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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왕성 야화

정준극 2007. 5. 22. 15:20
 

명왕성 야화


태양계의 아홉 개 행성 중 태양으로부터 가장 멀리 떨어져 있는 것이 명왕성이다. 한문으로는 冥王星이라고 쓴다. 명왕(冥王)은 글자 그대로 명부(冥府)의 왕을 의미한다. 명부는 저승, 지하세계, 지옥을 뜻한다. 명왕성을 영어로는 플루토(Pluto) 라고 한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저승의 신, 또는 지하세계의 왕 플루토에서 따온 말이다. 그리스 신화에서 플루토는 하데스(Hades) 라고도 한다.  ‘보이지 않는 자’ 라는 뜻이다.  영국해협을 지나가는 영국과 프랑스 사이의 해저 송유관을 플루토라고 한다. 바다속 깊숙히 보이지 않는 곳에 있는 것이기 때문에 그런 이름을 붙여 준 것 같다. 월트 디즈니의 만화에 나오는 개 플루토에게는 어떤 이유로 그런 이름을 붙였는지 잘 모르겠다. 만화에서 플루토는 멍청스럽게 골탕만 먹는 입장이다. 하데스는 바다의 신 포세이돈(로마신화에서는 넵튠)과 형제 사이이다. 바다 속에 있건 지하세계에 있건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는 서로 공통점이 있는 것 같다. 명왕성의 존재가 확인된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1930년 미국의 천문학자 클라이드 톰보가 처음 발견했다.


18세기 중엽만 하더라도 태양계의 행성으로는 수성부터 토성까지 여섯 개 만 있는 줄 알았다. 그러다가 1781년 영국의 윌리엄 허설이라는 사람이 천왕성(Uranus)을 발견했다.  우라누스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대지의 여신 가이아(Gaia)의 남편으로 천체의 신인 우라니아와 맥락을 같이하는 이름이다. 원자번호 92번인 우라늄도 우라누스의 발견을 기념하여 붙여진 명칭임은 말할 나위도 없다. 천왕성이 발견되고 나서 약 60년 후, 또 하나의 태양계 행성이 발견되었다.  이번에는 바다의 신 넵튠(Neptune)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해왕성이다. 그리고 지금부터 약 60년 전, 명왕성이 발견되었다. 새로 발견된 행성의 이름을 넵튠과 형제사이인 플루토로 한 것은 자연스런 일이었다. 명왕성은 작기도 하지만 태양으로부터 제일 멀리 떨어져있기 때문인지 가장 어두운 행성이다. 어두운 것이라면 플루토가 제 격이 아니겠는가.


명왕성이 발견 된지 꼭 10년 후, 미국 캘리포니아주 버클리에서 글렌 씨보그(Glenn Seaborg) 박사 팀이 자연적으로는 존재하지 않는 새로운 원소를 발견했다. 원자번호 95번에 해당하는 것이다. 버클리에 있는 60 인치 싸이클로트론에서 우라늄-238을 중양성자로 때려 검출했다. 이 새로운 원소의 이름을 플루토늄이라고 했다. 태양계의 마지막 행성인 플루토를 미국 과학자가 발견했기 때문에 그 감격을 계승하는 의미에서 플루토늄이라고 했다는 얘기다. 씨보그 박사는 플루토늄 발견으로 노벨상을 받았으며 나중에 초대 미국원자력위원회 위원장을 지내면서 플루토늄의 평화적 활용에 남다른 애정을 쏟은 분이다. 플루토늄은 우라늄과 마찬가지로 핵분열을 일으켜 에너지를 만들어 낼 수 있다. 그러므로 플루토늄을 잘만 이용하면 우라늄자원을 크게 절약 할 수 있을 뿐만아니라 이른바 사용후핵연료 문제도 바람직한 방향으로 해결 할 수 있다.


핵분열을 일으킬 수 있는 플루토늄(Pu-239)은 원자로 안에서 자연스럽게 만들 수 있다.  우라늄핵연료를 원자로 안에 넣고 중성자로 쪼이기만 하면 된다. 원자력발전소에서 사용했던 핵연료에서 플루토늄을 뽑아 다시 쓰려면 재처리라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이렇게하여 뽑아 낸 플루토늄은 순도가 현저하게 낮아 원자력발전소용 핵연료로 우라늄과 섞어 재활용할수는 있지만 그것으로  핵폭탄을 만든다는 것은 바보나 시도할 일이다.  핵폭탄용으로 쓰려면 적어도 순도가 95%이상은 되어야 하는데 재처리하여 뽑아낸 플루토늄의 순도는 약 60%에 불과할 뿐이다. 근자에 일본은 자기네 원자력발전소에서 사용했던 핵연료를 영국과 프랑스로 보내 재처리를 한 후 다시 원자력발전소 연료로 쓰기 위해 우라늄에 약간의 플루토늄을 섞어 만든 목스(MOX)핵연료를 가져오고 있다. 이에 대하여 반핵․환경단체들은 난리도 아닌 걱정을 하고 있다.  반핵단체들은 그 MOX 핵연료에 들어있는 약간의 플루토늄을 긁어모으면 핵폭탄 몇십개를 만들 수 있다느니 하면서 호들갑을 떨고 있다. 세상에 그 플루토늄으로 언감생심 핵폭탄을 만들 바보는 한 사람도 없는데 말이다.


반핵단체들은 만일 MOX 핵연료 수송선이 사고로 침몰할 것 같으면 그 핵연료에 포함되어 있는 플루토늄이 바다물에 섞이게 되므로 위험하기가 그지없다고 야단이다. 플루토늄의 독성 때문이라는 주장이다. 반핵분자들은 플루토늄 1 그램으로 무려 1백만 명을 죽음으로 몰고 갈수 있다는 억지를 부리고 있다. 물론 플루토늄은 독극물의 범주에 들어갈 수 있다. 플루토늄 또는 이 보다 원자번호가 큰 원소는 알파 방사선의 방출 속도가 매우 크고 특히 골수에 흡수되는 성질이 있기 때문에 방사성독극물이라고 할 수 있다. 더구나 반감기는 2만 4천 3백 60년이나 된다. 한편 의학적으로 어른이 별다른 영향을 입지 않고 몸안에 장기간 지닐 수 있는 플루토늄의 최대량은 0.13 마이크로 그램이라고 한다.  아마 그래서 이 숫자를 역환산해서 1백만명 운운이라는 주장이 나오지 않았나 싶다. 하지만 그런 상식에도 맞지 않는 계산은 일반인에게 공연한 공포감은 던져주기 위한 헛 주장일 뿐이다. 지하세계의 왕인 플루토가 이 내용을 알면 웃어도 한참 웃을 것 같다. 무슨 일이던지 정확히 알고 나서 주장을 펴는 것이 성숙한 지성인이 취할 일이다. (199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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