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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펠탑과 한빛탑

정준극 2007. 5. 22. 10:03
 

에펠탑과 한빛탑


프랑스 대혁명 1백주년을 기념하여 파리 만국박람회가 열렸다. 말하자면 엑스포이다. 1889년의 일이었다. 에펠탑은 그때 세워졌다. 프랑스가 자랑하는 교량 기술자 귀스타프 에펠이 설계했다. 그래서 에펠탑이라고 부르게 되었다. 높이는 무려 3백 미터. 파리 시내 어디서나 보이는 거대한 구조물이다. 처음 이 거대한 철탑이 파리의 하늘 높이 등장했을 때 사람들은 놀라움과 함께 이 탑의 존재에 대한 일대 찬반 토론을 끊이지 않고 벌였다. 토론이라고 하면 한토론 하는 사람들이 프랑스 사람이 아니던가? 당시 파리 시내의 건물, 다리, 길은 모두 돌로 되어 있었다. 그러한 때에 철재로 된 괴물 탑의 등장은 놀라움 그 자체였다. 사람들은 이구동성으로 에펠탑인지 무언지가 파리의 아름답고 절제되어 있는 도시경관을 해친다고 주장했다. 그래서 박람회가 끝난 즉시 해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대론자 중에서도 모파상이 에펠탑을 제일 싫어했다. 모파상은 신문, 잡지, 강연회, 토론등 등 기회 있을 때마다 철괴물 에펠탑을 비난했다. 심지어는 몽소공원에 있는 자기의 동상을 에펠탑에 등을 돌려 세우게 할 정도였다. 어느 날, 모파상의 친구들은 그렇게도 에펠탑을 증오하던 모파상이 바로 에펠탑 1층의 식당 한 구석에서 기분 좋게 식사하고 있는 모습을 발견했다. 친구들을 더욱 놀라게 한 것은 모파상이 거의 매일같이 에펠탑 식당에 와서 식사를 한다는 사실이었다. 의아해 하는 친구들에게 모파상은 ‘무얼 그리 놀라시나? 파리 시내에서 에펠탑에 안 보이는 유일한 장소는 바로 이곳밖에 없기 때문에!’라고 답변했다. 과연 모파상은 에펠탑을 가장 싫어했을까? 또는 가장 좋아했을까?

 

에펠탑 앞에 있는 에펠 기념상


우리는 간혹 우리가 가장 싫어하면서도 좋아할 수 밖에 없는 처지에 당면할 수가 있다. 반대로 가장 좋아하면서도 싫어한다고 표현할 수밖에 없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우리가 몸담고 있는 우리의 일터, 바로 우리의 연구소, 정말 답답하게 싫어질 때도 있다. 외풍(外風)과 내빈(內貧)! 원전 기술 자립 문제는 어떻게 되는 것이며 폐기물처분장 부지확보는 또 어떻게 되는 것일까? ‘원자력’이라고 하면 무조건 거부감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왜 아직도 그렇게 많은 것일까? 왜 정부는 국가사업에 반하여 반핵하는 사람들은 비호해 주는 것일까? 왜 반핵분자들은 극렬한 폭력적인 행동만 일삼고 있는 것일까? 어째서 반핵하는 사람들의 주장은 솔깃하게 들으면서 원자력을 연구하는 사람들의 얘기는 귀담아 들으려고도 하지 않는 것일까? 어째서 원자력을 하는 사람은 죄인 취급을 받아야만 하는 것일까?

 

에펠타워

 

프랑스는 세계 제1의 원자력 모범국이다. 잘 알다시피 전체 발전 용량 중 원자력 점유율이 75%에 이르고 있다. 원자력 발전량의 8%정도는 인근 7개국에 수출까지 하고 있다. 원자력은 프랑스 사람들의 친근한 이웃이 되어 있다. 프랑스에서 반핵 시위는 사라진 지 오래이다. 지난번 셸브르 항구에서 일본에 보내는 혼합산화물연료를 선적할 때에 그린피스를 비롯한 일부 반핵 단체가 시위를 펼친 일이 있다. 그러나 데모대 중에 프랑스 사람은 하나도 없었다고 한다. 완전 수입품 데모였다고 한다. 프랑스 사람들은 외국 사람들이 와서 반핵 데모하는 것을 무척 싫어한다. 그만큼 자기 나라의 원자력 사업에 대하여 자부심을 갖고 있다. 원자력 하는 사람이 대우를 받는 나라이다. 폐기물 처분장도 빨리 확보해야 하고 영광 5ㆍ6호기 등 원전도 계속 지어야 하는 우리의 입장에서 프랑스 현실이 부러울 뿐이다. 대전 엑스포가 8월 7일부터 대덕연구단지에서 오픈 된다. 엑스포의 상징조형물인 한빛탑의 높이는 93미터라고 한다. 에펠탑처럼 백년이 넘도록 대전 시민의 사랑을 받는 한빛탑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199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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