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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칼리 토끼

정준극 2007. 5. 22. 14:59
 

알칼리 토끼


산토끼의 반대가 무어냐는 넌센스 퀴즈가 있다. 현재까지 알려진 대답은 네가지이다. 좀 지나친 해석일지는 몰라도 대답에 따라 그 사람의 IQ를 평가할 수 있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그 사람의 경력배경까지 짐작할 수 있다는 것이다. 첫 번째 대답은 집토끼라는 것이다. 현실적인 대답이다. 누구나 쉽게 말할 수 있는 대답이다. 산에서 야생 그대로 살고 있는 것은 산토끼, 집에서 기르는 토끼는 집토끼.... 혹자는 산의 반대가 바다이므로 바다토끼라고 대답할 수도 있겠지만 그건 ‘땡!’이다. 별주부전이 아닌 다음에야 토끼가 바다하고 무슨 관계가 있겠는가? 어쨌든 집토끼라고 교과서다운 대답을 하면 IQ가 60정도.... 대개 가정주부들이 그렇게 대답한다는 것이다.


산토끼의 반대를 죽은 토끼라고 대답하면 IQ가 70정도.... 대개 반항적인 신세대 학생층이라고 한다. 기존의 가치관을 부인하는 신세대이므로 부정적인 대답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이들의 가치관이 신물질주의, 심지어 뉴에이지(New Age)사상까지 곁들일 수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신물질주의(Neo-materialism)라는 것은 어떤 것인가? 간단히 말하여 오늘날의 비뚤어진 세태는 모두 물질만능주의에서 비롯된 것이므로 물질문명의 지나친 성장을 막아야 한다는 사고방식을 말한다. 뉴에이지 사상은 성경에서 비롯된 것이다. 신약성경 요한계시록에 나온는 ‘새하늘과 새땅’이 곧 이 세상에 올 것이므로 과거의 모든 것은 소멸되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그래서 ‘죽음’과 ‘파괴’는 이들의 관념이다. 반체제적인 가치관을 갖고 있는 사람들도 ‘죽은 토끼’라고 대답한다는 것이다. 기성세대와 기존체제에 반대하는 계층을 말한다.

 

이와는 반대로 기성세대는 자본주의 및 물질주의, 또는 고상한 민주주의에 물들어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그래서 비즈니스를 하는 현대인들은 산토끼의 반대를 판토끼라고 대답한다. 이런 대답이면 IQ는 80정도. 사고 파는 경제원리가 머리 속을 지배하는 계층들이라고 할 수 있다.


대덕연구단지의 정부출연연구소에 있는 사람들 같으면 어떤 대답이 나올까? 알칼리토끼라는 것이 지배적일 것이다. 산(酸)의 반대는 알칼리이기 때문이다. 이것저것 재지 않고 순수한 과학적 입장에서 그렇게 대답할 것이다. 이들에게는 토끼를 집에서 기르던 산에서 돌아다니도록 놓아두던 상관이 없다. 이들에게는 토끼가 죽은 것인지 산 것인지도 관계없다. 또 누가 샀는지, 누가 팔았는지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이들에게 중요한 것은 산(酸)과 알칼리라는 과학적인 실체뿐이다. 정부출연연구소에 속하여 있는 이들이 비즈니스맨처럼 물질에 관심을 두었다면 벌써 기업으로 갔을 것이다. 이들이 전업주부처럼 평범 속에서 일상적인 행복을 추구하며 살고 싶었다면 벌써 연구소를 떠나 대학에서 강의나 하며 하루하루를 살았을 것이다. 이들이 ‘이즘’에 젖어 가치관의 변혁을 노렸다면 벌써 재야에 뛰어들던지 또는 품위있는 ‘정치과학자’가 됐을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 이들은 산(酸)의 반대가 알칼리라는 것밖에 모르는 외곬수들이다. 어찌보면 쑥맥들이라고나 할까? 하지만 이런 사람들 때문에 국가의 중요 연구소들이 유지되는 것이 아닌지 모르겠다. 어쨌든 알칼리토끼라고 대답하면 IQ는 90정도.


그런데 한다하는 정치인들이나 정부의 고관 나으리들은 어떤 대답을 할까? 아마 ‘산토끼 좋아하네! 반대 좋아하네!’라고 하면서 거부감부터 나타낼 것이다. 그래도 대답해 달라고 하면 ‘좋아! 정 산토끼의 반대가 무어냐고 물으면 바다거북이라고 대답하겠다’라고 마지못해 할 것이다. 산의 반대는 바다이며 토끼의 반대는 토끼와 거북이의 경주라는 우화를 생각하여 거북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면서 ‘옳지! 하라는 연구는 안하고 뭐라고? 산토끼의 반대가 어쩌구 어째? 감사 한번 나가 볼까?’라며 방방 뜰지도 모를 일이다. 이 정도면 이들이야말로 IQ 1백인 기막힌 인재들이 아닐 수 없다. 그건 그렇고 다만 바라옵건데 독자제위께서는 이상의 ‘넌센스 퀴즈’를 모쪼록 새겨서 생각치 마시기를.... (199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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