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오페라 집중 소개/남몰래 읽는 366편

219. Puccini, Giacomo (푸치니) [1858-1924]-나비부인

정준극 2007. 7. 4. 15:05

쟈코모 푸치니

 

[나비부인]


타이틀: Madama Butterfly (Madame Butterfly). 전2막. 일본을 배경으로한 비극(Tragedia giapponese). 일본에서 살았던 미국인 선교사 존 루터 롱(John Luther Long)의 장편소설 ‘나비부인’을 바탕으로 쥬세페 쟈코사(Giuseppe Giacosa)와 루이지 일리카(Luigi Illica)가 대본을 만들었다. 존 루터 롱의 소설은 피에르 로티(Pieere Loti)의 작품인 Madame Chrysnatéme(국화부인)에서 모티브를 얻었다.

초연: 1904년 5월 28일 밀라노 스칼라극장

주요배역: 초초상(나비부인), F. B. 핀커튼(미해군 장교), 스즈키(초초상의 하녀), 샤플레스(나가사키주재 미국 영사, 핀커튼의 친구), 고로(중매장이), 야마토리공자, 본제(스님, 초초상의 삼촌), 케이트 핀커튼(핀커튼의 부인)

 

결혼식 무대

 

음악 하이라이트: 허밍 코러스, 일본제국 국가 테마 음악, 2막에서의 나비부인의 대아리아, 2막에서 나비부인과 스즈키의 듀엣, 1막에서 핀커튼과 나비부인의 사랑의 듀엣, 미국 국가 테마 음악, 3막에서 핀커튼의 이별의 장면 음악

베스트 아리아: Vene la sera[저녁이 다가오는데](S+T), Un bel di vedremo[어떤 갠 날, 우리는 볼수 있으리](S), Dovumque al mondo(T), Vogliatemi bene(T), Io so che alle sue pene(T), Scuoti quella fronda di cillegio[벛꽃나무 가지를 흔들며](S+MS), Addio, fiorito asil[잘있으라, 행복했던 집이여](T)

 

결혼식의 밤

 

사전 지식: 3막의 가슴을 울리는 비극. 오페라 나비부인은 결혼에 대하여 순진했고 남편 핀커튼을 너무나 믿었던 초초상에 대하여 초점을 둔 작품이다. 작품에 순수성을 주기 위해 일본 선율이 상당히 사용되었다. 푸치니의 다른 걸작과 마찬가지로 아름다운 멜로디, 숨어있던 인간 본연의 감정을 끌어 올리는 순수한 내용이다. 브로드웨이 뮤지컬 ‘미스 사이곤’의 소재는 바로 ‘나비부인’이다. 플롯이 같다. 다만, 원작에는 없는 헬리콥터가 브로드웨이에는 등장한다. 나비부인은 아이러니컬하게도 전미국에서 가장 많이 공연되는 오페라이다. ‘나비부인’이 공연되면 관중석에서 훌쩍이는 소리와 함께 손수건 또는 클리넥스를 꺼내 드는 사람을 많이 볼수 있다. 일본 나가사키에는 항구가 내려다보이는 언덕에 ‘나비부인의 집’이라는 관광 명소가 있다. 개항후 영국 상인이 살았다는 이 저택은 항구를 내려다보는 언덕에 집이 있는 등 ‘나비부인’의 무대와 설정이 흡사하여 아예 그대로 정하게 되었다는 후문이다.

에피소드: 원래는 3막이 아니라 2막짜리였다. 초연이 있은 날, 관중들은 지루하고 내용도 유치하다느니 하면서 난리도 아니게 비난을 퍼 부었다. 마침 객석에 있던 푸치니는 이미 교통사고 때문에 다리를 다쳐 속이 상해 있는 터에 이 소리를 듣고 ‘짐승만도 못한 사람들 같으니! 그래 소리 지르려면 질러 봐라! 더 크게! 누가 옳은지 알 것이다. 이 오페라야 말로 내가 쓴 작품 중 최고란 말이다!’라고 소리쳤다. 그후 푸치니는 긴 제2막을 둘로 나누는등 몇 군데 손질을 하고 세달 후 다시 내놓았다. 만방의 갈채를 받았다.

 

플라시도 도밍고와 미렐라 프레니. 결혼식 장면


줄거리: 제1막. 나가사키 주둔 미해군 대위 핀커튼(Pinkerton)은 주위의 권고도 있고 해서 가벼운 마음으로 나가사키에 있는 동안 현지처를 갖기로 했다. 다행히 핀커튼대위는 싱글이었다. 중매쟁이 고로(Goro)의 소개를 받은 현지처 대상자는 방년 15세의 꽃다운 게이샤 초초상(Madama Butterfly: Cio-Cio San[蝶蝶橡])이다. 아니, 15세의 소녀와 결혼하다니! 대단한 미군 장교이다. 그런데 그냥 집사주고 동거만 하려고 했는데 초초상측에서는 죽어도 결혼식을 올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몰락한 귀족가문의 여식으로서 먹고 살기위해 게이샤 노릇을 하고는 있지만 돌아가신 아버지에게 정당한 예식도 없이 결혼했다는 것을 신고하고 싶지 않아서란다. 드디어 결혼식 아침이 된다. 핀커튼대위의 친구인 나가사키 총영사 샤플레스(Sharpless)는 핀커튼에게 제발 이 결혼을 좀 신중하게 생각하라고 충고한다.

 

기다림

 

그러나 핀커튼은 오늘은 일단 결혼식 날이니 축배나 들자고 하면서 자기는 얼마 후 미국에 가서 사귀던 여자와 정식 결혼할 계획이라고 말한다. 핀커튼은 친구사이이니까 말해준다고 하면서 실은 오늘 초초상과 결혼하는 것은 식을 올리자고 하니까 하는 것일 뿐이며 자기는 재미만 보면 되는 것 아니냐고 말한다. 어린 신부 초초상이 게이샤 친구들과 함께 도착한다. 초초상은 자기가 얼마나 핀카루톤상(일본식 발음)을 사랑하고 있는지 아무도 모를 것이라고 하면서 자기는 지금 진짜진짜 너무너무 행복하다고 노래한다. 15세의 어린 초초상이 결혼생활에 대하여 무얼 얼마나 아는지는 몰라도 진짜 행복해서 그런 소리를 하는지, 또는 친구들과 친척들 들으라고 그런 소리를 하는지 모를 일이다. 아무튼 초초상은 미국 사람과의 결혼을 위해 개종까지 했다. 일본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불교도이다. 초초상은 기독교로 개종했다. 결혼식은 갑자기 나타난 초초상의 삼촌(본제: Bonze: 불교 승려) 때문에 써늘하게 된다. 삼촌은 조상의 신앙까지도 버리고 양놈하고 살려는 초초상을 저주한다. 손님들은 허겁지겁 흩어져 버리고 아무도 없는 집에서 초초상만 슬피 울고 있다. 우울해 있는 초초상을 핀커튼이 자못 위로한다.

 

본조


제2막. 그로부터 3년이 지난다. 하녀 스즈키(Suzuki)는 한번 떠난 핀커튼이 다시 올것 같지 않다고 하면서 걱정이다. 그러나 초초상은 일자 소식도 없이 3년이 지났건만 핀커튼이 언젠가는 나타나서 ‘나비야!’(초초상)라고 부를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다. 이 때 부르는 아리아가 저 유명한 Un bell di verdimo(어떤 갠 날)이다. 나중에 알게 되지만 핀커튼은 그 사이에 미국에서 케이트(Kate)라는 괜찮은 아가씨와 정식으로 결혼했다. 이 사실을 알고 있는 샤플레스였지만 초초상에게는 그런 얘기를 차마 하지 못한다. 샤플레스에게 핀커튼으로부터 최근 편지가 왔다. 내용은 초초상이 아이를 낳았다고 하는데 그 아이는 자기 자식이므로 아내인 케이트와 합의하여 미국으로 데려가 기르기로 했다는 내용이다. 덧 붙여서 그 아이를 입양하기 위해 며칠후 부인 케이트와 함께 일본에 오겠다는 것이다. 샤플레스는 이 얘기만은 초초상에게 해주지 않을수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정작 초초상을 만나보니 핀커튼이 돌아와서 자기와 아이를 미국으로 데려갈 것이라는 확신이 너무나 크고 간절해서 도저히 말을 전할수 없었다. 그날 오후, 항구에서 대포소리가 들린다. 핀커튼의 배였다. 초초상은 오매불망하던 꿈이 이루어진데 대하여 죽어도 여한이 없는 것 같았다. 마당을 쓸고 청소하며 꿈에도 그리던 낭군이 당장이라도 들어 닥칠 것 같아 설레는 마음을 감추지 못한다. 얼마나 참고 견딘 괴로움의 시절이었던가? 중매장이 고로는 시도 때도 없이 나타나서 돈 많은 야마도리공자의 후실로 들어가라고 성화를 부리지 않았나, 이웃 사람들이 서양놈의 자식이라면서 자기 아들을 없수이여기지 않았나...초초상으로서는 눈물의 3년이었다. 초초상은 사랑하는 낭군 핀커튼을 만나면 무슨 얘기부터 할까라고 생각하며 마치 소녀처럼 들떠 있다. 초초상은 스즈키와 함께 마당의 꽃을 뿌리며 낭군을 환영할 준비를 한다.

 

'꽃의 이중장'. 초초상과 스즈키와 조이. 라 스칼라 무대


제3막. 초초상은 마루에 꿇어 앉아 밤새도록 뜬 눈으로 핀커튼을 기다린다. 허밍 코러스는 초초상의 간절한 마음을 잘 그려주고 있다. 마침내 샤플레스가 핀커튼과 함께 언덕위의 집에 들어선다. 양산을 든 케이트가 뒤 따른다. 초초상과 핀커튼의 감격적인 만남도 잠시뿐, 초초상이 케이트를 발견하고는 불안한 심정을 억누르지 못한다. 초초상은 직감적으로 저 여자가 자기의 아들을 빼앗아 가려고 왔다고 생각했다. 우려는 사실이었다. 앞으로 행복하게 살게 될 것이라는 희망은 한 순간에 사라진다. 초초상은 아무 힘이 없는 자기로서 파란 눈의 아들을 뺏길 수밖에 없는 운명이라고 생각한다. 초초상이 택할 수 있는 길은 좁았다. 돌아가신 아버지가 ‘명예 없이 사는 것 보다 명예롭게 죽는 것이 낫다’라고 말해 준 것을 생각한다. 초초상은 케이트에게 단 5분만 자기 아들과 둘이서 보내게 해달라고 부탁한다. 초초상은 자기 방에서 아들의 눈을 가려 놓은 후(세살짜리 아들의 이름은 Trouble) 병풍 뒤로 돌아가 칼로 자결한다.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는 미국 국기(성조기)를 흔들며 즐겁기만 하다. 방에서 초초상이 쓰러지는 소리가 들리자 언뜻 불길한 예감에 핀커튼이 뛰어 들어가지만 초초상의 몸은 이미 싸늘하게 변해있다. 핀커튼은 그제서여 자기의 잘못으로 한 여인이 한 많은 목숨을 끊은데 대하여 양심의 가책을 받고 쓰러져 울면서 ‘나비야, 나의 나비야!’를 부른다. 샤플레스가 아이를 안고 돌아선다. 엄마의 주검을 보여주고 싶지 않아서였다.

 

비극의 마지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