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엔나 워킹 투어/제3일 투어

14. 독토르-이그나즈-자이펠-플라츠 (Dr.-Ignaz-Seipel-Platz)

정준극 2007. 4. 11. 15:03

독토르-이그나즈-자이펠-플라츠 (Dr.-Ignaz-Seipel-Platz)

           

존넨펠스가쎄

 

존넨펠스가쎄가 끝나는 곳에 독토르-이그나즈-자이펠-플라츠라는 비교적 좁은 광장이 있다. 이 광장을 거쳐서 U턴하듯 존넨펠스가쎄와 평행을 그리며 내려가는 길이 백커슈트라쎄(Bäckerstrasse)이다. 광장의 건너편에 구비엔나대학교가 서있다. 중부유럽에서 두번째로 오래된 대학교 건물이었다. 1365년에 루돌프4세가 설립했다. 현재의 건물은 예수회가 1620년대에 세운 것이다. 예수회는 구대학교 건물들 몇채를 통폐합하여 오늘날 광장을 압도하는 교회(Jesuitenkirche)로 개축하였다. 구대학교가 길 건너의 새로운 건물(현재의 과학아카데미)로 이전하자 비엔나소년합창단이 한 동안 이 건물은 사용했다. 슈베르트도 비엔나소년합창단의 멤버로서, 그리고 나중에는 합창단지휘자로서 이 건물에서 지낸 일이 있다. 슈베르트가 비엔나합창단에서 일찍 나온 것은 수학이 싫어서였다고 한다. 비엔나소년합창단원들은 함께 기거하면서 합창 수업은 물론, 수학을 포함한 일반 학교수업을 받았다. 슈베르트가 이 건물에서 지낸것을 기념하는 대리석 명판이 벽에 걸려 있다.

 

예수회교회는 구비엔나대학교 구내에 있었기 때문에 대학교교회라고도 불린다. 오른쪽 건물은 비엔나소년합창단이 사용했다. 11세의 슈베르트도 소년합창단원으로 이 건물에서 몇년동안 지냈었다. 왼쪽 건물은 하이든의 '천지창조'가 하이든의 생전에 마지막으로 연주된 오스트리아학술원(Österreichisches Akademie der Wissenschaften: ÖAW) 건물이다.

                                                                    

대학교로 사용될 당시에 현재 교회가 들어선 자리에는 학생 기숙사가 있었다. 학생기숙사는 부르사 아니(Bursa agni)라고 불렀다 (Bursa는 중세의 학생조합, 또는 기숙사를 말하여 agni는 양을 뜻한다). 기숙사의 부르사 아니라고 적은 간판에는 양 한마리를 그려 놓았었다. 이 간판을 보고 당시 학생들은 자기들을 오도하는 이름이라면서 비난했다. 학교 당국은 학생들 모두가 양처럼 순종해야 한다는 교육이념을 가지고 있었다. 이런 교육이념은 사회로부터 높은 평판을 받았지만 실제로 당시 학생들은 그저 먹고 마시자는 풍조에 잔뜩 물들어 있었다. 학생들은 밤이나 낮이나 거리를 쏘아 다니며 말썽을 부리기가 일수였고 심지어 상점의 물건을 뻔뻔스럽게 약탈하기도 했다. 여기에 거리의 여자들까지 합세하여 시민들은 그야말로 학생들이라면 골치가 아파 죽을 지경이었다. 그런 학생들이었으므로 양처럼 순종해야 한다는 학교 방침을 우습게 여겼음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러나 모든 학생들이 그랬던 것은 아니었다. 나중에 유명한 학자가 된 학생들도 더러 있었기 때문이다  

 

 

오스트리아학술원건물. 구비엔나대학교 본부건물이었다. 주소는 독트로 이그나즈 자이펠 플라츠 2번지이다. 이곳에서 하이든의 세상을 떠나기 전에 마지막으로 참석한 '천지창조'연주회가 열렸다.

  

아무튼 학생들의 횡포와 철면피적 행동에 참다 못한 예수회는 기숙사를 포함한 몇 개의 학교건물들을 허물거나 통합하여 웅장한 교회로 개조하였다. 그래서 아직도 이 건물은 대학교회라는 별명으로 불려지고 있다. 그후 대학교는 1884년 링 슈트라쎄에 있는 현재의 위치로 옮겨졌다. , 이제 교회 안으로 들어가 보자. 우선 마치 물엿(조청)을 부어서 만든 것처럼 생긴 나선형 대리석 기둥을 보고 놀라움을 금치 못하게 된다.  이스라엘 민족이 광야에 있을때 하나님께서 내려주신 구름기둥, 불기둥을 표현하는 것이다. 어떻게 저렇게 만들수가 있을까라는 궁금증이 생기게 해주는 나선형 기둥이다. 중앙의 둥근 돔형 지붕은 그 화려함과 웅장함에 찬사를 보내게 된다

 

예수회교회 회랑과 중앙제단(호흐알터)

 

구대학교 건너편에 과학아카데미 건물이 있다. 원래는 구대학교 부속건물이었다. 그러나 더 이상 학생들이 사용하지 않게 되자 과학아카데미로 사용하게 되었다. 과학아카데미에는 대강당이 있다. 이 강당의 천정그림은 대단히 훌륭한 것이다. 불행하게도 1961년에 화재로 파손되었으나 다행하게도 근년에 이르러 복구해 놓았다. 이 강당은 아직도 중요한 학술대회 장소로 사용되고 있다. 이 강당에서 하이든은 그의 오라토리오 천지창조(Die Schöpfung)가 그의 생애에서 마지막으로 연주되는 것을 지켜보았다.

 

1802년 3월 27일 비엔나 구대학교 살롱(현재의 오스트리아학술원)에서의 천지창조 공연후 청중들의 치하를 받고 있는 노하이든의 모습(앉아 있는 사람). 이 연주회는 하이든 최후의 공개석상 참석이었다. 같은 곳에서 베토벤의 교향곡 제7번이 초연되었다.

 

하이든의 천지창조가 과학아카데미 강당에서 연주되었을 때는 그가 거동조차 불편할 정도로 아주 노년이었다. 그러므로 과학아카데미 강당에서의 천지창조 공연은 하이든이 사람들 앞에 마지막으로 모습을 보이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연주가 끝나자 모든 사람들은 기립하여 하이든에게 감격적인 갈채를 보냈다. 사람들은 제일 앞자리에 앉아 연주를 지켜보았던 하이든에게 몰려들어 손이라도 만져보고자 했다. 그 중에는 헝클어진 머리의 어떤 젊은이가 있었다. 젊은이는 하이든 앞에 무릎을 꿇고 엎드려 하이든의 구두에 입맞춤을 했다. 한 없는 존경의 표시였다. 베토벤이었다. 하이든은 베토벤의 머리에 손을 얹고서 내가 시작한 것을 자네가 완성하게 될 것일세!라고 말했다. 원래 하이든의 천지창조와 사계(Die Jahreszeiten)는 슈바르첸버그(Schwarzenberg)궁전에서 초연되었지만 그 때에는 소규모였고 오스트리아학술원에서의 공연이 본격적이었다. 오스트리아학술원 건물은 당시에 비엔나대학교본부건물이었다.

 

오스트리아학술원(Österreichisches Akademie der Wissenschaften: ÖAW)의 대강당(Festsaal). 이곳에서 하이든의 '천지창조'가 연주되었다.

 

이 광장과 예수회교회는 드라마틱한 면모를 지니고 있다. 광장을 무대로 삼고 교회를 무대배경으로 삼으면 대단히 분위기 있는 연극공연을 할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예수회는 이 광장에서 노천 연극공연을 여러 번 가진바있다. 이러한 전통은 오늘날까지도 이어져 간혹 야외연극이 공연되고 있다. 내용은 주로 중세의 도덕성을 강조한 것이다. 다만 그런 연극이 자주 공연되지 못하고 있어서 유감일 뿐이다. 이그나즈 슈파일박사는 예수회의 고명한 신부로서 비엔나 대학교의 발전에 크게 기여한 학자였다. 독토르-이그나즈-자이텔-플라츠는 그를 기념하여 붙인 이름이다.

 

[예수이텐키르헤] (Jesuitenkirche: 예수회 교회) 복습

예수회교회는 대학교회(Universitätskirche)라고 부르기도 한다. 비엔나대학교(구대학) 건물과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독토르 이그나즈 자이펠-플라츠(Dr. Ignaz Seipel-Platz)에 있는 이 교회는 내부장식이 너무나 화려하여 유명하다. 예수회 교회는 1623년 건설을 시작하여 4년후인 1627년 완공되었다. 예수회 교회는 성이그나티우스 로욜타(St Ignatius Loyolta)와 성프란시스 사비에르(St Francis Xavier)에게 봉헌되었다. 원래 그 자리에는 옛날부터 낡은 채플이 있었다. 예수회가 그들의 교회를 세우는 것과 때를 같이하여 근처에 비엔나대학교도 착공되었다. 처음에는 철학 및 신학 학부만이 있었다. 비엔나대학교의 기공식에는 루돌프 황제가 참석하여 각별한 관심을 보여주었다. 예수회는 종교개혁의 여파에서도 기톨릭을 지지하며 합스부르크에 적극 협조하였다.

  

예수회교회의 화려하고 장엄한 내부. 겉으로보기에는 평범하고 작은 교회인데 안으로 들어가보면 놀랍도록 화려하다.

 

예수회 교회가 완성된후 70여년이 지난 1703년, 당시 황제 레오폴드1세는 유명한 건축가 겸 화가 겸 조각가인 안드레아 포쪼(Andrea Pozzo)를 이탈리아에서 초청하여 교회의 내부 장식을 완전 바꾸도록 했다. 이때에 현재 모습의 양쪽 쌍둥이 탑이 추가되었으며 바로크 양식의 현관이 만들어졌다. 대대적인 개편작업을 마친 교회는 이번에는 몽소승천(蒙召昇天)의 성모에게 봉헌되었다. 예수회 교회의 겉 모습은 비교적 검소하다. 하지만 내부는 화려하기 이를데 없다. 둥근 대리석 기둥, 금빛 찬란한 장식조각들, 화려한 천정의 프레스코 그림들은 다른 어느 교회의 추종을 불허한다. 특히 천정 돔의 평평한 곳에 그려진 프레스코화는 걸작중의 걸작이다. 비엔나에 이런 대단히 화려한 교회가 있었는지 몰랐다고 말하기 전에 한번만이라도 꼭 찾아가 보아야 할것이다. 더구나 교회와 직접 연결된 구비엔나대학교의 강당은 역사적 의미를 지닌 장소이기 때문에 참배할 필요가 있다. 하이든의 오라토리오 천지창조가 말년의 하이든이 공개석상에 마지막으로 참석한 가운데 연주되었고 베토벤의 교향곡 제7번이 초연된 곳이기 때문이다.

 

예수회교회의 오르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