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 이야기/작곡가별 오페라 2

▓ Leoncavallo, Ruggiero (레온카발로) [1857-1919]

정준극 2007. 5. 9. 13:28

팔리아치 


타이틀: I Pagliacci (The Clowns: Actors). 유랑극단의 어릿광대를 말한다. 서막과 2막으로 구성되어있다. 대본은 레온카발로 자신이 썼다.

초연: 1892년 밀라노 달 베르메(Dal Verme)극장

주요배역: 카니오(팔리아쵸: 유랑극단의 단장), 네다(콜럼비나: 카니오의 부인), 토니오(타데오: 어릿광대), 실비오(마을 사람), 베페(아를레키노: 할레퀸)

음악 하이라이트: 토니오의 프롤로그, 웃어라! 팔리아쵸 음악, 카니오의 칸타빌레, 카니오의 사랑의 모티프, 네다의 발라텔라(Ballatella), 실비오의 멜랑콜리한 노래, 네다와 실비오의 사랑의 듀엣

베스트 아리아: Vesti la giubba[의상을 입어라](T), No, Pagliaccio non son[아니오, 나는 필리아쵸가 아니오](T)

사전 지식: 살인의 선혈이 낭자한 비극. 어릿광대들이라고 날마다 웃으며 살지는 않는다. 셰익스피어적 요소가 많이 비친다. 예를 들면 드라마가 시작되기 전에 커튼을 제치고 관객들에게 안내말씀을 하는 것, 극중에 또 다른 극이 나오는 것 등은 셰익스피어 스타일이다. 남을 웃기는 것이 직업인 어릿광대이지만 마음 깊숙한 곳에는 자기만의 눈물이 있다. 불행하고 비참한 어릿광대의 이야기. 한편의 진정한 인생 드라마이다. 일본에서는 도화사(道化師)라고 번역되어있다. 팔리아치(Pagliacci)는 팔리아쵸(Pagliaccio)의 복수형이다. 할레퀸(Harlequin)은 무언극이나 발레 따위에 나오는 어릿광대를 말한다. 주로 가면에 고깔모자를 쓰고 얼룩빼기 옷을 입으며 나무칼을 들고 있다.

에피소드: 이 오페라는 레온카발로의 유일한 성공작이다. 그는 La Bohéme이라는 오페라도 작곡했지만 푸치니의 La Bohéme에 말려 아무런 빛을 보지 못했다. 레온카발로는 바그너의 ‘링 사이클’에 버금하는 시리즈 대작을 내 놓기도 했지만 역시 빛을 보지 못했다. 파리아치가 초연된 이후 어느 사람이 이 작품은 완전 표절이라고 주장하며 레온카발로를 고소한 일이 있었다. 레온카발로는 법정에서 이 스토리가 자기가 살던 몬탈토(Montalto)의 칼라브리안(Calabrian)마을에서 직접 일어났던 일이라고 설명했다. 그 케이스를 판결했던 판사가 바로 레온카발로의 아버지였다. 표절 소송에서 승소하였음은 물론이다. 팔리아치는 통상 베리스모의 대표작이라고 할수 있는 마스카니의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와 동시 공연된다.


줄거리: 프롤로그: 1860년대 이탈리아의 칼라브리안 마을. 꼽추 어릿광대 토니오(Tonio)가 제1막이 시작되기 전에 커튼을 제치고 무대 앞에 나와 ‘이제로부터 여러 분이 보실 드라마는 우리 생활에서 언제나 볼 수 있는 생생한 감정에 대한 것이며 우리가 모두 이해할 수 있는 내용이라고 설명한다.


제1막. 작은 마을, 당나귀가 끄는 마차를 타고 유랑극단이 찾아왔다. 단장은 카니오(Canio)이고 그의 부인 네다(Nedda)도 단원이다. 단원인 베페(Beppe)는 주로 할레퀸 역할을 하며 그렇지 않을 때에는 드럼을 친다. 꼽추광대 토니오(Tonio)는 허드레 일도 한다. 여기에 광대에 속하지 않는 실비오(Silvio)도 단원이다. 네다는 상당한 미인이다. 약간의 끼도 있다. 그래서 남편 카니오는 항상 불안하다. 마을에 도착한 후, 마차에서 내리는 네다를 토니오가 손을 잡아 부축해 주지만 남편 카니오는 그것도 싫다. 그래서 토니오에게 다시는 그런 짓 하지 말라고 손찌검을 한다. 마을 사람들이 저녁에 공연을 가질 광대들을 주막에 초청하여 와인을 한잔씩 하자고 권한다. 카니오는 당나귀 먹이도 주고 다른 할 일도 있다고 하면서 사양한다. 어떤 짓궂은 마을 사람이 ‘아하, 예쁜 단장 마누라와 함께 있고 싶어서 사양하는구먼!’이라면서 놀려댄다. 한편 예쁜 네다는 남편 카니오가 지나치게 자기에게 집착하고 질투하는 바람에 새장에 갇힌 새와 같은 신세라고 하면서 자유를 찾아 훨훨 날아가고 싶다고 속마음을 털어 놓는다. 그러면서 마을의 실비오(Silvio)라는 남자를 마음속으로 생각한다. 네다의 아리아가 기가 막히게 감동적이고 아름답다.


꼽추 토니오가 네다에게 슬며시 사랑하느니 뭐니 라고 수작을 건네자 네다는 들은 척도 하지 않고 ‘웃기고 앉아 있네!’라면서 토니오를 채찍으로 때린다. 토니오가 원망스런 모습으로 자리를 뜬다. 곧 이어 진짜 애인인 실비오가 나타나 네다에게 둘이서 멀리 도망가자고 부추긴다. 네다는 솔깃해서 이참에 그 매력 없는 남편 카니오를 떠나려는 생각을 한다. 그래서 그날 밤, 공연이 끝나고 둘이서 몰래 도망가기로 약속한다. 네다의 아리아 ‘오늘밤 지나면, 나는 영원히 당신의 것’은 아름다운 곡이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꼽추 토니오가 두 사람의 이런 대화를 엿듣는다. 다만, 남자가 누구인지는 볼 수 없어서 확실히 알지 못한다. 토니오는 단장에게 잘 보여야 함은 물론 자기를 무시하는 네다가 한번 악 소리가 날 정도로 당하는 꼴을 보고 싶어서 두 사람의 계획을 카니오게 일러바친다. 열이 오른 카니오는 공연의 막간을 이용해 뒤로 와서 네다를 붙잡고 그 놈이 누구냐고 다그쳐 묻지만 네다는 입을 다물고 실토를 하지 않는다. 질투의 화신이 된 카니오는 품고 있던 칼로 네다를 찌르려고 한다. 그 때 마침 드럼치는 베페가 와서 ‘자, 다음 순서, 단장님과 사모님 순서이니 준비하시지요!’라고 일러 준다. 잠시 휴전! 무대에 나온 카니오는 저 유명한 ‘의상을 입어라, 얼굴에 색칠을 하고 분을 발라라, 그래야 사람들이 웃는다, 웃어라! 광대야, 너의 사랑은 끝났다, 웃어라! 너의 가슴을 독으로 물들이는 슬픔을 위해!’라는 아리아를 부른다. 관중들은 ‘잘한다! 자알 해!’라면서 박수를 친다.


제2막. 광대극 공연 속의 광대극 공연이 시작된다. 무대 위에 무대가 설치되어 있고 아예 관중으로 분장한 배우들도 무대 위의 설치해 놓은 또 다른 무대 앞에 자리 잡고 있다. 광대극 속에서의 광대극에서 네다는 콜럼비나(Columbina)역이다. 무대위의 무대에 나온 콜럼비나는 남편 팔리아쵸(Pagliaccio)가 내일 아침까지 돌아오지 않을 것이며 하인 타데오(Taddeo)는 먼 시장에 물건 사러 갔으니 이제는 자기 혼자서 자유라고 늘어놓는다. 얼마나 편리한가? 애인과 몰래 만나서 즐기는 기회! 무대 뒤에서 콜럼비나의 애인이 ‘오 콜럼비나! 그대의 어릿광대(할레퀸-Harlequin)가 기다리고 있소이다!’라는 아리아를 부른다. 어릿광대 할레퀸 역은 드럼 치는 베페이다. 그럴 즈음에 하인 역의 꼽추 토니오(타데오)가 시장에서 돌아온다. 네다/콜럼비나는 왜 이렇게 빨리 왔느냐고 하면서 힐책을 한다. 곧 애인과 만나기로 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네다/콜럼비나가 하인을 야단치고 있는데 아무것도 모르는 애인 할레퀸이 창문을 통해 방 안으로 들어온다. 두 사람은 하인(타데오)을 방에서 내어 보낸 후 어떻게 하면 남편을 죽일 수 있을까 의논하고 있다. 잠시 후 하인이 급히 방으로 들어오면서 지금 남편이 오고 있다고 말해 준다. 할레퀸은 놀라서 창문을 통해 밖으로 도망친다. 네다/콜럼비나는 도망치는 할레퀸에게 제1막에서 실제로 네다가 마을 청년 실비오에게 말한 것처럼 ‘오늘 밤 지나면, 나는 영원히 그대의 것’이라고 노래한다. 팔리아쵸역의 남편 카니오가 무슨 수상한 느낌이 있는 것 같다면서 등장한다.


아내 네다/콜럼비나는 남편/팔리아쵸에게 ‘웬 술을 그렇게 퍼 먹었어요? 돈도 못 벌어다 주는 주제에...’라면서 대든다. 여기까지는 연극이었다. 하지만 비록 연극 중이지만 아내 네다가 자기에게 바가지를 긁어대자, 남편 팔리아쵸역의 카니오는 연극을 계속할 생각을 잊어버리고 화가 치밀어 아내 네다에게 ‘어느 놈하고 도망치려고 했어? 엉? 말하지 못해!’라면서 대사에도 없는 말을 터뜨린다. 막이 오르기전 막 뒤에서 네다에게 추궁했던 말을 얘기하기 시작한 것이다. 무대에 있던 다른 광대들이 ‘이거 심상치 않구나!’라면서 두 사람을 떼어 놓으려고 애썼으나 카니오는 오히려 더 흥분해서 No, Pagliaccio non son(아니야, 나는 광대가 아니야!!)라는 아리아를 부르며 아내 네다를 죽일듯이 덤벼든다. 무대 앞에서 구경하고 있던 진짜 관중들은 ‘야, 이거 연기 한번 잘 하네!’라는 생각이다.


네다는 남편 카니오에게 만일 자기를 조금이라도 생각해 준다면 제발 놓아 달라고 애원한다. 이건 대사가 아니고 실제이지만 관중들은 연극의 연속인줄로 알고 자못 진지하다. 급기여 귀에 아무 말도 들리지 않는 남편 카니오는 칼로 아내 네다를 찌른다. 몇 번이고 계속해서 찌른다. 네다의 애인인 실비오가 관중석에 있다가 급히 무대로 뛰어 오른다. 죽어가는 네다는 실비오의 이름을 부르며 그를 찾는다. 카니오가 바로 듣고 싶어 하던 그 이름이었다. 카니오는 ‘오냐! 바로 네 놈이었구나!’라면서 실비오를 칼로 찌른다. 무대 위의 무대 앞에 있던 베우(관중)들이 카니오를 붙잡아 꼼짝 못하게 한다. 아니, 이게 무슨 청천벼락이란 말인가? 유랑극단의 단원들은 네다와 실비오가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는 모습을 직접 보고 놀란 가슴을 주체하지 못하고 있다. 이때 꼽추 토니오가 진짜 관중들 앞에 나서서 La commedia e finita!(코미디는 끝났습니다!)라고 말하며 겨우 사태를 수습코자한다. 이 오페라 2막의 내용은 설명을 잘 해야지 그렇지 않으면 설명하는 사람조차 무슨 얘기인지 혼선을 빚을 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