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오페라 집중 소개/남몰래 읽는 366편

77. Glinka, Mikhail Ivanovich (글링카) [1804-1857]-루슬란과 루드밀라

정준극 2007. 7. 4. 13:21

미하일 글링카

 

루슬란과 루드밀라


타이틀: Ruslan i Lyudimila (Ruslan and Ludmila). 전5막. 푸쉬킨의 시를 바탕으로 발레리안 표도로비치 쉬르코브(Valerian Fyodorovich Shirikiv)가 대본을 썼다.

주요배역: 루드밀라(아름다운 공주), 루슬란(용감한 기사), 체르노모르(사악한 마법사), 록다이, 활라프, 라트미르

베스트 아리아: Ah, you, my fate, my bitter fate(S), I gar, i gnoj smenila nochi ten'(Cont), The hour of my triumph is at hand(B)

사전지식: 우크라이나에서 옛날부터 전해 내려온 전설적 동화이다. 이런 비슷한 내용의 전설적 동화는 사실 다른 나라에도 있다. 동유럽권에 있는 나라에서는 거의 모든 사람들이 이 동화의 내용을 알고 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의 동화가 제일 유명하다. 드보르작은 이 오페라에서 러시아의 국민적 색채를 폭넓게 사용하였다. 현란한 서곡은 콘서트의 단골 레퍼토리이다.

에피소드: 이 오페라에서 루드밀라의 역할은 상당히 편하다. 제3막에서는 대부분 그저 무대 한쪽에 누워 있기만 하면 되기 때문이다. 최근 러시아 출신의 소프라노 안나 네트로브카(Anna Netrobka)가 루드밀라역을 맡아 모든 면에서 아름다움을 드높인 일이 있다.

 

루슬란과 루드밀라의 결혼식. 마리인스키극장

 

줄거리: 먼 옛날, 키에프(Kiev)는 울라디미르(Vladimir)왕이 다스리고 있었다. 왕궁에서는 잔치가 한창이다. 루드밀라(Ludmila)공주와 기사 루슬란(Ruslan)의 결혼을 축하하는 파티이다. 루드밀라는 정말 예쁘게 생겼다. 루슬란은 늠름하고 용감한 기사이다. 그런데 이 결혼을 못 마땅하게 생각하는 세 사람이 있다. 록다이(Rogday), 활라프(Farlaf), 라트미르(Ratmir)이다.  몇 시간이나 계속된 잔치가 끝날 무렵, 신랑 루슬란이 신부 루드밀라를 데리고 신방으로 들어가려 할 때 갑자기 하늘에서는 천둥번개가 치고 땅에서 괴이한 안개가 연기처럼 피어올랐다. 그 안개 속에서 이상한 음성이 들리는가 싶더니 루드밀라가 종적도 없이 사라진다. 사랑하는 딸 루드밀라공주가 갑자기 사라진 사실을 안 울라디미르왕은 몹시 화를 내며 초조해한다. 왕은 방금 전의 결혼을 무효라고 선포하고 이제부터 누구든지 루드밀라공주를 찾아오는 사람이 공주와 결혼할 것이라고 말한다. 말이 떨어지자마자 록다이, 활라프, 라트미르, 그리고 물론 루슬란이 재빨리 말을 타고 루드밀라를 찾으러 떠난다.


 

결혼식을 앞두고 점성술사의 예언


록다이는 상당히 흥분하기 쉽고 신경질적인 사람이다. 그는 ‘누가 납치해 갔는지 내 눈에 띄기만 하며 죽여 버리겠다!’고 떠들어 댄다. 얼마후 록다이는 어떤 의심스러운 사람이 저 앞에 말을 타고 가는 것을 보고 그가 납치범이라고 생각하여 쫓아가서 그 사람을 말에서 떨어트리고 깊은 구덩이에 처박아 둔다. 그런데 알고 보니 수상스럽다는 그 사람은 바로 함께 길을 떠난 활라프였다. 록다이는 활라프에게 이렇다 저렇다 말 한마디 없이 내버려 두고 그 자리를 떠난다. 네 명의 기사 중에서 가장 겁쟁이인 활라프는 구덩이 속에서 우연히 나이나(Naina)라고 하는 늙은 마녀를 만난다. 마녀는 활라프에게 루드밀라를 구하는 일은 다른 사람들이나 열심히 하도록 내버려 두고 일단 누군가가 루드밀라를 구해서 데리고 올 때 슬쩍 낚아채면 된다고 말해준다. 한편 라트미르는 다른 사람과는 달리 남쪽 길을 택하여 가다가 어떤 성에 도착한다. 그 성에는 사근사근하고 나긋나긋하며 기가 막히게 예쁘게 생긴 아가씨들이 살고 있다. 그 이후 라트미르에 대하여는 아무런 소식도 듣지 못한다. 그리하여 용감한 루슬란이 루드밀라 구출 작전에 가장 앞장서서 가고 있다. 루슬란은 어느 동굴에서 늙은 마법사를 만난다. 그는 자기의 고향이 핀란드라고 설명하며 젊을 때 그곳에서 어떤 아름다운 여인의 사랑을 얻기 위해 마법사가 되었다는 말을 덧붙인다. 몇 년후 과연 그 청년은 마법을 익혀 그 여인의 마음을 차지할수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 아름답던 여인이 더할수 없이 사악한 여자가 되더니 얼마 후에는 늙어 빠졌으며 게다가 꼽추가 되었다고 한다. 실은 아까 깊은 구덩이에 있었던 마녀 나이다이다. 아무튼 그 이후 이 핀랜드 마법사는 혼자 살고 있다는 것이다. 마법사는 사악한 마법사 체르노모르(Chernomor)가 루드밀라를 납치 했다고 하면서 루슬란에게 다 잘 될 테니 걱정 말라고 말한다.

 

마녀의 등장. 노바야 오페라 무대.

                             

이 말에 용기를 얻은 루슬란은 루드밀라공주를 찾으러 다시 길을 떠난다. 도중에 질투심 많은 라이벌 록다이를 만나 두 사람은 결투를 벌인다. 마침내 루슬란이 못된 록다이를 무찔러 죽인다. 루슬란은 록다이의 시체를 강물에 던진다. 잠시후 이번에는 얼굴만 있는 거인을 만난다. 얼굴거인은 루슬란을 보고 미친듯 웃더니 바람을 일으켜 날려 보내려고 한다. 그러나 용감한 루슬란은 거센 바람을 헤치고 창으로 얼굴거인의 혀를 찌른다. 그 바람에 바람이 잔잔해 진다. 루슬란이 번쩍이는 칼을 들어 다시 얼굴거인을 찌르려 하자 얼굴거인은 제발 살려달라고 하며 앞으로 루슬란에게 절대 복종하겠다고 맹서한다. 얼굴거인은 루드밀라를 누가 납치해 갔는지 안다고 말한다. 얼굴거인은 루드밀라를 잡아간 요술사 체르노모르가 바로 자기 형이라고 말해 준다. 얼굴거인은 요술사 체르노모르의 힘이 그의 수염에서 나오므로 수염을 잘라 버리면 무찌를수 있다는 말도 해 준다. 루슬란은 계속 길을 떠난다. 그러면 루드밀라는 과연 어디에 있는 것일까? 루드밀라는 요술사 체르노모르에게 잡혀 있다. 실은 그 못된 요술사가 루드밀라의 아름다움에 반하여 자기 아내로 삼으려고 납치한 것이다. 요술사는 루드밀라를 자기 성에 가두고는 있지만 충분히 편하게 지내도록 해준다. 요술사의 정원에는 온갖 기화요초와 아름다운 새들이 지저귀고 있다. 아무리 좋고 아름다운 것이 많지만 루드밀라는 루슬란만 생각하고 있다. 루드밀라는 요술사에게 그 막강한 힘이 어디서 나오는지 말해 달라고 조른다. 두 사람이 서로 말다툼을 하다가 루드밀라가 요술사의 모자를 벗긴다. 요술사의 모자를 손에 든 순간 루드밀라의 모습은 보이지 않게 된다. 루드밀라는 요술사가 자기를 찾지 못하도록 그 모자를 계속 쓰고 있다. 그러자 요술사는 이 아름다운 아가씨를 잃게 될것 같아 요술로서 자기를 루슬란의 모습으로 변한다. 루드밀라는 루슬란을 본 순간 모자를 벗고 자기 모습을 드러내며 루슬란에게 달려간다. 그러나 한쪽에 있던 요술사가 본 모습을 드러내자 루드밀라는 그 자리에서 기절하여 쓰러진다.

 

잠들어 있는 루드밀라를 깨우고자 하는 장면. 현대적 연출


얼마 후 진짜 루슬란이 도착한다. 루슬란은 요술사가 잠들어 있는 틈을 타서 모자를 빼앗아 루드밀라에게 씌어준다. 요술사가 못 찾게 하기 위해서이다. 그런후 이틀 동안 요술사 체르노모르와 결투를 벌인다. 요술사는 공중에 올라가 루슬란을 내려다보며 싸우기 위해 자기의 수염을 이용하여 힘을 발휘한다. 그러나 용감한 루슬란이 뛰어 올라가 마침내 요술사의 수염을 잘라 버린다. 힘을 잃은 요술사가 땅으로 떨어진다. 이제는 더 이상 루슬란의 적수가 될수 없었다. 루슬란은 요술사의 항복을 받은후 루드밀라를 찾아보았으나 보이지 않는다. 루드밀라는 마법의 모자를 쓰고 정신을 잃은채 누워 있었기 때문에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루슬란이 번쩍이는 칼을 들고 이리저리 숲을 헤치자 우연하게도 루드밀라가 쓰고 있던 모자를 벗기게 된다. 루드밀라를 찾은 루슬란은 얼마전 핀란드의 마법사가 자기에게 해준 말을 기억해 낸다. 루드밀라를 데리고 키에프로 가면 깨어난다는 얘기였다. 루슬란은 루드밀라를 말에 태우고 키에프로 향한다. 어느덧 해가 저물어 일행은 키에프에서 멀지 않은 평원에서 야영하기 위해 캠프를 설치한다. 일행이 모두 잠이 들었을 때 비겁한 활라프가 마녀 나이나의 도움을 받아 루슬란을 칼로 찔러 쓰러뜨린후 루드밀라를 납치하여 키에프로 떠난다. 루슬란은 큰 부상을 입었다. 잠시 후 핀란드 마법사가 나타난다. 그건 그렇고, 루드밀라를 빼앗아 간 활라프는 키에프에 도착하여 사람들로부터 열렬한 환영을 받는다. 그러나 루드밀라는 아직도 깨어나지 못하고 있다. 잠시후 키에프는 폭도와 같은 적의 공격을 받아 위기에 처하게 된다. 키에프의 운명이 풍전등화와 같을 때, 저 멀리서 어떤 기사가 찬란한 칼을 휘두르며 키에프를 포위한 적진을 향해 돌진해 온다. 그 기사는 적들을 모조리 무찌르고 키에프성을 구출한다. 루슬란이었다. 핀란드 마법사가 ‘생명수’로 루슬란을 죽음에서 살려 낸 것이다. 활라프와 마녀가 벌을 받았음은 물론이다. 이제 루슬란이 루드밀라를 만날 시간이다. 루슬란이 루드밀라에게 마법의 반지를 끼워주자 드디어 루드밀라는 오랜 잠에서 깨어난다. 마법의 반지는 핀란드 마법사가 준 것이다. 루슬란과 루드밀라는 행복하게 오래 오래 살았다. 어처구니 없는 동화이지만 그런대로 재미가 있다.

 

루드밀라 공주에 안나 네트렙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