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 이야기/작곡가별 오페라 2

▓ Lortzing, Albert (로르칭) [1801-1851]

정준극 2007. 5. 9. 13:29

밀렵꾼 


타이틀: Der Wildschütz (The Poacher). 전3막의 코믹 오페라(Komische Oper). 아우구스트 폰 코체부에(August von Kotzebue)의 희곡 Der Rehbock 또는 Die schuldlosen Schuldbewussten (The Roebuk 또는 The Guiltless, Conscious of Guilt: 죄없는 사람, 죄의 양심)를 바탕으로 작곡자 자신이 대본을 썼다. 이 오페라는 Die Stimme der Natur(자연의 소리)라는 타이틀로도 불려지고 있다.

초연: 1842년 12월 31일 라이프지히

주요배역: 바쿨루스(젊은 학교 선생님), 그레첸(바쿨루스의 약혼녀), 프라이만(남작부인), 에버바흐백작

베스트 아리아: Wie freundlich strahlt die helle Morgensonne[아침 햇빛은 얼마나 다정한가](T), Fünftausend Taler[5천 달란트](B)

사전지식: 밀렵꾼은 로르칭의 대표적인 코믹오페라이다. 로르칭은 독일어로 된 코믹 오페라도 이탈리아산 오페라 부파 또는 프랑스산 오페라 코믹에 비하여 결코  뒤떨어지지 않는 다는 것을 과시하기 위해 밀렵꾼을 작곡했다. 오페라 밀렵꾼은 마리아 스투아르다(Maria Stuarda)와 동시 공연하기 위해 작곡한 것이다. 물론 두 작품의 내용은 완전히 다르지만 초기낭만주의 시기에 나온 작품이라는 공통점을 찾을수 있다. 이를 두고 평론가들은 ‘패션중의 패션’이라고 불렀으며 다른 사람들은 ‘초기 낭만주의에 후기 모더니즘을 결합시킨 것’이라고 말했다. 로르칭은 독일 낭만주의 오페라를 꽃피운 베버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밀렵꾼의 오프닝에 농민들의 축제를 표현한 것은 대표적인 예이다. 


줄거리: 19세기 초반, 독일의 어떤 작은 마을이다. 학교 교장인 젊은 바쿨루스(BAculus)와 예쁜 그레첸(Gretchen)이 약혼하였기에 모두들 축하 무드이다. 이 마을의 세력가인 에버바흐(Eberbach)백작은 평소부터 그레첸이 마음에 들어 어떻게 해보고 싶은 생각이다. 마치 세빌리아의 알마비바백작이 수잔나를 어떻게 해보고 싶어서 안달인 것과 같은 경우이다. 백작은 바쿨루스와 그레첸이 곧 결혼한다는 소식을 전해 듣자 ‘이거 가만히 있으면 안되겠는데’라고 생각한다. 백작은 우선 바쿨루스를 그레첸으로부터 떼어 놓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천우신조? 백작은 바쿨루스가 백작의 소유지 숲에서 사냥을 했다는 정보를 입수한다. 바쿨루스는 그 지역이 백작의 소유지인줄 모르고 토끼 한 마리를 잡았던 것이다. 백작은 바쿨루스가 자기 영토에서 밀렵을 했다고 고발하여 교장직을 해임시킨다. 착한 그레첸은 어떻게 해서라도 백작의 마음을 돌려 바쿨루스가 용서받도록 해야겠다고 생각한다. 무척 어려운 임무이다. 역시 천우신조? 어떤 낯선 젊은 학생이 그레첸의 사정을 듣고 자기가 대신 백작을 만나서 마음을 돌려보겠다고 자청한 것이다. 그 학생은 실은 백작의 여동생 프라이만(Freimann)남작부인으로 얼마전에 남편을 잃고 혼자 몸이 되어 남학생으로 변장하여 공부나 하며 지내는 있는 입장이다. 프라이만남작부인이 오랜만에 마을을 찾아온 것은 오빠인 백작이 한번 오라고 해서이다. 백작은 그래도 자기가 오빠라고 혼자된 여동생 남작부인과 자기의 처남인 크론탈(Kronthal)남작을  맺어주고 싶어서 오라고 했던 것이다. 하기야 예전에는 사촌끼리도 결혼하여 사는 경우가 많았으므로 처남과 여동생을 맺어 주려는 것은 크게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고 생각할수 있다.


그레첸을 도와주기로 한 남작부인은 그레첸과 서로 옷을 바꾸어 입고 백작의 성으로 들어간다. 백작은 느닷없이 그레첸(실은 여동생인 남작부인)이 자기를 찾아오자 ‘그럼 그렇지!’라며 속으로 좋아서 죽을 지경이지만 백작부인이 버티고 있기 때문에 그레첸에게 달콤한 말 한마디 속삭이지 못한다. 마침 백작의 처남인 크론탈남작이 찾아온다. 그도 역시 남자인지라 그레첸(실은 남작부인)을 보자마자 마음이 바짝 동한다. 그런가하면 백작부인은 남학생(실은 그레첸)을 보고 예쁘게 생긴 모습과 사근사근한 친절함에 어떻개 해서든지 자기 침실로 끌어 들이고 싶어 한다. 그리하여 그레첸으로 변장한 프라이만남작부인, 남학생으로 변장한 그레첸, 백작부인, 백작, 백작의 처남인 크론탈남작등 도합 5명이 벌이는 엎치락 뒤치락이 웃음을 자아내게 한다. 특히 백작과 남작이 서로 그레첸에게 접근하려는 수작은 가히 일품이다. 백작은 자기 여동생인줄도 모르고 그레첸이 스스로 자기를 찾아오자 ‘거럼, 기리쿠말구!’라는 생각에서 좋아하며 남작 역시 남작부인인줄 모르고 예쁜 그레첸이라는 여자를 무조건 좋아하게 된 것이다. 이리저리하여 젊은 남작은 그레첸에게 별도로 약혼자가 있음을 알게 된다. 남작은 그레첸의 약혼자인 바쿨루스를 만나 5천 탈러(thaler)를 줄테니 그레첸을 기브업하라고 설득한다. 바쿨루스는 밀렵죄로 기소되어 벌금 5천탈러를 내야할 판이므로 그 제안을 받아들인다. 남작의 아리아 ‘5천 탈러’가 멋있다. 얼마후 이 모든 계획과 남작의 매수음모, 그레첸과 남작부인의 역할 교환 사건등이 밝혀진다. 백작과 남작은 창피해서 얼굴을 못 들 정도이다. 백작부인도 한때 젊은 남학생(실은 그레첸)을 좋아 했던 것을 뉘우치는 모습이다. 백작과 백작부인은 서로에게 충실하기로 다짐한다. 크론탈남작은 프라이만남작부인을 사랑하게 된다. 바쿨루스는 5천 탈러에 그레첸을 팔았음을 크게 뉘우치고 그레첸의 발 앞에 엎드려 사죄한다. 백작은 벌금을 받지 않고 바쿨루스의 밀렵을 용서한다. 모두들 행복하다.   


황제와 목수


타이틀: Zar und Zimmermann. 또는 Die beiden Peter. (The Czar and the Carpenter: The Two Peters). 3막의 코믹 오페라. 대본은 게오르그 크리스챤 뢰머(Georg Christian Römer)의 희곡 Der Burgermeister von Saardam(사아르담의 시장[市長])을 바탕으로 작곡자 자신이 대본을 썼다. 원래는 ‘두 명의 피터’라는 러시아의 전래민화이다.

초연: 1837년 라이프치히 국립극장

주요배역: 피터 미하일로프(피터 황제), 피터 이바노프(젊은 목수), 반 베트(사아르담의 시장), 마이라(반 베트의 딸), 르포르장군(러시아대사), 시든햄경(영국대사), 샤토뇌프후작(프랑스대사)

음악 하이라이트: 피터대제의 노래, 샤토뇌프의 노래, 반 베트의 아리아, 마리의 혼례의 노래

베스트 아리아: O Sancta Justitia, ich müchte rasen[오 성스러운 정의시여, 나는 분노하지 않을수 없나이다](B), Lebe wohl, mein flandrisch Mädchen[잘 있어요, 플레미시 아가씨](T), Sonst spielt'ich mit Szpter, mit Krone und Stern[옛날 나는 황제의 홀과 왕관과 별과 함께 놀았지요](T)

사전지식: 이 오페라는 로르칭 최고의 작품이다. 반 베트는 코믹한 역할이다. 그런 그의 성격은 첫 번째 아리아 ‘오 성스러운 정의시여, 나는 분노하지 않을수 없나이다’에서 잘 나타난다.

에피소드: 오페라에 나오는 짜르(러시아 황제), 즉 피터가 역사상 유명한 피터대제인지 아닌지는 확실치 않다.


줄거리: 화란의 사아르담(Saardam)항구의 부두가 무대이다. 평복으로 변장하고 세상물정을  살피기를 좋아하는 러시아의 피터황제는 어느날 사아르담항구의 부둣가에 있는 목공소를 보고 목수노릇을 하고 싶은 생각이 든다. 급기야 황제는 피터 미하일로프(Peter Mikhailov)라는 이름으로 가장하고 목수로 취직한다. 여기에서 황제는 피터 이바노프(Peter Ivanov)라는 러시아군 탈영병을 만나 함께 목수일을 하며 친구가 된다. 피터 이바노프는 반 베트(Van Bett)시장의 딸인 마리(Marie: Maria)를 사랑하고 있다. 마리는 재미난 성격이어서 이바노프가 자기를 사랑하고 있는 것을 알면서도 미하엘로프(황제)와 일부러 친한 것처럼 보여 살살 질투심을 갖게 하며 즐거워한다. 이 때 사아르담에 영국대사와 프랑스대사가 찾아온다. 황제가 변장하고서 이 도시에 와서 지낸다는 소문을 듣고 중요한 정치적 문제를 협상하기 위해 온 것이다. 굳이 이 두 대사의 이름을 알고 싶다면, 영국대사는 시든햄경(Lord Sydenham)이고 프랑스대사는 샤토뇌프후작(Marquis de Chateauneuf)이다. 대사들은 사아르담의 시장을 만나 아무래도 새로 취업한 목수들 중에 황제가 변장하고 있을것 같다고 하며 제발 찾아 달라고 부탁한다. 이 소리를 들은 시장은 안절부절이다. 황제가 이 도시에서 막일을 하고 있다니? 시장은 정신을 가다듬고 최근 부둣가에서 취업한 사람들을 은근히 조사해보니 피터 미하일로프와 피터 이바노프라는 두 목수가 용의자 대상으로 등장한다. 그러나 과연 두 사람 중에서 누가 진짜 황제인지는 알수가 없다. 시장은 두 사람을 은근히 만나 이것저것 물언본 결과 이바노프가 황제라는 심증을 굳힌다. 그리고 탐문수사를 통하여 이바노프가 자기딸 마리를 사랑하고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된다. 시장은 자기 딴에 꾀를 내어 이바노프에게 정체가 무엇인지 신분만 당장 밝힌다면 마리와 잘되게 해 주겠다고 약속한다.


한편 프랑스대사인 후작은 이런저런 경로를 통하여 미하일로프가 황제인 것을 알아내고 단독으로 은밀히 만나 정치협상을 재빠르게 해결한다. 하지만 영국대사는 아직도 또 다른 피터인 이바노프가 황제인줄 알고 접근하기 위해 무던히 노력하고 있다. 이바노프는 시장을 비롯해서 지체 높은 사람들이 왜 자기를 감히 러시아의 황제와 비교하면서 얘기하는지 도무지 모르지만 아무튼 시장의 설득 및 회유에 못이겨 자기가 황제라고 밝히고 영국대사를 만나 협상을 하지만 아는 것이 별로 없기 때문에 통 진전이 없다. 이 때 제3의 인물이 나타난다. 러시아대사인 르포르(Lefort)장군이다. 황제를 잘 알고 있는 장군은 사아르담에 와서 피터황제를 은밀히 만나 중요한 일이 있으므로 어서 궁전으로 되돌아가야 한다고 전한다. 피터황제는 어쩔수 없이 목수일을 그만두고 궁전으로 돌아가야 했다. 황제는 떠나기 전에 친구 이바노프를 따로 불러 문서 한 장을 주며 나중에 필요할 때 열어보라고 한다. 이바노프는 친구 피터 미하일로프가 러시아황제인 것을 아직도 모르고 있다. 더 모르고 있는 사람은 시장이었고 더욱 더 모르는 사람은 마리였다. 시장은 진짜 황제가 배를 타기 위해 떠났는데 그것도 모른 채 이바노프에게 사아르담에서 행세깨나 한다는 한 떼의 사람들을 데려와 러시아황제라고 소개하면서 경배토록 한다. 저 멀리 바다에서 예포가 은은히 울린다. 황제가 배에 타고 있다는 신호였다. 사람들은 그제서야 막 배에 오른 미하일로프가 진짜 황제인 것을 알고 자기들이 얼마나 미련한 짓을 했는지 모른다면서 쥐구멍이라도 찾고 싶은 심정에 있다. 하지만 쥐구멍만 찾을수는 없는 노릇이므로 정신을 차려서 모두 황제가 탄 배 쪽으로 달려가 황제를 위해 만세를 부른다. 어안이 벙벙해 있던 이바노프는 친구 미하일로프가 러시아황제인 것을 비로소 알고 놀래서 자빠질뻔하다가 정신을 차려 감격해 한다. 이바노프가 황제가 준 문서를 읽어보니 자기의 탈영을 사면한다는 황제의 친필이 적혀있고 게다가 상당액의 돈까지 준다고 되어있다. 이바노프와 마리가 잘된 것은 말한 나위도 없다. 이바노프는 자기 이름이 피터이기 때문에 이런 행운도 생기는구나 하면서 성베드로(성피터)에게 감사의 기도를 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