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오페라 집중 소개/남몰래 읽는 366편

327. Verdi, Giuseppe (베르디) [1813-1901]-리골레토

정준극 2007. 7. 5. 11:30

 

주세페 베르디

 

[리골레토]


타이틀: Rigoletto. 전3막. 리골레토는 만토바공작의 궁정에 붙어살고 있는 어릿광대의 이름이다. 이탈리아어 대본은 프란체스코 마리아 피아베가 썼다. 원작은 프랑스의 문호 빅토르 위고(Victor Hugo)의 희곡 Le roi s'amuse(일락의 왕)이다.

초연: 1851년 베니스 라 훼니체극장

주요배역: 리골레토(어릿광대), 질다(리골레토의 아름다운 딸), 만투아공작(호색한), 스파라푸칠레(자객), 맛달레나(스파라푸칠레의 여동생), 죠반나(질다의 유모), 체프라노백작, 체프라노  백작부인, 몬테로네백작

음악 하이라이트: 리골레토의 감정 폭발을 표현한 음악, 궁정인들의 야상곡 합창, 질다와 리골레토의 마지막 장면 듀엣, 길다의 아리아(그리운 그 이름), 1막에서 공작의 아리아(이것도 저것도), 3막에서 공작의 아리아(여자의 마음)

베스트 아리아: Caro nome[사랑스런 그 이름](S), Questa o quella[이 여자든 저 여자든](T), La Donna é mobile[바람에 날리는 갈대와 같은 여자의 마음](T), Pari siamo[우리는 모두 같은 처지](Bar), Cortigiani, vil razza dannata[궁정의 신하들이여, 죄악이 그대들을 저주하리](T+Bar), Bella figlia d'amore[사랑하는 딸이여](Bar), Piangi, fanciulla[울어라, 나의 딸아](Bar)

 

 리골레토 역의 빌리 다름그라프 파스밴더(Willi Darmgraf Fassbaender)

 

사전 지식: 비웃음과 신랄한 풍자의 꼽추 어릿광대 리골레토의 비극을 그린 작품. 테너가 주역을 맡아야 하는 통념에서 벗어나 바리톤(리골레토)이 주역이다. 팔리아치를 능가하는 어릿광대의 비극 이야기. 아무튼 오페라 리골레토는 베르디의 오페라 중에서 가장 잘 알려진 작품이다. 만투아공작의 아리아 La donna è mobile는 모든 오페라 아리아 중에서 가장 유명한 것으로 이 오페라에서 특별한 작용을 한다. 마지막 장면에서 공작이 이 아리아를 부를때 리골레토는 공작이 아직 살아 있는 것을 알고 전율한다. 몬테로네의 저주는 이 오페라에서 자주 등장하는 테마이다. 서곡에도 나온다.  

에피소드: 이 오페라는 문호 빅토르 위고가 쓴 프랑스 국왕 프랑소아 1세를 비판하는 ‘일락(逸樂)의 왕’이라는 소설을 기본으로 하고 있다. 베르디가 이 오페라를 작곡한 당시의 이탈리아는 오스트리아 제국의 영향아래 있었다. 그리고 오스트리아는 정치적으로 프랑스와 밀접한 관계에 있었다. 때문에 프랑소아 1세를 빗대어 쓴 ‘일락의 왕’이 오스트리아 검열당국을 통과할리 없었다. 베르디와 피아베는 무대를 프랑스에서 만투아(Mantua)로 옮겨 겨우 공연허가를 얻을수 있었다. 만투아는 공작이 통치하는 작은 공국이었다.

 

 질다 역의 에디타 그루베로바(Edita Gruberova)

줄거리: 제1막. 16세기 이탈리아의 만투아 국. 만투아공작의 궁정에서는 춤과 함께 웃음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만투아공작은 돈 조반니에 필적하는 섹스광이다. 여성편력의 일인자, 게걸스런 쇼비니스트(Chauvinist), 파렴치한 인면수심의 호색한이다. 치마만 둘렀다하면 유부녀이든 처녀이든 상관하지 않고 욕심을 채우는, 부끄러움이 무엇인지 모르는 그런 인물이다. 만투아공작의 아리아 Questa o quella(이 여자든 저 여자든)은 그의 그런 습성을 그대로 보여주는 아리아이다. 공작은 그의 명성을 입증이라도 하듯 파티에 참석한 여자 손님 미시즈 체프라노(Ceprano)를 바로 남편의 면전에서 반강제적으로 유혹하여 자기 침실로 데려간다. 하지만 체프라노백작은 계급에 눌려 한마디 항의도 못한다. 이 모습을 보고 리골레토가 특유의 풍자로 ‘오죽 못났으면 자기 와이프 하나 건사하지 못하느냐?’는 식으로 비웃는다. 평소 리골레토가 상전만 믿고서 그저 기회만 있으면 빈정대는 통에 못 마땅하게 생각하고 있던 다른 귀족들은 공작이 파티장에서 사라지자 ‘옳다! 때는 이때다!’라고 하면서 리골레토를 심하게 구박한다. 사람들은 리골레토에게 꼽추인 주제에 무슨 재주가 있는지 반반하게 생긴 어떤 젊은 애인을 숨겨 놓고 있다고 놀리다가 ‘당신도 언젠가는 눈에서 피눈물 날꺼야! 공작이 당신 애인인들 가만 놔둘 줄 아나?’라고 놀려준다. 이 말에 리골레토는 흠칫한다. 실은 자기에게 몰래 숨어 살게 하고 있는 어여쁜 딸 하나가 있기 때문이다.

 

 만투아 공작 역의 엔리코 카루소(Enrico Caruso)


제2막. 어두운 뒷골목. 스파라푸칠레(Sparafucile)라고 하는 자객이 리골레토에게 접근한다. ‘당신 무슨 고민이 있는 것 같은데 내가 해결해 줌세! 누군지 모르지만 돈만 주면 쥐도 새도 모르게 없애 주겠네!’라고 제안한다. 리골레토는 이 제안을 거절한다. 스파라푸칠레는 언제든지 찾아오라고 하면서 사라진다. 리골레토가 어느 집 앞에서 문을 두드린다. 바로 체프라노백작의 옆집이다. 그런 집 옆에서 살면 사람들의 눈길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안에서 아주 순진하게 생긴 어여쁜 아가씨가 나온다. ‘아빠!’ ‘오, 내 딸아!’ 두 사람은 반갑게 포옹한다. 리골레토가 이 세상에서 무엇보다도 귀중하게 여기는 딸 질다(Gilda)이다. 리골레토는 자기 딸이 이미 공작과 데이트한 것을 눈치 챈다. 공작은 리골레토가 몰래 찾아가는 집을 지키고 있다가 그 집에 어여쁜 아가씨가 살고 있는 것을 알게 되고 이 순진한 아가씨(질다)를 유혹하려면 역시 순진한 청년으로 변장하여 접근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하여 착실한 대학생으로 변장하고서 질다에게 접근하는데 성공했던 것이다.

 

 전설적인 질다 역의 엘리자베트 슈봐르츠코프(Elisabeth Schwarzkopf)

 

순진표 질다는 공작을 진짜 대학생인줄로 믿고 그를 열렬히 사랑하게 되었다. 질다의 아리아 ‘사랑스런 그 이름이 나의 마음을 처음으로 세차게 두드렸네!’(Caro nome che il mio cor)는 대단히 아름다운 곡이다. 잠시후 체프라노백작과 공작의 하인들이 리골레토의 집에 나타난다. 하지만 백작은 아무도 자기를 알아 볼수 없도록 복면을 하고 왔다. 사람들은 리골레토에게 공작의 명령으로 궁정에서 도망간 체프라노 백작부인을 납치하려고 왔다고 하면서 아무래도 옆집에서 사는 사람의 도움이 필요할것 같아 들어왔다고 둘러댄다. 실은 궁정에서 리골레토에게 멸시 당한 것을 복수하기 위해 복면을 하고 리골레토의 애인이라고 생각되는 여자를 납치하러 온 것이다. 너도 한번 당해봐라! 체프리노백작은 아무도 알아 볼수 없도록 리골레토에게도 복면을 쓰도록 한다. 이렇게 리골레토를 속인 체프라노백작은 우선 리골레토를 꼼짝 못하게 묶고 집 밖에서 기다리도록 한다. 이어 부하들과 함께 방으로 들어가 질다를 납치해 간다. 이상한 느낌에 리골레토가 얼굴을 덮은 복면을 벗어 던지고 보니 이미 질다는 납치당한 뒤였다.

 

귀족들에게 조롱당하는 리골레토(Carlos Alvare)

 

제3막. 공작의 하인들이 질다를 공작에게 데리고 와서 리골레토의 숨겨놓은 애인을 데려왔다고 보고한다. 공작은 자기가 유혹하려던 질다를 납치해 온 것을 알고 기뻐한다. 한편, 리골레토는 딸을 찾기 위해 미칠 지경이 된다. 궁정에서는 다시 파티가 진행되고 있었다. 자기의 직업이 남을 웃기는 것이라는 것을 잊지 않은 듯, 리골레토는 분함과 절망과 비탄의 마음을 삼키면서 ‘트라 랄 라’ 라고 노래를 부른다. 참으로 비통한 아리아이다. 리골레토는 질다가 공작의 침실에 붙잡혀 있는 것을 알게 된다. 리골레토는 죽음을 무릅쓰고 공작의 침실에 뛰어든다. 리골레토는 불쌍한 질다가 겁에 질려 떨고 있는 모습을 보고 ‘이 아이는 내 딸이요! 사랑하는 나의 딸이요!’라고 소리친다. 질다가 리골레토를 보고 뛰어와서 품에 안긴다. 사랑하는 대학생이 양의 가죽을 쓴 공작이라니! 질다는 울기만 한다. 리골레토는 분노를 삭이면서 딸을 위로한다. ‘딸아, 울지 마라! 모두 내 잘못이다. 내가 너를 지켜주마! 오늘 밤 우리 아무도 모르는 저 멀리 떠나자!’...리골레토는 주위의 귀족들을 쳐다보며 ‘아직 게임은 끝나지 않았다’라는 말을 던진다.

 

 자객 스파라푸칠레와 리골레토


제4막. 리골레토와 질다는 교외의 한적한 스파라푸칠레의 집에 숨는다. 하지만 질다는 마음이 편치 않다. 자기를 멸시하고 능욕한 사람을 사랑하게 된 것이다. 어떻게 그럴 수가 있는가? 여자의 마음을 누가 짐작이나 하겠는가? 리골레토는 이러한 질다의 마음을 알고서 고민한다. 이 한적한 주막집에 공작이 신분을 감추고 찾아온다. 스파라푸칠레의 여동생 맛다레나(Maddalena)를 유혹하려고 온 것이다. 스리 테너의 한 사람이라고 해도 무방할 공작은 저 유명한 La donna é mobile를 부른다. (아마 이보다 더 유명한 오페라 아리아는 없을 것이다. 리골레토 공연을 본 사람이면 밤에 자면서도 이 아리아를 흥얼거릴 정도이다. 원래 가사는 갈대가 아니라 깃털이다.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이 아리아를 번역할 때에 깃털이라고 하면 어색하기 때문에 갈대라고 원문에도 없는 가사로 바뀌어졌고 그대로 오늘날까지 갈대가 통용되고 있다.) 문틈으로 공작과 맛다레나가 수작 부리는 것을 본 질다와 리골레토의 마음은 착잡하기만 하다. 집안에서는 공작과 맛다레나가 서로를 유혹하는 노래를, 집 밖에서는 질다의 애타는 마음, 그리고 리골레토의 불운을 한탄하는 노래가 어우러져 기막힌 4중창을 이룬다.

 

 리골레토 포스터

 

리골레토는 질다에게 남자의 옷을 입혀 저 멀리 베로나로 떠나라고 말하고 자기는 나중에 쫓아가겠다고 한다. 그리고 집안으로 숨어 들어가 자객 스파라푸칠레에게 돈을 주면서 저 남자를 죽여 달라고 부탁한다. 이 얘기를 엿들은 여동생 마닷레나는 어느새 공작을 사랑하는 마음이 생겨 오빠인 자객에게 저 청년은 죽이지 말고 대신 지금부터 이 주점에 처음 들어오는 사람을 죽여 부대자루에 넣어 리골레토에게 주면 되지 않겠느냐고 간청한다. 여동생이 간절히 바라는 바람에 자객도 그러겠다고 대답한다. 아무나 죽여서 부대자루에 넣어 주면 누군지 알겠느냐는 생각에서이다. 폭풍우가 몰아치는 그 때에 어떤 남자가 주막 안으로 들어온다. 어두운 주막 안에서 자객의 칼이 번뜩인다. 자객은 죽은 남자를 부대자루에 넣어 집 밖의 강에서 배를 타고 기다리는 리골레토에게 건네준다. 리골레토는 공작이 죽었으니 이제 모든 것이 끝났다고 생각해서 기쁜 마음이다. 그런데 아무래도 느낌이 좋지 않다. 급히 자루를 풀어보니 이게 웬 일인가? 사랑하는 딸 질다가 칼에 맞아 죽어가고 있는 것이 아닌가? 남장을 한 질다는 리골레토와 자객이 하는 말을 듣고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자기가 대신 죽기로 했던 것이다. ‘아, 이 못난 딸아! 아, 이 무슨 운명이란 말인가?’....리골레토의 울음 섞인 탄식에 강물도 숨을 죽이고 있다.

 

 사랑하는 딸 질다의 죽음에 비참해 하는 리골레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