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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타클로스

정준극 2007. 5. 22. 15:25
 

산타클로스


한 여름에 무슨 산타클로스 얘기냐고 하겠지만 눈 내리는 겨울과 산타 할아버지 얘기를 하면 그나마 시원함을 느끼지 않을까 해서이다. 산타클로스 할아버지가 과연 어느 나라 사람인가에 대하여는 아직도 의논이 분분하다. 그러나 학자들이 열심히 조사한 바에 따르면 산타클로스는 터키 사람이 분명하다는 것이다. 그 옛날 4세기 초, 터키 동남부의 리시아라는 마을에서 태어난 니콜라스라는 분으로 어려서부터 기독교에 헌신하였고 나중에는 소아시아 지방의 주교가 된 분이라는 것이다. 주교이기 때문에 빨간 옷에 하얀 띠를 두른 주교복을 입고 있었는데 그것이 오늘날 우리가 생각하고 있는 산타클로스의 공식 복장으로 인정되었다는 것이다. 성자 니콜라스는 가난한 사람들, 특히 어린아이들을 많이 도와주었고 여러 가지 기적도 행한 분이었다고 한다. 그가 처음 행한 기적은 터키에서 팔레스타인으로 배를 타고 가다가 험한 풍랑을 만났는데 팔을 뻗어 그 풍랑을 잠잠케 한 것이었다고 한다. 그로부터 그는 뱃사람들의 수호성인이 되었다.


바그너의 오페라에 ‘방랑하는 화란인’이란 것이 있듯이 네덜란드 사람들은 모험심 있는 항해를 많이 했다. 지금의 뉴욕에 처음 정착한 사람들도 네덜란드 사람들이었다. 네덜란드인들은 항해의 수호신인 세인트 니콜라스를 자기나라 식으로 신드 니콜라스라고 불렀고 나중에 네덜란드로부터 뉴욕을 넘겨 받은 영국 사람들이 영어식으로 산타클로스라고 부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산타클로스가 하얀 수염이 풍성한 할아버지라는 것은 단순히 미국 사람들의 상업적 생각 때문에 그런 모습으로 되었다. 실제로 터키의 성자 니콜라스는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났기 때문에 하얀 수염이 없다.


우리가 통상적으로 생각하기에 산타클로스 할아버지는 겨울이 길고 눈이 많이 내리는 저 북쪽 나라 출신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실제로 북구의 노르웨이, 스웨덴, 핀란드가 각각 자기 나라야말로 산타클로스의 원조라고 나름대로 주장하고 있다. 반면 그다지 춥지 않은 나라인 네덜란드와 덴마크도가 산타클로스의 원조라고 열을 올리고 있는 것은 흥미 있는 일이다. 네덜란드야 앞서 간략히 언급한 대로 일말의 연고가 있다고 하겠으나 덴마크는 그저 스캔디나비아 국가의 일원으로서 체면 유지를 위해 덩달아 자꾸 그런 주장을 하고 있는 것 같다.


북구의 나라 중에서도 핀란드가 가장 열심히 산타클로스의 연고지라고 주장하고 있다. 전설을 현실과 접목시켜 놓은 것을 보면 알수 있다. 이 나라의 제일 북쪽 라플란드에서도 더 북쪽으로 올라가면 로바니에미라는 지방이 있다. 이 지방에 산타클로스라는 마을이 있다. 산타클로스 전설과는 아무런 관계도 없지만 이곳에 산타클로스가 아직도 살고 있다는 집까지 있다. 이 집이야말로 오늘날 세계의 수많은 어린이들이 산타클로스 에게 보내는 편지가 배달되는 곳이다. 더구나 설원의 라플란드에는 사슴(레인디어)이 많이 있으므로 제격이 아닐 수 없다. 아무튼 산타클로스 연고 주장에 있어서는 세계에서 핀란드가 단연 우위에 있다. 핀란드는 한 술 더 떠서 산타 할머니까지 등장시켜 놓았다. 어느 기념품 가게를 가 보아도 산타 할아버지와 함께 인자한 웃음을 띠고 있는 산타 할머니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산타 할머니라...과연 여성의 사회활동이 두드러진 핀란드다운 발상이다.


핀랜드는 세계에서도 남녀평등을 가장 제대로 구현하고 있는 나라이다. 아니 오히려 여성의 사회활동이 남성보다도 앞선 사회라는 인식을 갖게 해주고 있다. 잘 아는 대로 현재 핀란드 대통령은 세계에서 처음으로 국민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얻어 당선된 여성이다. 지난 2월 대통령으로 당선된 타르야 할로넨이란 분이다. 핀란드 내각에는 18명의 장관이 있다. 그 중에서 7명이 여성이다. 국회의원 200명중에서도 여성 의원이 74명이나 된다. 핀란드는 여성의 투표권을 유럽에서는 처음으로 인정한 나라이다. 일찍이 1906년의 일이다. 일반 기업이나 공공 기관의 경우에도 직원의 거의 절반이 여성이다. 아마 세계에서 핀란드만큼 여성의 지위 향상과 사회 활동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나라도 찾아보기 힘들 것이다. 핀란드 정부는 아무리 남녀평등이 구현되고 있는 사회라고 하더라도 아직도 미흡한 점이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래서 정부 내에 남녀평등법이 제대로 시행되고 있는지를 심의하는 특별위원회를 계속 두고 있다.


그 핀란드의 헬싱키에서 지난 6월 중순 세계원자력여성대회가 열렸다. WIN(Women in Nuclear)-Global 이라는 모임이다. WIN-Global에는 현재 세계 51개국의  원자력 여성 전문인 약 2천명이 가입되어 있다. WIN-Global이 출범한 것도 실은 핀란드 에서부터였다. 8년전 ‘핀란드 에너지채널’이란 모임에 참석했던 여러 나라 원자력 여성전문인들이 세계 WIN의 필요성을 인식하여 출범시켰다. 올해 대회는 제8차였고 내년도 제9차 대회는 비로 우리나라에서 열리도록 결정되어 있다. 헬싱키 세계원자력여성대회에서 축사를 한 WIN-Finland 회장 아넬리 니쿨라 여사의 말이 재미있었다. 하나님이 인간을 창조하셨을 때 우선 원형(프로토타입)으로 만든 것이 남성이고 나중에 실증형(프루븐타입)으로 만든 것이 여성이라는 얘기를 했다. 과연 핀란드 여성다운 얘기였다.  (200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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