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오페라 집중 소개/남몰래 읽는 366편

352. 쿠르트 봐일의 '마하고니 도시의 흥망'

정준극 2007. 7. 5. 11:49

쿠르트 봐일

 

[마하고니 도시의 흥망]


타이틀: Aufstieg und Fall der Stadt Mahagonny (Rise and Fall of the City of Mahagonny). 전3막. 쿠르트 봐일의 콤비인 베르톨트 브레헤트(Bertolt Brecht)가 독일어 대본을 썼다.

초연: 1930년 라이프치히 노이에스  테아터(Neues Theater)

주요 배역: 제니 스미스(흑백 혼혈의 창녀), 지미(짐) 마호니(벌목공: 도망자), 레오카디아 베그빅(주점의 마담: 도망자), 패티(회계사: 도망자), 트리니티 모세스(도망자), 제이콥 슈미트(지미의 친구), 알라스카 월프 조(지미의 친구)

베스트 아리아: 알라바마 송, 베네레스 송

사전지식: 쿠르트 봐일은 동료 대본가인 브레헤트와 공동으로 ‘마하고니 도시의 흥망’이라는 제목의 오페라를 내놓기 몇년전에 독일 징슈필(Singspiel) 스타일의 Kleine Mahagonny(작은 마하고니)라는 작품을 완성했다. ‘작은 마하고니’는 성악가 몇명과 소규모 오케스트라의 연주로 1927년 바덴-바덴에서 열린 독일실내악페스티벌에서 공연되었다. 이 때 선을 보였던 열곡의 음악은 나중에 봐일이 본격 오페라를 완성할 때에 거의 모두 그대로 반영하였다. 예를 들면 알라바마 송(Alabama Song)과 베나레스 송(Benares Song, 인도 베나레스 지방의 전통음악)이다. ‘마하고니 도시의 흥망’은 자본주의를 반대하는 내용 때문에 독일 사회당의 후원을 받아 1930년 라이프치히에서 무대에 올려지게 되었고 이듬해에는 베를린까지 진출하였다. 그러다가 1933년 나치는 이 오페라의 공연을 금지하였다. 아마 봐일이 유태계통이었기 때문인것 같았다. 그로부터 이 오페라는 1960년대 까지 제대로 공연되지 못하였다.

 

 주점의 마담인 베그빅 역의 마가레트 톰슨(Margaret Thompson)


‘마하고니...’는 1960년대 중반에 들어서서 관심을 받게 되어 세계 여러나라에서 공연되기 시작했으나 그다시 큰 성공은 거두지 못하였다. 가장 큰 이유는 봐일-브레헤트의 새로운 작품인 The Threepenny Opera(서푼짜리 오페라)가 더 인기를 끌었기 때문이었다. 뿐만 아니라 ‘마하고니...’는 사회규범에 어울리지 않는 내용이며 음악도 허공을 유령처럼 배회하는 것이라는 평판 때문에 인기를 끌지 못하였다. 하지만 긍정적인 평가도 있다. 유명한 오페라 역사학자인 헤르베르트 린덴베르거(Herbert Lindenberger)는 그의 저서 ‘역사 속의 오페라’(Opera in History)에서 봐일의 ‘마하고니...’와 쇤베르크의 ‘모세와 아론’은 현대주의 오페라의 양 기둥이라고 논평한 것만 보아도 알수 있다. ‘마하고니...’에 나오는 음악은 여러 스타일을 망라하고 있다. 래그 타임(Rag time), 재즈, 그리고 전통적인 대위법을 사용한 부분도 있다. 대본은 독일어이지만 알라바마 송과 베나레스 송의 가사는 영어로 되어있다. ‘마하고니...’의 영어 대본도 있다. 하지만 독일어 대본의 공연을 하더라고 알라바마와 베네레스 노래들은 영어로 부르도록 했다. 오페라적으로 보면 ‘마하고니...’의 음악이 ‘서푼짜리...’보다 훨씬 우수하다는 평을 받고 있다.

에피소드: ‘마하고니...’라고 하면 로테 렌야(Lotte Lenya)를 생각하지 않을수 없다. 로테 렌야는 작곡자 봐일의 부인으로 가수이며 배우이다. 1931년 ‘마하고니...’의 베를린 초연에서 여주인공인 제니를 맡아 대단한 호평을 받았다. 담배를 피고 있는 로테 렌야의 당시 포스터는 오페라 연혁에 있어서 기념비적인 것이었다. 당시 로테 렌야가 부른 노래는 요즘으로 쳐서 빌보드 챠트 2년 연속 1위였다. 로테 렌야는 봐일의 오페라에 단골 출연했다. ‘서푼짜리...’에서 제니역활을 맡아 호평을 받았고 ‘일곱가지 큰 죄악’에도 단연 주역으로 출연했다. 로테 렌야는 영화에도 여러번 출연했다. 가장 최근의 영화는 1960년대에 출연한 007 시리즈의 From Russia with Love(우리나라에서는 '위기일발 007'이라는 제목이었음)였다. 러시아 비밀공작요원인 로사 크레브로 출연했었다.

 

 의자가 새로운 자본주의 사회에서 새로운 센세이션을 끊임없이 추구하는 도구로 표현된 1992년 슈투트가르트 공연


줄거리: 무대는 미국의 어디라도 좋다. 상상속의 마을이다. 세명의 범죄자가 멀리 도망치다가 추격이 미치지 못하는 어느 적당한 곳에 정착하여 마을을 세우기로 한다. 마하고니(Mahagonny)마을이다. 세명의 범죄자는 포주마담인 레오카쟈 베그빅(Leokadja Begbick), 회계사로 장부를 날조하다 걸린 뚱보 홰티(Fatty), 그리고 무슨 죄목으로 도망자가 되었는지 확실치 않은 트리니티 모세스(Trinity Moses: 트리니티는 성3위일체이며 모세는 이스라엘 백성들을 애급에서 이끌고 탈출한 성서의 인물이다)이다. 이 새로운 마을에서는 돈만 있으면 무엇이든지 할수 있다. 음주, 도박, 격투경기, 매춘 따위가 마을 사람들의 직업이었다. 마하고니 마을은 나쁜 의미에서 명성이 높아지기 시작했다. 그래서 멀리서부터 범법자등 별별 사람들이 마하고니를 찾아오기 시작했다. 쿠바 출신의 혼혈녀인 제니(Jenny)가 친구들과 함께 찾아왔다. 창녀들이었다. 제니를 비롯한 여자들은 술집의 마담 베그빅의 그늘에 들어가 일을 하게 되었다. 얼마후에는 벌목꾼들인 짐, 제이크, 빌, 조 등이 마을을 찾아왔다. 어느날, 짐은 제니와 하룻밤을 지내게 되었다. 돈이 없었던 짐은 포주 마담인 베그빅에게 30불 외상으로 제니와 하루밤을 보냈다.

 

마하고니의 베를린 초연의 포스터와 제니역을 맡은 로테 렌야 . 작곡자 쿠르트 봐일의 부인


태풍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마을은 큰 혼란에 빠졌다. 태풍이 휩쓸고 지나가면 마을이 남아나지 않을 것이므로 모두들 공포에 질려 있다 (태풍은 마을 사람들에 대한 하나님의 노여움을 표현한 것이다). 다행히 태풍은 마하고니 마을을 비껴 지나갔다. 마을은 예전처럼 술과 도박과 매춘, 그리고 죽을 때까지 싸우는 격투가 난무하는 곳이 되었다. 탐욕과 폭력과 섹스가 판을 치는 별천지였다. 그런중에도 사랑이란 이름의 감정이 솟아났다. 사로 사랑하게 된 짐과 제니는 더 이상 마하고니 마을에서 살수가 없다고 생각하여 도망을 가기로 했다. 그러나 도망가기도 전에 짐이 마을 경찰에게 체포되는 사태가 일어났다. 마담 베그빅에게 30불을 갚지 않아서였다. 짐은 감옥에 갇히게 되었다. 마침 감옥에는 살인범이 하나 있었다. 하지만 돈으로 뇌물을 써서 무죄석방되었다. 짐은 돈이 없어서 그대로 갇혀 있게 되었다. 친구들에게 돈을 빌리려 했으나 아무도 그만한 돈이 없었다. 짐은 사형을 선고 받았다. 짐은 빚이야 말로 마하고니에서 유일한 범죄라는 것을 깨달았다. 유전무죄, 무전유죄였다. 짐은 단 30불을 갚지 못하여 전기의자에 앉게 되었다 (어떤 버전에는 교수대로 끌려갔다고 되어 있다). 오페라의 마지막은 마을 사람들이 피켓을 들고 소리치며 데모하는 장면이다. 사람들은 마을에 방화를 하고 보는 대로 부셔버린다. 어떤 사람들은 자본주의의 세계를 요구한다. 또 어떤 사람들은 면허주의를 주장한다. 무슨 일이든지 면허를 받은 사람만이 할수 있도록 하자는 주장이다. 그러는중 무명의 어떤 사람의 대사가 마지막의 의미를 더 해준다. Koennen uns und euch und niemand helfen(아무도 우리를, 당신을, 누구도 도울수 없다)라는 말이었다. 마을 사람들은 계속해서 행진하였다. 도대체 어디로, 무엇 때문에 몰려가는지 아무도 모른다. 

 

 마하노니 도시의  무전유죄 죄수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