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엔나 워킹 투어/제3일 투어

11. 쇤라테른가쎄 (Schönlaterngasse)

정준극 2007. 4. 11. 15:02

쇤라테른가쎄 (Schönlaterngasse)

                

쇤라테른가쎄

 

이 거리의 이름은 글자 그대로 아름다운 등잔에서 연유했다. 등잔은 아직도 6번지에 걸려 있어서 그 건물에 기품을 더해주고 있다. 하지만 실은 복제품이다. 원래의 등잔은 칼스플라츠에 있는 비엔나시역사박물관에 전시되어있다. 거리의 이름은 아름답고 신비한 느낌을 주지만 실제로는 죽음을 연상케 하는 섬뜩한 느낌으로부터 거리가 시작된다. 첫번째 집인 13번지는 죽은 의사의 집(Totendoktorhaus)이라고 알려진 집이다. 15세기에 인근 대학의 총장을 지냈던 파울 우르쎈베크(Paul Urssenbeck)라는 사람이 이 집에 살았었다. 그는 당대의 유명한 의사로서 특히 병을 정확히 진단하는데 뛰어났다. 너무나 진단이 뛰어났기에 사람들은 오히려 그를 마귀와 계약을 맺은 인물이 아닌가라고 의심할 정도였다. 어느때 그는 죽을 수밖에 없었던 아우에르슈페르크(Auersperg)백작의 병환을 정확히 진단하고 필요한 약을 쓰도록 하여 생명을 구해준 일이 있다. 그러자 사람들은 그가 정말로 악마와 계약을 맺은 인물이라는 소문을 퍼트렸다. 그로부터 얼마후 우르쎈베크박사가 세상을 떠났다. 이번에는 우르쎈베크박사가 백작의 생명과 자기의 목숨을 바꾸었다는 소문이 떠돌게 되었다. 그리하여 이 집에는 죽은 의사의 집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쇤라테른가쎄의 끝에 있는 오스트리아 학술원건물. 노년의 하이든이 오라토리오 '천지창조'의 공연에 마지막 모습을 보인 곳이다.



1808뇬 3월 27일 하이든의 오라토리오 '천지창조'가 공연된 현 오스트리아학술원 강당. 하이든이 대중들의 앞에 마지막으로 모습을 보인 연주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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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번지는 옛 철공소(Die Alte Schmiede)라는 이름을 지닌 문학클럽 건물이다. 철공소라는 이름이 붙은 것은 아마 이 집이 원래 철공소였기 때문인 것 같다. 실제로 안뜰 왼쪽에 있는 창문을 통해 집안을 들여다 보면 대장장이 일터의 모습이 잘 보존되어있고 이밖에도 용광로, 쇠모루(Anvil), 풍구, 대장장이 망치, 못등 대장간의 모든 도구가 전시되어 있다. 9번지 건물은 비엔나대장간박물관으로 공개되고 있다.

 

쇤라테른가쎄의 알테 슈미데(옛 철공소집) (Credit: J.K.Lee)

  

바로 옆집인 7번지는 유명한 바질리스켄하우스(Basiliskenhaus)로서 1212년에 이 집의 우물에서 징그럽게 생긴 괴물이 발견되었다는 전설 때문에 그런 이름이 붙었다. 더구나 전설의 사실성을 더해주기 위해 괴물이 발견된 정확한 날짜까지 기록으로 남아 있다. 6 26일이라는 것이다. 원래 이 집에는 빵장수가 살았으며 그의 견습공(도제)중에 어린 소년 한명이 있었다. 어느날 이 소년은 사람들에게 우물에서 닭냄새 같은 것이 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사람들이 모여들어 뭐가 있기에 그런 냄새가 난다는 것이냐고 하면서 궁금해 했다. 어떤 학식있는 사람처럼 보이는 노인네가 말하기를 우물 밑바닥에 두꺼비와 닭사이에서 태어난 바질리스크(Basilisk)라는 동물이 있다고 말했다. (원래 바질리크는 전설상의 괴사(怪蛇)를 말한다. 바질리스크가 한번 노려보거나 입김을 쐬면 그 사람이 죽었다고 한다.) 소년은 우물속으로 들어가 괴물이 있는지 확인하겠다고 용감하게 자원했다. 다만 전설에 사람이 괴물을 직접 보면 괴물이 죽을수도 있기 때문에 거울을 들고 내려갔다. 소년은 거울을 통해 괴물을 보았을 뿐이었지만 괴물은 그 자리에서 당장 돌로 변했다. 이 얘기가 황당한 것인지 또는 그렇지 아니한 것인지는 모르지만 아무튼 지금도 이 건물의 현관문 위에는 마치 닭과 두꺼비처럼 생긴 이상하게 생긴 돌이 벽감(壁龕)에 놓여있다. 그 옆에는 견습공 소년의 용감한 행동을 보여주는 그림도 있다. 4번지의 집에는 참으로 아름다운 내받이창(Bay)이 있다. 옛날에는 이 내받이창에 처녀들이 자기들의 목걸이 등 액세서리를 자랑 삼아 걸어 놓았었다고 한다. 그 액세사리들이 옆집 랜턴의 불빛을 받아 반짝이며 빛났었다고 한다.

 

바질리스켄하우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