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 이야기/작곡가별 오페라 2

▓ Lully, Jean-Baptiste (륄리) [1632-1687]

정준극 2007. 5. 9. 13:30

테제


타이틀: Thésée (Theseus). 륄리의 오페라 대본을 주로 맡았던 퀴노(Quinault)가 대본을 맡았다. 관례대로 그리스의 고전 스타일에 당시로서 현대적인 분위기를 첨가하였다.

초연: 1765년 파리 로열궁전. 프롤로그는 루이 14세의 개인적인 위대한 통치력을 넌지시 암시하는 내용이다. 알자스에서 루이14세가 군사 활동을 하는 장면이기 때문이다. Thésée의 현대적 초연은 2001년 보스톤 탱글우드 음악축제에서였다.

주요배역: 테제(영웅 테세우스: 아테네의 왕자), 에게(아테네의 왕), 메데(공주 겸 마법사), 에글레(아테네의 공주), 미네르바(아테네의 수호여신)

베스트 아리아: Revenz, Amour, revenez(S)

사전지식: 테세우스는 고대 그리스 아티카(Attica)의 영웅으로 인신우두(人身牛頭)의 괴물 미노타우르(Minotaur)를 크레테에서 퇴치한 영웅이다. 테제에 대한 스토리는 호머의 일리아드에 나온다.  Thésée의 스토리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아테네왕 에게(Aegée)는 성질이 고약하고 못된 메데(Médée)공주와 결혼키로 되어 있다. 메데는 대단한 마법사이기도 하다. 그러나 에게왕은 그의 궁전에 머물고 있는 아테네 출신의 에글레(Aeglé)공주를 사랑하고 있다. 메데공주가 알면 난리가 날 일이다. 이처럼 이미 복잡해진 상황은 신원을 알수 없는 영웅 테제의 등장으로 더욱 복잡해진다. 테제는 실상 에게왕이 오래전에 잃은 아들이다. 테제는 아름다운 에글레공주를 보자 당연히 사랑에 빠진다. 상황이 더 복잡하게 되느라고 메데공주가 테제의 신원을 알아차린다. 메데공주는 테제왕자를 처음 본 순간부터 열정을 다해 연모한다. 이들을 둘러싼 4각관계는 세사람의 단역들 때문에 더 복잡해진다. 클레오네(Cleone), 아르카스(Arcas), 도리네(Dorine)이다. 클레오네는 에글레공주의 막역한 친구이다. 아르카스는 테제의 친구로서 에게왕의 신하이다. 도리네는 메데공주의 친구이다. 그러므로 이 세사람의 단역들은 에게왕-에글레 공주-메데 공주의 3각관계를 대표한다고 볼수 있다. 이렇다보니 이 오페라는 프랑스어로 un peu puérile(약간 유치한)라는 평을 받았다.


그러나 스토리가 유치하다는 평과는 상관없이 Thésée의 음악은 화려하고 장쾌하며 아름답다. 트럼펫과 팀파니가 힘찬 연주를 들려주는가하면 듀엣과 트리오의 아리오소도 보통이 아니다. 더구나 활발하고 열정적인 춤은 대단한 눈요기이다. 바그너는 이른바 종합예슬(Gesamtkunstwerk)에 대한 아이디어를 중요시했다. 그런 면에서 보면 륄리의 작품은 바그너보다 선구자라고 할수 있다. 륄리는 바그너와 같은 웅대한 스케일의 작품을 썼다. 그리고 륄리의 작품에 나오는 미네르바(Minerva)의 의상은 마치 바그너의 브륀힐데와 마찬가지로 가슴막이와 방패를 들도록 했다.

 

니스오페라공연. 2007년

                   

에피소드: Thésée는 스토리가 상당히 복잡하지만 륄리의 가장 대표작으로 그의 생전은 물론 사후에도 인기를 끌었다. 1779년, 륄리가 세상을 떠난지 10여년후, 파리의 오페라가 프랑스 오페라 스타일의 역사적 조사를 실시한 일이 있다. Thésée는 륄리의 대표작으로 선정되었다. 오페라 Thésée는 18세기 초 파리에서 초연된 이래 거의 1백년동안 프랑스를 중심으로 유럽에서 계속적인 성공을 거둔 오페라이다. 그 기간동안 30번이나 음악과 내용이 수정보완 되었다. 그러나 Thésée는 18세기 이후 거의 2백년동안 잊혀져 있다가 2001년 보스톤 공연을 시작으로 다시 각광을 받게 되었다. 이 작품의 무대규모는 아이다에 버금갈 정도로 스펙터클하다. 또한 공연시간도 거의 3시간에 걸친다. 그러나 스토리가 흥미롭고 극적인 분위기가 충만하며 무용이 곁들여 전체적으로 화려하다. 게다가 음악은 사랑스럽다. 헨델의 Teseo는 륄리의 Thésée와 스토리가 같다. 헨델의 Teseo도 초연이후 거의 공연되지 않았다가 1985년 영국에서 리바이벌 되었다.

 

니스오페라 공연. 2007년도. 소프라노 장윤정 출연

                 

줄거리: 프롤로그. 무대는 베르사이유궁전의 정원이다. 비너스여신과 함께 온 ‘쾌락’(Pleasure)과 ‘오락’(Sport)이 우울한 합창을 부른후 숲속으로 사라진다. 이들은 루이14세가 군대 때문에 너무 자주 궁전을 떠나 있기 때문에 더 이상 축제가 열리지 못함을 한탄한다. 비너스가 쾌락과 오락을 향해 사랑스러운 아리아를 부르며 사라지지 말고 어서 돌아오라고 간청한다. 이때 화려한 트럼펫 소리가 울려 퍼지며 마르스(Mars: 군신)가 등장한다. 마르스는 ‘프랑스 만세! 루이 14세만만세!’를 부르며 찬양한다. 세레스(Ceres: 수확의 신)와 바커스(Bacchus: 주신)가 마르스와 비너스의 찬양에 함께 어울린다. 모두들 루이14세의 귀환을 기뻐하며 이를 찬양한다. 이제부터 오페라를 관람할 차례이다.


제1막. 멀리서 전쟁의 함성이 들린다. 아테네궁전의 사람들이 아테네의 수호신인 미네르바 신전으로 대피해 온다. 에글레공주가 미네르바 여신에게 아테네의 병사와 에게왕을 보호해 달라고 간절히 기도한다. 에글레공주의 친구이며 시녀인 클레오네가 신전으로 들어와 영웅 테제(테세우스)가 왕을 도와 적병들을 물리치기 위해 병사들을 규합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한다. 에글레공주는 전에 한번 본 테제를 어느덧 사랑하게 되었다. 이후, 전투 장면을 묘사하는 오케스트라가 특별히 인상적이다. 에게왕의 친구이자 신하인 아르카스는 에글레공주의 시녀인 클레오네를 사랑하고 있다. 아르카스는 지난번 전투에서도 큰 공을 세운 용사이다. 클레오네는 적군과의 전투를 위해 출전하는 아르카스에게 ‘당신은 용맹하게 아테네를 구하는데 큰 전공을 세우셨으니 소녀의 마음은 이미 당신에게 향하였습니다. 그러므로 걱정일랑 마시옵소서!’라고 말한다. 이 말을 들은 아르카스는 안심하고 전쟁터로 달려간다. 신전의 최고 여사제가 미네르바 여신에게 아테네의 승리를 소리 높여 간구한다. 그러나 이 소리는 잠시후 밖에서 백성들의 환호 소리에 묻힌다. 아테네의 승리이다. 승전하고 돌아온 에게왕은 마침 에글레공주와 단둘이 있게 되자 사랑을 고백하며 결혼하고 싶다고 말한다. 에글레공주는 왕에게 ‘폐하! 폐하는 이미 메데공주마마와 결혼키로 약속하셨는데 어찌 이러시는지요?’라고 말한다. 에게왕은 자기가 아니라 자기 아들과 메데를 결혼시킬 생각이니 걱정하지 말하고 설명한다. 제1막은 군중들이 미네르바 여신에게 감사의 제사를 드리는 것으로 끝난다.


제2막. 메데와 시녀인 도리네(Dorine)가 테제의 용감무쌍한 영웅적인 전공에 대하여 얘기를 나누고 있다. 이때 에게왕이 나타나 메데에게 자기는 에글레공주와 결혼할 생각이니 메데공주는 자기 아들과 결혼하는 것이 바람직하겠다고 앞뒤 생각 없이 노골적으로 얘기한다. 메데는 에게왕의 아들이라면 바로 오래전에 잃었던 테제를 말하는 것으로 알고 오히려 속으로 기뻐한다. 마법으로 테제를 만나보았던 메데는 잘 생기고 용맹스런  테제를 사랑하게 되었다. 잠시후 에게왕의 친구이며 신하인 아르카스가 들어와 테제의 영웅적인 행동으로 아테네가 구원되었음을 높이 찬양하며 마침 에게왕에게는 아들이 없으니(어릴 때 잃어버려 생사를 알수 없게 된것이 벌써 10여년이 지났으므로) 차제에 테제를 아테네의 다음 왕으로 삼는 것이 좋겠다고 건의한다. 잠시후 테제가 보무도 당당하게 개선하여 들어온다. 백성들이 환호를 보낸다. 메데가 개선장군인 테제를 만난다. 메데는 여자의 직감으로 테제가 에글레공주를 사랑하고 있음을 알아차린다. 메데는 테제를 일부러 동정하는듯 실은 에게왕이 에글레공주와 결혼할 생각이므로 따라서 에게왕과 테제가 에글레공주를 두고 서로 라이벌이 되었으니 이를 어쩌면 좋으냐고 걱정해 주는 척한다. 그러면서 메데는 테제와 에글레공주와의 사랑이 결실을 맺을수 있도록 열과 성을 다하여 지원하겠다고 말한다. 모두들 물러가자 메데는 질투심이 치밀어 올라 테제를 자기 것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무슨 일이든지 하겠다고 다짐한다.


제3막. 이번에는 에글레공주와 시녀 클레오네는 테제의 영웅담에 대하여 얘기를 나누고 있는데 아르카스 들어와 에게왕이 에글레 공주와 결혼하고 싶다는 심정을 다시한번 전해주며 비록 에게왕이 나이는 들었지만 사랑에 나이가 무슨 상관이냐고 덧붙여 얘기한다. 에글레공주와 클레오네는 아르카스에게 제발 에게왕이 다른 사람을 결혼상대로 찾도록 해달라고 간청한다. 아르카스가 별다른 약속을 하지 못하고 돌아가자 에글레공주는 메데에게 부탁해서 왕의 마음을 돌려 보려고 한다. 에글레공주는 사실 마법사인 메데가 왕과 결혼키로 되어 있었기 때문에 자기의 간청을 들어줄것으로 생각한다. 이 부탁을 들은 메데는 에글레공주가 다른 사람도 아니고 테제를 사랑하고 있음을 알고 분연히 자기도 테제를 사랑하고 있다고 밝히며 이제 서로 라이벌이니 한번 경쟁해 보자고 말한다. 이와 함께 메데는 마법을 사용해서 궁전을 황량한 사막으로 만든다. 두려움에 넘친 클레오네가 아르카스를 부르며 도움을 청한다. 아르카스가 나타나 사막에서 탈출해 보려고 하지만(어떻게 왔는지는 설명이 없음) 헛수고이다. 다시 메데가 나타나 클레오네와 아르카스를 아테네로 돌려보낸다. 그러면서 누구든지 에글레공주를 도와주면 영원한 지옥의 어둠속으로 빠질 것이라고 저주한다. 메데의 노예들에게까지 수모를 당한 에글레공주는 그저 죽고 싶은 심정이다.


제4막. 메데는 에글레공주에게 테제에 대한 사랑을 포기하라고 강요하지만 그럴수록 에글레공주는 죽으면 죽었지 그렇게는 못하겠다고 강력하게 말한다. 메데는 테제를 깊은 잠에 들게 하고 자기의 졸개 악마들을 시켜 데려 오도록 한다. 메데는 에글레공주에게 만일 에게왕과 결혼하지 않으면 테제를 죽이겠다고 말한다. 마침내 에글레공주는 사랑하는 테제의 목숨을 위해 메데의 요구 조건을 듣겠다고 약속한다. 장면을 바뀌어 마법의 섬이다. 테제가 깊은 잠에서 깨어난다. 옆에 있던 에글레공주는 테제에게 그의 목숨을 살리기 위해서 에게왕과 결혼키로 약속했음을 얘기해 준다. 이 말은 들은 테제는 너무나 낙심한 나머지 에글레공주에게 기왕 일이 이쯤 되었으니 서로 헤어져 있느니 차라리 함께 죽자고 말한다. 이 모습을 보고 자기의 계획이 실패로 돌아갔다고 느낀 메데는 더 한층 악랄한 방법을 동원키로 다짐한다. 메데는 두 사람의 죽음을 초월한 사랑에 깊은 감동을 받은 듯, 두 사람의 결합을 위해 도움을 주겠다고 말한다. 마법의 섬사람들은 두 사람의 사랑을 축하한다.


제5막. 메데는 에글레공주와 테제를 자기의 궁전으로 초청하여 진수성찬의 잔치를 베푼다. 에게왕과 신하들도 초대를 받았다. 메데는 에게왕에게 넌지시 ‘저 테제가 왕의 라이벌일뿐만 아니라 아테네의 왕좌를 노리는 위험인물’이라고 속삭여준다. 이말을 들은 에게왕은 반신반의 하다가 메데의 말을 믿고 마침내 테제를 독약으로 죽이기로 결심한다. 이윽고 에게왕이 테제에게 독약이 든 술잔을 건넨다. 아무것도 모르는 테제가 막 술잔을 입에 대려는 순간 에게왕은 테제의 칼과 신발을 보고 깜짝 놀란다. 그 옛날 자기가 직접 자기 아들에게 주었던 것이었기 때문이다. 에게왕은 순간 테제의 손에서 술잔을 빼앗아 죽음의 위기에서 구출한다. 그리고 용감한 영웅 테제에게 자기가 사랑하는 에글레공주를 기꺼운 마음으로 양보하겠다고 선언한다. 이 말을 들은 메데는 질투의 화신이 되어 마법의 힘으로 파티장을 수라장으로 만든다. 잔치에 참석했던 사람들은 미네르바 여신에게 제발 이 재앙에서 벗어나게 해 달라고 간청한다. 이 간청을 들은 미네르바가 나타나(이때 브륀힐데처럼 쇠로 만든 가슴받이와 방패를 들고 나타남) 메데를 아테네에서 영원히 추방한다. 백성들과 신하들은 아버지와 아들의 재회를, 그리고 테제왕자와 에글레 공주와의 결혼을 한없이 축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