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모오빠 신드롬
영국에서 발간하는 기네스북(Guiness Book)에는 세상 온갖 기록과 에피소드, 그리고 이색통계 따위가 일목요연하게 집대성되어 있다. 기록의 백과사전이다. 예를 들어 세상에서 누가 제일 키가 큰 사람인지, 누가 제일 뚱뚱한 사람인지, 누가 날계란을 한꺼번에 가장 많이 먹은 사람인지, 누가 가장 큰 신발을 신는 사람인지, 누가 가장 큰 소시지를 만든 사람인지 등등 헤아릴수 없는 기록들이 수록되어 있다. 이렇듯 특별한 사람에 대한 기록도 기록이지만 스포츠계에서의 수많은 세계기록도 질서정연하게 정리되어 있다. 1백미터 단거리는 누가 처음으로 세계신기록과 올림픽 신기록을 세웠는지, 또 누가 그 기록을 갱신했는지 등에 대한 기록이 잘 정리되어 있다. 그 외의 진기록도 망라되어 있다. 예를 들면 물구나무서기를 해서 가장 오래 버틴 사람은 누구인지, 물속에서 숨 안 쉬고 가장 오래 있었던 사람은 누구인지, 누가 줄넘기를 쉬지 않고 가장 오래 했는지에 대한 기록 등이다. 그런 기네스북에도 실은 여러 종류가 있어서 진짜 신기록이나 진기록 같은 것만을 모아 놓은 이른바 ‘세계의 기록편’은 기네스북의 큰 형님격으로 공인 받고 있는 것이며, 기타 ‘동물의 세계’ ‘음악의 모든 것’ ‘식물의 세계’ ‘세계의 건축물’ ‘이름 백과’ 등 약 30종의 특별판은 동생 기네스북으로 알아 모시는 것들이다.
이런 동생 기네스북 중에서도 가장 인기 있는 것은 ‘음악의 모든 것’이다. 영국의 중등학교에서는 기네스북 음악편에 나와 있는 내용 중에서 시험문제를 낸다고 하니 학생필독 기네스북이 교과서로서의 자리를 굳혀가고 있는 것 같다. ‘음악의 모든 것’에는 정말 별별 기록이 죄다 수록되어 있다. 악기, 작곡가, 작품, 연주단체, 음악문학, 음악역사, 그리고 기계적 음향 재생 방법인 레코드의 모든 것에 대하여 기술되어 있다. 기네스북 ‘음악의 모든 것’에 따르면 세계에서 가장 성공한 가수는 빙 크로스비(Bing Crosby)라고 한다. 그는 2천 6백 종의 싱글 레코드와 1백 25장의 앨범 레코드를 취입했다고 한다. 최다 레코드 취입기록을 세운 위대한 인물이다. 그의 레코드는 전세계적으로 무려 3억 6천만 장 이상이나 팔렸다. 어마어마한 기록이 아닐 수 없다. 그의 화이트 크리스마스는 단번에 1백 50만장이 팔렸다. 단시간에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레코드는 1958년 크리스마스에 즈음해서 나온 ‘북치는 소년’(Little Drummer Boy)이다. 전세계적으로 1천 4백장이 팔렸다. 차이코프스키 피아노콩쿠르에 1위 입상한 밴 클라이번이 연주한 차이코프스키의 피아노협주곡 1번은 한달만에 2백 50만장이 팔리는 기록을 세웠다. 비틀즈의 레코드도 빙 크로스비에 버금하는 기록을 세운 것으로 유명하다.
우리나라 가수로는 이미자씨나 김혜자씨(패티 김)의 음반이 과거 톱 자리를 기록하기도 했으나 요즘엔 김건모 오빠의 것이 1백만 장을 넘어섰다는 신문보도가 있었다. ‘잘못된 만남’이 최대 히트를 기록했다는 것이다. 누구에게나 잘못된 만남이 있는가 보다. 그렇지 않으면 김건모의 ‘잘못된 만남’이 그렇게 공감을 얻어 히트할 수 없을 것이다. 우리 연구소로서 잘못된 만남은 무엇일까? 누구를 잘못 만났을까? 믿었던 그 사람이 왜 잘못된 만남의 대상이 되었을까? 어쨌든 오늘날 김건모씨는 청소년층의 대단한 우상으로 되어 있다. 어디를 가든지 오빠부대가 넘치도록 환호하기가 일쑤다. 옛날에는 학생들에게 ‘너희들 장차 커서 누구처럼 되고 싶으냐?’고 물으면 에디슨이나 퀴리부인과 같은 발명가 또는 과학자가 되고 싶다고 했다. 그런데 요즘에는 김건모 오빠 또는 마돈나 언니가 되겠다는 것이다. 과학입국을 바라보는 우리나라로서 청소년들에게 꿈을 심어줄 수 있는 과학계의 ‘건모 오빠’가 나와야 한다. 그래서 미래 우리 사회의 주인공이 될 청소년들이 ‘가수 거언모오 오빠−’를 외치기보다는 ‘과학자 커언모오 오빠’를 부르짖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 그리고 우리 국민들로부터 존경받을 수 있는 과학자 ‘건모오빠’가 되기 위해서는 사심과 편애와 아집과 독선과 위선과 무책임과 혼자 잘난 체 하는 습성을 과감히 버려야 할 것이다. (1995년 8월)
1995. 센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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