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덕봉 메아리/보덕봉 메아리

자랑과 자만

정준극 2007. 5. 22. 15:25
 

자랑과 자만


뭄바이(Mumbai)라는 도시는 인도 최대의 도시이다. 인구가 1천 5백만이나 된다. 뉴욕이나 도쿄보다 많다. 그 많은 인구가 무얼 먹고사는지? 그저 길거리마다 배고픈 사람들의 행렬이다. 뭄바이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봄베이라고 불렀다. 그러다가 1996년 인도 정부가 뜻한바 있어서 뭄바이라고 고쳐 부르기로 했다. 옛날부터 뭄바이라고 불렀던 것이며 그 옛날 이름을 되찾아 부르기로 한 것이다. 실상 봄베이라는 명칭은 포르투갈식 이름이다. 이 지역을 억지로 차지한 포르투갈사람들이 아라비아해를 마주보며 조용히 자리잡고 있는 이 항구도시의 훌륭한 천혜적 조건에 감격하여 봄바인(Bombain), 즉 Good Bay(잔잔한 포구)라고 부르기 시작했고 한참후 영국인들의 소유가 된후부터는 영국식으로 봄베이(Bombay)라고 부르게 된 것이 유래이다.


뭄바이는 원래 고기잡이 마을이었다. 어민들이 숭배하던 수호여신의 이름이 뭄바 아이(Mumba Ai)였기 때문에 뭄바이라는 명칭이 연유되었다는 얘기다. 뭄바이는 자랑할 만한 것이 참으로 많은 도시이다. 우선 잔잔한 포구와 아름다운 해변을 꼽을 수 있다. 인도 제일이라고 할수 있는 해수욕장이 이곳저곳에서 도시를 감싸고 있다. 주후 비치(Juhu Beach)는 끝없이 펼쳐진 비단결 같은 모래밭과 완만한 수심으로 인하여 온 도시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있는 곳이다. ‘여왕의 목걸이’(Queen's Necklace)라는 멋있는 이름의 또 다른 해변은 연인들의 데이트 장소로 이름 높다. 해변을 따라 수십리나 늘어서 있는 가로등의 행렬! 밤중에 멀리서 바라보면 마치 거대한 목걸이가 찬란하게 반짝이는 것 같이 보인다. 그래서 그런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뭄바이는에는 인도 최대의 기업인 타타(Tata)의 본부가 있다. 자동차, 농기구, 금융 등등 걸리지 않는 사업이 없을 정도로 큰 기업이다. 그중에서도 타타가 지은 타지마할호텔은 인도가 자랑하는 아그라의 타지마할에 버금갈 만큼 유명한 건축물이다. 뭄바이 출신의 잠무세트지 타타는 젊은 시절 영국인 호텔에서 식사를 하려했으나 유색인이라는 이유로 출입이 거절당한 일이 있었다. 이 일을 계기로 타타는 인도인이 마음대로 드나들 수 있는 훌륭한 호텔을 세우기로 마음먹었다. 오늘날 타지마할호텔은 유럽의 어느 호텔보다도 격조 높고 아름다운 호텔로서 세계인의 사랑을 받고 있다.


뭄바이의 정말 자랑은 근교에 있는 바바원자력연구센터(BARC)이다. 인도가 자랑하는 세계적 원자력연구소이다. 메존(중간자)이라는 소립자를 발견하여서 노벨물리학상을 받은 인도 원자력의 아버지 호미 바바(Homi Bhabha) 박사를 기려서 바바원자력연구센터라고 이름 붙였다. 연구소 직원 1만 5천명. 연구소 정문에서부터 아라비아해에 면한 외곽까지의 길이가 무려 7 km. 새벽별이라는 뜻을 가진 열출력 1백 메가와트급의 드루바 연구용원자로도 바로 이곳이 있다. 완전 자력 건설. 아마 아시아 지역에서는 제일 출력이 큰 연구로일 것이다.


바바센터 사람들의 자기 연구소에 대한 자부심은 대단하다. 애소심 대회가 있다면 아마 바바 직원들이 1등을 차지할 것이 틀림없다. 일반 사람들도 바바센터에 대한 존경심이 남다르다. 바바센터에 다닌다고 하면 그저 부러운 듯한 모습들이다. 오늘날 인도가 국제사회에서 그래도 큰소리치며 지내는 이유가 나변에 있는가? 바로 바바센터 때문이다. 비록 못 먹고 못입고 못 살더라도 무언가 이룩해 놓아야 겠다고 다짐한 바바사람들은 세계에서 여섯 번째로 원자폭탄을 만들어 냈다. 그러므로 이들의 자부심만은 가히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이다. 여러 가지 이유로 워낙에 큰 나라들로부터 따돌림을 받았던 때문인지 바바사람들의 ‘자력갱생’ 의지는 새벽별(Dhruva)보다도 더 높은 곳에 있다. 웬만한 연구 기자재는 모두 직접 설계하고 만드는 것만 보아도 알수 있다. 그 흔한 일본 제품이 거의 눈에 띠지 않는 연구소가 바로 바바이다. 요즘에는  컴퓨터 소프트웨어 기술에 있어서 이 연구소만한 실력을 가진 곳이 없다고 할 정도로 인정을 받고 있다. 하기야 인도의 소프트웨어 능력은 세계가 알아주는 것이니 말이다..


국제원자력기구가 주관하는 아-태지역원자력협력협정(RCA) 회의가 뭄바이의 주후비치에 있는 어느 호텔에서 있어서 모처럼 인도를 갈 수 있었다. 첫날 바바센터를 시찰하는 순서가 있었다. 건물의 현관은 물론이고 복도마다 붙어있는 작은 표어가 눈길을 끌었다. 별 것 아닌 일상적인 안내문이겠거니 했는데 잘 읽어보니 어느 곳이나 똑 같이 이런 글이 적혀 있었다. Do not brag whatever you are!(누구를 막론하고 자랑하지 마시오!)였다. 옆에 있던 바바직원이 Brag이라는 단어는 잘난 체하지 말라는 뜻이 더 강한 단어라고 설명해주었다. (200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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