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엔나 워킹 투어/제2일 투어

12. 자일러슈태테 (Seilerstaette) 2

정준극 2007. 4. 11. 14:54

자일러슈태테 (Seilerstaette)

 

안나가쎄로 들어서기 전에 자일러슈태테에 서서 눈앞에 펼쳐지는 놀랍도록 아름다운 경치를 잠시 구경하는 것도 권할만한 일이다. 눈앞에 슈바르첸베르크플라츠(Schwarzenbergplaz)가 펼쳐져 있기 때문이다. 슈바르첸베르크공자의 기마상은 분수로부터 상당히 앞쪽에 있기 때문에 자일러슈태테에서는 보이지 않지만 그 뒤편에 있는 위세스러운 러시아 적군(Red Army) 기념상은 잘 보인다. 철모를 쓰고 총검을 들고 서 있는 러시아 적군 기념상은 2차대전 직후, 비엔나에 주둔했던 러시아 적군을 기념하여 세운 것이다. 러시아는 이 기념상을 '영웅적인 러시아 적군 병사를 기념하여 세운 것'이라고 말했지만 비엔나 사람들은 무명의 약탈자들을 기념하여 세운 것'이라고 부르고 있다. 러시아 적군들이 얼마나 약탈을 일삼았으면 그런 비난이 나왔을까 하는 생각을 갖게 해준다. 하기야 러시아 적군이 비엔나에 입성한후 궁전들과 교회에 있는 귀중한 예술품들을 수도 없이 집어 갔다고 하니 그런 말이 나올 법도 했다.


공중에서 내려다본 슈봐르첸버그플라츠. 가운데 분수가 있고 그 뒤에 소련적군병사상이 있으며 그 뒤로 맨꼭대기에 보이는 건물이 슈봐르첸버그 궁전이다.

 

호텔 슈봐르첸버그

 

여름철에는 러시아 적군상 바로 앞에 있는 아름다운 분수가 시원한 물을 높이 뿜는다. 호흐슈트랄브룬넨(Hochstrahlbrunnen)이라고 불리는 분수다. 글자그대로 물줄기가 하늘 높은줄 모르고 솟아 오르는 분수이다. 밤에는 조명을 받아 더욱 화려하다. 분수와 관련해서는 몇가지 일화가 있다. 가장 일반적인 얘기는 강압적 인상의 보기싫은 러시아 적군상을 가리기 위해 분수의 물을 높이 솟도록 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분수의 높이가 러시아 적군상을 완전히 가리지 못하고 있어서 효과가 없다. 비엔나 시민들은 시 당국에 분수가 더 높이 솟아 오르도록 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그럴 경우 솟구친 분수의 물이 넓게 뿌려져 주위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그렇게 하지 못한다는 대답이었다고 한다. 시민들은 만일 분수의 물을 더 높이 솟아오르도록 만들기 어렵다면 러시아 적군상에 집중적으로 물이 떨어지도록 하여 계속 떨어지는 물 때문에 동상이 부식되어 러시아 적군이 미슐랭 타이어 광고에 나오는 인형처럼 줄어들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 역시 기술적인 문제 때문에 어려웠다고 한다.

 

 슈봐르첸버그플라츠의 러시아적군 기념상과 그 앞의 호흐슈트랄브룬넨(분수). 분수는 1873년 슈티리아의 산에서부터 비엔나에 상수도를 끌어 온 것을 기념하며 적군기념상은 1945년 러시아가 점령한후 세운 것이다.

                       

아무튼 분수와 러시아 적군상, 그리고 그 뒤의 기둥들 때문에 슈바르첸베르크 궁전의 모습은 잘 보이지 않지만 이 궁전이야 말로 비엔나에서 가장 화려한 궁전 중의 하나이므로 마땅히 탐방할말한 가치가 있는 곳이다. 궁전의 일부 건물에는 아직도 슈바르첸베르크가문의 가족이 살고 있다는 것도 유념해야 할 것이다. 궁전의 한쪽 날개는 호텔로 개조되었다. 아마 비엔나에서 가장 고전적으로 우아한 호텔일 것이다. 중앙 건물에는 홀 두개가 있다. 간혹 음악회가 열리는 홀이다. 그렇지 않으면 외국 대사관 주최의 리셉션이 열리기도 한다. 우리나라 대사관도 이 곳에서 개천절 축하리셉션을 자주 가졌었다. 자일러슈태테에서는 날씨만 좋으면 벨베데레의 푸른 돔 지붕도 볼수 있다.

 

옛스타일의 전차가 슈봐르첸버거플라츠에서 칼스플라츠 쪽으로 가려고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