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오페라 집중 소개/남몰래 읽는 366편

340. Wagner, Richard (리하르트 바그너) [1813-1883]-뉘른베르크의 명가수

정준극 2007. 7. 5. 11:39

 

리하르트 바그너

 

[*뉘른베르크의 명가수*]


타이틀: Die Meistersinger von Nürnberg (The Master-Singers of Nuremberg). 전3막. 바그너가 대본을 썼다.

초연: 1868년 독일 뮌헨 왕실궁정국립극장

주요배역: 에바(포그너의 딸), 바이트 포그너(금세공장인), 발터, 한스 작스(구두장인), 다비드(한스 작스의 도제공), 한스 작스(구두장인), 쿤츠 보겔게장(모피장인), 콘라트 나하티갈(주석장인), 식스투스 베크메써(마을 서기, 심사위원), 프리츠 코트너(제빵장인), 발타자르 초른(백랍장인), 울리히 아이쓸링거(식료품상인), 아우구스틴 모저(양복장인), 헤르만 오르텔(비누장인), 한스 슈바르츠(양말장인), 한스 폴츠(구리장인), 마그달레나(에바의 보모)

음악 하이라이트: 발터의 프라이즈 송, 베크메써의 루트 전주곡, 베크메써의 세레나데, 사람들의 인사를 받는 한스 음악, 축제 테마음악(서곡), 1막의 합창, 에바-막달레느-발터-작스-다비드의 5주창

베스트 아리아: Preislied(T), Wahn! Wahn! überall Wahn![기만, 기만, 모두가 기만이다](T), Was duftet doch der Flieder(T), Nun hört und versteht(T), Morgenlich leuchtend in rosigem Schein[장미빛 처럼 밝은 아침빛](T, 수상곡)

사전 지식: 마음을 훈훈하게 해주는 사랑의 코미디. 믿거나 말거나 바그너 유일의 코미디 작품이다. 이른바 ‘성스러운 독일예술’의 표본이다. 다른 작품에서처럼 공허한 신들이 나오지 않으며 마법도 없다. 전설적인 스토리가 아니라 실화에 바탕을 둔 것이다. 중세에 있었던 독일 뉘른베르크 명가수연맹의 노래경연대회 이야기이다. 구두장이 겸 시인인 한스 작스(Hans Sachs)는 실존 인물이다. 바그너 특유의 라이트모티브가 전편을 누빈다. 약 40개의 라이트모티브가 서로 얽혀있다. 그중 10개 이상은 유명한 서곡에서 사용된 것이다. 3막에 나오는 ‘도제공(Apprentices)들의 춤’과 ‘장인(Master)들의 입장’은 연주회 프로그램에 많이 등장하는 곡이다. 명가수의 수상곡인 Morgenlich leuchtend in rosigem Schein은 별도로 편곡되어 연주되는 경우가 많다. 오스트리아의 작곡가 겸 바이올리니스트인 프릿츠 크라이슬러(Fritz Kreisler)는 이 노래를 기악곡으로 편곡했다. 유명한 첼리스트 파블로 카잘스(Pablo Casals)도 이 노래를 주제로 첼로 편곡을 만들었다.


주의 사항: 이 오페라는 공연 시간이 가장 긴 작품이다. 완전 공연에는 무려 다섯 시간이 걸린다. 하지만 좋은 음악, 재치 있는 내용으로 충분히 보상받을 수 있다. 다만, 장시간 공연으로 배가 고플 터이니 먹을 것을 좀 준비해 가는 것이 좋을 것 같다. 그나저나 배고픈 쪽은 오히려 출연진들일 것이다.


에피소드: 바그너 작품에 대하여 쉬지 않고 독설과 핀잔을 퍼부었던 평론가로서 에두아르트 한스리크(Eduard Hanslick)라는 사람이 있었다. ‘뉘른배르크의 명가수’의 노래 심사위원으로 아주 고약하고 편협한 성격의 베크메써(Beckmesser)라는 사람이 등장한다. 이 사람으로 말하자면 무엇이든지 혁신적이거나 새로운 것을 아주 싫어하는 성격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명가수’에서 노래 경연대회에 참석한 가수들이 무척 싫어하였다. 자, 이 정도면 무슨 얘기를 하는지 알 것이다. 바그너는 아무 도움도 되지 않는 독설적인 비평가 한스리크에게 ‘명가수’를 통하여 한방 먹인 것이다. 이 오페라의 초고에는 베크메써라는 이름 대신에 한스리크라고 써있을 정도였다.

 

 한스 작스 역의 베이스 프리드리히 쇼르(Firedrich Schorr)


줄거리: 1500년대의 뉘른베르크가 무대이다. 교회에 간 예쁜 에바(Eva)는 예배보다도 건너편 자리에 앉아 있는 늠름하게 잘생긴 발터(Walther)에게 눈길을 주기에 바쁘다. 에바의 친구로서 간호원인 막델레네(Magdelene)가 못마땅하다는 표정이다. 사실 에바는 속이 상해 있다. 에바의 의사와는 아무런 상관없이 에바의 아버지가 내일 열릴 전국노래자랑에서 1등을 차지하는 사람을 사위로 삼겠다고 공언했기 때문이다. 어차피 아버지의 말을 거역할수 없는 에바는 발터가 제발 우승하기를 바라고 있다. 하지만 발터는 무슨 노래를 어떻게 불러야 할지 아직 아무런 준비가 되어 있지 못한 형편이다. 한마디 더 한다면, 이 노래자랑에서 우승을 차지하면 이른바 명가수노래조합에 가입할 수 있다. 대단한 명예이다. 그리고 기왕에 말이 나온 김에 얘기하자면 도대체 바그너의 오페라에는 여자를 무슨 상품이나 사고팔 수 있는 물건처럼 등장시키기가 일수인데 요즘으로서는 말도 안 되는 내용이 아닐 수 없다.

 

 노래경연대회에서 우승을 해야 사랑하는 에바와 결혼할수있는 발터 (Placido Domingo)


노래경연대회 출전자들이 먼저 들어오고 뒤를 이어 심사위원들이 등장한다. 빤빠라 빰빠~~ 대단한 전주곡이 이들의 등장을 알린다. 전년도 명가수 전원, 에바의 아버지인 포그너(Pogner), 면사무소 서기인 마음 고약한 베크메써(Beckmesser), 그리고 구두장이인 한스 작스가 심사위원들이다. 이 한스 작스로 말하자면 오늘 출전할 다비드(David)의 고용주 겸 성악선생으로 아주 재치 있는 인물이다. 발터로서는 우선 예선을 통과해야 한다. 심사위원장인 베크메서가 칠판에 주의 사항을 잔뜩 적어 놓는다. 음정 하나라도 잘못이 있으면 감점, 노래는 4행시여야 하며 음절(실러블)이 정확해야 하고 가사는 운율에 맞아야 함, 다른 출전자를 비방하거나 불이익을 주는 비신사적인 행동을 해서는 안 됨, 심사위원들에게 지나치게 아첨하는 것은 절대 금지 등등이다.

 

한스 작스 역의 디트리히-피셔 디스카우(Dietrich-Fischer Dieskau)

 

발터는 최선을 다했다. 하지만 한심할 정도로 형편없었다. 심사위원장 베크메써가 발터의 노래를 중간에서 중지시키고 ‘자네의 노래는 너무 틀린 데가 많아서 감점을 적어 넣을 여백조차 없으니 큰일이다’라고 소리쳤다. 에바의 아버지와 구두장이 한스 작스는 발터가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했지만 심사위위원장인 베크메써가 하도 난리를 치며 발터에게 야단을 치는 바람에 한 마디도 못했다. 결국 발터는 미역국을 먹었다. 노래경연대회는 1부를 끝내고 잠시 휴식시간을 갖기로 했다.

 

신발가게를 찾아온 에바 


제2막. 다비드를 비롯한 젊은 참가자들은 휴식시간을 이용하여 가게 셔터를 내리고 각각 연습에 열중이다. 다비드는 여자 친구인 막델레네에게 오전의 경연대회에서 발터가 형편없는 점수를 받았다는 얘기를 해준다. 막델레네는 쏜살같이 에바에게 이 소식을 전한다. 에바와 발터는 기왕에 정당하게 결혼하지 못할 것으로 생각하여 몰래 가출할 계획까지 세운다. 도망작전 제1단계로서 에바와 막달레나가 서로 옷을 바꾸어 입어 교란작전을 펼친다는 것이다. 다른 사람들이 에바를 알아보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한스의 구두방에서 에바와 막델레네는 서로 옷을 바꾸어 입는다. 저만치서 에바(실은 막델레네)의 모습을 본 심사위원장 베크메써가 1등상품인 에바에게 할 얘기가 있어서 구두방 안으로 따라 들어온다. 꼴에 에바를 짝 사랑하고 있던 베크메써는 이번참에 에바에게 사랑을 고백하려고 따라 들어온 것이다. 베크메써는 창문에 기대어 서있는 에바(실은 막델레네)를 보고 세레나데를 부른다. 베크메써가 노래경연대회에서 부를 노래이다. 베크메써는 심사위원이지만 자기도 노래경연대회에 참가하여 1등을 차지할 작정이라고 말하며 그래야 예쁜 에바와 결혼할수 있지 않느냐고 하면서 기염이 대단하다.

 

구두장이 한스 작스 역의 로렌스 티베트(Lawrence Tibbett) 

 

마침 또 다른 심사위원인 구두장이 한스 작스가 들어와 이 모습을 보고는 베크메써에게 자기가 그 노래를 심사할 터인데 만일 노래를 잘못 부르면 망치로 구두 작업대를 한 번씩 치겠다고 말한다. 저녁 먹은후 노래경연대회가 다시 시작된다. 베크메써가 출전하여 노래를 부르기 시작한다. 자꾸 틀리기 때문에 한스 작스의 망치 소리가 쉬지 않고 들린다. 그런데 다비드가 가만히 보니 베크메써가 자기의 애인인 막델레네(실은 에바)에게 세레나데를 부르는 것이 아닌가? 화가 치민 다비드는 치즈덩어리를 있는 대로 집어 들고 베크메써에게 던진다. 미국판 슬랩스틱이다. 마침 야경꾼이 무슨 소동인가 궁금해서 나타나는 바람에 밤중에 거리를 돌아다니는 것이 야경꾼에게 발견되면 좋지 않으므로 동네 사람들은 모두 집으로 돌아간다. 이제 조용해진 광장에서 야경꾼이 ‘아니 벌써 밤 11시네.’라고 말한다. 매사에 정확한 바그너도 시간 개념이 없었던 모양이다. 실은 새벽 두시가 넘었는데 말이다.

 

에바 역의 전설적 소프라노 마리아 예리차


제3막. 한스 작스 구두방에도 아침이 왔다. 한스는 오늘 노래 경연대회에 출전하는 자기 가게의 견습공인 다비드에게 간단한 노래 레슨을 하고 있다. 다비드를 내보내고 나서 한스는 만사 웃기는 세상이라는 의미에서 ‘미쳤지! 미쳤어! 모두 바보들이야!’ (Wahn! Wahn! Überall Bahn!)라는 재미있고도 심오한 노래를 부른다. 잠에서 깬 발터가 한스에게 꿈에 기막히게 멋있는 노래를 알게 되었다고 말한다. 한스는 어디 한번 불러 보라고 하고는 발터가 노래를 부르자 받아 적는다. 한스는 발터가 꿈에서 배웠다는 노래가 바로 이 노래라면 우승은 따다놓은 당상이라고 생각한다. 이들이 방을 나서자 마침 노래 소리를 듣고 방으로 숨어 들어온 베크메써가 발터의 노래를 적은 악보를 몰래 집어간다. 자기가 이 노래를 불러 우승을 차지하겠다는 속셈에서이다. 베크메써가 악보를 슬쩍 한 사실을 알고 있던 한스는 아무리 그래도 기본적으로 노래 실력이 엉터리이니 걱정할것 없다는 생각에 베크메써에게 그 악보를 선물로 준 셈으로 친다.

 메트로폴리탄 공연을 담은 DVD


에바는 자기 아버지에게 구두를 수선해야 한다는 핑계를 대고 애인인 발터가 궁금해서 그를 만나러 구두방을 찾아온다. 발터는 에바에게 꿈에서 배운 노래를 한번 들어보라고 들려준다. 에바는 노래가 너무나 멋있어서 완전히 넋이 나갈 정도이다. 한편, 한스는 다비드를 견습딱지를 떼어주고 막달레네와 결혼할 수 있도록 해준다. 모두들 행복한 순간이다. 모두들 노래경연장으로 향한다. 저 멀리 초원에서는 노래와 춤이 흥겹다. 노래조합 사람들의 행렬도 볼만하다. 오늘의 심사위원인 한스가 첫 번째 출연자를 소개한다. 베크메써이다. 그런데 한스의 구두방에서 입수한 노래 악보를 절반밖에 외지 못하였기 때문에 결국 엉망으로 노래를 부르다가 중간에 ‘땡’ 소리와 함께 내려간다. 화가 치민 베크메써는 실은 이 노래를 심사위원인 한스가 작곡했다고 외치면서 자기가 이렇게 노래를 못부른 것은 순전히 한스의 탓이라고 돌린다. 한스는 ‘노래가 무슨 죄가 있느냐? 잘 못 부른 것이 죄이지!’라면서 발터를 다음 출연자로 소개한다. 발터가 무대에 올라와 기가 막히게 노래를 부른다. 관중들은 넋이 나간다. 드디어 발터가 대상을 차지한다. 에바와 결혼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명가수로서 노래조합원으로 들어 올수 있게 되었다. 발터는 약간 거절하는 척하다가 노래조합원의 자격을 수락한다. 모두들 박수를 보낸다. 이렇듯 내용은 아주 간단하기 때문에 별것 아니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음악은 정말 훌륭하다.

 

 명가수 선발 장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