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 이야기/작곡가별 오페라 2

Strauss, Richard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1864-1949]

정준극 2007. 5. 21. 15:49

낙소스의 아리아드네


타이틀: Ariadne auf Naxos (Ariadne on Naxos). 원래 1912년 1막짜리로 완성하였으나 그후 1916년 서막과 제1막으로 구성된 작품으로 수정하였다. 몰리에르의 희곡 Le bourgeois gentilhomme(신사평민)에서 내용을 가져와 휴고 폰 호프만슈탈이 대본을 썼다.

초연: 초본 초연은 1912년 독일의 슈투트가르트  궁정오페라극장, 수정본 초연은 1916년 비엔나 궁정극장에서였다.

주요배역: 서막, 인터메쪼, 본막의 출연진이 각각 다르다. [서막] 음악감독, 작곡가, 무용감독, 가발장인, 하인, 장교, 프리마 돈나(나중에는 아리아드네), 테너(나중에는 바커스) [인터메쪼] 체르비네타, 할레퀸, 스카라무치오, 트루팔디노, 브리겔라 [본막] 아리아드네공주, 바커스, 드리아드, 에코, 나이아드

음악 하이라이트: 아리아드네와 바커스의 사랑의 듀엣, 배우들의 노래, 배우들의 춤 노래, 체르비네타의 아리아(카덴짜와 론도 테마),

베스트 아리아: Lieben nur mit du![너와 함께 있는 자를 사랑하라!](S)

사전 지식: 1막짜리 코미디. 아테네의 왕 테세우스와 크레테의 아름다운 공주 아리아드네와의 사랑, 신의 노여움을 받아 낙소스 섬에 유배된 아리아드네 공주의 비통함, 그러다가  바카스신과 새로운 사랑에 빠진다는 그리스 신화를 줄거리로 하였다. 이 오페라는 1막으로 구성되어 있다. 실제로 대단히 짧다. R. 슈트라우스가 지금까지 그의 다른 오페라들을 제작한 사람들에 대하여 감사의 뜻으로 작곡해서 헌정한 미니 오페라이다. 1800년대 비엔나에서 훌륭한 개인 저택을 가지고 있는 부유층 귀족 사회는 자기 집에서 손님들을 대접하기 위해 오페라를 공연하는 것이 유행이었다. 이 오페라도 마치 레온카발로의 팔리아치처럼 오페라 공연 중 연극이 공연되는 스타일이다. 따라서 정신 차리고 있지 않으면 현재와 과거를 혼동할수도 있다.

에피소드: 몰리에르의 코미디는 갑자기 부자가 된 무슈 쥬르댕(Monsieur Joudain)이라고 하는 사람이 자기의 재산을 어떻게 사용할지 몰라 사기꾼들에게 속아 넘어가는 불행을 담은 것이다. 원래 리하르트 슈트라우스는 이 몰리에르의 ‘신사평민’이라는 코미디의 독일어 번역본을 대본으로 하며 륄리(Lully)가 1670년에 만든 음악에 바탕을 두어 오페라를 작곡하려했다. 하지만 R. 슈트라우스와 폰 호프만슈탈은 코믹한 면과 비극적인 면이 대조를 이루는 내용으로 작품을 이끌어갔다. 문제는 비극적인 사항이 오히려 풍자적인 모습으로 변형되었다는데에 있다. 특히 두 번째 수정본에서 그러한 면이 두드러졌다. 마지막 장면에서 체르비네타가 마치 고조된 전체 분위기의 김을 빼놓는 것과 같은 대사를 말하는 것이 좋은 예이다.


줄거리: [서막] 무대 위에서는 무대감독, 출연자, 연기자들이 새로운 오페라 공연 준비를 위해 법석이다. 그날 밤에 공연될 오페라는 그리스 신화인 아리아드네 전설을 주제로한 것이다. 이 새로운 오페라는 그 집에 초대되어 온 손님들이 잘 차린 음식을 실컷 먹고 나서 심심풀이 여흥 목적으로 공연될 예정이다. 음악감독과 작곡가는 상당히 긴장되어 있다. 오페라 공연이 끝나자마자 코미디 연극이 공연되므로 만일 형편없는 오페라였다면 코미디 팀에게 망신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나저나 밤 9시에는 무슨 수가 있어도 불꽃놀이가 시작되어야 한다. 집주인은 불꽃놀이에서 손님들이 ‘와-! 오-! 어머나-!’라고 소리치는 모습을 꼭 보고 싶어 하므로 불꽃놀이시간은 반드시 맞추어 진행되어야 한다. 만일 오페라나 코미디가 9시 전에 끝나지 않는다면 불꽃놀이 때문에 무조건 중지해야 하는 입장이다. 코미디 팀은 오페라 팀에게 오페라를 되도록 빨리 끝내 달라고 성화를 부린다. 오페라 팀은 알았다고 대답하면서도 속으로는 ‘웃기지도 못하는 친구들이 웃기는 소리나 하고 있네!’라면서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하지만 공연준비는 제대로 진행되지 않는다. 우선 출연자들이 제대로 말을 들어먹지 않는다. 특히 테너가 말을 듣지 않는다. 악기 연주자들도 제멋대로이다. 바이올린을 찾자 손님들의 식사에 불려가서 바이올린을 연주하고 있다는 것이다. 음악감독은 화가 머리 꼭대기까지 났지만 어쩔수 없다. 코미디팀의 대장은 체르비네타(Zerbinetta)라는 여자이다. 음악감독은 처음에 체르비네타를 보고 좀 날씬하지는 않지만 그런대로 매력이 있는 것 같아서 은근히 마음이 끌렸었다. 그러나 그날 밤 오페라 공연 사례금의 절반은 코미디팀이 차지하게 된다는 사실을 알고 나서는 뚱뚱한 체르비네타를 원수처럼 생각한다. 음악감독은 코미디 광대들과 훌륭한 음악가들이 똑 같이 취급 당하는데 대하여 속이 상해있다. 음악감독으로서 신경쓰이는 일이 또 있다. 아리아드네역을 맡은 소프라노가 무대연습은 하지 않고 분장실에서 얼간이 추종자들을 만나 노닥거리느라고 정신이 없기 때문이다. 어떤 얼빠진 백작은 프리마 돈나가 왔다는 소식을 듣자 식사를 하다말고 정신없이 분장실로 달려오기까지 했다. 아무튼 모든 사람들이 공연 때문에 정신없는듯 보이지만 정작 공연에 신경 쓰는 사람은 별로 없다.


[인테메쪼] 그날 밤의 모든 행사를 총괄하는 집사장은 두 개의 공연 때문에 불꽃놀이가 늦게 시작되지 않도록 하는 묘안을 생각해 낸다. 오페라와 코미디를 동시에 공연하면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집사장이 자기의 아이디어를 음악감독에게 말하자 음악감독은 이 새로운 요청을 단연코 거절한다. 어떻게 같은 무대에서 한쪽에서는 오페라가 공연되고 다른 한쪽에서는 코미디를 펼칠 수 있다는 말인가? 음악감독이 난색을 표하자 집사장은 음악감독과 작곡가를 설득하기 시작한다. 집사장은 ‘여보게! 오페라의 한 파트로 코미디를 넣으면 안 되겠나? 광대들을 오페라에 출연시키면 어쨌든 밤 9시 전에 끝낼수 있지 않은가? 주인 나리가 좋아하시겠는데..에헴’이라고 말한다. 주인 나리가 좋아할것이라는 소리에 음악감독과 작곡가는 어쩔 수 없이 이 제안을 승낙한다. 하지만 이번에는 프리마 돈나가 그 소리를 듣고 나서 방방 뜬다. 존경받는 오페라 성악가로서 딴따라들과 함께 같은 무대에서 공연한다는 것은 절대로 있을수 없는 일이라는 주장이다. 음악감독이 나서서 오늘 밤의 모든 박수갈채는 프리마 돈나의 것으로 만들어 주겠다고 약속하여 겨우 마음을 돌려놓는다. 코미디 광대들이 나타나 오늘밤의 오페라 내용이 어떤 것이냐고 묻는다. 음악 감독은 아름다운 아리아드네가 테세우스에게 버림을 받아 실연 끝에 무인도에 와서 죽을 작정만 하고 있는데 바카스라는 미남 신이 나타나자 어느덧 마음이 끌려 언제 죽을 생각을 했는지 모르겠다고 한다는 내용이라고 설명해준다. 코디디팀 대장인 체르비네타는 ‘여자란 다 그래! 새 애인 찾으러 무인도에 갔구만!’이라고 나불거린다. 음악 감독은 그 대사가 참 좋다고 하면서 작곡가에게 어서 저 내용을 피날레에 넣으라고 소리친다.


[본막] 막이 오르자 무대는 기괴한 동굴이 보이는 무인도이다. 주인공 아리아드네(Ariadne)가 동굴에서 죽음을 기다리고 있다. 아리아드네는 지하세계의 신 헤르메스가 어서 자기를 데려가 주기를 소망하고 있다. 세 명의 요정(님프)이 아리아드네를 지켜보고 있다. 나이아드, 드리아드, 에코이다. 광대들이 신나는 노래를 부르며 절망에 빠져있는 아리아드네의 기분을 돌려놓으려고 애를 쓴다. 하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다. 아리아드네는 오로지 죽음만이 지금의 자기를 구해 줄 수 있다고 중얼 거린다. 이번에는 코미디 팀의 우두머리인 체르비네타(Zerbinetta)가 등장하여 자기의 특기를 살려 아리아드네의 기분을 돌려놓으려고 노력한다. 이 때에 체르비네타는 믿을수 없을 정도로 어려운, 그리고 복잡하기가 이를데 없는 수퍼 아리아를 부른다. 자기를 떠난 사람을 사랑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며 오히려 바로 자기 가까이에 있는 사람을 사랑하는 것이 현명하다는 내용이다. 실제로 이 아리아 Lieben nur mit du!는 현존하는 오페라 아리아중 가장 고난도의 것이다. '마술피리'에서 ‘밤의 여왕’의 아리아보다 더 어렵다고 한다. 그때 멀리서 섬을 향해 배 한척이 들어온다. 이 광경을 본 아리아드네는 자기를 버렸다고 믿었던 테세우스(Theseus)가 마음을 돌려 찾아온 것으로 생각하여 기분이 들떠서 마중하러 뛰어 나간다. 그러나 그 배에는 젊은 미남 신인 바커스(Bacchus)가 타고 있다. 해안에 도착한 바커스는 아리아드네를 보자마자 반하여 사랑을 고백한다. 아리아드네도 그런 바카스가 싫지 않다. 어느새 두 사람은 행복한 마음으로 동굴로 되돌아 간다. 막이 내린다. 광대역의 체르비네타가 막을 비집고 나와 결론을 얘기한다. ‘우리 여자들은 새로운 미남이 나타나는 순간 곧이어 마음을 빼앗긴답니다.’


아라벨라


타이틀: Arabella. 전 3막의 서정적 코미디. 독일어 대본은 R. 슈트라우와 여러 차례 콤비를 이룬 휴고 폰 호프만슈탈(Hugo von Hoffmansthal)이 썼다.

초연: 1933년 7월 1일 드레스덴 슈타츠오퍼

주요배역: 아라벨라(발트너백작의 큰딸), 즈덴카(아라벨라의 여동생: 남장), 마테오(청년 장교), 만드리카(크로아티아의 지주), 발트너백작(은퇴한 기병장교, 아라벨라와 즈덴카의 아버지), 아델라이데(아라벨라와 즈덴카의 어머니)

음악 하이라이트: 아라벨라의 소원 장면 음악, 휘아커밀리(Fiakermilli)의 요델 쏭

베스트 아리아: Er ist der richtige nicht für mich(S), Er main, ich sein(S), Das war sehr gut!(S)

사전지식: 아라벨라는 R. 슈트라우스와 폰 호프만슈탈 콤비의 마지막 합작품이다. R. 슈트라우스는 아라벨라의 초연이후 음악을 여러번 손질하여 마무리했다. 하지만 폰 호프만슈탈은 수정작업에 참여하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다. 이 오페라의 하이라이트는 제2막 마차꾼들의 무도회장면이다. 이 오페라는 ‘장미의 기사’의 대응편이라는 얘기도 있다. ‘장미의 기사’는 스케일이 웅대함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무대 세팅은 초라한 편이다. 마치 합스부르크왕가의 영광이 사라져 가고 있음을 느낄수 있는 오페라이다.


줄거리: 무대는 1860년의 비엔나. 제1막. 발트너(Waldner)백작은 아주 괜찮은 귀족이지만 도박에 너무 정신을 차리지 못한 결과 마침내 파산의 지경에 이른다. 이 난국을 타개할 유일한 대책은 자기의 딸 아라벨라(Arabella)를 누구든 관계없으니 돈 많은 사람에게 시집보내는 것이다. 아라벨라는 예쁜 이름만큼이나 온 동리가 알아주는 미인이다. 백작에게는 딸이 하나 더 있다. 즈덴카(Zdenka)이다. 백작은 즈덴카가 가문의 경제 부흥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여자라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아들을 원했던 백작은 둘째 딸 즈덴카를 남자처럼 키웠다. 그래서 즈덴카는 여자처럼 꾸미거나 행동하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 마치 선머슴과 같다. 옷도 남자옷을 입고 지낸다. 백작은 그런 즈덴카를 누가 데려가겠냐는 생각이다. 그런데 또 다른 문제가 있다. 아라벨라가 돈많은 사람에게는 관심이 없다는 사실이다. 아라벨라는 그저 사람만 훌륭하면 되었지 돈이 무슨 상관이 있느냐는 생각이다. 가난한 공무원 마테오(Matteo)는 아라벨라를 미치도록 사랑한다. 아라벨라도 자기를 끔찍이 생각하는 마테오에게 동정심 반, 애정 반의 마음을 갖는다. 하지만 확답은 주지 않고 있다. 그런 마테오를 즈덴카가 돕고자 한다. 즈덴카는 아라벨라가 쓴 것처럼 편지를 만들어 마테오에게 전한다. 아라벨라에 대한 마테오의 불붙는 마음을 전한 것이다. 얼마후 아라벨라에게는 아주 적당한 혼담이 들어온다. 만드리카(Mandryka)이다. 돈도 많고 생기기도 잘 생겼다. 게다가 아라벨라를 아주 좋아하고 있다. 아라벨라는 적당히 돈도 쓸줄 알고 친절한 만드리카를 몇 번 만나고 나자 돈 많은 사람과 결혼하는 것이 가난한 사람과 결혼하는 것보다 훨씬 낫다는 생각을 갖는다.


2막은 화려한 휘아커(Fiaker)무도회로부터 시작된다. 무도회의 꽃은 당연히 예쁜 아라벨라이다. 모두들 아라벨라와 춤을 추고 싶어 한다. 아라벨라는 다른 모든 사람들을 제치고 돈 많은 만드리카하고만 춤을 춘다. 만드리카는 행운을 잡은 격이어서 기분이 무척 좋다. 장난꾸러기 즈덴카가 다시 계략을 세운다. ‘아라벨라로부터’라는 편지를 써서 마테오에게 전해준다. 즈덴카는 마테오에게 보내는 편지 봉투 안에 아라벨라가 머물고 있는 호텔방 열쇠가 넣는다. 즈덴카는 은근히 마테오를 좋아하고 있었기 때문에 마테오를 도와주기 위해 그런 계략을 꾸민 것이다. 한편 그 편지를 우연히 본 만드리카는 무척 기분이 상한다. 아라벨라가 다른 남자와 남모르게 연애하고 있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이다.


제3막. 다음날 아침, 기분이 나쁠대로 나쁜 만드리카는 아라벨라와의 혼담을 취소하고 마테오에게 결투를 신청한다. 다행하게도 즈덴카가 모든 사실을 실토한다. 자기가 그 편지를 썼으며 호텔 방 열쇠도 자기가 넣어 놓은 것이라고 밝힌다. 얘기는 다시 그 전날 밤으로 돌아간다. 호텔 방 열쇠를 갖게 된 마테오는 그 방으로 들어가 침대에 누워있는 여인과 하룻밤을 보낸다. 실은 즈덴카였다. 즈덴카가 의도적으로 아라벨라의 방 열쇠라고 하면서 자기의 방 열쇠를 마테오에게 준것 같다. 실은 그날 밤 무도회에서 마테오는 아라벨라가 자기는 쳐다보지도 않고 만드리카하고만 지내는 것을 보고 홧김에 술만 자꾸 마셨다. 밤늦게 마테오는 아라벨라의 방이라고 생각하는 방을 찾아가 문을 열고 들어갔다. 하지만 술이 너무 취해서 침대에 있는 여인이 누구인지 확실히 파악하지 못했다. 자, 얘기가 이렇게 진행되니 남은 것은 어서 속히 결혼식을 추진하는 일뿐이다. 마테오는 즈덴카와 결혼하고 아라벨라는 돈 많은 만드리카와 결혼한다. 발트너 백작은 즈덴카까지 결혼하게 되어 기분이 좋은 편이다. 딸 가진 아버지의 심정!


카프리치오


타이틀: Capriccio. 리하르트 슈트라우스는 이 오페라에서 막(Act)이란 용어 대신 파트(Part)라는 용어를 사용했다. 전2파트. 하지만 1막이다. 대본은 작곡자 자신과 클레멘스 크라우스(Clemens Kraus)가 공동으로 만들었다. 

주요배역: 마델레이느 백작부인(젊은 미망인), 클레어론(여배우), 플라만드(작곡가), 올리비에(시인), 마델레이느 백작부인의 오빠인 백작, 라 로슈(극장감독), 무슈 토프(프롬프터)

초연: 1942년 10월 28일 뮌헨의 바이에른 슈타츠오퍼

음악 하이라이트: 백자부인 살롱에서의 실내악(전주곡), 플라만드의 소네트, 이탈리아 듀엣(소프라노와 테너), 가보트

베스트 아리아: Morgen mittag um elf! Kein Adres, das mir so im Herzen hoht(S)

사전지식: 카프리치오는 음악에서 변화가 많은 음악을 말한다. 기상곡(綺想曲)이라고 번역하고 있다. 이 오페라에서는 문학(시), 음악, 연극(무대 예술) 중에서 어떤 분야가 가장 사람들의 마음을 감동시키는 것인지 견주어 보는 내용이 포함되어있다. 물론 여자의 마음이 변덕스럽다는 메시지도 함께 전달하고 있다. 살리에리의 권고사항인 Prima la musica e poi le parole(음악 우선, 대사 나중)의 원칙을 충실하게 따른 작품이다. 카프리치오는 슈트라우스 후기 음악의 전형이다. 카프리치오는 현악6중주로 오픈된다. 서곡을 대신하는 전주곡이다. 간주곡은 콘서트에서 간혹 연주된다. 백작부인의 아리아는 연주회 곡목으로 유명하다. 백작부인의 딜렘마(음악이냐 시냐, 작곡가인가 시인인가에 대한 독백)를 노래한 것이다.

에피소드: 슈트라우스는 카프리치오를 ‘음악을 위한 대화물’(Konversationsstück für Musik)이라고 불렀다.


줄거리: 파트1. 무대는 1775년경 파리 근교의 마델레이느 백작부인의 저택이다. 젊은 미망인 마델레이느(Madeleine) 백작부인의 생일 파티가 열리려 한다. 한쪽에서는 무대감독인 라 로슈(La Roche)가 잠들어 있다. 작곡가와 시인은 자기들이 어느덧 모두 백작부인에게 연모의 정을 가지고 있음을 깨닫는다. 두 사람은 작곡가의 음악과 시인의 시(詩)중에서 어떤 것이 백작부인의 마음에 더 감동을 줄것인지를 놓고 걱정한다. 이들은 이 문제를 백작부인 자신이 결정토록 한다. 라 로슈가 깨어나더니 무대공연에는 찬란한 장치, 최고의 노래, 클레어론(Clairon)과 같은 아름다운 여배우가 있으므로 가장 위대한 예술은 바로 무대공연이라고 주장한다. 클레어론은 최근 시인 올리비에와 염문이 있었던 여배우이다. 예나 지금이나 시인들이 작곡가보다 더 연애선수인 것 같다. 라 로슈는 사실 그 클레어론이 오늘의 생일 파티에서 공연될 자기의 연극에 출연하기 위해 오고 있다는 얘기를 덧붙인다. 클레어론은 연극에서 백작(마델레이느의 오빠)의 상대역을 맡았다고 한다.


마델레이느 백작부인과 오빠인 백작이 음악과 시의 장점에 대하여 토론을 벌이고 있다. 백작은 언제나 대사가 음악을 앞선다고 주장한다. 오빠는 마델레아느에게 요즘 작곡가 플라만드에게 관심을 가지고 있지 않느냐면서 놀린다. 마델레이느는 오빠가 클레어론이란 여배우에게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들어서 자기에게 너무 그러지 말라고 한마디 한다 (여배우의 양다리는 예나 지금이나 다름없다). 오빠가 사실 클레어론과 좋아 지낸다고 털어 놓으며 하지만 쉽게 차지한 것은 쉽게 잃는 다는 말을 덧붙인다. 드디어 클레어론이 연극 연습을 위해 도착한다. 연습은 백작이 멋있는 단편시를 읊는 것으로 끝난다. 모두들 박수를 보낸다. 시인 올리비에는 그 단편시가 원래  마델레이느 백작부인을 위해 쓴 것인데 아무리 연극이지만 백작이 엉뚱한 사람(클레어론)에게 읊었다고 불만이다. 그러면서 그 단편시를 마델레이느에게 다시 읊어준다. 그러자 플라만드가 질세라 곧 그 단편시를 노래로 작곡한다. 시인과 작곡가는 그 노래의 소유권이 누구에게 있는지에 대하여 다툰다. 마델레이느가 나서서 이 노래는 자기 것이므로 다투지 말라고 한다. 모두들 나가고 백작부인 마델레이느와 플라만드만 남게 되자 플라만드는 용기를 내어 마델레이느에게 사랑을 고백한다. 그는 마델레이느에게 시냐 음악이냐, 플라만드인가 올리비에인가를 선택하라고 요구한다. 마델레이느는 내일 오전 11시까지 결정할테니 기다려 달라고 말한다.


파트 2. 플라만드와 올리비에가 음악과 시에 대하여 다시 논쟁을 시작하자 백작은 자기는 오페라가 싫다고 말한다. 그러자 극장감독인 라 로슈는 백작의 생일에 공연할 오페라가 얼마나 스펙터클한 것인지 설명하며 오페라를 싫어하는 사람이란 있을수 없다고 공격한다. 라 로슈는 인간의 본성을 보여주는 작품을 공연하고 싶다고 하며 그 자리에 있는 작곡가와 시인에게 그런 내용의 공연 작품을 만들어 달라고 요청한다. 시인과 작곡가는 서로의 논쟁을 끝내고 화해하는 의미에서 새로운 오페라를 합작키로 합의 한다(예나 지금이나 작곡가와 대본가는 극장장의 말에 꼼짝 못한다). 백작이 새로운 아이디어를 낸다. 바로 오늘 이 곳에서 있었던 일을 주제로 오페라를 만들자는 것이다. 모두들 찬성한다. 그 때 한 쪽에서 잠만 자고 있던 무슈 토프(M. Taupe)라는 프롬프터(무대 배우들에게 대사를 전달해 주는 사람)가 깨어나 자기가 없으면 무대의 배우들이 아무런 대사를 읊지 못한다고 하면서 자기야 말로 연극이나 오페라 공연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의 주장을 별로 귀담아 들으려 하지 않는다(예나 지금이나 작곡가, 대본가, 연출가를 제외한 스태프들은 찬밥이다). 모두들 자리를 뜨고 백작부인만 남는다. 집사가 들어와 백작부인에게 두가지 메시지를 전한다. 하나는 오빠인 백작이 오늘 저녁 식사에 참석치 못하게 되었다는 것이며 다른 하나는 시인 올리비에가 내일 오전 11시에 전화를 걸어 오페라의 끝이 어떻게 결말났는지 듣고자 한다는 내용이다. 백작부인은 도대체 시인과 작곡가는 서로 떨어질수 없는 운명인데 어찌하여 시인만 내일 연락한다는 것이냐고 소리치며 두 사람 모두 내일 오전에 함께 기다려야 한다고 지시한다. 백작부인은 과연 두 사람중 누구를 사랑해야 하는지 고민에 빠진다. 백작부인은 거울을 들여다보다가 만일 자기가 두 사람중 하나를 선택하게 되면 오페라가 끝나게 될것이므로 내일 오전까지는 결정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집사가 저녁이 준비되었다고 알리는 것과 함께 막이 내린다. 금강산도 식후경!


다프네


타이틀: Daphne. 1막의 비극. 요셉 그레고르(Jpseph Gregor)가 대본을 썼다.

초연: 1938년 드레스덴 국립오페라극장

주요배역: 다프네, 페네이오스(어부, 다프네의 아버지), 가이아(다프네의 어머니), 레우키포스(목동), 아폴로

음악 하이라이트: 다프네가 변형될 때의 음악

사전지식: 원래 이 오페라는 1막짜리 휴일(Friedenstag)과 동시 공연하는 목적으로 작곡되었다. 하지만 하루저녁에 두편의 오페라를 공연하기에는 상대적으로 길어서 어쩔수 없이 단독 공연하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너무 짧은 감이 있다. 니체의 진부한 표현인 디오니서스(Dionysus)와 아폴로의 반대는 실현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음악은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서정적이고 목가적인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다. 전주곡에서 특히 그러하다.


줄거리: 주신(酒神) 디오니서스(로마에서는 바커스)를 위한 잔치준비가 한창이다. 목가풍의 서곡이 풍요로운 잔치를 표현한다. 다프네는 레우키포스를 아직도 소년으로만 생각한다. 다프네의 어머니인 가이아(Gaea: 대지의 여신)가 딸에게 언젠가 다프네의 마음도 꽃이 만발한 것처럼 될것이라고 얘기해준다. 그러면서 디오니서스의 잔치에 참석하여 아름다움을 보이도록 하라고 권한다. 목동인 레우키포스(Leukippos)는 어릴 때부터 사모하던 요정 다프네에게 구혼한다. 하지만 다프네는 내키지 않아한다. 다프네는 잔치에서 입도록 가져온 옷과 꽃다발을 던져 버리고 어디론가 사라진다. 레우키포스가 그 옷을 간수했다가 다프네에게 자기의 속마음을 전하기로 생각한다. 다프네의 아버지인 어부 페네이오스(Peneios)는 여러 신들에게 마을에서 열리는 디오니서스 잔치에 참석하여 줄것을 청한다. 아폴로가 소치는 사람으로 변장하여 나타난다. 다프네가 손님으로 참석한 소치는 사람을 환영한다. 소치는 사람(아폴로)은 다프네의 아름다움을 보고 포옹하려 하자 다프네의 마음은 혼란스럽다. 디오니서스를 위한 잔치에서 춤이 한창이다. 목동 레우키포스가 소치는 사람의 정체를 알고 싶어서 마스크를 벗긴다. 아폴로의 정체가 드러난다. 화가난 아폴로는 활을 쏘아 레우키포스를 죽인다. 디오니서스는 자기를 위한 잔치에서 아폴로가 레우키포스를 죽이자 화를 낸다. 다프네는 슬픔에 넘쳐 아폴로를 원망한다. 다프네는 아폴로가 제우스를 설득하여 레우키포스를 올림퍼스 산에서 피리 부는 사람으로 만들어 달라고 간청한다. 다프네는 제우스신에게 아폴로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자기를 월계수로 만들어 달라고 간청한다. 그렇게 되면 제우스가 자기에게 헌신하는 사람들의 머리를 다프네의 푸른 월계수 잎으로 장식할수 있지 않겠느냐는 제안이었다. 제우스가 다프네의 소원을 들어준다.


장미의 기사


타이틀: Der Rosenkavalier (The Knight of the Rose). 전3막. 음악을 위한 코미디. 대본은 엘렉트라의 대본을 쓴 휴고 폰 호프만슈탈이 맡았다.

초연: 1911년 독일 드레스덴 왕립오페라하우스

주요배역: 옥타비안(로프라노백작), 마샬린(대원수부인: 베르덴베르크왕녀), 옥스(레르헤나우남작), 화니날(부자 상인), 조피(화니날의 딸), 마리안느 라이트메체린(조피의 보모), 이탈리아 가수

음악 하이라이트: 은장미의 모티프, 이탈리아 가수의 아리아, 마샬린, 조피, 옥타비안의 트리오, 옥스 남작의 왈츠, 마지막 장면에서 조피와 옥타비안의 듀엣, 모차르트의 파미나와 파파게노를 상징하는 음악, 슈베르트의 들장미를 연상케 하는 음악

베스트 아리아: Da geht er hin[그래서 그가 떠나는구나](S), Die Zeit, die ist ein sonderbar Din[시간은 자신의 것이다](S, MS), Mit Ihren Augen vol Tränen[눈물에 젖은 그대의 눈동자](S, MS), Ist ein Traum(MS), Di rigori armato[중무장을 하고](T), Mir ist die Ehre widerfahren[내게 명예를 주었노라](S, MS), Ist ein Traum, kann nich wirklich sein[꿈이어요, 사실일 리가 없어요](S)

사전 지식: 샴페인처럼 반짝이며 꿀처럼 달콤한가 하면 약처럼 쓰기도 한 왈츠의 선율이 전편을 수놓고 있는 로맨틱 코미디. 1900년대 독일에서 가장 인기 있었던 오페라. 차마 눈뜨고 볼수 없는 잔혹하고 기괴한 오페라인 엘렉트라와 살로메를 작곡한 리하르트 슈트라우스가 이렇게 달콤하고 사랑스러운 작품을 썼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을 만큼 훌륭한 오페라이다. ‘장미의 기사’에는 핏자국도 없고 살인도 없으며 엘렉트라나 살로메와 같은 싸이코 10대 소녀도 없다. 마샬린은 32세이며 옥타비안은 17세의 준수한 청년이다. 제2막과 3막에 나오는 왈츠는 연주회 곡목으로 인기가 높은 것이다.

에피소드: 아름답고 매혹적인 비엔나 왈츠의 선율이 흐른다. 하지만 이 슈트라우스는 왈츠의 황제인 그 슈트라우스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 ‘장미의 기사’의 무대는 1750년대 중반이다. 그 때에는 비엔나 왈츠가 나타나지도 않았었다. 대본은 모두 독일어지만 오페라 중에서 이탈리아 가수의 아리아 Di rigori armato는 이탈리아어로 되어 있다. 행세깨나 하는 집에서는 결혼 전날, 신랑이 신부에게 은으로 만든 장미 한 송이를 보내는 것은 당시 상류사회의 관습이었다. 그 장미를 전달하는 메신저를 ‘장미의 기사’라고 불렀다.


줄거리: 합스부르크 제국의 영화가 한창이던 마리아 테레세 (Maria Therese)시절의 비엔나이다. 미청년 옥타비안(Octavian)백작과 지체 높은 대원수부인(Marshallin)인 베르덴버그왕녀 (Princess Von Werdenberg)는 그렇고 그런 사이이다. 옥타비안은 아직 20대도되지 않은 미청년이고 상대방은 30이 넘은 귀부인이다. 당시 귀족 사회에서는 지체 높은 나리들께서 젊은 아가씨를 애인으로 삼아 인생을 즐기는 일이 유행이었던 것과 마찬가지로 남편과 따로 노는 마나님들도 젊은 미소년을 애인으로 삼아 탐미의 생활을 보내는 것이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이날도 옥타비안과 베르덴버그왕녀는 남편 대원수가 크로아티아에 사냥나간 틈을 타서 왕녀의 방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무얼 하고 있었는지는 상상에 맡김). 그때 누가 내실로 들어오는 소리가 들린다. 왕녀는 제발이 저려 옥타비안을 옷장에 숨도록 한다. 옷장에서 답답하게 있던 옥타비안은 은근히 장난기가 동하여 옷장안에 있는 하녀 복장을 입는다. 미남 옥타비안이 여자 옷을 입었으니 이 또한 영락없는 예쁜 아가씨이다. 다행하게도 찾아온 사람은 남편이 아니라 왕녀의 사촌인 옥스(Ochs)남작이다. 좀 우둔하지만 잘난 체하고 바람깨나 피우는 그런 위인이다. 옥스남작은 소시지 장사로 무척 많은 돈을 번 화니날(Faninal)의 딸 조피(Sophie)와 곧 결혼할 입장이다. 소시지 장사 화니날은 돈이 문제가 아니라 귀족이 되고 싶은 욕망에 옥스 남작에게 자기의 예쁜 딸을 결혼시키려고 한 것이다. 옥스남작은 마샬린에게 그날 저녁 신부가 될 조피에게 전해 줄 ‘장미의 기사’를 주선해 달라고 부탁한다. 그러는 중, 하녀/옥타비안이 더 이상 방의 한구석에 숨어 있기가 어려워 나타난다. 대원수부인은 여장한 옥타비안을 마리안델(Mariandel)이라는 하녀라고 소개한다. 여자라면 사족을 못쓰는 옥스는 하녀 마리안델에게 군침을 흘리며 은근슬쩍 데이트를 신청한다. 하녀/옥타비안 역시 장난기가 발동하여 나중에 호젓하게 만나자고 하며 순간을 피한다. 옥스 사촌이 나간 후 왕녀는 자기도 어느덧 중년의 나이에 들어섰으며 애인으로 삼고 있는 옥타비안도 언젠가는 자기를 떠날 것이라는 생각에 공연히 우울해 한다. 그런 생각과 함께 부르는 아리아가 Die Zeit, die ist ein sonderbar Ding(세월은 참으로 이상한 것)이다. 옥타비안은 왕녀가 왜 우울해 하는지 이해하지 못하고 방을 나선다. 잠시 후 왕녀는 옥타비안에게 시종을 보내어 옥스 사촌의 요청한 ‘장미의 기사’ 역할을 부탁한다.


제2막. 아름다운 예비 신부 조피(Sophie)는 결혼식을 앞두고 이제 곧 관례에 따라 은으로 만든 장미를 '장미의 기사’가 가져올 것이라는 생각에 설레어 있다. 옥타비안은 화려한 의상을 입고 수많은 시종을 거느리며 당당하게 소피를 찾아와 ‘장미의 기사’로서 은장미를 전달한다. 그 고귀하고 멋있는 모습, 예절 바른 행동, 꽃 같은 젊음....뚱뚱이 예비 남편 옥스남작에게서 찾아 볼수 없는 것이다. 소피와 옥타비안은 처음 만나는 순간 전기가 통한 듯 사랑을 느낀다. 옥스남작이 궁금해서 찾아 왔다가 옥타비안이라는 젊은이와 자기의 예비 신부 조피가 완전히 눈이 맞아 있는 것을 보고 결투를 신청한다. 옥타비안과 옥스가 결투를 하지만 뚱뚱이 옥스만 부상을 입는다. 옥스는 손에 상처가 좀 난 것뿐인데 마치 팔 하나가 떨어져 나간 것처럼 엄살을 부린다. 조피는 뚱뚱한 중년의 옥스에게 완전히 밥맛이 떨어져 저런 사람과는 결혼하지 않겠다고 선언한다. 대신 옥타비안과 결혼하겠다고 말한다. 그러나 조피의 아버지는 절대 안 된다고 하며 만일 옥스남작과 결혼하지 않으려면 수녀원에 보내겠다고 말한다. 조피의 아버지는 명예와 재산을 얻기 위해 딸을 남작에게 시집보내려고 했는데 딸이 이상하게 나가자 당황했던 것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조피를 사랑하게 된 옥타비안으로서도 무슨 대책을 세우지 않을 수 없었다. 옥타비안은 옥스에게 편지 한 장을 슬쩍 전해 준다. 아침에 만났던 왕녀의 하녀가 옥스에게 만나자는 편지였다. 물론 옥타비안이 조작한 편지이다.


제3막. 옥타비안은 옥스를 골탕 먹여서 다시는 행세를 하지 못하도록 철저한 준비를 했다. 망신을 당하면 당연히 조피와의 결혼 계획도 무효가 될것이라도 생각했다. 옥타비안은 호텔 방에 가짜 창문을 만들고 이탈리아 꼬십 잡지 기자들을 고용했다. 하녀 마리안델로 다시 변장한 옥타비안이 호텔 방에서(다른 버전에는 식당에서) 옥스를 가다리고 있다. 방안에 들어선 옥스는 어쩐지 낌새가 수상하여 경찰을 부른다. 그러나 만일 옥스가 호텔방에서 하녀와 은밀히 만난 일이 조피에게 알려지면 큰일이므로 경찰에게는 임시변통으로 하녀/옥타비안이 조피라고 둘러댄다. 불행하게도 진짜 조피가 들이 닥친다. 당황한 옥스는 조피가 누구인줄 모른다고 주장한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조피와 조피 아버지는 공식적으로 결혼 무효를 선언한다. 옥타비안이 왕녀도 현장으로 오도록 했는지 곧 이어 왕녀가 들어왔다.


이제 옥타비안은 모두의 앞에서 부끄러운 듯 자기의 본 모습을 드러내고 (여자가 아니라 남자인 것을) 자기의 새 여자친구(조피)를 옛 여자친구(왕녀)에게 소개한다. 곧 날짜를 잡아 결혼하겠다는 말과 함께. 놀라 자빠진 것은 옥스 남작이었다. 하지만 저지른 행동이 있으니 유구무언이다. 왕녀는 옥타비안이 결국 자기로부터 떠날 것을 짐작했지만 이렇게 빨리 떠나게 될 줄은 몰랐다는 생각에 씁쓸하고 어색한 웃음을 짓는다. 서로 사랑하는 두 젊은이는 ‘이게 꿈이냐, 생시이냐’ (Ist ein Traum, kann nicht wirklich sein) 라는 기쁨의 듀엣을 부른다. 왕녀의 어린 사환이 조피가 떨어트린 손수건을 찾아 들고 들어와 무데 이 편에서 저 편으로 뛰어 가는데 막이 내린다. (마지막 장면에서 어린 사환이 손수건을 들고 뛰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 도무지 알 수 없다. 그 장면이 왜 나오는지 모르겠다.)


이집트의 헬렌


타이틀: Die Ägyptische Helena (The Egyptian Helen). 전2막. 휴고 폰 호프만슈탈(Hugo von Hofmannsthal)의 대본.

초연: 1928년 드레스덴 슈타츠오퍼. 1933년 개정본은 잘츠부르크에서 공연.

주요배역: 트로이의 헬렌(헬레나: 메넬라우스의 부인), 메넬라스(메넬라우스: 스파르타의 왕), 헤르미오네(메넬레우스와 헬렌의 딸), 아이트라(마법녀: 이집트왕의 딸), 알타이르(유목민 추장), 다-우드(알타이르의 아들)

베스트 아리아: Zweite Brautnacht, Brautnacht[두번째 결혼의 밤](S)

사전지식: 스토리는 유명한 그리스의 신화 '트로이의 헬렌'에 기본을 둔것이다. 트로이의 헬렌에 대한 전설의 뿌리는 6세기경 시인 스테시코러스(Stesichorus)로부터 거슬러 올라간다. 그후 유리피데스가 연극 '헬렌'을 통하여 본격 소개하였으며 역사학자 헤로도토스와 철학자 플라토도 트로이의 헬렌에 대한 내용을 언급한바 있다. 이 전설은 근세에 들어와서 그리스의 시인 세훼리스(Seferis)의 시로  널리 알려지게 되었고 이를 기본으로 슈트라우스가 오페라로 만들었다. 세훼리스의 시에 의하면 파리스왕자가 헬렌을 유혹하여 트로이를 떠난 것이 아니라 이집트에 비밀스럽게 숨어 있었으며 트로이에는 마법에 의한 유령만이 남아 있었다는 것이다. 리하르트 슈트라우스가 1933년 잘츠부르크 공연을 위해 개정한 내용에는 신탁(神託)을 받은 바다의 커다란 조개와 사막의 베두인족의 출현이 추가되어있다. 제2막에서 헬렌이 부르는 Zweite Brautnacht 는 오늘날 연주회에서 간혹 연주되는 아리아이다. '이집트의 헬렌'은 대단히 흥미롭고 윤곽이 뚜렷한 오페라이다. 왜냐하면 20세기의 작품답게 무언가 강요하는듯 하면서도 다이내믹한 음악으로 완성되어있기 때문이다.

        

줄거리: ‘이집트의 헬렌’은 트로이 전쟁후에 벌어진 헬렌과 그의 남편 메넬라우스(Menelaus)의 뒷얘기이다. 트로이 전쟁은 파리스왕자가 세명의 여신 중에서 누가 가장 아름다운지 선택해야 하는 문제로부터 시작된다. 여신들은 파리스 왕자의 환심을 사려고 여러가지 제안을 한다. 헤라(Hera)는 군대를 이끌고 전승을 하는 영광을 약속한다. 아테나(Athena)는 군주로서 통치할수 있는 영토를 약속한다. 반면 아프로디테(Aphrodite)는 지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인을 약속한다. 트로이의 헬렌이었다. 파리스왕자는 아프로디테의 제안을 받아들였고 스파르타에서 메넬라우스 몰래 헬렌과 함께 도망쳐 나온다. 메넬라우스는 트로이와의 전쟁에서 파리스왕자를 죽이고 헬렌을 다시 차지한다. 오페라의 이야기는 그 이후로부터 시작된다.


제1막. 트로이와의 전쟁에 승리한 메넬라우스는 헬렌과 함께 배를 타고 스파르타로 향한다. 메넬라우스의 배는 이집트 왕의 딸로서 바다의 신 포세이돈의 부인인 아이트라(Aithra)의 영역을 지나게 된다. 아이트라는 메넬라우스가 부인 헬렌의 배신에 복수하기 위해 고향으로 돌아가 죽이려는 속셈을 알고 있다. 아이트라는 폭풍을 일으켜 메넬라우스의 계획을 좌절시키기로 한다. 이때에 연주되는 오케스트라의 현악 부분은 파도의 움직임을 사실적으로 묘사하며 관악기는 노도와 같은 풍랑을 묘사하고 있다. 아이트라가 자기로부터 멀리 떠난 남편 포세이돈을 그리면서 노래를 부를 때에는 플루트와 하프가 신비스러운 음을 만들어 낸다. 메레라우스와 헬렌이 탄 배는 폭풍으로 파손되고 두 사람은 파도에 실려 해안에 내던져 진다. 아이트라가 나타나 두 사람을 짐짓 환영한다. 정신을 차린 메넬라우스는 파리스 왕자를 죽인 그 칼로 헬렌을 죽일 생각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아이트라는 요정들을 불러 마법으로 메넬라우스가 헬렌을 죽이려는 것을 막는다. 요정들의 마법에 정신을 빼앗긴 메넬라우스는 트로이 전쟁이 아직 끝나지 않았으며 파리스 왕자도 살아있다는 생각을 갖는다.


이러할 때에 아이트라는 헬렌에게 망각의 묘약을 먹여 과거의 기억을 깨끗하게 잊도록 한다. 음악은 이 부분에서 가벼우면서도 서정적이다. 플루트와 하프가 다시 등장하여 연주를 하는 중에 헬렌은 깊은 잠에 빠진다. 요정들의 손길에서 빠져 나온 메넬라우스는 자기가 헬렌과 파리스 왕자를 모두 죽인 것으로 믿는다. 그러자 아이트라는 망각의 묘약을 메넬라우스에게 먹여 과거를 모두 잊도록 한다. 이제 메넬라우스는 지난 모든 일이 한낱 망상에 불과하며 신들이 전쟁중에 헬렌을 파리스 왕자로부터 구출했다고 믿는다. 잠에서 깨어난 헬렌은 남편 메넬라우스와 다시 결합한다. 헬렌은 아이트라에게 자기들 두 사람을 누구도 자기들의 이름을 들어본 일이 없는 먼 곳으로 보내 달라고 부탁한다.


제2막. 헬렌은 메넬라우스와의 두번째 결혼의 밤을 지내고 아침이 되어 깨어 일어난다. 음악은 밝고 행복하다. 헬렌은 메넬라우스에 대한 자기의 사랑을 노래한다. 그러나 메넬라우스는 이 여인이 진짜 헬렌인지 의심한다. 헬렌은 남편의 사랑을회복하려고 노력하지만 자기들의 과거를 깨끗이 지울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그러한 때에 베두인 전사들을 거느린 사막부족장 알타이르(Altair)가 아들 다우드(Da-ud)와 함께 나타난다. 헬렌을 본 다우드는 그 미모에 반하여 사랑에 빠진다. 이를 본 메넬라우스가 질투심에 불탄 나머지 다우드를 파리스 왕자로 착각하고 칼로 찔러 죽인다. 이 장면에서의 음악은 마치 군대 음악과 같다. 마지막으로 헬렌은 망각에서 깨어나는 묘약을 메넬라우스에게 주어 그의 기억을 되살려 준다. 메넬라우스는 헬렌의 눈에서 진정한 사랑을 발견하고 그가 진짜 헬렌임을 확신한다. 이집트의 공주인 아이트라도 바다의 왕 포세이돈과 재결합한다. 아이트라와 포세이돈은 헬렌과 메넬라우스를 베두인 전사들의 공격으로부터 구출해준다. 헬렌과 메넬라우스는 포세이돈의 도움으로 스파르타로 무사히 돌아간다.


그림자 없는 여인


타이틀: Die Frau ohne Schatten (The Woman without A Shadow). 전3막. 대본은 R. 슈트라우스와 콤비인 휴고 폰 호프만슈탈(Hugo von Hoffmannsthal)이 썼다.

초연: 1919년 (우리나라에서 삼일독립운동이 일어난 해) 비엔나 슈타츠오퍼

주요배역: 바락(염색장이), 바락의 아내, 황제, 왕비, 유모, 메신저, 사원 문직이, 젊음의 혼백, 활콘의 음성

음악 하이라이트: 고독한 황제를 표현하는 첼로 멜로디

사전지식: 이해하기 힘든 신화 (神話). 음악도 이해하기 힘들다. 무대는 태평양에 있는 어떤 섬이며 시기는 전설적인 어느 시기이다. 이 섬나라의 황제가 매사냥을 갔다가 영양(羚羊) 한 마리를 잡아온다. 이 영양은 아름다운 여인으로 변했고 왕은 이 여인과 결혼한다. 이 여인은 실은 정령(精靈)들의 왕 케이코바드(Keikobad)의 딸로서 그림자가 없다. 그래서 아이를 잉태할 수 없다. 케이코바드의 칙령에 따르면 왕비가 열두 밤 안에 그림자를 얻지 못하면 정령의 나라로 불러들일 것이며 황제는 돌로 변한다는 것이다. 바그너 스타일의 라이트모티브(Leitmotiv)가 무던히도 얽혀 있는 가운데 오케스트라는 계속해서 앞으로의 일을 암시한다. 왕비가 바락과 그의 가족에게 상처를 주더라도 자기 그림자를 찾아야 한다는 허황된 꿈을 후회하는 장면이 이 오페라의 하이라이트이다.

에피소드: 슈트라우스의 ‘장미의 기사’가 모차르트의 ‘피가로의 결혼’이라고 하면 R. 슈트라우스의 ‘그림자없는 부인’은 모차르트의 ‘마적’이라는 말이 있다. ‘그림자없는 부인’은 마법을 주제로 한 오페라이다. 기본적으로는 동화이다.


줄거리: 제1막. 섬나라 궁전의 테라스. 정령들의 왕인 케이코바드의 사자(使者)가 왕비의 유모를 찾아온다. 케이코바드는 아이 없는 왕비, 그렇기 때문에 그림자가 없는 왕비의 아버지이다. 왕비가 아이를 낳지 못하는 것은 그림자가 없기 때문이다. 사자는 아직도 임신하지 못하고 있는 왕비가 그림자를 되찾을수 있는 기간은 앞으로 세 밤 밖에 남지 않았다고 경고한다. 그 기간안에 그림자를 찾지 못하면 당장 집으로 돌아와야 한다는 것이며 그럴 경우, 그의 남편인 황제는 석상으로 변하게 된다. 황제가 잃어버린 매를 찾으러 다시 사냥을 나가자 왕비와 유모는 그림자를 찾으러 인간 세상으로 내려간다.


염색장이 바락(Barak)의 오두막집에서 못난이 형제들이 바락의 아내와 말다툼을 벌이고 있다. 이 집에서도 아이를 가져야 한다는 주장과 아직은 아니라는 주장 때문에 다투고 있다. 실상 바락은 아이를 갖기를 원하지만 바락의 아내는 내키지 않아 하고 있다. 엄마 노릇에 아무런 경험이 없기 때문에 걱정이어서 그렇다. 바락이 집을 비우자 왕비와 유모가 변장을 하고 나타난다. 유모는 마법에 능숙하다. 바락의 아내에게 화려하게 사는 모습을 상상으로 보여주며 남편과 3일 동안만 동침하지 않고 버티면 부자로 살게 해주겠다고 약속한다. 그리고 자기들 두 사람은 그 3일 동안 바락의 집에서 하녀로 일하겠다고 말한다. 왕비와 유모가 잠시 자리를 비우자 바락의 아내는 아직 태어나지 않은 아이들이 자기들이 운명을 한탄하며 울부짖는 소리를 듣는다. 바락의 아내는 유모와의 약속을 다시 한 번 상기한다. 바락이 집에 돌아와 보니 함께 쓰던 침대가 둘로 나뉘어져 있다.


제2막. 하녀로 변장한 왕비가 바락을 일터로 내몰고 나자 유모는 마법으로 어떤 젊은이를 불러온다. 그 젊은이는 실은 형상에 불과하다. 하지만 이 사실을 모르는 바락의 아내는 젊은이를 좋아하게 된다. 한편, 사냥을 떠난 황제는 왕비가 유모가 은밀하게 염색장이의 오두막집으로 들어가는 것을 본다. 황제는 왕비가 자기를 싫어하여 인간 세상으로 내려가 오두막집에서 사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자신의 문제를 신의 결정을 따르고자 신전으로 향한다. 다시 바락의 오두막집. 왕비는 자기가 아무것도 모르는 바락에게 잘못을 저지르고 있는 것 같아서 점점 괴로워한다.


바락의 오두막집에 어둠이 덮어온다. 유모는 일이 잘 풀릴 것이라고 확신하지만 왕비의 마음속에는 인간애가 싹트기 시작한다. 한편, 바락의 아내는 자기 그림자를 포기한다. 아내에게 그림자가 없는 것을 보고 남편 바락이 화를 낸다. 바락은 칼을 잡아 아내를 내려치려하자 두 사람 모두 땅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바락의 아내는 그제서야 그림자의 귀중함을 알게 된다.


제3막. 정령들의 왕 케이코바드의 지하 동굴. 바락과 그의 아내는 아직 태어나지 않은 아기들의 울음소리를 듣고 싶지 않아 귀를 막는다. 그러면서 자기가 남편을 끔찍이 사랑하고 있다고 사실을 다시한번 깨닫고 회개하며 울부짖는다. 그러자 두 사람에게 계단을 따라 올라가라는 소리가 들린다. 한편 왕비와 유모는 보트에 태워져 신전으로 오게된다. 케이코바드의 사자가 유모를 꾸짖으며 인간 세상에서 방황하라고 전한다. 신전안 생명의 분수 앞에 꿇어 엎드린 왕비는 바로 앞에 남편인 황제가 돌로 변해 있는 것을 본다. 멀리서는 바락과 그의 아내가 울부짖는 소리가 들린다. 왕비는 바락의 행복을 대가로 남편인 황제를 구하려는 일을 거절한다. 그러자 왕비에게 그림자가 생겼으며 황제도 돌에서 구해진다. 지상에서는 바락과 그의 아내가 재결합하여 아들딸을 많이 낳고 행복하게 사는 모습이 보인다. 뿐만 아니라 두 사람은 아직 태어나지 않은 아기들을 찬양한다.


다나에의 사랑


타이틀: Die Liebe der Danae (The Love of Danae). 전3막. 휴고 폰 호프만슈탈(Hugo von Hofmannsthal)의 시나리오를 요셉 그레고르(Joseph Gregor)가 오페라 대본으로 만들었다.

초연: 첫 번 일반을 위한 드레스 리허설이 1944년 잘츠부르크에서 있었으나 전쟁의 여파등으로 무대에 올리지 못하고 그로부터 거의 10년후인 1952년 잘츠부르크에서 초연되었다.

주요배역: 주피터, 메르쿠르/머규리, 폴룩스왕, 다나에(폴룩스왕의 딸), 크산테(다나에이 하인), 미다스(마이다스), 풀룩스왕의 네명의 조카와 네명의 부인들

음악 하이라이트: 다나에의 상상속에 금비가 내리는 장면의 음악, 다나에와 주피터가 결합하는 장면의 음악은 실로폰, 첼레스타(종소리 같은 음을 내는 작은 건반 악기), 트라이앵글, 플륫을 사용한 신비스런 느낌을 주는 것이다.

사전지식: R. 슈트라우스는 젊은 시절부터 그리스 신화에 대하여 깊은 관심이 있었다. 대본가인 호프만슈탈은 다나에에 대한 신화를 ‘편리한 결혼’(The Marriage of Convenience)라는 타이틀로 연극 시나리오를 만들어 놓았다. 그는 이 시나리오를 R. 슈트라우스의 작은 오페라로 사용하게 되기를 바랐다. 나중에 호프만슈탈은 대본의 3막이 자기가 지금까지 쓴 대본중 최고의 것이라고 밝힌 일이 있다. 호프만슈탈은 R. 슈트라우스와 함께 고대 독일-그리스를 창조했다고 자랑스럽게 말했다.

에피소드: R. 슈트라우스의 오페라중 마지막으로 초연된 작품이다.


줄거리: 폴룩스왕은 빚을 갚기 위해 자기의 딸 다나에를 미다스왕에게 시집보내고자 한다. 미다스왕은 다나에를 사랑하게 된다. 주피터신이 다나에에게 마음이 끌려 이들의 사랑을 간섭한다. 다나에는 신보다는 인간의 사랑을 택한다. 주피터는 다나에를 여러모로 시험하며 시련을 준다. 다나에는 가난을 부끄럽게 여기지 않는 훌륭한 여인이 된다. 이에 감동한 주피터는 다나에와 미다스를 축복한다는 내용이다. 1막. 폴룩스(Pollux)왕의 궁전이다. 폴룩스왕은 나라의 재정이 바닥이 나서 걱정이 태산같다. 폴룩스왕은 네명의 조카들을 미다스(Midas)왕에게 보내어 자기의 딸 다나에(Danae)와 미다스왕과의 결혼을 추진토록 당부한다. 그렇게 되면 황금의 왕으로부터 돈을 받아 나라의 재정을 채울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장면은 바뀌어 다나에의 침실이다. 다나에는 하늘로부터 황금비가 한없이 아름답게 내리는 꿈을 꾼다. 다나에는 황금비가 마치 사람하는 사람처럼 자기를 감싸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장면은 다시 바뀌어 폴룩스왕의 궁전이다. 네명의 조카들이 돌아왔다. 이들은 미다스왕이 다나에에게 보내는 황금의 나뭇가지를 가져왔다. 미다스는 보통 나뭇가지를 손으로 만져 황금 나뭇가지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미다스왕의 배가 항구에 들어온다. 미다스왕은 메신저로 변장을 했다. 대신 주피터가 미다스왕의 역할을 맡는다. 주피터와 미다스가 환영받는다. 다나에는 꿈에 모습을 본듯한 남자가 주피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무언가 확연치 않은 느낌이다.


2막. 폴룩스 왕궁이다. 폴룩스왕의 네명의 조카들의 부인들, 즉 세멜레(Semele), 유로파(Europa), 알크메네(Alkmene), 레다(Leda)가 결혼초야의 침실을 준비하고 있다. 이들 네명의 여인들은 이런 저런 사연으로 주피터와 관계를 맺은 일이 있다. 이 여인들은 비록 주피터가 다른 사람으로 변장했지만 그의 모습을 알아보고 새로 연인이 된 다나에에 대하여 질투심을 갖는다. 이때 진짜 미다스왕이 화려한 왕의 복장을 하고 나타나 다나에와 함께 결혼초야의 침대로 올라간다. 주피터가 훼방을 놓는다. 그러자 다나에는 미다스의 팔에 안겨 황금 조각상으로 변한다. 이제 다나에는 인간과 신중에서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다나에는 미다스를 선택한다.


3막. 한적한 시골길이다. 미다스왕에게 손으로 만지는 것이면 모두 황금으로 변하도록 하는 능력을 준것은 주피터였다. 이제 주피터는 라이벌인 미다스로부터 그런 능력을 빼앗아 간다. 그리고 미다스는 가난한 노새몰이꾼이 된다. 다나에가 노새몰이꾼이 된 가난한 미다스와 함께 살게 된다. 다나에는 황금에 대한 미련을 모두 버리고 가난하지만 행복한 생활을 한다. 장면은 바뀌어 어느 산속이다. 머큐리가 등장하여 주피터에게 요즘 세상 소식을 전한다. 여런 신들이 주피터가 다나에와 사랑을 이루지 못한데 대하여 조롱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편 폴룩스와 여러 빚쟁이들이 아직도 미다스 모습을 하고 있는 주피터를 찾아 가로막고 어서 돈을 내놓으라고 조른다. 주피터는 어쩔수 없이 황금비를 내리게 한다. 다시 장면은 바뀌어 미다스의 오두막집이다. 주피터가 나타나 다나에의 사랑을 얻고자 다시 시도한다. 그러나 다나에는 미다스와 행복하다. 주피터는 이들의 사랑을 축복하고 물러난다.

     

조용한 여인


타이틀: Die Schweigsame Frau (침묵의 여인: The Silent Woman). 전3막의 코믹 오페라. 벤 존슨(Ben Johnson)의 희곡 The Epicene 또는 The Silent Woman을 바탕으로 슈테판 츠봐이그(Stephan Zweig)가 대본을 썼다.

초연: 1935년 드레스덴 국립극장

주요배역: 모로서스경(퇴역 해군제독), 침머라인부인(모로서스경 가정부),슈나이데바르트(이발사), 헨리 모로서스(모로서스경의 조카), 아민타(헨리의 부인: 콜로라투라 소프라노), 이조타(오페라 가수), 카를로타(오페라 가수), 모르비오(오페라 가수), 바누치(오페라 가수), 화르팔로(오페라 가수)

음악 하이라이트: 3막 피날레에서 조용함을 상징하는 음악

베스트 아리아: Wie schön ist doch die Musik![음악이란 참 아름다운 것이야!(만일 중지만 한다면)](B),

사전지식: R. 슈트라우스는 이 오페라의 서곡이 장미꽃잎을 향료와 섞어 단지에 넣은 것과 같다고 표현했다. 그만큼 사랑스럽다는 얘기이다. 오페라의 마지막 장면에 모로서스경의 아리아 ‘음악이란 얼마나 아름다운 것인가?’는 음악에 대한 반증적인 찬사로 생각할수 있으므로 코믹한 면을 잊지 않은 작곡자의 의도가 숨어 있다. 이 오페라는 츠봐이크가 대본을 썼다. 원래 R. 슈트라우스와 10년 콤비는 휴고 폰 호프만슈탈(Hugo von Hofmannsthal)이었다. 폰 호프만슈탈은 R. 슈트라우스와 함께 엘렉트라로부터 아라벨라에 이르기까지 6편의 오페라 대본을 만들어 냈다. 이 오페라도 폰 호프만슈탈이 대본을 맡아야 하지만 그는 불행하게도 이 오페라가 초연되기 6년전에 세상을 떠났다.

에피소드: 이 오페라는 나치 제3제국의 반유태 정치 때문에 상당부분을 삭제해야 했다. 더구나 드레스덴 초연이후 겨우 4일간의 공연을 마치고 당국의 지시에 따라 공연을 중단해야 했다. 이 오페라의 대본을 쓴 츠봐이그가 유태인이어서 그랬다.

줄거리: 퇴역 해군제독인 모로서스경(Sir Morosus)은 홀아비이다. 모로서스의 가정부인 침머라인(Zimmerlain)은 마을 이발사의 도움을 받아 이 홀아비와 결혼하여 팔자를 고치고 싶어한다. 그런데 모로서스는 소음을 무척 싫어한다. 그는 여자의 잔소리는 모두 소음으로 인정하여 극도로 싫어한다. 이발사 슈나이데바르트(Schneidebart)는 그런 모로서스에게 아주 말이 없고 조용한 신부감이 있다고 하여 한번 만나보라고 은근히 권한다. 마침 오랫동안 만나지 못했던 모로서스의 조카인 헨리(Henry)가 찾아온다. 처음에 모로서스는 무척 반가워했지만 헨리가 오페라단의 단원이란 소리를 듣고 소음을 연상하여 골치 아파한다. 소음을 만들어 내는 오페라단원을 싫어하는 모로서스는 조카에게 한푼도 상속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조카며느리인 아민타(Aminta)도 인정하지 않겠다고 강조한다. 그리고 이발사에게 어서 참한 신부감 하나를 주선하라고 다그친다. 이발사는 헨리와 짜고 오페라단의 여성단원 두어명과 헨리의 아내인 아민타를 늙은 모로서스의 신부감으로 선보이자고 한다. 이 계획을 들은 오페라 단원들은 모두 모로서스 골탕작전에 참여하겠다고 나선다.


이튿날 이발사는 세명의 젊은 여인들을 모로서스에게 소개하고 그 중에서 맘에 드는 사람이 있으면 얘기해 달라고 말한다. 거칠은 시골 아가씨로 분장한 카를로타(Carlotta)는 모로서스로부터 단번에 퇴자를 맡는다. 멋쟁이 부인으로 분장한 이조타(Isotta)도 같은 운명을 마지한다. 헨리의 아내인 아민타는 티미다(Timida)라는 이름으로 변장하여 나타난다. 너무나 조순하고 말이 없는 아민타에 대하여 모로서스는 마음에 쏙 든다고 말한다. 곧이어 이발사는 다른 오페라 단원인 모르비오(Morbio)와 화르팔로(Farfallo)를 신부(神父)와 공증인으로 변장시켜 데려와 모로서스와 아민타의 결혼식을 정식으로 올리도록 한다. 오페라단의 다른 단원들은 모로서스를 예전에 함선에서 모시던 수병들이라고 하며 나타나 두 사람의 결혼을 축하한다며 소란을 떤다. 이른바 축하객들이 모두 가버리고 이제 갓 결혼한 모로서스와 아민타만 남아 있다. 그러자 아민타는 자기에게 맡겨진 임무, 즉 방금 전까지만 해도 얌전히 입 다물고 있던 역할을 때려치우고 잔소리 및 바가지를 긁기 시작한다. 혼비백산한 모로서스! 급할때는 일가친척밖에 없다던가? 모로서스는 조카 헨리에게 제발 타미다라는 저 여자와 즉각 이혼하게 해 달라고 간청한다. 모로서스는 헨리가 되도록 이른 시일안에 이혼토록 해주겠다고 하자 그때야 약간 안심을 한다. 아민타(타미다)는 아침, 점심, 저녁을 상관하지 않고 계속해서 소음을 낸다. 게다가 성악공부를 하겠다며 음악선생을 초청하여 레슨을 받는다. 헨리가 음악선생으로 변장하여 나타나 성악 레슨을 하는데 모로서스로서는 도무지 참을수 없을 정도의 고통이다. 모로서스는 더 이상 참을수가 없어서 판사를 불러 오도록 한다. 오페라단의 또 다른 단원인 바누찌(Vanuzzi)가 판사로 변장하여 나타나 정말 소음이 어느 정도인디 현장 확인을 한다. 판사는 아민타(타미다)에게도 잘못이 있지만 그렇다고 이혼사유까지는 되지 않으니 참으라고 말한다. 낙심천만한 모로서스의 모습은 불쌍하기까지 하다. 이제 헨리와 아민타는 변장을 벗어던지고 제모습으로 돌아와 모로서스에게 지금까지의 모든 것이 오페라단원들이 꾸민 장난이었으며 그통에 모두들 유쾌했었다고 말한다. 어이가 없는 모로서스는 ‘음악이란 참 아름다운 것이야! 만일 중지만 한다며!’이라고 말하는데 막이 내린다. 


엘렉트라


타이틀: Elektra (Electra). 단막의 비극. 독일어 대본은 작곡자와 콤비인 휴고 폰 호프만슈탈(Hugo von Hofmannsthal)이 소포클레스(Sophocles)의 엘렉트라에 바탕을 두어 완성했다.

초연: 1909년 독일 드레스덴 호프오퍼극장

주요배역: 엘렉트라(아가멤논의 딸), 크리소테미스(엘렉트라의 언니), 클리템네스트라(엘렉트라와 크리소테미스의 어머니),  오레스테스(오레스트: 아가멤논의 아들),  아가멤논(그리스의 장군 겸 왕), 이지스투스(이지스트: 클라이템네스트라의 정부)

음악 하이라이트: 아가넴논의 모티프, 살해된 아버지를 사랑하는 엘렉트라의 마음을 표현한 음악, 크리소테미스의 어머니를 그리워하는 마음을 표현한 음악

사전 지식: 폭력과 살인에 얼룩진 비극. 소포클레스가 쓴 그리스신화 엘렉트라를 소재로 한 충격 드라마. 세상에 어떤 오페라에 아들이 자기 어머니를 토막 내어 죽이는 장면이 있는가? 그리고 옆에 있던 여동생들은 어머니를 칼로 살해한 오빠에게 ‘더 찔러요, 더!’라고 소리치겠는가? 마지막 15분은 정말 음악적 및 극적으로 소름끼치는 두렵고 역겨운 장면이다. 다만 오케스트라가 내는 특수 효과음의 강력한 감정표현은 놀랄만한 일이다. 아무튼 이 오페라를 관람한 저녁은 정말 잊지 못할 저녁일 것이다. 심리학에서 말하는 엘렉트라 콤플렉스가 어떤 것인지 알아 두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것이다. 그리스의 아가멤논(Agamemnon)장군은 트로이에 포로로 잡혀있다가 탈출하여 돌아온다. 그러나 돌아오자마자 그의 부인 클라이템네스트라와 간부 이지스투스의 손에 목숨을 잃는다. 이들은 아가멤논이 트로이에 잡혀있는 동안 스스로 그리스의 왕이 되어 통치하고 있었다. 아가멤논의 딸인 엘렉트라공주는 아버지를 살해한 어머니와 이지스투스를 증오하여 복수의 날만을 기다리고 있다. 이것이 오페라 엘렉트라의 도입부이다.

에피소드: 슈트라우스의 오페라는 엄청나게 강력한 힘이 있는 작품이다. 그의 오페라에서는 극적인 여러 가지 모티프가 음악적으로 여러번 등장한다. 예를 들어 아가멤논의 이름을 찬양하는 소리로 드라마가 오픈되는 것이다. 또한 주인공 엘렉트라 오페라의 전편을 통하여 무대에 남아 있는다. 이러한 점도 다른 오페라와 구별되는 특별한 연출이다. 슈트라우스 역시 오페라에서처럼 비명을 질러대는 감정 표현과 극도로 번뇌하는 일이 많았다. 엘렉트라의 드레스 리허설 때 어떤 장면에서 슈트라우스는 오케스트라를 보고 ‘음향이 안 들린다. 무엇들 하는가? 더 크게, 아직도 무대의 노래 소리를 들을 수 있단 말이야!’라고 소리쳤다.

배경스토리: 엘렉트라 신화가 있기 전의 얘기가 있다. 그리스의 장군인 아가멤논이 트로이 전쟁에서 포로로 되었다가 집으로 돌아와 보니 부인 클리템네스트라(Clytemnestra)가 다른 남자와 불륜의 관계에 있다. 부인은 남편 아가멤논으로부터 정절과 부적에 대한 설교를 듣기 전에 선수를 쳐서 남편을 죽이고 애인과 함께 스스로 통치자(왕위)에 올랐다. 죽은 남편 아가메놈왕과의 사이에서 태어난 왕자 오레스테스(Orestes)는 종적을 알수 없는 곳으로 도망쳤다. ‘올해의 장한 어머니’와는 전혀 관계가 없는 클리템네스트라는 자기의 딸인 크리소테미스(Crisothemis)와 엘렉트라(Elektra)를 더러운 움막에서 개와 함께 먹고 자도록 하며 노예처럼 일하도록 한다. 엘렉트라는 아버지의 죽음을 비통해 하며 복수를 다짐한다. 동생인 크리스는 언니 엘렉트라에게 엄마라는 사람이 언니를 지하 감옥 깊숙이 가두어 둘 계획이라며 조심하라고 말해준다. 엘렉트라는 도망간 남동생 오레스테스와 은밀히 연락을 하며 아버지를 죽인 자들을 파악해 달라고 부탁한다.


줄거리: 하인들이 엘렉트라에 대하여 의논하고 있다. 엘렉트라는 언니 크리스(크리소테미스의 애칭)와 함께 이 나라의 공주이다. 그렇지만 노예보다도 더 처참한 대우를 받으면서 겨우 하루하루를 살고 있다. 고양이 같이 행동하고 개처럼 짖어야하며 심심하면 매질을 당하는 엘렉트라.... 어떻게 해야 가족으로서 인정을 받고 살수 있을 것인가? 하인들은 엘렉트라가 불쌍하다는 생각이다. 무대가 열리면 엘렉트라가 거지보다 더 비참한 옷을 입고 나타난다. ‘나 혼자뿐이야, 정말 나 혼자야, 아~’라고 중얼 거린다. 엘렉트라는 자기 엄마에게 복수할 것을 매일 같이 다짐하녀 지내고 있다. 어머니를 죽일수 있게 된다면 얼마나 행복할까라는 소망을 마음 속 깊이 간직하고 있다. 엘렉트라는 동생 크리소테미스에게 아버지의 살인자에 대하여 함께 복수하고 어머니를 함께 없애자고 말하지만 동생은 어떻게 엄마를 죽일수 있겠느냐며 거절한다.


어머니가 나타난다. 클리템네스트라이다. 원본에 의하면 어머니의 얼굴은 누렇게 뜨고 부어 오른 것 같이 창백하다고 되어있다. 그리고 눈꺼풀이 비정상적으로 커서 눈을 뜨는데 힘이 든다고 되어있다. 어머니는 엘렉트라에게 자기가 요즘 한달이나 불면증에 시달리고 있으니 어떻게 해야 고칠 수 있는지를 물어본다. 엘렉트라는 속으로 오빠와 내가 힘을 합쳐 엄마를 죽이면 영원히 편히 잠을 잘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언니 크리스가 나타나 오빠가 군인들에게 잡혀 말에 끌리는 형벌을 받아 거의 죽을 지경에 되었다고 전하면서 소리 내어 운다. 이 소식을 들은 어머니 클리템네스트라는 아들의 죽음을 슬퍼하기는커녕 오히려 이제부터는 두발 뻗고 잘수 있게 되었다고 기뻐한다. 엘렉트라는 오빠 소식을 듣자 마음에 동요를 받아 마치 짐승처럼 이리저리 기어 다닌다. 어두운 그림자가 나타난다. 오빠인 오레스테스이다. 죽지 않고 살아 있었던 것이다. 엘렉트라는 기쁨에 넘쳐 ‘오레스테스! 오레스테스!’라고 소리친다. 두 사람은 아버지를 살해한 자, 즉  어머니에게 당장 복수하자고 다짐한다. 엘렉트라는 두 손으로 땅을 파고 자기가 만들어서 감추어 두었던 도끼를 꺼내어 오레스테스의 손에 쥐어준다. 잠시후 이지스투스(Aegisthus)가 왕궁으로 돌아온다. 엘렉트라는 짐짓 아지스투스를 환영하듯 그의 주위를 돌면서 춤을 춘다. 얼마 후면 죽을 목숨을 축하라도 하기 위해서인듯 춤을 춘다.


엘렉트라와 오빠 오레스테스가 궁전 안으로 스며들어간다. 어머니를 발견한 오빠 오레스테스는 칼로 어머니의 목을 친다. 옆에서 엘렉트라는 ‘더 세게, 더 깊이, 다시 한 번 더!’라고 외치고 있다. 죽어가는 어머니의 비명에 궁전 사람들이 잠에서 깨어난다. 어머니와 합심해서 아버지를 살해한 간부(姦夫) 이지스투스(Aegistus)가 나타나자 엘렉트라는 기괴한 행동과 소리를 지르며 그에게 다가가서 크게 비웃는다. 무언가 이상한 낌새를 차린 이지스투스가 급하게 어머니 방으로 들어간다. 하지만 그곳에는 오레스테스의 도끼를 들고 이지스투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오레스테스의 도끼날이 이지스투스의 등을 찍는다. 이지스투스는 죽어가면서 ‘도와다오! 거기 아무도 없는가? 내소리가 들리는가?’라고 소리친다. 엘렉트라가 ‘네가 살해한 우리 아버지가 소리를 듣고 있을 거야’라고 말하며 기뻐서 어쩔 줄 몰라 한다. (어머니와 의붓아버지를 죽인 오레스트는 스스로 목숨을 끊어 죄과를 받는다.)


궁전은 일대 혼란에 빠졌다. 그런 혼란과는 아무 관계가 없다는 듯, 엘렉트라는 자기 아버지 무덤에서 승리의 춤을 춘다. 얼마 후 엘렉트라는 무덤위에 쓰러진다. 꼼짝도 하지 않는 것을 보니 죽은 것 같다. 천둥과 번개가 치고 비가 내리는데 언니 크리스가 궁전 문을 두드리며 ‘오레스테스, 오레스테스’를 슬피 부르짖는데 막이 내린다.

 

불 기근


타이틀: Feuersnot (Fire Famine). 1막짜리 노래가 곁들인 시. 이를 징게디히트(Singgedicht)라고 부른다. 대본은 에른스트 폰 볼초겐(Ernst von Wolzogen). 베를린의 풍자캬바레인 위버브레틀(Überbrettl)의 창시자이다.

초연: 1901년 11월 21일 드레스덴

주요배역: 쿤라드 (젊은 철학자), 오르톨프(시장), 디에무트(시장의 딸)

사전지식: 리하르트 슈트라우스가 옛 화란의 민화를 주제로 작곡한 일종의 습작이다. 하지만 독일 등지에서는 음악대학의 학생오페라로서 자주 공연되고 있으므로 내용을 알아두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것이다. 스토리의 시기는 13세기, 무대는 뮌헨이다. 다른 자료에는 동짓날이 아니라 하지 축제의 일환으로 ‘성 요한의 불’(Johannes Feuer)을 지피는 내용으로 되어 있다. 화란의 전설인데 뮌헨이 무대로 설명되어 있는 것은 흥미롭다.

에피소드: 슈트라우스는 그의 초창기 오페라인 군트람(Guntram)이 뮌헨에서 환영받지 못한 것을 못마땅하게 생각하여 이 오페라를 통해 뮌헨 사람들을 조롱코자 했다는 후문이 있다. 슈트라우스는 바그너를 무척 존경했다. 그런데 뮌헨 사람들은 바그너를 적으로 만들다시피 했다. 그래서 슈트라우스는 더구나 뮌헨 사람들을 비난하고 싶었다는 얘기도 있다. 주인공 쿤라트가 아름다운 디에무트에게 사랑의 감정을 승화시키는 사랑의 장면은 오케스트라로서 놀랄만큼 아름답게 표현되어있다.


줄거리: 12세기를 마무리하고 며칠후면 13세기를 맞이하는 동짓날이다 (☹ 서양에서는 13을 불길한 숫자로 생각하고 있다. 특히 13일의 금요일은 Good Friday라고 하여 아주 불길한 날이므로 조심토록 하고 있다). 어른 아이 할것 없이 한떼의 사람들이 마치 변덕스럽고 바람난 여자들처럼 이집 저집을 찾아다니며 동짓불(Subendfeuer: 동짓날 마을 광장에 커다란 모닥불을 펴서 액운을 쫓아낸다는 축제의 행사)을 위한 장작을 받아내고 있다. 마침내 상당한 양의 땔감을 확보한 사람들은 마지막으로 시장집 맞은편에 있는 집을 찾아간다. 이상하리만치 음산하게 보이는 집이다. 아무도 살지 않는 것처럼 셔터와 문이 모두 닫혀 있다. 사실 이 집에는 얼마전부터 몽상가이며 철학자인 쿤라드(Kunrad)라는 젊은이가 살기 시작했다. 원래 이 집에는 뛰어난 마법사가 살았었다고 하며 쿤라드는 바로 그 마법사의 법적 상속자라고 한다. 그래서 한동안 폐가처럼 비어있던 집을 찾아와 살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소문에 따르면 그 쿤라드라는 젊은이는 아주 괴상한 사람으로 마법사치고는 성격이 아주 우울한 마법사라는 소리를 듣고 있다. 쿤라드는 동짓날의 그런 소란 속에서도 방에 앉아 책 읽는데 정신을 쏟고 있었다.


아이들이 ‘나와 보세요!’라고 소리치는 소리를 들은 그는 바로 그 시간이 자기 자신에게도 대단히 의미가 있는 동짓날인 것을 생각하고 약간 흥분에 쌓여서 문밖으로 나와 아이들에게 집에 있는 장작은 모두 가져가도 좋다고 말한다. 마침 쿤라드는 사람들 틈에서 시장의 딸인 예쁜 디에무트(Diemut)를 보고 자기도 모르게 감격한다. 그는 디에무트를 마치 어둠의 동지가 지나가고 만물이 소생하는 봄으로 달려가는 것처럼 삶에 대한 신의 계시인 것으로 생각한다. 그래서 사람들 틈을 헤치고 달려가 디에무트를 붙들고 키스한다. 젊은이의 그런 갑작스런 행동에 마을 사람들은 잠시 어안이 벙벙한듯 조용해진다. 당황한 디에무트는 쿤라드의 그런 무례하고도 저돌적인 행동에 기분이 나빠서 앙갚음을 하겠다고 다짐한다.


모든 마을 사람들이 동지축제를 위해 밖으로 나왔다. 모두들 장작으로 동지불을 지핀후 타오르는 불길을 보고 함성을 지른다. 이와함께 쿤라드의 마음속에도 사랑의 마음이 불길처럼 솟아났다. 디에무트를 동경하는 마음이 그를 사로잡았다. 마침 디에무트가 자기 집 발코니에 모습을 나타내자 쿤라드는 디에무트에게 부드러운 소리로 사랑을 호소한다. 그러자 디에무트의 가슴 속에서도 불현듯 사랑하는 마음이 불길처럼 솟아올랐다. 디에무트는 쿤라드에게 유혹이나 하듯 발코니로 올라오라고 말했다. 마침 디에무트의 발코니에는 두레박처럼 생겨서 물건을 올려보내는 큰 바구니가 있었다. 디에무트는 쿤라드에게 그 통속에 들어가 발코니로 올라오라고 했다. 그러나 반쯤 올라오자 디에무트는 생각을 바꾸어 쿤라드를 공중에 매달리게 만들었다. 사람들이 이 모습을 보고 웃음을 터트리며 조롱했다. 쿤라드는 자기의 사랑하는 마음이 조롱을 받자 극도로 분노에 넘치게 된다. 그는 마법의 힘을 빌려 마을 전체가 이 밤중에 영원히 어름으로 꽁꽁 얼어붙으라고 한다. 그러자 불이란 불은 모두 꺼지고 마을은 캄캄한 어둠속으로 빠져 들어갔다. 쿤라드는 발코니에 올라서서 마을 사람들에게 분노의 섞인 소리로 이제부터 모든 사람은 자기의 존재를 인정하고 위대한 주인의 말을 따라야 한다고 일장연설을 한다. 그러나 마을 사람들은 다시한번 그의 말을 농담으로 받아들였으며 디에무트도 그의 연설 흉내를 내며 조롱하였다. 그러자 쿤라드는 모든 여인의 마음에서 따듯함이 사라지며 젊은 처녀들에게서 사랑의 불빛이 떠나라고 소리쳤다. 그러자 모두들 쿤라드가 위대한 사람이라는 것을 인정하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자기들의 행동을 후회하기 시작했으며 디에무트의 마음에도 변화가 생겨 쿤라드를 진정으로 사랑하는 마음이 생긴다. 마을에는 불이 다시 지펴졌고 모두들 사랑하는 마음으로 충만하게 된다. 쿤라드와 디에무트는 서로의 사랑을 행복해하며 손을 잡고 나타난다. 때를 맞추어 창문에서 불빛이 비추기 시작하며 이어 온 동리에 불이 켜진다. 그리고 광장의 화톳불이 불붙기 시작한다. 처음에는 위대한 마스터에 의해 장막을 드리웠던 마을에 이번에는 기쁨이 넘치게 된다.


인터메쪼


타이틀: Intermezzo. 전 2막. 간주곡이란 뜻의 오페라이다. 과거의 오페라가 귀족 사회를 위한 음악이었다면 인테메조는 일반 서민들을 위한 오페라이다. 특히 코미디라면 서민들이 더 좋아했다. 이를 뷔르거리헤 코뫼디(Bürgerliche Komödie)라고 부른다. 대본은 작곡자 자신이 썼다.

초연: 1924년 드레스덴 슈타츠오퍼극장

주요배역: 로베르트 슈토르흐(궁정음악감독), 크리스티네(슈토르흐의 부인), 프라츨(슈토르흐와 크리스티네의 아들), 안나(이들의 하녀), 룸머남작, 공증인, 공증인의 부인, 슈트로(합창지휘자)

사전지식: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오페라는 살로메, 엘렉트라, ‘그림자 없는 여인’ 등에서 볼수 있듯 정신적으로 많은 부담을 주는 비극들이다. 그러나 인터메쪼는 코미디이다. 제목을 인터메쪼라고 붙인것은 교향적 간주곡이 1막의 시작전과 2막의 시작전에 나오기 때문이다. 리하르트 슈트라우스는 이 작품을 자기의 아들 프란츠를 위해 작곡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오페라에 나오는 남자 아이의 이름도 프란츨(프란츠의 오스트리아 스타일)이다.

에피소드: 슈트라우스는 인터메쪼를 자기 자신의 생활, 특히 자기의 결혼생활을 비추어 작곡했다. 슈트라우스는 오페라 대본을 통해 자기 자신은 점잖고 이성적인 인물로, 부인은 이성적이지 못한 말괄량이로 그려 놓았다. 오페라에 나오는 슈트로흐처럼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자신도 바로 어떤 열성 팬으로부터 생각지도 않은 연애편지를 받아 부인과의 결혼생활이 크게 위협을 받은 일이 있었다. 극중의 대타 지휘자인 슈트로는 실은 요세프 슈트란스키(Josef Stransky)를 말한다. 하지만 다른 출연자, 예를 들어 슈트라우스의 아들 프란츨과 하녀 안나의 이름은 실제와 똑같이 썼다.


줄거리: 대성당의 음악감독이며 지휘자로 유명한 로베르트 슈토르흐(Robert Stroch)는 사랑하는 아내 크리스티네(Christine)와 잠시 떨어져 비엔나에 공무로 출장을 가야만 했다. 크리스티네는 부유한 집안에서 자랐으며 유산을 상당히 받아 재산이 넉넉하다. 사실 남편 슈토르흐가 음악에 전념할수 있었던 것은 부인의 재산덕분이었다. 크리스티네는 그동안 사람들과 사교의 모임을 갖지 못했던 것을 생각하여 남편의 비엔나 출장 기회를 이용키로 생각했다. 크리스티네는 좋은 옷으로 잘 차려입고서 외출한다. 크리스티네는 마차를 타고 가던중 우연히 룸머(Lummer)남작이라는 멋쟁이를 만난다. 룸머남작은 아름다운 크리스티네를 한번 보자 당장 사랑에 빠진다. 크리스티네는 룸머남작이 너무 끈질기게 접근하는 바람에 혼란에 빠진다. 룸머남작이 바라는 것은 실은 크리스티네의 돈이었다. 그 사실을 안 크리스티네는 룸머남작을 냉대한다. 며칠후 남편 슈토르흐 앞으로 편지 한 장이 배달된다. 어느 열렬한 여성 팬이 보낸 러브 레터이다. 크리스티네가 읽어보니 다음과 같이 써있었다. ‘나의 보물과 같은 당신에게, 내일 오페라 표 두장을 다시 보내주세요. 그후에 언제나처럼 카페에서 만나요. 당신의 귀여운 사람으로부터’라고 적혀있었다. 화가난 크리스티네는 비엔나에 있는 남편에게 급히 전보를 보내어 다시는 보고 싶지 않으니 집에 들어올 생각을 말라고 전한다. 이어 크리스티네는 아예 이혼장을 만들어 공증인에게 가기로 결심한다. 아들 프란츨이 엄마에게 어디 가냐고 묻자 크리스티네는 이제부터 아빠와 함께 살지 않겠다는 내용을 전보로 보내러 간다고 말해준다.


제2막. 슈토르흐가 친구들과 함께 카드놀이를 하고 있다. 이들은 부인들의 변덕스럽고 상대하기 힘든 성질에 대하여,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쾌하고 명랑한 성격이 있다는 점에 대하여 얘기를 나누고 있다. 마침 이때에 크리스티네이 보낸 이혼 전보가 배달된다. 느닷없이 이혼 편지를 받은 남편 슈토르흐는 도무지 이해할수 없는 여인네의 마음에 낙담하여 프라터 공원을 거닐면서 고민에 빠진다. 슈토르흐는 일이고 무어고 귀찮아서 지휘를 다른 대타 지휘자에게 부탁하려고 작정했다. 그 지휘자의 이름은 공교롭게도 슈트로(Stroh)였다. 그런데 ‘당신의 귀여운 사람’이 보낸 연애편지는 실은 대타 지휘자인 슈트로에게 보낸 것이었는데 이름이 비슷하다보니 잘못 배달된 것이었다. 존경하는 슈토르흐선생이 뜻하지 않게 피해를 보고 있다는 것을 알게된 대타 지휘자 슈트로는 크리스티네를 직접 만나서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오해를 풀라고 부탁한다. 처음에 크리스티네는 슈트로의 얘기를 믿지 않았으나 여러 정황을 볼때 확실히 잘못 배달된 편지인 것을 알고 남편에게 미안하다고 빌고 화해한다. 두 사람은 전보다 더 행복하게 지낸다. 프란츨도 행복하다.


살로메


타이틀: Salome. 단막의 뮤직드라마. 성서에 나오는 살로메의 이야기. 대본은 오스카 와일드(Oscar Wilde)의 희곡을 헤드비히 라흐만(Hedwig Lahmann)이 썼다.

초연: 1905년 독일 드레스덴 궁정오페라(Hofoper)

주요배역: 요카난(세례요한), 헤롯(유대 분봉왕), 헤로디아스(헤롯의 부인), 살로메(헤로디아드의 딸: 헤롯의 의붓딸), 나라보트(근위대장)

음악 하이라이트: 살로메가 세례요한의 머리에 키스하며 부르는 노래

베스트 아리아: Ich will deinen Mund Kussen, Jokanaan![그대의 입술에 키스하고 싶어요, 요카난](S), Wer ist dies Weib, das mich ansieht?[나를 쳐다보는 이 여인이 누구인가?](B), Du wirst das fur michthun, Narraboth[나라보트, 당신은 나를 위해 이 일을 할 수 있으리](S)

사전 지식: 1막짜리 선혈이 낭자하고 쇼킹한 오페라. 엄격한 검열을 받아야 하는 영화와는 달리 완전 무삭제 공연이 가능하다. 근친상간, 스트립 쇼, 살인, 게다가 참수 당한 머리...정말 오싹하고 역겨울 정도이다. 음악도 이런 엽기적 상황에 매치되는 것 같다. 디즈니가 영화로 다시 제작할 것이라고는 꿈에도 생각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 살로메가 추는 일곱 베일의 춤은 유명하다. 살로메를 관람하는 관중중에 점심부터 저녁까지 아무것도 먹지 않은 사람이 있다면 다행이다. 나머지 사람들은 아마 구토증 때문에 정신이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에피소드: 짐작하는 대로 1905년 초연 당시의 관중들은 모두 쇼크를 받았다. 오히려 안 보았더라면 하는 얘기가 지배적이었다.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는 살로메를 27년간이나 공연 금지한바 있다.



줄거리: 주후 30년 유대 왕국. 무대는 헤롯의 궁전에 있는 웅장한 테라스이다. 안에서 성대한 연회로 흥청거리는 소리가 들려온다. 궁전 문에서 시리아인 위병 대장 나라보트(Narraboth)가 시종에게 아름다운 공주 살로메에 대한 자기의 불타는 사랑을 하소연한다. 이때 정원의 우물 속에서 ‘죄인은 회개하라’는 세례요한의 힘찬 목소리가 울려 퍼진다. 여왕 헤로디아스(Herodias)가 헤롯과 결혼하기 위해 자기의 남편을 살해한 비행을 빗 댄 말이었다. 한편 살로메는 끈질기게 욕정을 품고 추파를 던지는 호색적인 계부 헤롯 때문에 속이 상한 나머지 연회장에서 나와 달빛 속을 거닐고 있다. 그러다가 세례 요한의 목소리에 놀라 걸음을 멈춘다. 호기심이 동한 살로메는 그녀를 연모하고 있는 나라보트를 설득하여 우물속에 갇혀 있는 요한을 데려오도록 시킨다. 그녀는 ‘나라보트, 당신은 나를 위해 이 일을 할 수 있으리’라고 달콤한 목소리로 그럴싸하게 유혹한다. 누더기를 걸친 예언자의 모습이 달빛 속에 드러난다. 헤롯과 헤로디아스를 탄핵하는 힘찬 목소리가 계속되다가 ‘나를 쳐다보는 이 여인이 누구인가?’라고 묻는다. 첫눈에 살로메는 그를 차지하고 싶은 욕망이 불같이 일어난다. 그녀는 참을 수 없는 색정을 열광적으로 표현하면서 ‘요한, 당신의 입술에 키스하고 싶어요!’라며 뱀같이 음탕한 자태로 노래한다. 나라보트는 그토록 흠모하는 연인의 타락한 모습에 소스라치게 놀라 충격과 실망을 이기지 못하여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그러나 그녀는 마치 최면에 걸린 사람처럼 요한에게 매료되어 자기의 발아래 쓰러져 있는 나라보트의 시체를 쳐다보지도 않은 채 요한에게 접근할 뿐이다. 관능적이며 유혹적인 분위기가 감돌지만 요한은 살로메를 거들떠보지도 않고 우물속 감방으로 되돌아간다. 그리고 저주를 내리듯 ‘그대를 구할 단 한 사람 이 여기 살아있다’라며 부정한 어머니의 딸에게 경고한다. 살로메는 자기를 거부한 예언자에게 강렬한 적개심을 품는다. 테라스에서 헤롯은 온통 살로메를 차지하려는 욕정에 차 있다. 살로메는 자기를 부르는 왕의 목소리를 듣게 된다. 이때 5명의 유대인이 헤롯을 알현하여 요한의 처형을 요구하지만, 헤롯은 메시아와 같은 존재인 요한이 두려워 그들의 청을 거부한다. 헤롯은 살로메에게 자기를 위해 춤을 추도록 요구한다. 살로메가 응하지 않자 왕은 몸이 달아올라 어쩔 줄 몰라 한다.


마침내 살로메가 원하는 그 어떤 소망이라도, 비록 그것이 자기 왕국의 반일지라도 들어주겠다고 약속하기에 이른다. 살로메는 기다렸다는 듯이 그 유명한 ‘일곱 베일의 춤’(Dance of the Seven Veils)을 관능적으로 추기 시작한다. 살로메는 한 겹씩 베일을 벗어 던진다. 마지막에는 거의 나체가 된 채 호색적인 왕의 발밑에 쓰러진다. 요염하고 음탕한 춤의 선율이 사람의 마음을 흥분시키기에 충분했다. 넋이 나간 헤롯은 살로메에게 원하는 바를 묻는다. 살로메는 ‘요한의 머리’라고 말한다. 헤롯이 소스라치게 놀라며 다른 어떤 것도 줄 수 있으나 그것만은 안 된다고 가로 막는다. 그러나 그녀는 반복해서 ‘요한의 머리’라고 비수처럼 외친다. 헤롯은 마지못해 자기의 손가락에서 권위의 상징인 반지를 뽑아 살로메에게 던진다. 그리고 병사들에게 살로메가 지시하면 사형집행을 하라고 명령한다. 병사가 우물 속으로 들어간다. B플랫의 더블베이스 독주가 무시무시하게 울려 퍼진다. 드디어 병사가 큰 은쟁반에 요한의 머리를 담아 등장한다. 살로메는 은쟁반을 붙잡더니 마치 요한의 머리가 살아있기나 한 것처럼 자기의 연인이라고 부르짖는다. 이어 매우 퇴폐적인 몸짓으로 춤을 추며 욕정적인 목소리로 노래를 부르기 시작한다. 춤이 절정에 이르자 살로메는 죽은 요한의 입술 위에 열정적인 키스를 퍼붓는다. 헤롯은 이러한 광란을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저 여자를 죽여라’고 고함친다. 왕의 호위병들이 재빨리 밀치고 들어와 그들의 방패로 살로메를 눌러 죽인다.

 

'살로메'의 힐데가르트 베렌스. 잘츠부르크 페스티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