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오페라 집중 소개/남몰래 읽는 366편

165. Meyerbeer, Giacomo (마이에르베르) [1791-1864]-위그노

정준극 2007. 7. 4. 14:21

 자코모 마이에르베르

 

위그노


타이틀: Les Hugnuenots (The Huguenots). 전5막의 그랜드 오페라. 오페라 대본의 귀재인 외진 스크리아브(Eugène Scribe)와 시인인 에밀 드샹이 공동으로 작성했다.

초연: 1836년 파리 오페라극장

주요배역: 발렌티느(드 생-브리백작의 딸), 라울 드 낭기(위그노 귀족), 마르셀(위그노 하인, 군인), 부아-로세(위그노 군인), 마르게리트 드 발루아(나바르의 헨리4세 약혼녀), 위르뱅(마르게리트의 시동),  드 느베르백작(가톨릭 귀족), 드 생-브리백작(가톨릭 귀족)

음악 하이라이트: 마르게리트 왕비의 아리아, 위그노의 합창, 3막에서 남성 7중창, 가톨릭 교도들의 선서의 장면 음악, 발렌틴과 라울의 사랑의 듀엣

베스트 아리아: Piff, paff, piff, paff(T), O beau pays de la Touraine[오 뚜랭의 아름다운 땅](S), O ciel, ou courez-vous?[하늘이여, 어디로 흘러가는가?](T)


오페라 드 니스 무대


사전지식: 기독교의 한 종파인 위그노와 가톨릭간의 신앙을 위한 피나는 대립과 그 때문에 희생당하는 젊은 연인의 운명을 그린 작품. 역사적인 성바르톨로메 전야의 대학살 (The Eve of St Bartholomew)에 얽힌 이야기이다. 위그노는 프랑스판 청교도(퓨리탄)라고 할수있다. 오페라 위그노는 프랑스 그랜드 오페라의 전형이다. 위그노인 주인공 라울이 가톨릭 귀족인 드 느베르백작 저택의 만찬에서 부르는 Piff, paff, piff, paff는 가톨릭에 대한 불만을 노골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테너 아리아이지만 연주회에서는 보통 바리톤 아리아로 불려진다. 


1858년 런던 여왕폐하극장에서의 공연 스케치. 성바르톨로메오축일의 대학살


줄거리: 무대는 1572년의 파리와 뚜랭 지방. 내전과 같았던 가톨릭과 위그노간의 싸움도 거의 막바지에 이른다. 어느날 신교도인 젊은 귀족 라울 드 낭기(Raoul de Nangis)는 가톨릭 신사인 드 느베르(De Nevers)백작으로부터 만찬 초청을 받는다. 만찬에서는 종교간의 갈등에 대한 얘기는 가급적 나오지 않고 대신 개인적인 경험담이 화제의 중심이다. 라울은 얼마전 어떤 아름다운 귀부인이 길거리에서 난폭한 학생들로부터 모욕을 당하고 있는 것을 구해준일이 있다고 얘기하면서 그 여인이 누구인지는 모르지만 그 이후로 이 귀부인을 깊이 사모하게 되었다고 털어놓는다. 한편, 나중에 알려진 일이지만 그 귀부인도 자기를 구해준 신사의 눈빛을 보는 순간, 그도 자기를 사랑하고 있다고 확신했다는 것이다. 아무튼 만찬이 한창일 때에 베일로 얼굴을 가린 어떤 부인이 주인인 드 느베르백작을 면담하겠다고 찾아온다. 백작과 베일 쓴 여인이 정원에서 얘기를 나누는 모습을 우연히 본 라울은 깜짝 놀란다. 바로 그 베일의 여인이 자기가 구해준 그 여인이었기 때문이다. 라울은 그 여인이 밤중에 얼굴을 드러내지 않은채 백작과 무슨 내용인지는 모르지만 은밀한 얘기를 나누는 것을 보고 그 여인에게 가지고 있었던 순수한 감정이 사라진다. 실은 그 여인은 드 느베르백작과 약혼한 발렌티느 드 생-브리(Valentine de Saint-Bris)였다.


난폭한 군중들로부터 봉변을 당할뻔 한 발렌티느. 뉘른베르크 슈타츠테아터

 

발렌티느가  백작은 찾아온 이유는 얼마전 길에서 난폭한 군중들로부터 봉변을 당할 뻔했을 때 자기를 위기에서 구해준 어떤 용감한 청년을 사랑하게 되었으므로 제발 자기를 자유롭게 풀어 달라고 간청하기 위해서였다. 신사인 드 느베르백작은 뜻하지 않은 약혼녀의 얘기를 듣고 마음에 큰 충격을 받았지만 역시 신사인지라 발렌틴의 간절한 요청을 받아들인다. 만찬장에 라울이 와서 있는 것을 모르는 발렌티느는백작에게 작별을 고하고 떠난다. 잠시후 이번에는 왕이 가장 총애하고 있는 여인(정부)인 마르게리트 드 발루아(Marguerite de Valois)의 시종이 찾아와 라울에게 마르게리트가 뵙고자 하니 왕궁을 방문하여 달라고 전한다. 만찬에 참석한 귀족들은 처음에 라울이 위그노이기 때문에 무시하는 태도였으나 왕궁에서 마르게리트가 면회를 희망한다는 소리를 듣고 라울을 높이 본다.


대학살의 다짐. 니스 오페라


제2막은 왕궁에 있는 마르게리트 드 발로아의 방이다. 평소 라울과 친분이 있는 마르게리트는 가톨릭과 위그노와의 끔찍한 대결을 종식시키는 의미에서 라울에게 가톨릭 여인을 중매하겠으니 자기의 뜻을 받아 들여 결혼할 것을 당부한다. 순간 라울은 마음속에 품고 있었던 미지의 여인에 대한 사랑이 종지부를 찍게 되는것 같아 주저하였으나 결코 무시못할 마르게리트가 두 종파간의 대립을 끝내기 위해 간곡히 당부하는 결혼이므로 나라의 평화를 위해, 그리고 위그노의 존립을 위해 받아들이기로 결심한다. 마르게리트가 소개하는 여인이 방안으로 들어왔을 때 라울은 자기의 눈을 의심하지 않을수 없었다. 바로 그 미지의 여인이었기 때문이다. 라울은 이 젊은 여인이 밤중에 백작을 찾아와 은밀한 대화를 나누었다는 사실을 기억하고 그렇게 까지 했던 여인이 비록 마르게리트의 주선이기는 했지만 알지도 못하는 사람과 결혼하겠다고 나타난 것을 보고 단도직입적으로 저런 여인과는 결혼할수 없다고 말한다. (☻ 뭘 좀 잘 알아보고 판단할 것이지! 웬 성미가 그리 급한지!) 그런데 라울을 왕궁으로 불러온 것도 실은 발렌티느가 마르게리트에게 부탁하여 주선된 것이다.


라 모네의 무대


발렌티느는 라울이 자기에게 지극한 호감을 갖고 있다고 믿었었다. 그러한 라울이 발렌티느와 결혼하지 않겠다고 잘라 말하자 슬픔에 차있게 된다. 라울과의 결합을 위해 약혼자인 드 느베르백작에게 간청하여 약혼까지 파기했는데 정작 라울로부터는 거절을 당했기 때문이다. 이런 얘기를 들은 발렌티느의 아버지인 드 생-브리백작은 라울이 자기 딸을 모욕했다고 생각하고 이것은 자기를 모욕한 것과 같으므로 라울에게 결투를 신청하는 한편 딸에게는 당장 드 느베르백작과 결혼할 것을 명령한다. 발렌티느로서는 아버지의 말을 거역하기가 어려웠다. 드 느베르백작도 지난 밤 자기들만의 약속은 없었던 것으로 하고 발렌티느를 기꺼이 받아들인다. 그러나 발렌티느의 마음 한 구석에는 아직도 라울이 자기를 사랑하고 있다는 생각이 감추어져 있다. 한편, 드 생-브리백작은 검술에 능한 라울과 결투를 하게 되면 자기가 불리하다는 생각에 라울을 암살할 음모를 꾸민다. 발렌티느가 우연히 이 얘기를 엿듣는다. 발렌티느는 라울에게 조심하라고 시종을 시켜 전갈을 보내지만 때는 늦었다. 결투장소로 가던 라울이 암살자들에게 둘러싸여 위기의 순간을 맞이한다. 그러나 참으로 다행하게도 마침 마르게리트가 시종들과 함께 그 곳을 지나가다가 라울을 발견하고 그를 위기에서 구출해 준다. 잠시후 발렌티느를 만난 라울은 발렌티느의 진심을 알고 기뻐하며 자기도 그녀를 사랑하고 있음을 고백한다.


리에즈 무대


발렌티느와 라울이 사랑의 기쁨에 넘쳐 있는 때에 발렌티느의 아버지가 나타나 발렌티느에게 아비의 말에 순종하라고 다그치면서 발렌티느와 드 느베르백작과의 결혼식이 곧 있을 것이라고 선언한다. 이어서 드 느베르백작이 등장하여 흐느끼고 있는 발렌티느를 위로하며 자기 저택으로 데리고 간다. 사정을 대충 짐작한 라울은 발렌티느를 다시한번 만나기로 결심했다. 그날 밤, 라울은 야음을 틈타 드 느베르백작의 저택으로 숨어든다. 성바로토로뮤 축일의 전야이다. 두 사람이 만나 비로소 포옹하며 기구한 운명을 한탄하는 것도 일순간이었다. 가톨릭 지도자들이 그날 밤 위그노를 대학살하기 위한 계획을 구체적으로 협의하기 위해 드 느베르백작 저택으로 몰려든다. 가톨릭 지도자들은 자정을 알리는 종소리가 울리면 위그노를 대학살하는 작전을 감행키로 결정한다. 드 느베르백작만이 이 무모하고 끔찍한 계획을 반대하지만 중과부적이었다. 이 계획을 엿들은 발렌티느와 라울은 두려움에 경악한다. 발렌티느는 라울에게 밤중에 거리에 나가지 말것을 간청하며 이 집에 숨어 있으면 무사할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라울은 신앙의 동지들에게 이 소식을 전하는 것이 자기의 의무라고 말하며 마지막으로 발렌티느와 격렬한 포옹을 나눈후 뛰어나간다. 멀리서 자정을 알리는 종소리가 울리기 시작한다. 대학살의 시작을 알리는 종소리이다.

 

슈트라스부르 무대. 위그노 병사들


마지막 막은 위그노 신도들이 피신하여 있는 교회 안이다. 라울은 죽을힘을 다하여 신앙의 동지들에게 가톨릭의 대학살 음모를 알렸기 때문에 일부는 교회 안으로 피신할수 있었다. 라울의 충성스런 시종 마르셀이 숨을 헐떡이며 들어와 가톨릭 지도자들이 대학살 계획을 위그노에게 누설했다는 누명을  씌워 드 느베르백작을 살해했다고 전한다. 그러한 때에 발렌티느가 위험을 무릅쓰고 라울을 찾아 교회 안으로 들어선다. 발렌티느는 우선 라울이 아무 탈 없는 것을 보고 안심한다. 그러면서 어서 이곳을 빠져 나가 안전한 곳으로 도피하자고 권한다. 하지만 라울은 동지들을 버리고 간다는 것은 신앙을 버리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하면서 교회 안에 남아있겠다고 말한다. 그러한 정신에 감동한 발렌티느는 그 자리에서 가톨릭 신앙을 버리고 신교인 위그노로 개종한다. 두사람이 제단 앞에 꿇어 엎드려 예수 그리스도에게 이 위기를 벗어날 수 있는 용기와 힘을 달라고 간구할 때에 발렌티느의 아버지가 이끄는 한 떼의 가톨릭 군인들이 교회 안으로 쳐들어온다. 자기 딸이 교회 안에 있는 것을 모르는 생 브리백작은 군인들에게 눈에 보이는 대로 죽이라고 명령한다. 발렌티느와 라울이 총에 맞아 쓰러진다. 서로 손을 잡은채 마치 이루지 못한 사랑을 연결하려는듯 쓰러져있다. 오페라는 발렌티느의 아버지인 생 브리백작이 싸늘해진 발렌티느를 발견하고 절규하는 것으로 막을 내린다.


피에타. 드 느베르백작의 죽음은 그리스도의 죽음과 상통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