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타노 도니제티
람메무어의 루치아
타이틀: Lucia di Lammermoor (Lucy of Lammermoor). 전3막의 비극(Dramma tragico). 영국의 문호 월터 스콧(Walter Scott)의 소설 The Bride of Lammermoor(람메무어가의 신부)를 기본으로 살바도레 카마라노(Salvadore Cammarano)가 대본을 썼다. 그러므로 이탈리아어 대본이다.
초연: 1835년 나폴리 산카를로극장
주요배역: 루치아(람메무어가의 처녀), 에드가르도(레이븐스우드가의 영주), 엔리코 애쉬튼(루치아의 오빠), 아르투로 버클러경(루치아와 결혼식을 올린 부유한 귀족), 라이몬디 비데벤트(람메무어가의 목사), 알리사(루치아의 유모), 노르마노(엔리코의 가신)
음악적 하이라이트: 에드가르도의 이별의 아리아, 1막에서 루치아의 콜로라투라 아리아, 루치아의 광란의 장면, 2막에서의 6중창, 결혼축하의 합창
로마 오페라극장
베스트 아리아: Alfin son tua[드디어 나는 당신의 것](S, 광란의 장면), Spargi d'amore pianto[쓰라린 눈물을 흘리리라](S), Regnava nel silenzio[밤의 장막이 드리울때](S), Il dolce suono mi colpi di sua voce[그의 사랑스런 목소리가 나를 감싸주었는데](S), Fra poco a me ricovero[죽음만이 나의 피난처](T), Lucia's cavatina(S), Ardon gl'incensi(S), Verranno a te[그대에게 향한 나의 눈길](S+T), Cruda, funesta smania[잔인하다, 얼마나 그리워했던가](T), Tu che a Dio spiegasti l'ali[날개를 펴고 하늘로 간 그대](T)
사전 지식: 금지된 사랑으로 인한 두렵고 소름이 끼치도록 선혈이 낭자한 비극. 가장 유명한 장면은 루치아의 ‘광란의 장면’이다. 광란의 장면(매드 신)의 아리아는 소프라노의 실력을 테스트하는 가장 어려운 아리아의 하나이다. 주인공인 루치아(소프라노)는 드라마틱한 음성과 콜로라투라의 화려한 음성을 모두 갖추어야 한다. 다른 오페라와는 달리 루치아는 '광란의 장면'에서 이 아리아를 부른후 죽는 것으로 되어 있어서 이후 다시 무대에 등장하지 않는다. 루치아, 에드가르도, 엔리코, 아르투로, 알리스, 라이몬디가 부르는 6중창은 참으로 아름다운 곡이다. 결혼식 축하곡인 합창곡은 우리나라 찬송가 ‘삼천리반도 금수강산 하나님 주신 동산’으로 사용되고 있는 힘차고 경쾌한 곡이다. 루치아는 시간이 지날수록 로맨틱한 감성을 대표하는 최고의 작품으로 인정받게 되었다. 월터 스콧의 ‘람메무어가의 신부(루치아)’는 플로베르의 ‘보바리 부인’,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리나’와 함께 당대 최고의 로맨틱 비극으로 꼽히고 있다.
광란의 루치아. 안나 네트렙코.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하우스
에피소드: 주인공들의 이름을 보면 이름은 모두 이탈리아식으로 바꾸고 성(姓)은 원래대로 영어로 남겨 놓았다. 예를 들면 원래는 Lucy of Lammermoor인데 Lucia di Lammermoor로 바꾸었듯이 Enrico Ashton, Edgardo di Ravenwood로 되어 있으므로 혼선이 없기를 바람. 1600년대 말, 스코틀랜드에서는 애쉬톤가문과 레이븐우드가문이 서로 원수가 되어 죽고 죽이는 싸움을 끊임없이 자행하고 있었다. 마침내 어느 때의 대접전에서는 애쉬튼가문이 우세하여서 레이븐우드가문은 모두 남김없이 죽임을 당했다. 단 한 사람만이 살아남았으니 그가 에드가르도였다. 이것은 실화이다.
광란의 장면. 다름슈타트국립극장 무대
줄거리: 제1막. 람메무어가의 엔리코 애쉬튼(Enrico Ashton)은 가세가 몰락하여 재산을 모두 잃었다. 가문을 회생시킬수 있는 유일한 희망은 누이동생 루치아와 부유한 귀족인 아르투로 버클러(Arturo Bucklaw)경을 결혼시키는 길 뿐이다. 아르투로는 루치아와 결혼하는 조건으로 람메무어 가문을 재정적으로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루치아는 원수의 가문 레이븐스우드가의 에드가르도와 죽자, 살자하는 입장이다. 실은 두 사람이 서로 아는 사이가 아니었으나 어느날 루치아가 얼마전에 세상을 떠난 어머니의 무덤 부근을 거닐고 있을 때 갑자기 성난 황소가 달려드는 바람에 거의 죽기 직전이었으나 마침 그 부근에 있던 에드가르도가 총을 쏘아 황소를 물리쳐 루치아의 목숨을 구해준 일이 있다. 이후로 두 사람은 서로 사랑하는 사이가 되었다. 두 사람은 장래를 철석같이 약속했다. 그러던 중에 에드가르도는 국왕의 명령에 따라 외교 사절로 프랑스에 가게 되었다. 에드가르도와 루치아의 이별의 장면에서의 듀엣이 대단히 아름답다.
루치아(아니카 카센스)와 유모
제2막. 루치아의 오빠 엔리코는 급기야 루치아와 아르트로의 결혼을 서두른다. 루치아가 원수집안의 에드가르도와 사귀는 것을 알아차린 엔리코는 루치아를 어서 속히 에드가르도와 떼어 놓아야 했다. 루치아와 부자 아르투로의 결혼식날. 하객들이 애쉬톤성에 도착한다. 루치아로서는 오빠 엔리코의 강요에 의해 사랑하기는커녕 단 한 번도 만나본 적이 없는 아르투로와 억지 결혼을 해야할 처지이다. 엔리코는 에드가르도가 프랑스에서 루치아에게 보낸 편지를 오는 족족 가로 채어 보여주지 않았었다. 한 술 더 떠서 오빠 엔리코는 에드가르도가 보낸 것처럼 만든 가짜 편지를 루치아에게 보여 주며 에드가르도가 프랑스에서 딴 여자와 결혼하게 됐다는 거짓을 믿도록 만들었다. 루치아는 믿었던 사람으로부터의 배신에 비탄에 빠진다. 오빠 엔리코와 부르는 이중창 Soffriva nel pianto, languia nel dolore(눈물로 고통 받고 아픔으로 괴로워하며)는 이때에 부르는 것이다.
에드가르도와 루치아
결혼 하객들은 기쁨에 넘친 합창을 부른다. 유명한 합창곡이다. 번민 중에 제 정신이 아닌 루치아는 하라는 대로 결혼서약서에 서명을 한다. 그런데 서약서의 잉크가 채 마르기도 전에 에드가르도가 들이 닥친다. 파리에서 급히 달려온 것이다. 루치아는 정신을 잃고 만다. 그런데 진짜로 정신을 잃은 것은 아닌것 같다. 왜냐하면 곧 이어 저 유명한 6중창을 다른 사람들과 함께 부르기 때문이다. 엔리코는 동생 루치아가 미워 죽을 지경이다. 험악한 일이 당장이라도 일어날 것 같은 상황이다. 손님들은 저주받은 이 결혼식이 어서 끝나기를 바라고 있다. 모든 것을 알아차린 루치아는 오빠에 대한 실망감, 사랑하는 에드가르도를 배반한데 대한 죄책감 등으로 절망적이다. 에드가르도는 루치아가 철석같은 약속을 깨트리고 자기를 배반했다고 믿어서 루치아의 손가락에서 자기가 준 반지를 빼어 던져버리고 떠난다.
루치아의 조앤 서덜랜드
제3막. 엔리코는 에드가르도에게 결투를 청한다. 이 장면은 일반적으로 공연에서 삭제된다. 한편, 루치아는 실성하여 방금 자기와 결혼한 아르투로를 신방에서 칼로 찔러 죽인다. 루치아의 하얀 웨딩드레스는 피로 물들어 있고 머리는 헝클어져 있다. 유명한 ‘광란의 장면’이다. 이 오페라에서 가장 중요한 대목이다. 루치아의 아리아 ‘그의 사랑스런 목소리가 나를 감싸주었는데’(Il dolce suono mi colpi di sua voce)는 바로 이 장면에서 나온다. 루치아가 절망과 비분 속에 실성하여 있는 것을 본 오빠 엔리코 마저 양심의 가책을 받아 가슴이 찢어질 것 같다. 루치아는 하늘에 올라가 사랑하는 그를 만나겠다는 노래 부른후 이윽고 쓰러진다. 종루에서 루치아의 죽음을 알리는 종소리가 구슬프게 울린다. 성 밖에서 루치아가 죽은 것을 안 에드가르도는 자기의 잘못을 크게 뉘우치며 천국에서나마 못 이룬 사랑을 이루자고 칼로 자기 가슴을 찔러 죽는다. 사람들은 하나님이 그를 용서해 줄 것을 기도한다.
광란의 장면. 현대적 연출. 테아터 빈터루르
[고난속의 루치아] 1835년 7월 도니제티는 자기의 옛 음악스승인 마이르(Mayr)에게 편지를 보내어 루치아가 완성되어 곧 무대에 올려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루치아는 8월을 거쳐 9월 26일에 가서야 겨우 공연될수 있었다. 지연된 이유는 나폴리의 사정 때문이었다. 베스비우스산에서는 연기가 계속 올라오고 있었다. 언제 베스비우스가 다시 폭발할지 모르는 상황이었다. 때문에 사람들은 너나 할것 없이 삶에 대하여 두려워하고 있었다. 게다가 아시아에서 콜레라 전염병이 묻어 나폴리까지 들어와 사람들이 죽어갔다. 나폴리 사람들은 점잖게 오페라를 보며 시간을 보낼수 없었다. 먹는데에 더 관심을 쏟았다. 사정이 이러하니 나폴리극장의 책임자들도 극장에 남아 있을 필요가 없어서 부랴부랴 떠나고 있었다. 베스비우스와 아시아 콜레라는 8월말에 가서야 겨우 수그러들었다. 도니제티는 이제야 오페라를 무대에 올릴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에 있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산카를로극장이 파산했다. 성악가들은 급료를 받지 못하여 루치아의 리허설을 거부했다. 아마 도니제티도 루치아 작곡료를 받지 못했을 것이다. 다행히 나폴리의 왕이 직접 개입하여 루치아가 공연될수 있었다.
루치아와에게 아르투로와의 결혼을 강요하는 엔리코. 토리노 극장
도니제티는 출연자 한사람 한사람을 정성들여 선정했다. 하지만 대부분 성악가들은 스코어를 본후에 너무 힘들다고 불평하며 역사적인 루치아의 세계 초연을 사양하였다. 다행한 것은 당시 최고 인기의 소프라노 홰니 타키나르디-페르시아니(Fanny Tacchinardi-Persiani)와 테너 길베르-루이 뒤프레(Gilbert-Louis Duprez)가 루치아와 에드가르도를 맡겠다고 선뜻 응해준 것이었다. 페르시아니와 뒤프레가 부른 2막 마지막 장면의 듀엣 Tu che a Dio spiegasti l'ali는 너무나 감동적이어서 관중들은 듀엣이 끝나자마자 모두 일어나서 최대의 갈채를 보냈다. 이후 루치아의 역할은 모든 콜로라투라 소프라노가 최고의 재능을 보일수 있는 시금석이 되었다.
루치아는 소프라노로서 최고 정상의 영예를 차지할수 있는 역할이다. 페르시아니 이후 역사에 기록될만한 루치아들은 베르디의 두 번째 부인인 주세피나 스트로포니(Giuseppina Strepponi), 말리브란의 처제인 유제니아 마이어-가르시아(Eugenia Mayer-Garcia)를 비롯하여 아델리나 패티(Adelina Patti), 일마 디 무스르스카(Ilma Di Musrska), 에텔카 게르스터(Etelka Gerster), 크리스틴 닐쓴(Christine Nilsson), 엠마 알바니(Emma Albani), 마르첼라 셈브리히(Marcella Sembrich), 넬리 멜바(Nellie Melba), 셀마 쿠르츠(Selma Kurz), 루이사 테트라찌니(Luisa Tetrazzini), 프리다 헴펠(Frieda Hempel), 마리아 바리엔토스(Maria Barrientos), 아멜리타 갈리-쿠르치(Amelita Galli-Curci), 토티 달 몬테(Toti Dal Monte), 릴리 폰스(Lily Pons), 마리아 칼라스(Maria Callas), 조안 서더랜드(Joan Sutherland), 비벌리 실스(Beverly Sills) 등이다.
홀랜드 파크. 루치아와 엔리코와 유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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