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덕봉 메아리/보덕봉 메아리

이-팔 전쟁

정준극 2007. 5. 31. 13:08
이팔 분쟁


울산 현대조선소에 가본 사람 같으면 도크에 장대하게 서있는 엄청난 크기의 크레인을 보고 감탄을 금치 못할 것이다. 이름도 그럴듯해서 골리앗이다. 골리앗이라고 하면 블레셋의 백전백승의 장수였으나 소년 다윗이 던진 돌팔매 한방에 썩은 나무토막처럼 쓰러진 거한이다. 블레셋이라고 하면 또 한명 생각나는 사람이 있다. 삼손이다. 삼손이 얼마나 힘이 장사였는가? 힘이 어찌난 절륜한지 나귀 턱뼈 한 개로 블레셋 병사 1천명을 박살냈다는 것이다. 삼손도 다윗과 마찬가지로 당연히 이스라엘 민족이다. 더구나 언젠가는 블레셋 사람들이 쳐들어와서 하나님이 주신 십계명이 들어 있는 법궤를 빼앗아 간적도 있다. 이스라엘 사람들이 목숨을 걸고 가장 귀중하게 모시는 귀중품이다. 블레셋 민족은 구약시대로부터 유대인들을 대단한 힘들게 했던 앙앙불락의 숙적관계였다고 볼수 있다.

 


다윗과 골리앗


발음이 비슷하다고 해서 블레셋을 오늘날의 팔레스타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학자들의 주장에 따르면 그건 좀 곤란하다는 것이다. 블레셋사람은 영어로 Phillistines이라고 하고 팔레스타인은 그대로 Palestines이다. 블레셋 민족은 먼 옛날 그리스의 크레테 섬, 또는 터키 쪽에 살던 사람들이었으며 오늘날의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지금의 아라비아 반도에서 비롯된 아랍 민족이다. 민족의 근원은 다르지만 블레셋과 팔레스타인과의 관계는 전혀 무관하다고만 할 수 없다. 역사를 보면 유대인들이 두 번씩이나 로마제국에 대하여 반란을 일으킨 일이 있다. 무슨 힘이 있다고 거인에게 대들었는지 모모른다. 아마 선민사상 때문일 것이다. 두 번째 반란이 있은후 로마 황제는 ‘요것들이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줄 모르고’ 라는 생각에 유대인들에 대한 보복성 조치로서 유대라는 이름을 로마제국의 지도에서 지워 버리고 대신 팔레스티나라는 이름으로 바꾸었다. 블레셋 사람들의 땅이라는 뜻이었다. 유대인들을 못살게 굴던 블레셋 사람들의 땅이라고 부름으로서 유대인들의 자존심을 팍 꺽어 버리자는 속셈에서였다. 그 이후 19세기 말 민족자결주의의 바람과 함께 산지사방 흩어져 살던 유대인들이 이른바 시오니즘의 기치를 높이 들고 옛 땅에 나라를 세우려고 하자 오래전부터 이 땅에 살고 있던 아랍 사람들은 걱정이 태산 같아서 ‘우리도 나라를 세운다!’라고 내걸고는 기왕에 연고가 있는 명칭인 팔레스타인을 국가명으로 삼기로 했다. 그후 여차여차하여 오늘에 이르기 까지 하루도 지칠 줄 모르는 전투와 테러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두 민족 사이에 열심히 발생하게 되었다. 이른바 이-팔 분쟁. 이판사판의 전쟁인것 같다.


골리앗 크레인


하루도 쉴 날이 없는 전투와 테러의 도시 예루살렘. 팔레스타인 자살특공대의 폭탄 테러와 이에 맞서서 보복소탕을 하고 있는 이스라엘 군인들. 그런데 바로 이 곳에 있는 저 유명한 예루살렘 성전의 경우는 도대체 이곳이 이스라엘 제일의 성지인지 또는 아랍 사람들 (팔레스타인)이 가장 신성시 하는 성지인지 갈피를 잡지 못할 지경이다. 솔로몬이 세웠다는 예루살렘 성전. 온 유대인들이 세상의 중심이라고 생각하는 곳이다. 물론 솔로몬 시대의 성전 모습은 온데간데없고(바벨론, 즉 현재의 이락 사람들이 파괴한 일도 있음) 지금은 16세기 십자군 시대에 세웠던 성벽 터에 오토만 터키의 술탄이 다시 개축한 성벽만이 남아 있어서 이곳이 그 옛날 예루살렘 성전 자리였다는 것을 알게 해줄 뿐이다. 그런데 예루살렘 성전 자리에서도 가장 중요한 곳에 황금빛도 찬란한 이슬람 사원이 당당하게 자리 잡고 있다. 그 연유야 설명하자면 한이 없고 다만 잠시 생각해 보고자 하는 사항은 바로 이 황금 사원의 안에 넓직하게 자리 잡고 있는 커다란 바위이다. 자연 그대로의 바위이다.


바위는 길이가 약 20미터나 되고 너비 또한 약 15미터나 된다. 상당히 크다. 옛 예루살렘 성전의 지성소가 있었다고 생각되는 곳, 바로 그 곳에 있다. 이슬람교가 가장 신성시 하는 건물인 황금사원 안에 번듯하게 자리 잡고 있는 그 바위. 설명에 따르면 이 바위에서 믿음의 조상 아브라함이 아들 이삭을 하나님께 산제사 드리려고 했다는 것이다. 그러니 유대인들로서 이 바위가 얼마나 신성하고 중요하겠는가? 성경에 나오는 모리아 산의 반석이다. 그런데 똑 같은 이 바위 위에서 마호메트가 승천하였다는 것이다. 그러니 아랍인들로서 이 바위가 얼마나 중요하고 신성하겠는가? 더구나 흥미로운 것은 아브라함이 하나님께 제사드리려 했던 그 아들이 실은 이삭이 아니라 아브라함의 서자로서 오늘날 모든 아랍 인들의 조상이라고 하는 이스마일이었다는 주장이다. 하마터면 이삭대신에 이스마일이 희생될 뻔 했다는 얘기이다.


옛 예루살렘성의 모습을 압도하는 황금 돔의 건축물을 아랍어로 어떻게 부르는지 알아보았더니 ‘쿠바트 알-사크라’라고 한다는 것이다. 그게 무슨 뜻이냐 하면 ‘바위 돔’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요르단의 후쎄인 왕이 순금 80 kg을 헌납한 것을 녹여 도금해서 만든 돔이라고 하는데 ‘황금 돔’이라고 하지 않고 왜 ‘바위 돔’이라고 부르게 되었을까?  이에 대하여 아랍인들은 이구동성으로 그거야 당연히 바위가 지니고 있는 의미가 대단하기 때문에 존경심의 발로에서 건물까지도 그렇게 부르게 되었다는 설명이다. 목하 지칠줄 모르는 테러와 전투에 만신창이가 되어 있는 예루살렘! 유대인들의 성지인가하면 아랍인들의 성지이기도 한 곳이다. 참으로 묘한 인연이다. 두 민족이 똑 같이 존귀하게 여기는 성지라면 세상에 이보다 더 자랑스럽고 훌륭한 곳이 어디 있겠는가? 결국 같은 형제, 같은 조상을 가진 사람들이 아니던가? 아랍인들의 조상도 아브라함이고 유대인들의 조상도 아브라함이고...며칠전 부활절을 마지하여 올해에도 원자력연구소 구내식당 앞에서 밀알회가 정성스럽게 만든 부활계란을 무려 두 개나 받고나니 작금의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불철주야 테러가 한결 더 생각난다.  (199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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