품들을 볼수 있다. 기왕에 얘기가 나온 김에 에른스트 푹스를 소개하자면 비엔나의 유태인 가정에서 태어난 그는 여러 분야에서 문화예술적인 재능이 뛰어나서 화가이면서 데상가, 판화가, 조각가, 건축가, 무대 디자이너, 작곡가, 시인, 가수의 호칭을 가지고 있는 특별한 인물이다. 그는 또한 1946년에 비엔나의 환상적 사실주의 학파를 주창한 인물로서도 기억되고 있다.


오토 바그너

에른스트 푹스


오토 바그너 빌라/에른스트 푹스 기념관은 14구 펜칭의 휘텔버그슈트라쎄(Hüttelbergstrasse) 26 번지에 있다. 찾아가려면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이 편하다. 지하철 U4를 타고 휘텔도르프(Hütteldorf)에서 내리면 된다. 그곳에서 52B 버스를 타고 포이어봐헤 암 슈타인호프(Feuerwache am Steinhof)에서 내려 곧바로 빈 베스트 캠핑플라츠(Campingplatz)로 가면 된다. 그곳에서 휘텔버그슈트라쎄를 따라서 26번지까지 가면 된다. 오토 바그너 빌라/에른스트 푹스 기념관은 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매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방문 가능하다. 입장료는 11 유로이다. 비엔나 카드가 있으면 9 유로에 들어 갈수 있다.


바그너 빌라-푹스 빌라의 어떤 방


오토 바그너 빌라라고 하니까 슈타인호프 교회, 또는 시내의 포스트슈파르카께 건물을 생각해서 아르 누보의 전형일 것이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그렇지 않다. 이탈리아 르네상스 스타일이다. 굵은 기둥들이 마치 신전처럼 늘어서 있고 건물에서 외부로 연결되어 있는 램프처럼 되어 있는 계단도 웅장하다, 그리고 물론 계단을 인도하고 있는 주물 철책도 아름답다. 어찌보면 비엔나의 부유한 중류층 빌라를 연상케 하는 집이다. 오토 바그너는 가족들과 함께 이 빌라에서 거의 20년을 살았다. 북쩍대는 리셉션을 열었고 여름 파티를 가졌다. 이 빌라에 자주 왕래하였던 저명인사들로서는 구스타브 클림트, 요제프 호프만, 구스타브 말러 등을 꼽을수 있다. 세월은 흘렀고 지금은 당시의 모습에서 상당히 변형되어 있다. 전적으로 르네상스도 아니고 그렇다고 완전히 아르 누보도 아닌 건물로 탈바꿈하였다. 한가지 예를 들어서 건물 앞에 있는 그리스의 여신처럼 생긴 육감적인 여인의 조각상은 바그너의 것이 아니다.


빌라의 1층에 있는 육감적인 여인의 조각상


에른스트 푹스가  오토 바그너의 빌라를 매입하여 스튜디오 겸 생활공간으로 삼은 다행한 일이다. 푹스는 바그너에 비하여 후세대가 예술가이다. 그런 푹스는 1930년대의 어린 시절에 오토 바그너 빌라를 보고 상당한 매력을 느끼고 감탄하였다. 그리고 언젠가는 이런 빌라에서 살고 싶다고 생각했다. 세월이 흘렀고 바그너 빌라는 누가 특별히 돌보는 사람이 없어서 날로 황폐해 지고 있었다. 얼마후 재능있는 화가로서 성공한 에른스트 푹스는 어린 시절의 꿈을 이루고자 그의 어머니에게 간청하여 오토 바그너 빌라를 매입했다. 그리하여 철거될 운명의 오토 바그너 빌라를 구원할수 있었다. 그리고 상당기간 동안의 보수를 거쳐 거처로 삼았다. 그러므로 바그너 빌라는 푹스 빌라이기도 하다.


거리에서 본 오토 바그너 빌라/에른스트 푹스 기념관


오토 바그너 빌라는 단순한 2층 건물이다. 건물 안에는 네개의 살롱(사랑방)과 식당, 로마스타일의 욕실 등이 있다. 그러나 이 빌라의 자랑꺼리는 왼편에 있는 매력적인 정원이다. 푹스가 환상적인 것을 선호했듯이 정원도 마치 마법의 정원과 같다. 푹스는 어린 시절에 유대교에서 기독교로 개종하였다. 그래서 아마 2차 대전 중에도 살아 남을수 있었던 같다. 푹스는 예술계에 입문할 때부터 아르 누보 미술을 숭배하였다. 그는 특히 현대주의 화가인 구스타브 클림트, 에곤 쉴레, 파블로 피카소를 존경한 것도 그런 연유에서였다. 푹스는 바그너가 역사주의적 건축 양식에서 무언가 끌어 내려한 것과 마찬가지로 르네상스 스타일의 그림을 재조명코자 했다. 푹스는 또한 성경에 나오는 인물들을 그림에 반영하기를 즐겨했다. 아울러 그리스 신화를 소재로 삼은 그림도 즐겨했다. 가장 좋아했던 소재는 천국과 지옥, 희열과 절망 등이다.

   

오토 바그너 당시의 빌라 모습. 1886년

        

오토 바그너 빌라는 아르 누보가 환상적 사실주의와 만나는 기이한 장소이다. 푹스는 바그너와 마찬가지로 가구들을 설계하기를 좋아했다. 바그너가 살고 있을 때의 가구들을 세월의 풍파 속에 거의 모두 자취를 감추었지만 바그너 당시의 가구들이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은 푹스가 사진을 보고 바그너의 가구들을 다시 디자인하여 10여년에 걸쳐 제작해 놓았기 때문이다. 푹스는 가구뿐만 아니라 실내장식도 원상복구하기 위해 대단한 노력을 기울였다. 그런가하면 푹스는 바그너에 대한 존경심으로 아르 누보 스타일의 가구들을 상당수 창조했다. 예를 들면 그랜드 살롱의 의자들과 테이블 등이다. 푹스는 또한 전에 당수실로 사용하던 방의 천정에 푸른색의 아르 누보를 추가하였다. 결론적으로 푹스는 바그너 빌라는 조심스럽게 현대화했다. 그러면서도 빌라를 자기 자신의 표현주의적인 작품활동과 상상적인 장식을 위한 완벽한 공간으로 만들었다. 돌이켜보건대 바그너는 말년에 뚜렷한 미니말리스트 건축으로서 사람들에게 깊은 인상을 심어주었으며 푹스는 세부적인 그림으로서 사람들에게 충격을 던져 주었다. 푹스의 그림의 주제는 주로 전쟁의 공포, 고통과 핍박에 대한 것이다. 그러면서도 초현실 세계에서의 에로티즘을 잊지 않았다.


오토 바그너 빌라의 살롱. 푹스의 작품으로 도배되어 있다. 


오토 바그너의 빌라에서 푹스의 가장 드라마틱한 그림들이 전시되어 있는 방은 화가 아돌프 뵘(Adolf Böhm: 1861-1927)의 이름을 붙인 홀이다. 아돌프 뵘은 비엔나 제체시온의 창설자 중의 한 사람이다. 방의 한쪽에 유쾌한 분위기의 티파니 스테인드 글라스 작품이 압도하고 있는 중에 반대편 벽면에는 푹스의 그림들이 찬란하게 걸려 있다. 아마도 푹스가 아직도 소년이었던 전후에 비엔나의 모습을 반영한 것인지도 모른다. 놀랄만큼 아름답고 인상적인 스테인드 글라스 작품은 바그너가 직접 주문한 것이라고 한다. 그런것 때문인지 아돌프 뵘 홀은 바그너 빌라에서 가장 뛰어난 유겐트슈틸의 장소로 꼽히고 있다. 위의 사진에서도 볼수 있듯이 신화적인 생물들이 그려져 있는 소파라든지 또는 페르시아 풍의 카펫은 이 방의 분위기를 더욱 기이하게 만들어 주는 것이다.


오토 바그너 빌라의 살롱. 사진. 1880년대.


윗층에는 또 다른 놀랄만한 아르 누보 디자인의 방이 있다. 욕실이다. 바그너는 친구로서 유겐트슈틸 화기인 콜로만 모저(Koloman Moser)에게 부탁하여 욕실 천정의 각 코너에 모자익을 설계토록 했다. 두 마리의 파라다이스 새가 양쪽에서 날깨를 활짝 펼치고 있는 모습의 그림이다. 여기에 훗날 푹스가 비어 있는 모자익을 더하여 실내를 완성했다. 푹스는 욕실에서도 빌라의 다른 공간에서와 마찬가지로 여인의 육체에 대한 찬미를 표현하였다. 다만, 이번에는 두 쌍의 스핑크스를 통해서였다.


오토 바그너 빌라 당시의 한 살롱


오토 바그너 빌라에서 또 하나의 신비스러운 장소는 정원이다. 물론 바그너 당시에는 오늘날과 같은 정원이 아니었고 신화적인 분수 또는 오두막집 스타일의 건물도 없었다. 이 모든 것은 훗날 푹스에 의해 완성된 것이다. 오두막집 앞에 있는 신화적인 분수는 비잔스(Byzance)와 미들 어스(Middle Earth)의 중간 쯤에 있는 모습이다. 이곳에는 수령 1천 년이 넘는 참나무가 있다. 아마 비엔나에서 가장 오래된 나무일 것이다. 님프 오메가(Nymphaeum Omega)는 자연 샘 사이에 설치되어 있다. 그리고 티파니 유리돌들을 이용한 종말론적인 천사들, 성모와 아기 예수, 모세의 모습을 볼수 있다. 마치 자연과 신앙의 힘을 불러 내려는 듯한 장소이다.

         

분수가 있는 정원의 오두막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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