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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의 나라

정준극 2007. 5. 22. 15:26
 

노벨의 나라


북구의 스웨덴이란 나라는 아무리 생각해도 참 신통한 나라이다. 땅덩어리는 비교적 넓은 편이지만 인구는 의외로 적은 나라이다. 전체 인구래야 고작 8백만명에 불과하다. 서울시보다 적은 셈이다. 그런데 그 작은 나라에서 세계가 알아 모시는 노벨상 수상자가 8명이나 배출되었으니 그저 우리로서는 부러울 뿐이다. 요즘 우리나라에서도 노벨상 한번 타 보자고 난리라는데 바로 그 노벨이 누구인가? 스웨덴 사람이다. 세계 최정상 인기 보컬 그룹이었던 아바(ABBA), 전설적인 영화배우 잉그리드 버그만, 테니스 선수 보리, 권투선수 요한슨, 바그너 소프라노 비르깃드 닐슨, 유엔 사무총장을 지낸 함마숄드, 국제원자력기구 사무총장을 오랫동안 지낸 에클룬드와 한스 블릭스 등등... 모두 세계를 빛낸 스웨덴 출신 인물들이다. 어디 인물들뿐인가? 제품에 있어서도 스웨덴제품이라고 하면 세계가 인정하는 우수제품들이 수두룩하다. 베아링은 스웨덴제품을 따라 잡을 만한 것이 없다고 한다. 오죽하면 히틀러가 스웨덴을 침공하지 못한 이유도 베아링 때문이었다는 얘기가 있다. 만일 히틀러가 스웨덴을 침공한다면 베아링 공장을 모두 파괴해서 생산할수 없도록 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는 것이다. 스웨덴제 베아링은 독일 탱크에 필수품이었다.


스웨덴의 기계공업은 과연 세계 1급 수준이다. 기계공업의 정수라고 하는 자동차를 보면 알수 있다. 싸브(Saab)와 볼보(Volvo)가 바로 스웨덴제품이다. 싸브는 원래 정찰기 같은 소형 비행기를 만드는 업체이다. 비행기 엔진제작에 대한 노우하우를 활용하여 자동차를 만들기 시작했다. 자동차의 키포인트는 연료를 엔진에 공급하는 캬뷸레이터에 있다. 싸브의 캬뷸레이터는 아무리 날씨가 춥거나 덥더라도 아무 문제없이 단번에 작동된다는 것이다. 전화기로 유명한 노키아(Nokia)도 스웨덴 기술을 기본으로 하고 있다. 땅속 턴넬을 파는 굴착기에 있어서는 스웨덴이 세계 제일이며 싸이클로트론과 같은 첨단 의료기기도 스웨덴 제품이 제일 훌륭하다는 평을 받고 있다.


현대 첨단 종합과학기술의 대표라고 하는 원자력발전기술에 있어서도 스웨덴은 세계적 수준을 자랑하고 있다. 현재 세계의 원자력발전 국가는 약 30개국에 이른다. 그중에서 발전용 원자로를 설계하고 제작할 수 있는 나라는 극히 한정되어 있다. 열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이다. 워낙 고도의 기술력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도 얼마전 ‘한국표준형원전’을 자력으로 설계할수 있게 됨으로서 세계를 놀라게 했지만 스웨덴은 우리나라보다 앞서서 경수로를 설계 건설할수 있는 기술을 확보한 ‘능력있는 나라’이다. 스웨덴에는 모두 11기의 원자력발전소가 있다. 그중에서 3기는 미국 웨스팅하우스가 기술을 제공한 것이고 나머지 8기는 ‘메이드 인 스웨덴’이다. 스웨덴은 원자력발전 기술을 핀란드에 수출까지 했다. 핀란드의 올킬루오토 원자력발전소 2기는 스웨덴이 제공한 것이다. 성능이 대단히 우수하여서 원자력발전소 중에서 롤스로이스라는 말까지 듣고 있다. 스웨덴은 기술도 기술이려니와 국가 전체 전력수요의 50%를 원자력이 공급하는 원자력발전의 모범국이다.


그 스웨덴의 원자력사업이 최근 꽤나 황당한 수난을 겪고 있다. 작년 12월 1일, 원전의 단계적 폐쇄라는 오래전 정부 방침에 따라 첫 조치로서 이 나라 11기의 원전중 1기를 영구 폐쇄한 것이다. 순전히 정치적 이유 때문에 그렇게 한 것이다. 왜냐하면 원자로의 안전성이나 환경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는 원전이었기 때문이다. 20년전 당시 사회당은 집권하기 위해 원전 폐쇄를 선거 공약으로 내걸었고 국민투표 결과 사회당에 동조하는 국민들이 결국 원전 폐쇄까지도 지지함으로서 어물쩡하게 이 지경에 이르게 된것이다. 씁쓸한 결정이었다. 스웨덴 원자력 산업계는 이 날을 ‘쌔드 데이’라고 불렀다. 아무려나 그렇게 된 연후, 일반 산업체와 국민들 사이에서는 도대체 아무런 대안도 없이 무조건 원전만 폐쇄하면 부족한 전력은 어떻게 하느냐는 주장이 빗발치고 있다. 그러면서 이미 폐쇄된 베르스베크 1호기의 재가동 운동을 서서히 펼치고 있다. 스웨덴은 원자력발전의 모범생으로 남을 것인가 그렇지 않으면 F학점의 낙제생이 될 것인가. 노벨이 살아 있다면 무어라고 말할 것인가? (2000년 9월)

 

 스톡홀름 시청이 바라보이는 해변에서 (199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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