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 이야기/작곡가별 오페라 2

▓ Goetz, Herman (괴츠) [1840-1876]

정준극 2007. 5. 9. 11:46

말괄량이 길들이기


타이틀: Die widerspenstiegen Zähmung (The Taming of a Shrew). 아마 셰익스피어의 이 코미디 작품만큼 세계 곳곳에서 가장 많이 공연된 작품은 없을 것이다. 심지어 시골 고등학교 학예회 연극 공연의 단골 메뉴인 것만 보아도 알수 있다. 이 작품을 오페라로 만든 것은 여러 편이 있지만 그 중에서 괴츠(Götz)의 오페라가 단연 일품이다. 대본을 스마트하게 만들었을 뿐만 아니라 음악도 경쾌하다. 대본은 요셉 비드만(Joseph Widmann)이 썼다.

초연: 1872년 만하임 국립극장

주요배역: 카타리나(케이트: 말괄량이), 페트루키오(말괄량이 케이트의 신랑), 비안카(케이트의 동생), 루첸티오(철학전공의 케이트 남편), 호렌시오(돈많은 과부와 결혼한 멍순이)

베스트 아리아: Es schweige die Klage (S), Ich will mich keinem geben (S)


줄거리: 옛날 이탈리아의 파두아에 밥티스타(Baptista)라고 하는 돈 많은 상인 살고 있었다. 그에게는 두 딸이 있었다. 큰 딸은 카타리나(Katharina: Kate라고도 부름)이고 작은 딸은 비안카(Bianca)이다. 그 시대의 관습은 언니가 먼저 시집가야 동생도 갈수 있는 것이었다. 불행하게도 아무도 언니 케이트와 결혼하려는 남자가 없었다. 잔소리가 심할 뿐만 아니라 못말리는 성미의 여자이기 때문이다. 당사자인 케이트도 결혼에 그다지 관심이 없다. 잘난체하는 남자들이 자기 부인들을 마치 하녀 부리듯 대하는 꼴이 보기 싫어서였다. 그러니 누가 감히 케이트에게 구혼하겠는가? 하지만 동생 비안카의 경우는 다르다. 성격이 유순하고 공손할뿐만 아니라 상당히 예쁘게 생겨서 결혼하겠다는 남자들이 장사진을 칠 정도이다. 마을 남자들은 언니 케이트의 신랑감을 빨리 마련해 주어야겠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동생 차례가 오기 때문이다. 그 중에서도 특히 조금 멍청하게 생긴(좋게 말하면 순진한) 호르텐시오(Hortensio)가 케이트에게 신랑감이 나타났다는 뉴스를 듣자마자 곧이어 비안카에게 구혼하려는 생각으로 준비중이다. 이러한 중요한 시점에 페트루키오(Petruchio)라고 하는 사나이가 돈 많은 여자가 있으면 결혼하겠다는 생각으로 마을을 찾아온다. 마을 사람들로부터 케이트에 대한 얘기를 들은 이 사나이는 케이트를 길들여서 결혼하기로 작정한다. 사실 이 사나이는 지참금에 더 관심이 있다.


페트루키오는 장인이 될 밥티스타를 찾아와 케이트와 결혼하겠다고 신청한다. 이 뉴스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 중 한명은 멍순이(멍청하고 순진한) 호르텐시오이다. 호르텐시오는 ‘바야흐로 때는 이 때다!’라는 생각으로 동생 비안카에게 열렬히 구혼한다. 그러나 또 한 사람의 라이벌이 있다. 피사(Pisa)에서 온 철학 전공의 대학생인 루첸티오(Lucentio)이다. 우여곡절 끝에 비안카는 돈은 별로 없는것 같지만 생기기도 그만하면 괜찮고 더구나 대학물을 먹고 있다는 데에 감격하여 루첸티오와 결혼키로 약속한다. 그건 그렇고 말도 많았고 탓도 많았던 언니 케이트와 페트루키오가 마침내 결혼키로 합의한다. 드디어 결혼식 날이다. 케이트는 속이 상해 있다. 결혼식장에 신랑이 늦게 나타났을 뿐만 아니라 입은 옷도 남루하기 때문이다. 아무튼 결혼식은 끝난다. 신랑 페트루키오는 피로연도 시작하기 전에 케이트에게 어서 집으로 가자고 하여 케이트는 할수 없이 쫓아 나선다. 집으로 가는 도중, 폭퐁이 불어 케이트가 말에서 떨어져 진흙탕 속에 빠지지만 신랑은 아랑곳하지도 않는다.


집에 도착한 신랑은 하인들에게 소리를 쳐 대며 ‘케이트 기 죽이기 작전’에 들어간다. 그렇다고 폭력을 쓰는 것은 절대 아니었다. 적당히 기술적으로 케이트에게 겁을 주며 성질을 다스리는 것이었다. 케이트가 저녁을 먹으려하자 신랑은 하인들에게 음식이 탔다고 하면서 모조리 가져가도록 한다. 저녁도 굶은채 잠을 자려하자 신랑은 하인들을 불러 침대가 망가졌으니 가져가라고 하며 호통을 친다. 그 바람에 케이트는 먹을 것이라고는 보지도 못하고 잠도 한숨 자지 못했다. 다음날 아침, 신랑은 케이트에게 새 옷을 만들어 준다고 하면서 옷 만드는 사람을 불러오지만 나중에 옷에 대하여 하나하나 트집을 잡는 통에 새옷은 입어보지도 못한다. 마침내 케이트는 신랑에게 제발 하라는 대로 다 할테니 무엇 좀 먹을수 있게 해주고 한숨이라도 잘수 있게 해주며 새옷도 입을수 있게 해 달라고 간청한다. 페트루키오의 작전이 맞아 들어가 케이트가 순순해 지기 시작한 것이다. 물론 그 후로도 페트루키오는 케이트의 인내심과 복종심을 수시로 테스트한다. 케이트가 조금이라도 맘에 맞지 않게 행동하면 트집을 잡아 친정집 방문 계획을 연기한다.


마침내 페트루키오는 이만하면 말괄량이가 길드여 졌다고 생각하여 함께 케이트의 친정을 방문한다. 가는 도중, 페트루키오는 마지막으로 해를 가르키면서 저것이 무엇이냐고 묻는다. 케이트가 해라고 하자 페트루키오는 달이라고 우기면서 다음부터는 달이라고 대답해야 밥도 주고 옷도 주겠다고 한다. 또 늙은 사람이 지나가자 젊은 사람이라고 대답하라고 한다. 케이트는 제대로 먹고, 자고, 옷을 해 입기 위해서 그러겠다고 약속한다. 케이트의 집에서는 마침 그날 아침 결혼식을 올린 동생 비안카의 결혼 잔치가 막 진행되고 있다. 비안카에게 청혼하였던 멍청이 호렌시오는 어떤 고집센 과부와 결혼키로 하여 그런대로 대만족이다. 케이트의 신랑인 페트루키오, 비안카의 신랑인 철학전공의 루첸티오, 그리고 돈 많은 과부와 결혼한 호렌시오 세 사람은 누구의 와이프가 가장 고분고분 말을 잘 듣는지 내기를 한다. 페트루키오는 케이트가 일등이라고 주장한다. 모두들 속으로 ‘그 말괄량이가?’라면서 웃긴다며 믿지 않는다. 결국 부인 세명을 모이게 했다. 어쩐 일인지 비안카, 그리고 호렌시오와 결혼한 ‘고집 과부’는 신랑들의 말을 전혀 듣지 않는다. 그러나 케이트는 신랑 페트루키오가 해를 보고 ‘저게 무엇인가? 달이지?’라고 묻자 당장 ‘옛 써! 맞습니다. 달입니다.’라고 대답하고 노인을 가리키며 ‘저 사람은 젊은 사람인가, 늙은 분인가?’라고 묻자 ‘옛 써! 젊은 사람이올시다!’라는 등 싹싹하게 대답을 하며 복종한다. 모두들 놀란다. 케이트는 한술 더 떠서 다른 두 여인을 앞에 세워 놓고 모름지기 와이프는 남편을 섬겨야 하고 순종해야 한다고 강연을 한다. 케이트는 남편을 ‘주인님’ ‘남편은 하늘’ 이라면서 공대를 한다. 페트루키오는 대만족이다. 그 후부터 페트루오키는 마치 이도령이 춘향이를 위하듯 케이트를 끔찍이 위한다. 두 사람은 오래 오래 행복하게 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