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엔나 워킹 투어/제3일 투어

1. 로텐투름슈트라쎄 (Rotenturmstrasse)

정준극 2007. 4. 11. 14:58

로텐투름슈트라쎄 (Rotenturmstrasse)

 

붉은 탑의 거리라는 로텐투름슈트라쎄는 슈테판성당 정문앞에서 도나우 운하가 있는 슈베덴플라츠 방향으로 향하는 대로이다. 이 큰 길은 캐른트너슈트라쎄와 연결되어 비엔나 중심중의 중심을 가로 지르는 역할을 하고있다. 슈테판성당에서 로텐투름슈트라쎄를 따라 잠시 도나우 운하 쪽으로 내려가다 보면 비엔나 제1의 아이스크림 집인 자노니 앤 자노니(Zanoni & Zanoni)가 나온다.

 

비엔나의 명물 '자노니 앤 자노니' 아이스크림 집. 연중 무휴이다. 추운 겨울에도 아이스크림을 사 먹으려고 사람들이 몰려 온다. 이 나라에서는 아이스크림을 그냥 아이스라고 한다. 자노니 앤 자노니의 아이스크림은 이탈리아 본 젤라토 스타일이다. 달콤하다.

 

그리고 슈테판 성당 쪽에서 보아 자노니의 오른쪽에는 아름다운 레겐부르거호프(Regenburgerhof) 건물이 웅장하게 자리잡고 있으며 그 앞 루게크(Lugeck)광장에는 구텐베르크의 동상이 엄숙하게 서 있다. 원래 로텐투름슈트라쎄라는 이름은 도나우강 지류와 비엔나 도시를 연결하는 다리 위에 설치된 성문요새의 명칭이었다. 비엔나 시내와 연결된 성문의 옆에는 홍수감시용의 높은 탑이 있었다. 그 탑의 색갈이 붉은 색이었기 때문에 붉은 탑의 거리라는 이름이 붙었던 것이다 (실은 붉은색과 하얀색 체크 무늬가 있는 탑).

  

루게크와 그 앞의 구텐베르히 기념상

 

이 탑과 관련하여 재미있는 얘기가 있다. 어떤 젊은이가 크고 맛있게 생긴 베이컨 한 덩어리를 이 탑에 매달아 놓고 누구든지 이 도시에서 가장 공처가가 아닌 사람이 베이컨을 가질 자격이 있다라고 써 놓았다. 사람들은 이 멋있는 상품에 군침이 돌았지만 어느 누구도 자신 있게 도전하지 못했다. 오히려 탑의 부근에 얼쩡거리는 것 조차 꺼릴 정도였다. 그러던중 어떤 구두장이가 용감하게 도전하겠다고 나섰다. 사람들은 , 과연 이 도시에도 마누라 눈치를 보지 않는 대단한 인물이 있구나!라면서 감탄했다. 과연 그 구두장이는 웃옷을 벗어 던지고 바야흐로 만천하에 자기야말로 공처가와는 거리가 멀다는 것을 널리 알리기 위해 탑으로 기어 오르고자 했다. 탑에 손을 대고 오르려는 순간, 구두장이는 탑에서 손을 떼고 탑에 오르려면 바지가 더러워질 텐데, 그러면 마누라가 바가지께나 긁겠지? 에라, 그만두자!라면서 슬그머니 꽁무니를 뺏다는 것이다.

 

로텐투름슈트라쎄의 어떤 건물 벽에 설치되어 있는 로텐투름 모자이크

 

슈테판성당에서 시작하여 로텐루름슈트라쎄를 얼마 걷지 않으면 오른쪽 슈타트파르크 방향으로 커다란 저택건물이 있다. 비엔나 대주교의 저택(Erzbischöfliche Palais)이었다. 안뜰을 자세히 보려면 볼차일레(Wollzeile)거리로 접어들어 볼차일레 2번지에서 들어가면 된다. 안뜰로 통하는 문은 보통 굳게 닫혀있다. 따라서 안뜰을 구경하려면 관리인에게 문을 열어 달라고 부탁해야 한다. 대주교저택의 안뜰은 정말로 경치가 대단하다. 안뜰은 두개이다. 첫번째 안뜰에 들어서면 바로 지붕 위의 하늘로 슈테판성당의 남쪽 첨탑의 모습이 가득히 보인다. 그 광경만으로도 감동적이다. 두번째 안뜰에 들어서면 어떤 예쁘고 젊은 아가씨가 한 손에는 와인 항아리를 들고 다른 한 손으로는 와인잔을 높이 들고 있는 조각상을 눈앞에 볼수 있다. 우선 궁금한 것은 어떻게 하여 대주교의 저택이라는 엄숙한 곳에 이런 젊고 예쁜 아가씨의 조각상이 있을까? 라는 것이다. 그러나 실은 금주(禁酒)를 비유하여 세운 조각상이었다. 그러므로 종교적이 아니라고 할 수는 없다.

 

로텐투름슈트라쎄의 대주교 궁전. 아랫층 코너에는 만너(Manner) 과자가게가 있다.

 

첫번째 안뜰에는 오래된 전설이 깃들여 있다. 이곳에 비엔나의 한 교구인 성슈테판교구의 주교관이 있었다. 현재의 궁전에 비하면 말할수 없이 보잘것없는 작은 주교관이었다. 한편, 로마네스크 양식의 낡은 교구성당을 허물고 고틱 양식의 웅장한 성슈테판성당을 새로 짓기로 결정되었다. 그러자니 주위의 여러 집과 안뜰을 허물어 건축용지로 삼아야 했다. 낡고 작은 주교관도 마찬가지였다. 주교관의 정원에는 큰 보리수 나무가 한 그루 서 있었다. 주교는 기쁠 때나 슬플 때나 보리수 나무와 함께 보내며 계절을 보냈다. 주교에게 있어서 이 보리수는 봄철에 파란 새 이파리들의 살랑거리는 소리를 들려주고 여름철에 시원한 그늘을 제공해 주는 벗이었다. 주교는 성당 건축을 위해 그 보리수를 잘라 버려야 한다는 얘기를 듣고 매우 낙담했다. 마침 마음씨 좋은 도목수가 주교의 사정을 듣고 슈테판성당의 설계를 변경하여 그 보리수만은 잘라버리지 않도록 했다. 주교와 보리수는 변함없는 우정을 다질수 있었다.

  

로텐투름슈트라쎄에 있는 대주교 궁전의 내정. 슈테판스돔 옆에 있다. 예전의 보리수는 없어진지 오래이다.

 

어느때 주교는 몇해동안 멀리 출타한후 비엔나로 돌아왔다. 그러나 주교는 그해 겨울에 그동안 심신이 지칠대로 지쳐서 심한 병에 걸려 눕게 되었다. 1월의 추운 날씨에 주교는 다만 침대에 누워 하염없이 창문만 바라보며 어서 봄이 와서 보리수에 연록색의 이파리가 돋아나고 향기로운 꽃이 피기를 기다리며 괴로워하는 모습이었다. 이 모습을 본 하녀는 주교가 올 겨울을 견디지 못할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러던 중 주교가 갑자기 하녀에게 한번만이라도 더 향기로운 꽃 냄새를 맡고 싶으니 어서 창문을 열라고 부탁했다. 놀란 하녀는 이 겨울에 무슨 꽃 향기냐고 말하면서 창문을 열면 살을 에는 듯한 겨울바람 때문에 병이 더 악화될 수 있다고 거절하였다. 그러자 늙고 병든 주교는 있는 힘을 다해 억지로 침대에서 일어나 창문 쪽으로 몸을 던지다시피 기어가서 창문을 열었다. 창문 밖 눈이 쌓인 안뜰에는 보리수 가지마다 꽃이 활짝 피어있었다. 주교는 얼마 동안 보리수 꽃 향기를 깊이 들여 마신 후 바닥에 쓰러졌다. 놀란 하녀가 다가왔으나 주교는 이미 숨을 거둔 후였다. 그러나 주교의 얼굴에는 아름다운 미소가 감돌고 있었다.

 

비엔나 대주교궁을 공중에서 내려단 본 모습. 두개의 내정(호프)가 있음을 알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