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덕봉 메아리/보덕봉 메아리

고려장 소고

정준극 2007. 5. 22. 15:18

고려장 소고

 

사람은 어느 나이에 창의력이 가장 왕성한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33세라는 것이다. 일본의 어느 인력개발회사에서 조사한 바에 따르면 그렇다는 것이다. 과연 얼마나 믿을 있는 조사인지는 모르겠다. 아무튼 내용이 발표된 이후 창의력이라면 사족을 쓰는 몇몇 기업들이 너도나도 일반사원 중에서 33세의 삼삼한 청년들을 발탁해서 일약 간부급 직책을 주고 업무를 팍팍 추진해 보도록 했다는 것이다. 결과는 모르겠다. 이후 정말 기업이 방방 뜨는 발전을 했는지 어떠했는지는 후문이 없어서 없다. 생각컨대 청년들이  아하, 세상 사회는 잘난 창의력과 패기만 가지고는 되는 것이구나. 역시 경험과 경륜이 중요해!’ 라고 느끼면서 슬며시 물러 앉았을 같다.

 

가장 생산력이 높고 창의력이 많은 나이는 그렇다고 치고 반대로 가장 생산력이 떨어진다고 생각되는 나이는 어느 때일까?  게으른 탓에 학계에서 이에 대한 조사연구가 있었는지 없었는지는 알아보지 못했다.  다만, 우리나라의 경우, 70세가 아닐까라고 추측해 본다.  고려장이라고 하는 민간설화를 상고해보면 그렇다.  그나저나 혹시 고려장이라고 해서 옛날 고려시대에 실제로 있었던 풍습이라고 생각하면 그건 오산이다. 고려시대의 어느 기록을 살펴보아도 생산성이 저조한 사람을 산속에 버렸다는 내용은 찾아 없다고 한다.  따라서 고려시대에 유행했던 풍습이므로 고려장이라고 부르는구나라는 생각은 곤란한 일이다.

 

기록에 의하면 원래 고구려 때에 생산성이 없는 늙고 병든 사람을 구덩이 속에 버려 두었다가 죽는 것을 기다려 장사 지냈다는 풍습이 있었다고 한다. 이와 같은 고대사회에서의 노약자 천대 풍습이 혹시 고려시대까지 전래되어 남아있었지 않았을까라는 추측 때문에 고려장이라는 용어로 발전하지 않았나 생각된다. 왜냐 하면 당시 고려와 관계가 깊었던 몽고에서는 그런 풍습이 있었다고 하니까 고려에서도 그렇지 않았겠느냐고 생각했던 같다.

 

70세를 능력부족의 상한선으로 잡았던 것은 순전히 민간설화 때문인 듯싶다. 전해 내려오는 얘기에 따르면 어느 마을에서 70 노인을 아들이 지게에 지고 산중에 버리고 돌아오려 함께 따라 갔던 노인의 손자가 지게를 다시 가져가려 하자 아버지가 의아스러워 까닭을 물었더니 다음에 아버지가 70 되면 지게에 실어서 내다 버리기 위해서라는 설명이었다. 말을 들은 아버지는 깊이 깨달은 바가 있어서 다시 노부를 지게에 지고 집으로 돌아와 지성으로 공양하였고 결국 복을 많이 받았다는 얘기다.  같은 민간설화를 바탕으로 고려장이라는 타이틀의 영화가 만들어져 세인의 눈물을 자아내게 한적이 있다.  1960년대 초반의 일이다.  당시 인기 배우였던 김진규가 아들 역할을 했고 연기파 여배우 주증녀가 어머니 역할을 했다. 영화의 무대는 굶주림에 허덕이는 산골 화전민 마을이었지만 시대배경은 누구나 가난에 찌들어 살던 일제 때가 아니었나 싶다. 고구려 때도 아니고 몽고와도 관계가 없던 시대였건만 가난 때문에 늙은 어머니를 깊은 산골에 버리려고 했던 비정의 사회상을 파헤친 작품이다. 70세가 늙은 어머니를 산채로 업어다 버리는 마을의 폐습에 따라 어머니를 버리려 했으나 언젠가는 자신도 그렇게 버려질 것으로 생각하고 마을의 규율을 어기면서 다시 업고 돌아온다는 스토리이다.

 

고려장에 대한 민간 설화이든 또는 최루성 영화이든 스토리의 포인트는 경로사상에 있다.  누구든지 세월의 흐름과 함께 나이가 들기 마련인데 나이든 사람을 공연히 괄시하다 보면 자기도 언젠가는 그런 대접을 받게 되지 않겠느냐는 교훈이다. 요즘 어떤 젊은이들은 나이 부모를 모시기가 귀찮다고 해서 짐짓 제주도 효도관광을 가서는 그냥 버려두고 오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천벌을 받아 마땅한 패륜아가 아닐 없다. 

 

그나 저나 사람이 생산력 창의력이 없는 나이가 되는 시점을 70세로 산정한 것은 옛날에는 현실성이 있을지 몰라도 오늘날에는 무리가 아닐까 싶다. 얼마든지 일을 있다는 얘기이기 때문이다. 요즘 사회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는 구조조정 때문에 정년이 하향 되는 나이 사람들이 때아닌 수난을 받고 있다.  효율이 떨어진다는 구실 때문이다. 과연 그럴까? 삼척동자도 알다시피 경륜과 경험이란 것은 돈을 주고도 살수 없는 것이 아니던가. 어버이날이 들어 있는 5월이다. (1999 5)

 

* 늙은 어머니를 제주도에 관광가자고 데려가서 방치하고 돌아온 아들이 있다는 보고를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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