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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소와 질소

정준극 2007. 5. 22. 15:42
산소와 질소


산소 같은 여자라는 말은 들어보았지만 질소 같은 여자라는 말은 들어보지 못했다. 사람들의 느낌이란 묘해서 산소라는 단어가 나오면 어딘지 신선하고 생명력이 넘치는 듯한 인상을 갖게 되지만 만일 질소라는 표현을 쓴다면 막연하나마 답답하고 좋지 않은 일이 일어 날 것 같은 인식을 갖게 된다. 어떤 사람은 이 세상이 온통 산소로 뒤 덮였으면 좋겠다는 얘기를 한다. 온갖 불의와 불신이 횡행하는 이 세상을 깨끗이 만들어 줄 산소가 아주 많았으면 좋겠다는 뜻으로 그렇게 얘기했을 것이다. 산소는 우리 몸에서 피를 맑게 해주고 영양분을 공급해 주는 일을 한다. 그러므로 요즘 세상에 정말 산소와 같은 사람들이 많았으면 좋겠다는 말은 백 번 지당한 표현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실제로 세상이 온통 산소로 뒤 덮여 있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 결론적으로 말해서 과학적으로 볼 때 대단히 바람직하지 않은 현상이 일어난다. 그러므로 실상 ‘산소가 풍부한 세상이 되옵소서’ 라는 바람은 안될 말이다.


우리가 숨쉬고 있는 공기의 대부분이 산소로 구성되어 있다는 생각은 잘못된 것이다. 질소가 훨씬 많다. 거의 전부가 질소이다. 공기의 99%는 질소와 산소로 구성되어 있는데 그 중에서 질소가 78.1%나 되고 산소는 고작 20.9%이다. 나머지 1%는 아르곤, 이산화탄소, 헬리움, 네온 따위이다. 그 20.9% 때문에 우리 인간을 비롯한 만물이 살아갈 수 있는 것이다. 공기 중의 산소와 질소의 비율이 어떻게 해서 그런 식으로 구성되어 있는지는 모르는 일이다. 창조주의 오묘한 솜씨 때문이라고 밖에는 생각할 수 없다. 


그런데 불가사의하게도 이와 같은 공기의 조성은 지구상에 생명체가 생존하는데 가장 적합한 비율이라는 것이다. 참 신통한 일이다. 만일 산소의 함유량이 단 몇%만 이라도 많아진다면 생명 기능이 지금보다도 훨씬 촉진되어 심각한 문제를 불러일으키게 된다는 것이다. 상식적으로 보아도 산소를 지금보다 많이 흡수하면 세포증식이 빨라져서 결국 빨리 늙게 된다. 그러다가는 지구상의 생명체가 멸종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리고 모든 물체의 산화가 빨리 촉진될 수밖에 없다. 결국 녹슨 물건들만 잔뜩 쌓이게 될 것이다. 쓰레기와의 전쟁! 더 심각한 일은 불나기가 쉽다는 점이다. 화재 무방비상태! 지구 덩어리는 온통 불바다가 된다는 얘기다. 전 국민의 소방요원화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입장이다. 반대로 산소의 함유량이 지금보다 조금이라도 적어진다면 어떻게 될까. 생명기능이 너무 느리게 진행되어 결국 생명체가 더 이상 존재할 수 없게 된다는 것이다.


오존의 역할은 또 어떠한가. 성층권에 얇은 층을 이루고 있는 것이 오존층이다. 참으로 신통하게 포진하여 있다. 이 오존층이 있기에 저 멀리 외계로부터 오는 자외선이 흡수되어 우리가 사는 지표면에 그 자외선이 도달하는 정도를 상당히 적게 해 준다. 뿐만 아니라 오존층은 흡수한 자외선을 그대로 두지 않고 다시 외계로 복사열로 방출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지구의 온도를 조절해 주는 역할을 한다.  그런데 만일 오존이 지금보다 많아진다면 어떻게 될까. 오존층이 먼 우주로부터 날아오는 자외선을 거의 모두 흡수함으로서 지구는 아주 추운 빙하기를 맞이하게 될 것이다. 반대로 만일 오존이 지금보다 조금이라도 적어진다면 지표면에 도달하는 자외선이 너무 많아져서 지구의 온도가 높아지게 된다. 그렇게 되면 생명체의 생존이 불가능해 질 수밖에 없다. 지구 멸망은 시간 문제.


지구 곳곳에서 오존층이 파괴되어 문제라는 지적이 심심찮게 나오고 있지만 사람들은 당장 관계가 없다고 생각해서인지 신경조차 쓰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세상이 온통 사하라 사막이나 하와이의 열탕이 되어도 좋다는 말인가. 무슨 일이 있어도 오존층의 파괴만은 막아야 한다. 창조주가 만들어 준 오존층을 더욱 잘 간수하지는 못할 망정 파괴에만 급급하다면 우리의 후손들은 어떻게 살라는 말인가. 물론 아무리 지구온도가 높아진다 하더라도 고관 댁 마님들이야 고급 호피무늬 밍크코트를 입으려고 난리이겠지만 말이다. (2001년 3월. 과학자 칼럼. 중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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