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 이야기/작곡가별 오페라 2

▓ Bartók, Bélla (바르토크) [1881-1945]

정준극 2007. 5. 7. 16:02
 

푸른수염의 성


타이틀: A Kékassakállú Herceg Vára (The Bluebeard's Castle). 전1막. 샤를르 페로(Charles Perrault)가 쓴 동화같은 소설 ‘푸른수염 백작의 성’을 기본으로 벨라 발라츠(Bela Balats)가 대본을 썼다.

초연: 1918년 헝가리 부다페스트 로열 오페라하우스

주요배역: 푸른수염 공작(어떤 대본에는 백작), 유디트(푸른수염 공작이 새로 결혼한 부인), 세명의 전부인들(무언역할)

음악적 하이라이트: 오프닝 모티프, 제5문에서의 빛의 모티프, 푸른수염 관할의 모티프

사전 지식: 어린이들에게는 미안! 푸른 수염(블루베어드)이라고 하니까 가죽벨트에 큰 칼을 찬 피터 팬이나 보물섬 스타일의 해적 얘기라고 생각할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이야기와는 전혀 관련이 없다. 내용은 동화같은 이야기이지만 실제로는 어둡고 답답한 사이코드라마이다. 그래도 명색이 오페라인데 인상적이고 감명을 주는 아리아 정도는 있을 것이라는 생각일랑 접어 두는 것이 좋을 것이다. 그보다는 노래라는 것이 아예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 좋다. 거칠고 신경질 나며 쥐어짜는 듯한, 다시 말하여 듣기에 거북한 음정이 있을 뿐이다. 1막짜리여서 중간 휴식시간도 없다. 따라서 그나마 박수칠 시간도 없다. 하지만 현대 오페라의 실험적 도전이라는 데에 의미를 둘 수 있다. 잔인하고 소름끼치는 스토리를 좋아하는 현대인들에게!

에피소드: 초연 이후 약 30년 동안 꼭 12번 공연되었을 정도로 인기가 없었으나 어쩐 일인지 2차 세계대전 이후 느닷없는 인기를 끌게 되었다. 아마 출연자가 단 두 사람뿐이고 공연 시간도 길지 않아서 경제적이기 때문인 것 같다. 출연자는 ‘푸른수염’이란 이름의 성주와 그의 부인 유디트(Judith)가 전부이다. 전체적으로 으스스한 오페라이다. 물론 모습만 보이고 대사는 한 마디도 하지 않는 세명의 부인들도 무대에 등장하기는 한다. ‘푸른수염의 성’은 바르토크의 유일한오페라이다. 남성과 여성, 이성과 감정간의 충돌을 그린 작품이다. 오페라에서는 각 방에 있는 그 모든 피가 어디서 생긴 것인지, 죽은 것으로 소문난 전 부인들이 왜 살아있는지, 왜 한방에 모여 있는지, 아무런 설명이 없다. 의문을 가질 필요도 없다. 해석에 따르면 세명의 부인은 푸른수염의 생에 있어서 아침, 낮, 저녁을 뜻한다. 쥬디트는 밤을 의미한다.


줄거리: 고색창연하고 어두컴컴한 블루베어드(Bluebeard)공작의 성이 무대이다. 막이 오르면 어둠속 조용한 중에 누군가 이 동화 같은 얘기가 시작된다고 속삭인다. 프롤로그이다. 고대의 멜로디와 같은 음악이 배경으로 흐른다. 푸른 수염공작이 새로 결혼한 부인인 유디트(Judith)를 성으로 데리고 들어온다. 유디트의 아버지가 살던 곳과 같은 우울한 성이다. 유디트의 아버지, 어머니, 오빠와 여동생은 모두 세상을 떠났다. 그래서 유디트는 새 남편과 절대 헤어지지 않겠다고 선언한다. 거대한 성문이 이 성의 새로운 안주인을 맞이한다. 유디트는 푸른수염에게 이 성에 빛과 따듯함을 가지고 왔다고 얘기한다. 푸른수염은 그런 일이란 절대 일어나지 않을것 이라고 말한다. 유디트는 일곱 개의 커다란 문들을 바라본다. 모두 잠겨있다. 유디트가 열어 달라고 요구한다. 푸른수염이 아무 말도 하지 않자 유디트는 첫째 문을 망치로 두드리며 열려고 한다. 그러자 성이 한숨을 쉬는 소리가 들린다. 푸른수염이 마지못해 열쇠를 준다.


첫째 문을 열자 온갖 흉측하고 무시무시한 고문기구들이 널려있다. 벽은 피로 얼룩져있다. 주홍빛같은 해가 떠올라 피로 물든 벽을 더욱 붉게 물들인다. 유디트는 나머지 문도 전부 열겠다고 말한다. 왜냐하면 남편을 사랑하기 때문이다. 둘째 문을 열자 금빛 같은 갑옷들이 보인다. 하지만 칼과 창과 같은 무기에는 마치 방금 사용한 것처럼 검붉은 피가 묻혀있다. 셋째 문을 열자 금은보석과 값진 재물들이 산처럼 쌓여있다. 이것들도 예외 없이 모두 피에 얼룩져 있다. 넷째문을 열자 정원이 나타났다. 백합화, 카네이션, 장미가 만발해 있다. 그러나 으스스한 푸른 불빛을 받고 있어서 두렵게 보인다. 흰 장미꽃잎에도 붉은 핏방울이 묻어있다. 정원의 땅바닥은 피를 흠뻑 들여 마신듯 질퍽하다. 하지만 유디트는 용기를 내어 이처럼 아름다운 정원은 처음 본다고 감탄한다. 새로운 문을 열때마다 무대의 중앙을 비추는 조명은 다른 색깔을 쏟아낸다. 다섯 번째 문에서 흘러나오는 불빛은 놀라운 것이었다. 푸른수염의 광대한 왕국이 눈앞에 펼쳐진다. 푸른수염은 유디트가 이 성에 빛을 가져온데 대하여 고맙다고 말하며 이제 그의 집은 즐거운 음악과 밝은 빛이 넘쳐흐르는 곳이 될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푸른수염은 다시한번 자기의 새로운 부인인 유디트를 사랑한다고 말한다. 유디트가 두 개의 문이 더 남아있다고 말하자 푸른수염은 그 두 개의 문을 열면 어둠이 온 성을 다시 뒤덮을 것이므로 절대로 안된다고 손을 내젓는다. 그럴수록 유디트는 열쇠를 달라고 요구한다.


유디트가 여섯 번째 문을 열려고 하자 푸른수염은 제발 열지 말라고 다시한번 간청한다. 유디트는 호기심에 문을 연다. 커다란 호수가 나타난다. 푸른수염은 호수의 물이 모두 자기의 눈물이라고 얘기해준다. 푸른수염은 이제 정말 그만 돌아가자고 말한다. 그러면서 유디트가 이 성에 이미 밝은 빛을 가져온 것으로 충분하므로 더 이상 질문을 하지 말아달라고 부탁한다. 그러나 유디트는 질문이 있다고 하면서 전에 사랑했던 여인들은 어떤 사람들인지 얘기해 달라고 조른다. 그러면서 유디트는 일곱 번째 문을 꼭 열어보고 싶다고 말한다. 왜냐하면 지금까지 여섯 문을 열어 보고나니 푸른수염에 대한 소문이 사실이란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피에 젖어있는 고문기구, 창과 칼 등 무시무시한 무기들, 정원, 호수…….푸른수염이 옛 부인들을 살해했다는 소문에 대하여 사실이라는 확신을 갖는다.


유디트는 진실을 알아야겠다면서 드디어 일곱 번째 문을 연다. 그러자 다섯 번째와 여섯 번째 문이 저절로 쾅 닫힌다. 일곱 번째 문을 열자 은빛 달빛이 쏟아진다. 이어서 푸른수염의 옛부인 세명이 나타난다. 모두들 번쩍이는 보석으로 치장하고 왕관을 쓰고 있다. 이들은 푸른수염의 앞에 서서 자기들은 죽지 않고 영원히 사는 존재이며 푸른수염의 모든 보물과 왕국은 자기들의 것이라고 선언한다. 첫 번째 부인은 동이 틀 때 발견되었다. 두 번째 부인은 작열하는 한낮에 발견되었다. 세 번째 부인은 저녁나절 발견되었다. 유디트는 푸른수염이 한밤중에 발견했다. 푸른수염은 유디트에게 다이아몬드 왕관을 씌어주고 온갖 보석으로 장식한 가운을 입혀준다. 유디트는 푸른수염이 가장 사랑하는 아름다운 부인이다. 유디트는 보석 때문에 무거워진 가운을 입고 다른 세 부인들과 함께 일곱 번째 문을 지나 안으로 들어간다. 문이 닫힌다. 무대에 혼자 남은 푸른수염은 ‘이제부터는 밤이 영원하리라’는 노래를 부른다. 이것이 전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