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덕봉 메아리/보덕봉 메아리

동방명주

정준극 2007. 5. 22. 15:10
 

동방명주


동방명주(東方明珠)라고 하니까 무슨 무협소설에 나오는 천하제일의 보화쯤으로 생각할 수 있으나 실은 상하이(上海)에 있는 방송탑의 명칭이다. 동방명주(뚱방밍쭈)를 글자 그대로 풀이하면 ‘동방의 밝은 구슬’이라고 할수 있으니 방송탑의 이름치고는 훌륭하다. 동방명주는 TV안테나 탑이지만 그 내부에는 호텔, 식당, 오락실등 온갖 시설이 다 들어 있으며 특히 상하이 시내를 한눈에 내려다 볼 수 있는 전망대는 대단한 명소여서 관광객들의 방문이 1년 열두달 끊일새가 없는 입장이다. 전망대까지 올라가는 엘리베이터는 최신식이다. 소리도 없이 순식간에 움직인다. 게다가 군인복장과 같은 빨간 유니폼을 입은 깔끔한 아가씨들이 도처에서 상냥하게 안내를 해주므로 그것만 해도 기분 좋은 일이다. 동방명주는 상하이 신개발지구인 푸퉁(浦東)의 건설을 기념하게 위해서 세워진 조형물이다. 높이가 무려 468미터나 된다. 세계에 있는 이런 종류의 탑으로서는 토론토의 CN타워와 모스크바 방송탑에 이어 랭킹 3위를 자랑하고 있는 입장이다.


상하이라는 말은 '바다위의 도시'라는 뜻을 지녔지만 실제로 바다위에 세워진 도시는 아니다. 상하이라는 이름의 유래는 상하이푸(上海浦)에서 따온 것이다. 상하이를 품안에 안으면서 풍요롭게 흐르는 강의 이름이 후앙푸쟝(黃浦江)이다. 보통 푸쟝(浦江)이라고 부른다. 이 푸쟝의 한쪽편에 조성된 도시이므로 샹하이푸라고 했던 것이다. 강위에 세워진 도시이면서도 짐짓 바다위에 세워진 도시라고 칭했던 것은 아마도 상하이 도시의 지반이 갯벌처럼 물렁물렁 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지금의 상하이가 조성된 지역은 원래부터 지반이 단단치 않은 곳이었다. 어떤 곳은 건물을 짓기 위해 약 60미터 깊이까지 땅을 팠지만 암반이 나오지 않고 질퍽질퍽한 진흙층의 계속이었다고 한다. 결국 더 깊이 땅을 파고 기둥을 세운 다음 건물을 지을 수 밖에 없었다. 그러므로 건물들은 질퍽질퍽한 진흙층 위에 지은 셈이었고 그래서 상하이라고 불렀다고 한다. 이런저런 이유 때문에 상하이는 물과 인연이 깊다. 상하이는'후’라는 별칭이 있다. 별칭이기는 하지만 실제로 상하이 사람들은 상하이라는 명칭보다는 후라는 명칭을 더 즐겨 사용하고 있다. 후라는 글자는 삼수변에 호적이라고 할 때의 호(戶)자를 쓰는 것이다. 자동차 번호판을 보면 상하이라는 단어는 찾아볼 수 없고 온통 후라는 글자가 적혀 있는것만 보아도 잘 알 수 있다. 후는 푸쟝에서 고기잡이 할 때 쓰던 대나무 통발 같은 어구를 말한다.


상하이는 경제개발을 위해 후앙푸쟝 동쪽에 대규모 공업단지를 조성했다. 푸쟝 동쪽에 있기 때문에 이 지역을 뿌통(浦東)이라고 한다. 이 지역에는 목하 세계 각국의 기업들이 입주를 서두르고 있다. 정말 엄청난 규모이다. 입주가 완료되면 수용인구만 해도 1백만명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문제는 그 많은 공장들이 사용할 전력이다. 결론적으로 말하여 상하이는 이곳 푸통에 시설용량 5천 메가와트의 화력발전소를 건설 한다는 것이다. 어떤 연료를 쓸지는 확실히 모른다. 가스병합일 것이라는 얘기가 있다. 그러나 경제성을 고려해서 석탄을 쓸 것 같다. 그렇다면 그 매연과 이산화탄소, 아황산가스, 질소산화물 기타 등등이 쏟아져 나오는 것은 어떻게 처리할 요량이라는 말인가? 더구나 그 환경공해 요인들이 황해를 건너 우리나라까지 건너오는 것은 아닌지? 은근히 걱정이 된다. 하여튼 환경오염은 별로 생각을 하지 않고 있는 것 같으니 푸통(浦東)이 아니라 뿌통(不動), 즉 이해하지 못할 일이다.  (1998년 11월)

 

상하이 와이탄(外灘)에서 황푸강 건너 뚱팡밍쭈를 배경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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