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덕봉 메아리/보덕봉 메아리

메이 데이

정준극 2007. 5. 22. 15:09
 

메이 데이


며칠전인 4월 14일은 저 유명한 타이타닉호가 한밤중에 북대서양에서 침몰하므로서 사상 최대의 해난사고를 기록한 날이다. 1912년에 있었던 일이므로 지금으로부터 86년전의 일이다. 타이타닉호에 대한 얘기는 과거 몇차례 영화로 만들어진 일이 있다. 그러나 올해 오스카 상 11개 부문을 휩쓴 작품은 엄청난 제작비와 함께 컴퓨터그래픽 기법이 뛰어난 것이어서 세계적 관심을 모으고 있다. 영화 타이타닉은 벤허 이후 최대의 오스카상 석권이라고 한다.


타이타닉이란 말은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거인 타이탄(Titan)에서 유래한 것이다. 타이탄은 천문을 맡아보는 하늘의 신인 우라누스(Uranus)와 땅의 여신인 가이아(Gaia) 사이에서 태어난 신이다. 하늘과 땅이란 것이 워낙 거대한 것이기 때문에 하늘의 신과 땅의 여신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이 거인인 것은 새삼스러울 일이 아니다. 아무튼 영국이 새로 만든 초대형 호화 여객선에 타이타닉이란 명칭을 붙인 것은 그럴듯한 처사였다. 하늘과 땅사이에 있는 바다를 주름잡는다는 뜻도 되고!


타이타닉호가 얼마나 큰가 하면 배의 길이는 2백 6십미터이고 폭은 30미터이며 총톤수는 무려 4만 6천톤에 이르는 것만 보아도 잘 알 수 있는 일이다. 타이타닉호는 1911년 영국에서 만들어져 이듬해 4월 14일 영국의 사우스햄튼항을 출발하여 뉴욕까지 처녀항해를 하게 되었다. 타이타닉호는 이날밤 11시 40분, 뉴파운드랜드 해역을 지나던 중 떠돌아다니는 빙산과 부딪쳐 2시간 40분만에 칠흑같은 어둠 속에서 속절없이 침몰했다. 이 사고로 전체 탑승자 2천 2백 8명중 과반수가 훨씬 넘는 1천 5백 13명이 대서양을 건너가려고 하다가 오히려 요단강을 건너가게 되었다. 타이타닉호는 필사적으로 SOS를 보냈다. 누구든지 제발 달려와서 구조해 주기를 애타게 바라는 심정에서 였다. 그러나 이 신호를 받고서 구조 선박이 나타난 것은 사고가 난 후 4시간이 지나서였다.


타이타닉호가 SOS를 쳐댔지만 그게 무슨 내용인지 확실히 몰라서 그냥 지나친 선박도 있을 것이라는 얘기다. 그 전까지는 선박과 선박이 교신할때는 우선 CQ(Charge of Quarters)를 보내 무선교신을 개시한다는 연락부터 하고 그 다음에 내용을 보냈었다. 그렇게 해 보니까 정작 급한 일이 생겨 구조 요청을 할 때에 서로 수인사를 하느라고 공연히 시간을 낭비하므로 곤란한 적도 많았었다. 그래서 공교롭게도 타이타닉호가 처녀항해를 했던 1912년부터는 CQ대신 모르스 부호로 SOS를 타전토록 했던 것이다.


요즘에는 SOS라는 신호를 ‘우리 배를 구하소서’(Save Our Ships), 또는 ‘사람 살려’(Save Our Souls)라는 뜻으로 그럴듯하게 해석하고 있지만 원래는 그런 의미가 도무지 없었다. 당시 통신 방법으로 가장 확실했던 것은 모르스 부호를 이용하는 것이었다. 모르스 부호는 점(․)과 선(-)을 조합해서 만들어진 것이다. 그 부호중에서 가장 타전하기 쉬우면서도 상대방이 가장 빨리 인식할 수 있는 알파벳은 점 3개의 S(…)와 선 3개의 O(---)였다. 그래 서 SOS, 즉 …---…를 타전하면 다른 알파벳과 혼동할 염려가 없기 때문에 이 방법을 쓰 도록 했던 것이다. 얘기가 조금 빗나간 것 같지만 최근에는 조난 사고가 났을 때 육성으로 ?메이데이라고 외치면서 구조 요청을 하는 것이 일반화 되어 있다. 메이데이라고 하니까 마치 May Day(노동절)와 무슨 관계가 있는 것처럼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노동절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 구조요청을 해야 하는 입장의 조종사가 노동절 행사에 참석해야 하기 때문에 그렇다면 모를까…. 그건 그렇고 메이데이라는 말은 원래 프랑스어의 메이데(maider: 구조해 달라)는 뜻에서 비롯된 것이다. 프랑스 조종사들이 메이데라고 외쳤던 것을 영국 조종사들이 따라 하다가 기왕에 비슷한 발음의 영어 단어를 찾다보니 May Day를 고르게 되었다는 얘기다.


오늘날의 우리 경제는 SOS와 메이데이를 동시에 외쳐야 할 만큼 급박한 위기에 처해 있다고 한다. 위기쯤이야 견디다가 넘겨 버릴 수도 있겠지만 이건 아예 6. 25이후 최대 국난이라고까지 말하고 있으니 과연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정작 더 큰 문제는 우리 국민들이 위기의식을 갖고 있지 못하다는 데에 있다. 왜 SOS와 메이데이를 동시에 외쳐대야만 하는지 모르고 있는 것 이다. 참 한심한 일이다. 그러니 아무리 구조요청을 한다고 해도 도와줄 사람보다는 도움을 받을 사람들의 자세가 안되어 있으니 큰 일이다. (199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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