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세대
근자에 주위에서 X세대란 말을 심심찮게 듣고 있다. 신문이나 잡지를 통해 탤런트 이병헌과 가수 김원준이 두 눈으로 무엇인가를 응시하고 있는 듯한 광고에 ‘나, X세대?’란 의외의 문귀를 보게 되며 또 TV프로그램을 통해서도 X세대에 대한 내용을 접하는 경우가 더러 있다. 도대체 X세대란 누구를 말하는 것이며 또 사회적으로는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는 계층일까?
우리는 ‘기성세대’ 또는 ‘차세대’니 하면서 세대간의 격차를 얘기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런가 하면 우스개 소리로 자동차 다섯 대에서 두 대를 빼면 세대 차이가 난다는 얘기도 한다. 그래서 ‘세대’라는 말은 어느 정도 낯이 익은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X는 또 무엇인지? 결국 X세대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우선 X에 대한 개념을 폭넓게 가지는 것도 중요할 것 같다. X란 과연 무엇인가? 수학에서는 말할 나위도 없이 제 1미지수를 X로 표기한다. 또 곱하기 표시를 X로 하는 것은 유치원 아이도 다 아는 사실이다. 물리학에서는 렌트켄이 발견한 방사선을 X로 표현하고 있다. 병원에 X선과가 있어서 가슴도 찍고 이도 찍어 병이 난 곳을 알아내는 일은 삼척동자도 다 아는 사실이다. 생물학에서는 성염색체의 하나를 X로 표기하고 있다.
오래 전 영화에 마담X라는 것이 있다. 자기가 낳은 자식에게도 자기의 신분을 노출하지 못하는 어느 가련한 여인의 이야기가 기둥 줄거리이다. 아마 그 당시 마담X라는 영화를 본 사람들이면 눈물깨나 좔좔 흘렸을 것이다. 요즘 영화로는 말콤X란 것이 있다. 흑인 민권 운동가 비슷한 사람의 파란만장한 일대기를 그린 영화로 몇 해 전 TV영화로 온 동리 사람의 가슴을 적셨던 ‘뿌리’와 비슷한 스토리이다. 결국 X라는 기호가 들어가면 미지의 존재, 남에게 내보이지 않으려는 베일 속의 인물, 약간은 비밀스런 의미 따위를 내포하고 있는 사건 같은 것을 은연중 연상하게 된다.
그러면 X세대란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전문가들의 진단에 따르면 대략 다음과 같다. 결론부터 말하면, X세대에 속한 인물들은 각 개인마다 다양한 특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한마디로 X세대의 특징을 말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훌륭한 결론이다. 그러나 좀더 진단해 볼 필요가 있다. 우리가 통칭 X세대라고 하는 부류는 2차 대전 후 ‘베이비 붐 세대’에 이어서 등장한 요즘의 젊은 층을 말한다. 굳이 연령을 따진다면 현재 만 18세부터 29세까지의 젊은 층을 말한다. ‘베이비 붐 세대’에 태어난 부류는 현재 30세부터 49세까지라고 보면 타당하다. 이들은 대체로 전통적인 가정에서 자랐기 때문에(아빠는 직장에 열심히 나가고 엄마는 집에서 알뜰히 살림하는)가정적이며 그 가정이 사회로부터 도전을 받는 경우에는 사회적 문제에 과감히 대응하는 공통된 가치관과 신념을 키워 온 세대이다. 미국의 경우, 월남전 참전 세대가 베이비 붐 세대를 대표하는 특성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베이비 붐 세대 이후에 등장한 X세대는 정상적 가정에서 자라난 세대가 아니다. X세대는 맞벌이 부부 사이에서 키워졌다. 그래서 때로 이들은 ‘열쇠 세대’라고 불리기도 한다. 아파트 열쇠만 맡겨 놓고 알아서 밥도 먹고 학원에도 가고 하는 일에 익숙해진 아디들을 말한다. 이 아이들의 반 정도는 안정되지 않은 가정, 즉 이혼을 했거나 별거한 부모와 함께 자라났다. 그래서 가정에 대한 막연한 동경심과 반발심을 동시에 갖고 있다. 베이비 붐 세대가 사회적 문제에 과감히 도전하는 가치관과 신념을 갖고 있는데 반하여 X세대는 그런 공감대가 빈약하다. 사회 공통의 문제보다는 개인적으로 어떻게 살아가느냐에 더 의미를 두고 있다.
앞으로 10년이면 이들 X세대가 이 사회의 주역이 된다. 이들이 어떠한 가치관을 가지고 사회의 주인공으로 등장할지는 미지수이다. 그렇지만 지금의 추세대로라면 상당히 곤혹스러운 가치관을 갖고 있을 것이 뻔하다. 지금부터 10년후인 2004년의 사회, 정치, 경제의 주역들을 보면 알수 있을 것이다. 요즘보다도 더 심각한 님비사상을 갖고 있을 것이다. 지역 이기주의보다 더한 개인 이기주의가 만연될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지금부터라도 착실히 우리의 앞날을 짊어질 X세대에 대하여 이들을 어떻게 지도하고 인도해야 할 지 불철주야 강구해야 할 것이다. 그때에 가서 X세대가 우리 세대에게 '당신들 안되겠수다!'라며 가위표(X)를 던지지나 않을 지 모르겠다. 왜냐하면 지금의 우리기성세대야 말로 X표를 받기에 하등의 하자가 없는 세대이기 때문이다. 오늘날의 사회상을 보면 금방 알 수 있는 일이 아닌가? 결국 우리의 세대가 잘 해야 한다. 가정의 달 5월은 특별히 오늘의 세대와 차세대를 함께 생각하는 달이다. (1994년 5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