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 이야기/작곡가별 오페라 2

▓ Barber, Samuel (바버) [1910-1981]

정준극 2007. 5. 7. 16:02
 

바네싸


타이틀: Vanessa. 전4막. 대본은 작곡가인 지안 카를로 메노티(Gian Carlo Menotti)가 썼다. 이삭 디네슨(Isaac Dineson)의 소설 Seven Gothic Tales(일곱개의 고틱 이야기)를 기본으로 했다. 바네싸는 추억을 머금고 사는 아름다운 여인의 이름이다.

초연: 1958년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주요배역: 바네싸(애인을 못잊어 애인의 아들과 결혼한 여인), 에리카(바네싸의 사촌), 아나톨(바네싸의 전애인의 아들), 남작부인(바네싸의 어머니), 의사, 니콜라스

베스트 아리아: Must the winter come so soon?[겨울이 그렇게 빨리 와야 하나요?](S), Do not utter a word, Anatol[아나톨, 아무 말도 하지 말아요](S), To leave, to break(5중창)

사전지식: 작곡자 사무엘 바버는 원래 성악가였다. 그래서 이 오페라의 음악은 성악가 위주로 작곡되었다. 원래는 4막이었으나 나중에 작곡자가 1막과 2막을 합쳐서 전3막으로 만들었다. 고전적 현대 음악의 면모를 볼수 있는 작품이다.


줄거리: 아름다운 바네싸(Vanessa)는 사랑하는 아나톨(Anatol)과 헤어진 후 시골집에 와서 어언 20년을 보낸다. 그 20년 동안 바네싸는 현관문을 걸어 잠근채 사람들과의 접촉을 끊고 지냈다. 심지어 집안에 있는 거울이란 거울은 모두 천으로 가려놓고 살았다. 자기의 얼굴을 보고 싶지 않아서였다. 그래도 바네싸의 미모는 20년 전에 비하여 변한 것이 없다. 아직도 매력적으로 아름답다. 노남작부인인 바네싸의 어머니는 오래동안 바네싸와 말 한마디 건네지 않고 한집에서 지내고 있다. 남작부인의 유일한 말동무는 조카딸인 에리카(Erika)뿐이다. 오페라의 막이 열리면 바네싸와 하녀들이 아나톨의 도착을 준비하고 있다. 아나톨이 바네싸를 만나러 일부러 찾아온다는 전보가 왔기 때문이다. 아나톨은 그 옛날 바네싸와 사랑의 꿈을 키웠던 사람이었다. 바네싸는 그 때 그 사람이 자기를 잊지 못하여 찾아온다는 소식을 접하고 한없이 착잡한 심정에 싸인다. 오로지 아나톨만을 그리워하며 지낸 세월이 아니던가? 바네싸의 마음에는 어느덧 옛사랑의 정염이 솟구치고 있다. 과연!, 멀리서 아나톨이 걸어오는 모습이 보인다. 바네싸는 사람들에게 모두 자리를 비켜 달라고 부탁한다. 얼마나 기다리고 기다리던 사람이었던가? 드디어 아나톨이 바네싸의 앞에 다가선다. 바네싸는 하염없이 흘러내리는 눈물 때문에 오매불망하던 아나톨의 모습을 선명하게 볼수 없다. 감격에 몸을 떠는 바네싸는 아나톨에게 당신을 영원히 사랑하고 있다는 말을 외치면서 그의 가슴에 얼굴을 파묻는다. 그러나 놀랍게도 그 사람은 사랑하는 아나톨이 아니었다. 아나톨과 아주 닮았을 뿐이다. 그렇다면 전보에 아나톨이라고 쓴 것은 무엇인가? 젊은이는 자기가 아나톨의 아들이어서 아버지와 같은 이름을 쓴다고 설명한다. 그는 바네싸라는 이름이 자기 아버지와 어머니를 평생 쫒아 다녔던 것을 생각하고 단 한번만이라도 바네싸라는 여인을 만나보기 위해 먼길을 마다하지 않고 찾아왔다고 설명한다. 바네싸가 그토록 사랑했던 아나톨, 즉 젊은 아나톨의 아버지는 얼마전 세상을 떠났다는 것이다.


젊은 아나톨은 바네싸의 집에서 며칠 머물게 된다. 그 동안 아나톨은 바네싸의 사촌인 에리카와 가까워진다. 어느날, 에리카와 단 둘이 있게된 젊은 아나톨은 결국 결혼을 빙자하여 달콤한 말로 그녀를 유혹한후 잠자리를 같이 한다. 다음날, 에리카는 젊은 아나톨이 자기를 제쳐놓고 바네싸에게 결혼해 달라고 요청했다는 놀라운 얘기를 듣는다. 에리카는 젊은 아나톨을 만나 어찌된 영문이지를 따진다. 아나톨은 바네싸와 결혼하겠다고 한 것은 이곳에 더 머물러 있기 위해 일부러 말한 것일 뿐이며 자기가 진짜 좋아하는 사람은 에리카라고 말한다. 하지만 에리카는 아나톨이 자기 아버지의 애인이었던 연상의 바네싸에게 결혼까지 신청했다는 경솔함에 충격을 받는다. 에리카는 자기가 아나톨에게 몸을 허락한 것을 만일 바네싸가 알게 된다면 큰일이라고 생각하며 걱정한다. 이런 걱정소리를 들은 아나톨은 오히려 위로한답시고 에리카에게 정식으로 결혼하자고 요청한다. 그러나 에리카는 어쩐지 아나톨을 믿을수 없어서 그 요청을 거절한다. 그리고 에리카는 바네싸를 생각한다. 20년이나 기다리고 기다리던 아나톨이 아니었던가? 비록 기다리던 사람은 세상을 떠나고 대신 그의 아들이 찾아 왔지만 바네싸는 옛 추억을 생각하여 젊은 아나톨과 결혼까지도 고려하고 있지 않던가? 


두어달이 지났다. 아직도 젊고 아름다운 바네싸와 젊은 아나톨의 약혼이 발표되는 파티가 성대하게 열린다. 바네싸가 집안 문을 활짝 열고 손님들을 맞이한다. 에리카는 바네싸와 아나톨과의 약혼을 축하하는 이 파티가 괴롭기만 하다. 왜냐하면 에리카는 이미 아나톨의 아이를 임신하고 있기 때문이다. 괴로움에 견디지 못한 에리카가 남작부인에게 아나톨의 아이를 임신하고 있다는 사실을 털어 놓는다. 남작부인은 한숨을 쉬며 아무 말도 하지 못한다. 에리카는 집 밖으로 뛰쳐나가 정처 없이 걸어가다가 발을 헛디디어 굴러 넘어진다. 의사는 에리카가 유산했다고 말해준다. 바네싸는 아직도 아나톨과 에리카의 관계를 알지 못하고 있다. 며칠후, 바네싸와 아나톨이 정식으로 결혼하여 함께 멀리 떠난다. 이제 이 집에 남아있는 사람은 에리카와 노부인뿐이다. 노부인은 전에 바네싸와 그랬던 것처럼 에리카와 말을 하지 않고 지낸다. 에리카는 집안에 있는 거울이란 거울은 모두 천으로 가리라고 하녀에게 지시한다. 이윽고 바네싸가 살았던 저택은 예전과 마찬가지로 현관문이 굳게 닫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