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 이야기/작곡가별 오페라 2

▓ Gershwin, George (거슈인) [1898-1937]

정준극 2007. 5. 9. 11:43
포기와 베쓰


타이틀: Porgy and Bess. 전3막의 민속 오페라(Folk Opera). 뒤보스 헤이워드(DuBose Heyward)의 소설 Porgy를 작가 자신이 대본을 썼고 죠지 거슈인의 형인 아이라 거슈인(Ira Gershwin)은 노래의 가사를 썼다. 대본은 미국흑인의 슬랭을 많이 사용하였다.

초연: 1935년 뉴욕 앨빈(Alvin)극장

주요배역: 포기(불구자 걸인), 베쓰, 크라운(베쓰의  연인, 뱃짐을 부리는 노무자), 로빈스(캐트휘시 로우에 사는 사람), 세레나(로빈스의 부인), 제이크(어부), 클라라(제이크의 부인), 마리아(식당 종업원)

음악적 하이라이트: 클라라가 부르는 자장가인 섬머타임, 제이크의 자장가, 포기의 벤조 송, 스포틴의 라이프 송, 포기와 베스의 사랑의 테마, 포기와 베스의 듀엣, 포기의 탄식 장면, 포기의 마지막 노래

베스트 아리아: Summertime(S, 클라라의 자장가), My man's gone now(S), Headin' for the Promise' Land[약속의 땅을 향해](S), Oh, I got plenty o'nuttin[아무것도 없네](B Bar.), Bess, you is my woman now[베쓰, 당신은 이제 나의 여자](B Bar.+S), Oh, Lord, I'm on my way[오 주여, 나의 길을 갑니다](B Bar.)

사전 지식: 3막의 극적인 러브 스토리. 순 미국 오페라. 거슈인의 표현대로라면 민속 오페라(Folk Opera). 재즈, 블루스, 브로드웨이 뮤지컬 음악이 혼합하여 나옴. 무대는 사우드 캐롤라이나주의 케트휘시 로우(Catfish Row)라는 바닷가 마을. 캐트휘시는 메기의 일종이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도 상당부분 사우드 캐롤라이나주를 무대로 삼은바 있다. 아프리카-아메리카 흑인들의  이야기.  

에피소드: 거슈인이 처음 시도한 민속오페라는 Blue Monday (우울한 월요일)이라는 1막짜리 이다. 1922년, 할렘에서의 저 유명한 ‘조지 화이트의 스캔들’을 줄거리로 삼은 오페라이다.


줄거리: 한 여름, 캐트휘시 로우(Catfish Row)의 생활은 평상시와 다름없이 느릿느릿 별일 없다. 피아노 소리가 들리고, 춤을 추고, 행상들이 물건을 팔러 다니고, 한편에서는 카드놀이를 하고 있다. 클라라(Clara)가 아기를 재우기 위해 자장가를 부른다. 유명한 섬머타임(Summertime)이다. 불구자인 포기(Porgy)가 염소가 끄는 휠체어를 타고 등장한다. 사람들은 포기가 예쁜 베쓰(Bess)에게 마음을 두고 있지만 베쓰는 거들떠보지도 않는다고 하면서 짓궂게 농담을 한다. 그러면서 포기에게 베쓰는 당치도 않으니 포기하라고 말해 준다(That gal Bess ain't fit for Gawd fearin' ladies to 'sociate with). 흑인 특유의 진한 남부 사투리가 흘러넘친다. 베쓰의 애인 크라운(Crown)이 한 낮부터 잔뜩 취해 바에서 술을 더 달라고 하자 베쓰가 술병을 치워 버린다. 악당 크라운(Big Bad Crown이라고 부름)은 기분이 상한다. 설상가상으로 크라운은 놀음에서 돈을 잃는다. 크라운은 홧김에 어부 로빈스(Robbins)를 갈고리로 찔러 죽인다. 로빈스의 아내 세레나(Serena)가 죽은 남편을 부등켜 안고 서럽게 운다. 악당 크라운의 친구인 건달(Sportin’ Life라고 부름)은 세레나에게 기왕 이렇게 되었으니 자기와 함께 뉴욕으로 가서 살자고 유혹한다. 세레나가 거절하자 분위기가 점점 험악해 진다. 베쓰는 무슨 일이 자기에게도 일어날 것 같아 포기가 거처하는 방으로 피하여 숨는다. 형사와 경찰이 도착해서 누가 로빈스를 죽였는지 심문한다. 아무도 입을 열지 않는다. 악당 크라운이 무서워서였다.


제2막. 아침이다. 어부들이 어망을 손질하고 있다. 다른 사람들은 마을 피크닉을 준비하고 있다. 섬머타임을 불렀던 클라라와 남편 제이크(Jake)는 돈 걱정을 한다. 그러나 베쓰는 걱정을 하지 않는다. 베쓰의 노래는 ‘Oh, I got plenty o' nuttin, an' muttin's plenty fo' me’이다. 번역해 보면 ‘나는 없는 것이 많다. 그것으로 충분하다’라는 것이다. 사람들은 베쓰가 포기 집으로 들어오고 난 후부터 포기가 아주 사람이 달라진 것 같다고 말한다. 변호사가 베쓰에게 크라운과 이혼시켜 줄테니 돈을 내라고 달라붙는다. 하지만 베쓰는 결혼신고도 하지 않은 입장이다. 변호사는 결혼하지 않는 상태에서 이혼 수속을 하는 일은 더 어려우므로 돈을 더 내야 한다고 주장한다. 건달이 나타나 베쓰에게 악당 크라운이 앞으로 잘해 주겠다고 하니 다시 돌아오라고 은근히 협박한다. 베쓰는 죽으면 죽었지 안 가겠다고 거절하며 오히려 건달을 쫒아 버린다. 포기는 ‘베쓰, 이제 당신의 내 여자야’(Bess, You Is My Woman Now)라면서 베쓰와 듀엣을 부른다. 사람들은 모두 키티와 섬(Kittiwah Island)으로 피크닉을 떠난다. 하지만 포기는 집에 있어야 한다. ‘장애인 피크닉’은 아니기 때문이었다. 그저 베쓰만 가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도록 한다.


피크닉은 댄스 파티였다. 모두들 흥겹게 춤추고 마시고 떠들어 댄다. ‘건달’이 It ain't necessarily so(꼭 그럴 필요는 없어)라는 노래로 사람들 앞에서 자기를 과시한다. 크라운이 베쓰에게 다가와 말을 붙인다. 크라운은 주점에서의 로빈스 살인 사건이후 이 섬에 와서 숨어 지내고 있었다. 졸개들이 크라운에게 ‘베쓰는 늙었는데 뭐땀시 그리 잊지 못하고 있는가? 젊은 아가씨들이 얼마든지 있는데...’라면서 베쓰를 잊으라고 말한다. 하지만 크라운은 이 말에 신경도 쓰지 않는다. 베쓰가 경멸하듯 크라운을 피하자 크라운은 화가 치밀어 베쓰를 근처 숲으로 데려가 내 동댕이친다. 일주일 후 쯤, 베쓰가 집에 돌아온다. 정신착란에 걸린듯 헛소리를 한다. 열이 내리고 진정이 되자 베쓰는 포기에게 악당 크라운이 강제로 끌고 가기 위해 온다면 난 ‘난 포기를 사랑해’(I loves you, Porgy)라고 말하겠다고 한다. 포기는 악당 크라운으로부터 베쓰를 보호하겠다고 약속한다. 폭풍이 인다. 아기를 안은 클라라는 바다로 고기잡이 떠난 남편 제이크를 걱정하며 섬머타임을 다시 부른다. 클라라와 제이크는 포기네 옆방에 산다. 누가 포기네 방을 노크한다. 크라운이다. 포기와 크라운이 언쟁을 벌인다. 갑자기 옆방에서 클라라의 비명소리가 들린다. 남편 제이크의 배가 뒤집혀 침몰하는 것을 보았다는 것이다. 베쓰가 사람들에게 가서 구하라고 소리치지만 아무도 엄두를 내지 못한다. 크라운만이 배짱 있게 제이크를 구하러 간다.


제3막. 폭풍이 잠잠해 졌다. 바다로 뛰어든 크라운은 다행히 목숨을 잃지 않고 되돌아온다. 크라운은 경찰의 모습이 보이자 포기의 방에 숨으려고 하지만 포기에게 발각된다. 포기는 크라운을 목을 졸라 죽인다. 백인 형사가 세레나(주점에서 살해된 로빈스의 부인)에게 누가 크라운을 죽였는지 묻는다. 며칠 전에 세레나는 참다못해 남편 로빈스의 살인범으로 크라운을 고발한바 있다. 하지만 증인들이 로빈스이 죽을 당시 세레나는 계속 아파서 정신이 오락가락했다고 증언하는 바람에 크라운은 무혐의로 풀려난 일이 있다. 하지만 세레나가 크라운을 목 졸라 죽였다는 것은 말도 안되는 일이므로 심문 대상에서 제외될 수밖에 없다. 대신, 형사들은 포기를 주목하고 그에게 크라운의 시체를 확인해 달라고 요청한다. 포기가 형사들에게 끌려가기 전에 건달이 포기에서 ‘이게 바로 형사들이 범인을 잡아내는 수법’이라고 말하면서 이제는 아무리 포기라고 해도 포기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는 암시를 한다. 이어 건달은 개 버릇 남 주지 못한다고 베쓰에게 접근해서 기왕에 포기는 살인범으로 잡혀 들어갈 테니 함께 뉴욕으로 가는 배를 타자고 유혹한다. 1주일 후, 포기가 베스를 글자그대로 포기하지 않고 집으로 돌아온다. 동네 사람들이 소리치며 환영한다. 포기는 크라운 살해의 증거가 없어 풀려나게 되었다고 말하면서 빵깐(Slammer)에 있을 때 카드를 해서 돈을 상당히 거머쥐게 되었다고 말한다. 포기는 동네 사람들에게 보란듯 선물 꾸러미를 돌린다. 이어 베쓰를 찾는다. ‘어디 있는가? 내 사랑 베쓰?’.....사람들이 고개를 떨구며 ‘베쓰는 잠시전 건달과 함께 뉴욕 가는 배를 타고 떠났다’고 얘기해 준다. 포기는 사람들에게 자기 염소와 휠체어를 가져다 달라고 하면서 아무리 힘들더라도 뉴욕에 가서 베쓰를 찾겠다고 한다. ‘오, 주여, 나의 길을 가렵니다!’(Oh, Lawd, I'm on my way.)는 포기의 아리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