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오페라 집중 소개/남몰래 읽는 366편

353. 쿠르트 봐일의 '서푼짜리 오페라'

정준극 2007. 7. 9. 09:54

 

쿠르트 봐일(Weill, Kurt : 1900-1950)

 

[서푼짜리 오페라]


타이틀: Die Dreigroschenoper (The Threepenny Opera: 삼문 오페라). 서막과 3막으로 구성된 음악이 있는 연극. 봐일과 콤비인 독일 극작가 베르톨트 브레헤트(Bertolt Brecht)가 대본을 썼다. 기둥줄거리는 존 게이(John Gay)의 The Beggar's Opera(거지 오페라)에서 가져왔다.

초연: 1928년 베를린 쉬프바우어담(Schiffbauerdamm)극장

주요배역: 맥히드(거지깡패들의 두목: 보통 맥이라고 부름), 폴리(조나단 피첨의 딸), 조나단 피첨(가게 주인), 타이거 브라운(경감), 제니(창녀), 루시(브라운 경감의 딸)

음악 하이라이트: 맥 더 나이프(Mac the Knife) 노래

베스트 아리아: Die Moritat von Mackie Messer[맥 더 나이프의 발라드](B), Ballade vom angenehmen Leben[이지 라이프의 발라드](T), Boritat und Schlussgesang[마지막 노래의 발라드]

사전지식: 가히 혁명적인 작품이라고 할수 있는 이 작품은 외계적 테크닉이라고 부르는 ‘제4의 벽’을 깨트리고 관객에게 직접 도전하고 있다. 예를 들면 여러 가지 슬로간들은 벽에 투영되도록 했고 간혹 주인공들이 피켓을 들고 다닌다든지 또는 관중들에게 등을 돌리고 한동안 서 있도록 한다든지 하는 것이다. 아방 갸르드적 해프닝이라고 할수 있다. 이 작품은 일상적인 사고방식에 대하여, 심지어는 일반적인 극장 무대에 대하여 도전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이 작품은 대단히 현학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다. ‘누가 더 큰 도둑인가? 은행을 훔친 사람과 은행을 설립한 사람중에서!’ 아무튼 평범하지 않은 타이틀과 외계적인 테크닉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은 뮤지컬 코미디로서 많은 사랑을 받았다. 서곡을 제외하고는 음악의 형태가 아주 단순하다. 그리고 오케스트라는 마치 작은 재즈 밴드처럼 소규모이다.  존 게에(John Gay)의 풍자극인 ‘거지 오페라’와 ‘서푼짜리 오페라’에 등장하는 주인공은 똑같이 맥히드(MacHeath)이다. 존 게이의 연극에서는 노상강도이지만 봐일의 ‘서푼짜리 오페라’에서는 사업가라고 자처하는 아주 못되고 흉악한 반영웅적 범죄인이다. ☻ Mack the Knife라는 용어는 원래는 짧은 칼을 들고 다니며 사람들을 위협하는 맥이란 뜻이지만 요즘에는 부하들을 못살게 구는 두목이라는 뜻으로 쓰고 있다. 예를 들어 새로 사장이 된 사람이 함부로 부하들을 파면시키고 마음대로 임금을 착취하는 악덕인이라면 그를 맥 더 나이프라고 부른다.

에피소드: 작곡자 봐일은 재즈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막이 오르면서 시작되는 노래 Die Moritat von Mackie Messer는 루이 암스트롱이 Mack the Knife라는 노래로 불렀고 나중에 보비 대린이 팝송으로 불러 대단한 인기를 차지했던 곡이다. ‘서푼짜리 오페라’에 나오는 노래들은 1920년대 독일에서 누구나 즐겨 부르는 노래들이었다. 게오르그 그로스츠(Georg Grosz)시대의 음악이다. 다시 말하여 이른바 당시의 독일식 재즈형태였으며 여기에 탱고와 폭스트로트와 같은 당시 유행이었던 춤곡들이 가미되었다. 이같은 스타일은 얼마전까지만 해도 Kleine Dreigroschenmusik(작은 서푼짜리 음악)이라는 명칭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 

 

맥은 누구보다도 부조리의 사회에 대한 거부반응이 크다. 

 

줄거리: 무대는 1930년대의 런던이다. 어떤 나이 듬직한 청년이 조나단 피첨(J. Peachum)의 가게에 들어선다. 피첨은 런던의 거지들에게 입을 것과 잠자리를 제공하면서 이들이 구걸을 하거나 소매치기를 해서 번 수입에서 상당부분을 뜯어먹고 사는 사람이다. 말하자면 못된 고리대금업자이다. 피첨은 청년을 거지라고 생각하고 일자리를 주선해 줄테니 수고비를 선불로 달라고 한다. 하지만 청년은 단 돈 몇푼도 없었던지 다시 오겠다면서 사라진다. 청년이 떠나가는 모습을 본 피첨부인은 남편에게 딸 폴리(Polly)로부터 들었다면서 그 청년이 얼마 전에 자기 집에 찾아왔던 일이 있으며 이름은 맥히드라고 말해준다. 피첨부인은 창녀들을 거느리고 집에서 사창을 운영하고 있는 포주이다. 가게주인 피첨은 악명 높은 ‘맥 더 나이프’에 대하여 익히 들어 왔던 터에 그 청년이 바고 그 악명 높은 맥히드(MacHeath)인것을 알고 아주 기분이 찜찜하다. 피첨이 딸 폴리에게 자세한 내용을 알아보려고 딸의 방에 가보지만 폴리는 밤이 늦었는데도 들어오지 않았다. 사실 그날밤 폴리는 맥히드와 비밀결혼을 하기로 결정하여 맥히드의 소굴에 있었으며 낮에 맥(맥히드)이 피첨의 가게에 폴리를 찾아 온 것은 결혼식 장소에 대하여 의논하기 위해서였다. 폴리는 교회에서 가족들이 모인 가운데 결혼하고 싶었다. 하지만 맥이 그럴 필요가 없다고 하며 계속 주장하는 바람에 그날밤 맥의 똘마니들이 살고 있는 어떤 창고에서 억지 결혼식을 올리기로 승낙했다. 이윽고 결혼식을 주례할 목사님이 도착한다. 똘마니들은 자기들이 훔쳐온 물건을 예쁜 폴리에게 결혼선물로 주면서 신이 나서 먹고 마시기 시작한다. 잠시후 타이거 브라운(Tiger Brown)경감이 들어선다. 그는 맥히드와 오랜 친구이다. 사실 두 사람은 전쟁에 함께 참여했던 전우였다. 그후 맥히드는 브라운 경감에게 도둑질 한 건당 얼마씩 주며 자기의 뒤를 돌보아 주도록 상부상조해 왔다. 늦은 밤, 폴리가 집에 돌아와 어머니와 아버지에게 맥히드와 결혼했다고 얘기하자 폴리의 아버지는 난리도 아니게 화를 낸다. 폴리가 신랑 맥히드를 좋게 얘기하지만 아무 소용이 없다. 폴리의 아버지는 맥히드를 가만두지 않겠다고 결심한다. 브라운 경감과 맥히드의 관계를 모르는 폴리의 아버지는 자기 딴에는 브라운 경감과 친하다고 믿어서 그에게 부탁해서 맥히드를 체포토록 하겠다고 말한다. 폴리의 어머니 피첨부인도 남편의 계획에 찬성하며 브라운 경감에게 창녀 몇명을 뇌물로 제공하여 맥히드를 잡는데 힘쓰도록 하겠다고 말한다.

 

폴리


제2막. 아버지가 브라운 경감에게 부탁하여 맥을 체포하려 한다는 계획을 안 폴리는 창고에 있는 맥을 몰래 찾아가 그런 얘기를 해준다. 맥은 처음에는 친구이자 동업자인 브라운 경감이 그럴리가 없다고 하면서 믿지 않다가 폴리가 아버지로부터 들을 대로 이러저러한 죄목으로 체포하려 한다고 구체적으로 말해주자 그제야 사실인 것을 믿는다. 맥은 걱정을 하거나 화를 내기는커녕 오히려 폴리에게 자기가 감옥에 가서 있을 동안 사업을 대신 맡아 달라고 부탁한다. 폴리는 그런 맥을 보고 기가 막힌다. 철모르는 똘마니들이 이제부터는 예쁜 폴리가 자기들 두목이라고 기뻐한다. 똘마니들 중 어깨에 힘깨나 주는 매튜(Matthew)가 자기가 부두목인데 폴리가 두목의 자리를 댓힌하는 그런 일은 있을수 없다고 하며 폴리에게 대들자 폴리는 매튜에게 입다물고 있지 않으면 맥의 칼에 찔려 죽을지도 모른다고 겁을 준다. 똘마니들은 폴리가 의외로 강하게 나가는 것을 보고 ‘와, 지도력 한번 끝내주네!’라면서 모두 승복한다.

 

맥의 똘마니들

 

피첨부인은 맥과 평소에 잘 알고 지내는 제니(Jenny)라는 매춘부에게 만일 맥이 나타나면 서비스 한번 잘해 주어서 시간을 끌라고 말한다. 그 사이에 브라운 경감에게 연락하여 맥을 잡도록 할 생각이다. 호랑이도 제말 하면 온다고 마침 맥이 제니를 찾아온다. 제니는 맥에게 손금을 봐 주면서 어떤 여자기 당신을 배신할 것이라고 말해준다. 맥은 자기도 모르게 폴리를 생각한다. 제니는 맥이 다른 매춘부들과 잡담을 하고 있는 중에 살며시 밖으로 빠져나가 브라운 경감을 불러온다. 브라운 경감이 다른 경찰들을 거느리고 들어서자 맥은 창문을 통해 도망가지만 창문 밖에 기다리고 있던 피첨부인과 다른 경찰들에게 붙잡힌다. 감옥에서 맥은 혹시 브라운이 자기가 그의 딸 루시(Lucy)와 관계했던 일을 알게 될까봐 은근히 걱정이다. 마침 루시가 아버지 브라운을 찾아 경찰서에 왔다가 맥이 감방에 있는 것을 보고 놀란다. 폴리도 소식을 듣고 감방을 찾아온다. 두 여인은 서로 맥이 자기 것이라고 하면서 다툰다. 맥이 루시편을 들어준다. 루시가 자기 아이를 임신하고 있기도 했지만 브라운 경감을 걱정해서이다. 자기 딸 루시와의 관계를 모르는 브라운은 옛날 전우였던 맥이 탈출하도록 눈감아준다. 경찰서를 찾아온 피첨은 맥이 도망간 것을 알고 만일 당장 맥이 다시 잡히지 않는다면 다음날 아침으로 예정된 여왕의 대관식을 훼방 놓겠다고 다짐한다.

 

맥과 폴리와 제니


제3막. 피첨은 온 동리 거지들을 모아 다음날 아침의 대관식을 훼방 놓을 준비를 한다. 매춘부 제니가 나타나 맥을 잡도록 해준데 대한 보상을 달라고 주장한다. 피첨은 ‘잡히긴 뭘 잡혔단 말이야? 도망갔는데!’라면서 돈 받을 생각은 하지도 말라고 소리친다. 기분이 나빠진 제니는 얼떨결에 맥이 지금 어디에 숨어 있다고 말한다. 그 말을 듣자 피첨 수하의 거지들이 경찰을 부르러 뛰어 나간다. 한편, 거지들이 대관식을 훼방 놓겠다는 정보를 입수한 브라운 경감은 거지들을 체포하러 나타난다. 하지만 너무 많은 거지들을 어떻게 할수 없어서 손을 쓰지 못하고 있다. 이때 대관식 행렬이 다가온다는 뉴스가 들어온다. 피첨은 브라운에게 어서 맥을 잡지 않으면 대관식 훼방이라는 실력행사를 하겠다고 위협한다.

 

 

제니와 친구들

 

폴리는 맥이 어디 있는지 알기위해 루시를 찾아온다. 그러나 루시도 맥이 어디 있는지 모른다. 두 사람은 자기들 모두가 무엇에 속은 느낌이다. 문 밖에서 맥이 다시 잡혔다는 사람들의 소리가 들린다. 피첨부인이 나타나 폴리에게 과부의 상복을 가져와 입으라고 말한다. 맥이 곧 교수형에 처해질 것이므로 법적으로 결혼한 부인인 폴리로서 상복을 입어야 할것이 아니냐는 생각에서이다. 다음날 아침 맥이 곧 처형될 것이라는 소식이 전해진다. 맥은 경찰들을 매수하려고 하지만 이번에는 통하지 않았다. 똘마니들이 돈을 염출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폴리는 맥의 사업이 잘 되고 있다고 하는데 왜 돈이 없는지 이해를 못한다. 실은 한동안 뇌물을 받지 못한 브라운 경감이 더 이상 맥 일당을 돌봐주지 않았던 것이다. 모두들 맥의 처형장면을 보기위해 나타난다. 맥의 똘마니들이 맥에게 돈이 없어서 대장을 구하지 못하게 되었다고 하면서 용서를 빈다. 사형이 집행되기전 맥이 마지막 말을 한다. ‘아, 하늘은 어찌하여 이다지도 푸른가?’와 같은 애기이다. 폴리와 루시, 그리고 제니까지 눈물을 흘린다. 분위기가 무척 썰렁하게 된 바로 그 때에 피첨이 할 말이 있다고 하면서 관중석을 향하여 나선다. 그는 ‘여러분이 지금 보고 계신 내용은 실제가 아니고 오페라이기 때문에 맥은 죽지 않을 것입니다’라고 말한다. 이어 여왕의 사자가 나타나 맥을 사면하며 그에게 기사 작위까지 전달한다. 말도 되지 않는 순 엉터리 결말이다. 관중들은 ‘과연 서푼짜리 오페라로다’라고 중얼거리며 흩어진다.

 

맥과 제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