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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렌타인과 향수

정준극 2007. 5. 22. 15:28
 

발렌타인과 향수


2월 14일은 발렌타인 데이이다. 주로 젊은 여성들이 용감성을 발휘하여 자기가 좋아하는 남성에게 연모의 정을 담은 카드를 주거나 또는 달콤한 초콜릿 및 캔디를 선물로 주는 이상한 풍습의 날이다. 항간에 나도는 설명에 따르면 2월 14일부터 한달 후인 3월 14일은 화이트 데이라고 해서 발렌타인 데이와는 반대로 남성이 여성에게 연모의 카드 및 선물을 전달해야 한다는 것이며 4월 14일은 블랙 데이로서 자장면을 함께 먹어야 하고(웬 자장면?) 5월 14일은 로즈 데이라고 해서 장미꽃을 주어야 하며 6월 14일은 커리 데이라고 해서 매운 커리를 함께 먹으면서 누물 흘려야 한다는 것이고…그리고 7월 14일은? 그야 바스티유 데이로서 프랑스 혁명 기념일이지 않는가?


그건 그렇고 발렌타인 데이는 어떻게 유래되었는지를 아는 젊은이들은 그리 많지 않은 것 같아 이유나 알고 나서 카드를 받던지 초콜릿을 먹던지 해야 할것이 아니냐는 생각이 든다. 알만한 사람들은 아는 일이지만 발렌타인 데이는 로마시대 기독교 신부였던 발렌타인이란 사람이 핍박을 받아 처형당한 날이다. 지금부터 무려 1천 7백 30년전인 서기 720년 2월 14일의 일이었다. 젊은 연인들의 결혼을 불법으로 주선해 주었을 뿐만 아니라 신성한 로마황제의 권위를 추락시켰다는 이유등으로 체포되어 몽둥이로 집단 구타당하고 돌팔매를 맞은후 끝내는 참수당한 사람이다. 이 발렌타인 신부가 젊은 연인들의 결혼식을 주관해 준것은 당시의 로마법과 무관하지 않다. 당시 로마황제는 더 많은 젊은이들을 군인으로 뽑아 가기 위해 결혼하지 못하도록 적극 유도하였다. 결혼하면 전쟁터에 나가서 예쁜 와이프와 가족들 생각 때문에 제대로 싸우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러므로 당국은 무면허로 결혼을 주선해준 발렌타인 신부를 혼내 주어야 할 필요성이 생겨 잡아서 죽였다. 그런 비참한 날임에도 불구하고 오늘의 젊은이들은 멋도 모르고 그저 좋아서 초콜릿을 주고받으며 난리를 펴고 있는 것이다. 카드를 주고받는 풍습은 연인들의 수호성인인 발렌타인이 순교한지 어언 1천년이 지난 후부터 차츰 자리잡게 되었다. 그러다가 얼마후 부터는 연인들의 사랑이 달콤하다는 판단아래 초콜릿과 사탕 등등을 주고 받는 풍습이 생겼다. 사랑을 인생의 목표로 삼고 있는 프랑스 사람들은 ‘초콜릿이 뭐냐? 유치하게!’라는 생각으로 향수를 주기 시작했다. 그래서 프랑스에서는 발렌타인 데이에 즈음하여 향수들이 날개 돋힌 듯 팔린다. 발렌타인 데이에 여자가 남자에게 선물을 주어야 당연하다는 주장은 실상 얄팍한 일본 상술의 영향일 뿐, 근거가 없는 얘기다. 오히려 중세로부터의 기록에는 남성이 여성에게 카드를 보내고 선물을 보냈다고 되어 있다.


프랑스 사람들이 발렌타인 축제 때 향수를 주기 시작했다는 것은 수긍이 가는 사항이다. 뭐니뭐니 해도 향수라고 하면 프랑스 향수를 알아 모시지 않던가? 고약한 냄새의 치즈를 즐겨 먹는 프랑스 사람들인지라 그 냄새를 캄플라쥬하기 위해 향수를 많이 사용하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을 해본다. 그렇지 않으면 집안에 변소 있는 것을 꺼려하는 프랑스 사람들인지라 집안에서 요강등을 어쩔수없이 사용했는데 그 냄새를 중화시키기 위해서 향수를 많이 사용했던 것이나 아닐까? 아무튼 프랑스만큼 향수 산업이 발달한 나라도 세상에 없을 것이다. 역사적으로 보아도 아득한 옛날인 12세기에 당시 황제 필리프 오귀스뜨가 세계에서 처음으로 향수제조업자조합을 구성해서 여러가지 향수를 본격 생산하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고 하니 알만한 일이다. 화장품으로 유명한 겔랭(Guerlain)회사는 이미 2백년전에 지키라는 향수를 내 놓아서 유럽을 휩쓸었고 캬론(Caron)이라는 회사는 1900년대 초에 나르시스 누아라는 향수를 내 놓아 오늘날까지 이름을 떨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오랜 전통의 랭뱅(Lanvin)의 아르페지, ‘다나(Dana)의 타부, 발멩(Balmain)의 졸리 마담과 미쓰 발멩. 로슈(Roches)의 마담 로슈, 코티가 제조한 앵프레뷔(Imprevu), 샤넬의 샤넬 5번과 샤넬 19번, 지방시(Givency)의 지방시 3번은 세계가 알아주는 유명 향수이다. 고급향수는 보통 1백가지 이상의 재료를 배합하여 만든다. 무얼 어떻게 배합하는지는 제조업체만의 비밀이다. 하지만 어떤 향수라고 해도 기본적으로는 배합된 재료를 알코올에 용해시켜 만든다. 알코올을 섞어 만들기 때문에 휘발성이 있어서 향기가 오래 저장되지 않는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향기가 사라지기 마련이다. 마치 세상 부귀와 권세가 그런 것처럼.


뜬 구름처럼 느닷없이 발렌타인으로부터 시작하여 향수 얘기를 꺼낸 것은 실상 방사선 얘기를 하고 싶어서이다. 사람들이 원자력에 대하여 께름직하게 생각하는 근본 이유는 방사선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라고 한다. 그 방사선을 발생하는 능력을 방사능이라고 한다. 간혹 방사능을 설명할 때에 향수와 견주어 얘기할 경우가 있다. 향수의 향기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약해지는 것과 같이 방사능도 시간이 지남에 따라 약해진다고 설명한다. 그러면 이해를 쉽게 하는 것 같다. 모든 방사성물질은 짧던 길던 시간이 지남에 따라 방사능의 정도가 약해진다. 오히려 걱정해야 할 것은 시간이 지나도 독성이 변하지 않는 중금속이다. 그런 중금속 탓은 하지 않고 공연히 방사선만 가지고 왈가왈부를 하는 것은 마땅치 않은 일이다. 세상 형편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이런 얘기가 있다. 어떤 사람이 은행에서 돈 몇푼을 훔쳤다. 재미로 훔친 것이 아니라 먹을 것이 없어서 훔쳤다. 은행장에게 관용을 베풀어 달라고 부탁했지만 은행장은 돈을 훔친 도둑은 벌을 받아야 마땅하다면서 막무가낸다. 이를 딱하게 여긴 변호사가 재판에서 이렇게 말했다. ‘여러분, 어느 누가 진짜 도둑입니까? 은행에서 돈 몇푼을 훔친 이 사람입니까? 그렇지 않으면 은행을 설립한 저 사람입니까?’ (200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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