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페터스플라츠 (Petersplatz)

페터스플라츠 (Petersplatz)

 

페터스키르헤 앞에있는 공터가 페터스플라츠이다. 이곳도 역시 시장이었다. 1548년 시인 볼프강 슈멜츨(Wolfgang Schmelzl)은 별로 할 일이 없었던지 이 시장에서 팔았던 물건들을 소개하는 기록을 남겨놓았다. 계란, 닭, 거위, 오리, 거세한 식용 수탉, 빨간 무, 상치, 호스 레디쉬(매운 무), 배추, 파슬리, 양상치 등이 었다고 적어 놓았다. 터키가 비엔나를 점거했을 때는 식품이 말할 수 없이 부족했다. 그 때에는 이곳에서 고양이 고기도 팔았다. 고양이 고기는 마치 육포처럼 저장용으로 만든 것이었다. 비엔나 사람들은 고양이를 ‘지붕위의 토끼’라고 부르면서 굳이 고양이라는 표현을 하지 않았다. 고양이 고기는 그나마 돈 많은 사람들이나 사서 먹을수 있었다.

 

188년대의 페터스키르헤. 주변이 넓어서 여러 시장이 열렸다는 얘기를 믿을수 있다. 교회 정문 앞의 작은 광장이 페터스플라츠이다.

 

그 후 비교적 근대에는 페터스플라츠가 비엔나에서 기름판매의 중심이었다. 그러므로 비엔나의 밤을 밝히느냐 밝히지 못하느냐는 것은 바로 이 곳에서 좌우되었다. 1688년 레오폴드1세는 가로등 기름과 관련해 이런 칙령을 발표한바 있다. 비엔나 시민들은 시에서 배급하는 기름을 받아 매일 자기집 앞의 가로등에 넘치도록 채워놓아 밤에 불을 밝히도록 해야 한다는 칙령이었다. 만일 그렇지 않고 가로등을 파손하거나 또는 방치해 두면 손목을 잘라버린다는 무시무시한 칙령이었다. 때문에 집 앞에 가로등이 있는 사람들은 걱정이 태산같았다. 만일 시에서 기름을 제때에 배급해 주지 않으면 자기 돈으로 기름을 채워 놓아야 하기 때문이었다.

 

현재의 페터스플라츠

 

1561년까지 누구든지 어두운 밤에 밖에 나갈 일이 있으면 각자 등불을 들고 다녀야 했다. 돈많은 귀족들은 어린아이들을 고용해서 등불이나 횃불을 들고 앞을 밝히도록 했다. 페르디난드1세황제는 슈테판성당의 종이 울려 야간통행금지를 알리면 아무도 밖에 나돌아 다니지 못하도록 하는 칙령을 발표했다. 이로부터 슈테판성당의 종은  ‘맥주 종’(Beer Bell)이라고 불렀고 ‘목줄 끊기"  (Throadtcutter)라는 별명을 갖게 되었다. 왜냐하면 슈테판성당의 종이 울리면 맥주집마다 ‘자, 이제 시간이 됐습니다. 당장 그만 마시고 모두 나가십시오!’라면서 맥주 또는 와인 서비스를 중단하고 문을 닫았기 때문이었다.

 

페터스키르헤 뒷편길로 나가면 사랑스런 건물인 10번지를 볼수 있다. 한때 이 집에는 ‘농부들의 춤’이라는 간판이 붙어 있었다. 간판의 내용은 유쾌한 것이지만 실제로 이 집은 1595년 이 지역에서 일어났던 처참한 농민들의 항거를 상기시켜주는 곳이다. 반란의 주모자는 붙잡혀 부근의 암 호프(Am Hof)에서 목이 잘렸으며 다른 가담자들은 귀나 코, 또는 손과 다리를 잘렸다. 이 집의 주인은 코가 잘리고 다리가 잘린 농민들의 모습을 보고 이들이 걸어 다닐때에 마치 춤추는 것 같다고 생각하여 ‘농민들의 춤’이라고 쓴 간판을 내걸어 농민들의 봉기를 기념토록 했다. 이 집은 지금은 숙녀복전문 양장점이지만 원래는 오래도록 빵집이었다. 빵집 주인은 상점의 이름을 ‘페터의 빵집’이라고 붙였다. 페터성당이 바로 오른쪽에 있기 때문이었다. 모차르트는 이 집에 자주 와서 키펠스(Kipfels)를 사갔다. 모차르트는 이 집의 빵이 맛있다고 편지에 써 놓기도 했다. 모차르트는 페터스플라츠에서 가까운 그라벤과 콜마르크트(Kohlmarkt) 길목의 아파트에서 살았던 일이 있다. 빵집은 2백여년 동안 계속되다가 1967년 숙녀복 양장점으로 바뀌었다.

 

모차르트도 즐겨 사갔다는 키펠스. 헝가리가 원산이며 따지고 보면 크림 지즈 쿠키이다.

 

바로 옆집은 호텔 봔들(Hotel Wandl)이다. 원래는 1851년 문을 연 다움호텔 (Hotel Daum)이었으나 3년후 요한 봔들(Johann Wandl)이라는 사람이 사서 이름을 호텔봔들로 바꾸었다. 다움호텔이 처음 문을 열었을 때 이 건물은 전 비엔나의 화제꺼리였다. 당시 최신 유행인 파리 스타일로 호화롭게 단장하였기 때문이었다. 새로 단장한 호텔이 문을 열고나서 약 4만7천명이나 되는 비엔나 시민들이 구경하러 몰려 들었다.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몰려 들었기 때문에 호텔 측은 내부를 구경하는 조건으로 약간의 입장료를 받기까지 했다. 시민들은 호텔을 구경하고 나서 감탄하였다. 나중에 요한 봔들이 호텔다움을 사서 엘리베이터와 욕조 시설을 추가하였고 이름도 봔들호텔로 바꾸었다. 봔들호텔은 당시 유럽에서 가장 우아한 호텔중의 하나로서 명성을 얻었다.

 

 호텔 봔들의 현관

                                                      

 페터스키르헤는 바티칸의 성베드로 성당을 축소해 놓은 것이다. 최소한 겉 모양이 그러하다. 정문의 양 옆으로 베드로와 사도바울의 조각상이 있는 것도 흡사하다. 원래 페터스키르헤가 있는 장소에는 로마 제국의 통치시대에 신전이 있었다고 한다. 그러다가 기독교가 들어오자 신전을 철거하고 그 자리에 교회를 세웠다. 이 교회의 이름은 전해내려오고 있지 않지만 비엔나에서 두번째로 오래된 교회로 간주되고 있다. 당연히 슈테판성당과 루프레헤트성당보다 역사가 긴것만은 틀림없다. 전설에 의하면 샬레마뉴 대제가 792년에 이 교회를 지었다고 한다. 이를 입증이나 하듯 페터스키르헤의 동남쪽 외벽에는 샬레마뉴대제가 이 교회 설립했던 내용이 대형 부조로 만들어져 있다. 그러다가 합스부르크왕가에 의하여 페테스키르헤가 단아하면서도 웅장한 모습을 보여주게 되었던 것이다.

 

페터스플라츠. 건물 뒤에 페터스키르헤가 보인다. 그림.

                          

 페터스키르헤가 특이한 점은 천정에서부터 바닥까지 로마네스크 양식으로 일관되었다는 것이다. 심지어는 나중에 새로 만들어 연결한 측면 제단까지도 로마네스크 양식이다. 이 성당에서도 루프레헤트성당이나 프란시스성당과 마찬가지로 측면 제단에 유리제품의 관이 있고 그 안에는 화려한 의상을 입힌 유골이 보존되어있다. 18세기에 인기를 끌었던 프란치스코 조각형태이다. 유리관에는 성요한 네포무크가 모셔져 있다. 요한 네포무크는 프란치스카너플라츠에서 설명한대로 보헤미아의 벤체스라스(Wenceslas: Wenceslaus)왕이 몰다바 강 다리에서 던져버려 죽게 만든 성인이다. 유리관에는 한 무리의 사람들이 조각되어 있다. 이 사람들은 성요한 네포무크를 순교자로 만든 로마병사들이란 설명이 있지만 실제로 성요한 네포무크를 죽인 사람은 벤체스라스 왕이므로 로마병사들은 아니며 다만, 조각된 인물 중에 분명치는 않지만 벤체스라스 왕이 포함되어 있다는 얘기가 있다.

 

페터스키르헤의 중앙제단

 

이 성당에는 르네상스 시대 최고 학자인 볼프강 라치우스(Wolfgang Lazius)도 안치되어 있다. 성당안으로 들어서서 바로 왼쪽에 묘소가 있다. 매년 크리스마스 시즌에는 이 성당에서 특별 전시회가 열린다. 구유에 놓인 아기 예수를 주제로 한 전시회로서 대단히 볼만하다.

 

[페터스키르헤] (Peterskirche: 성베드로교회) 집중탐구

미하엘러플라츠(미가엘광장)으로부터 페터스키르헤가 있는 페터스플라츠(베드로광장)은 고대 로마제국 시절 병영이 있던 곳이다. 당시 페터스키르헤가 있던 장소에는 로마의 교회가 있었으며 로마군이 물러나자 중세 초기에 그 자리에 교회를 세웠다고 한다. 일설에 의하면 샬레마뉴대제가 주후 800년경에 지었다고 한다. 교회 건물 외벽의 한쪽에 샬레만뉴대제가 교회를 설립했다는 부조 조각이 있어서 그런 생각을 갖게 하지만 역사적인 증빙자료는 없다. 페터스키르헤를 최초로 언급한 자료는 1137년의 자료이다. 아무튼 페터스키르헤 자리에 있었다는 교회는 아마 비엔나 최초의 교회일 것이라는 주장이다 지배적이다. 그렇다면 현재의 페터스키르헤야 말로 비엔나에서 기독교가 본격적으로 활동하기 시작한 최초의 장소가 된다.

 

공중에서 내려다 본 페터스키르헤

 

옛날 페터스키르헤는 민간인 저택을 구입하여 교회로 구조변경했다는 재미난 주장이 있다. 일반적인 교회의 구조는 제단 동쪽으로 앱스(Apse)라고 하는 반원형의 움푹 들어간 곳이 있다. 동쪽은 부활과 연관된다는 의미에서이다. 그런데 페터스키르헤의 앱스는 남쪽에 있다. 기성 건물을 사서 교회로 개조했기 때문에 앱스를 동쪽에 새로 만들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옛날 교회가 있을 당시에 교회 주변은 온통 상가였다. 귀중한 물품들을 거래하던 상점들이 많았기 때문에 이 거리에는 옛 경찰청 건물이 있었다. 당시에는 경찰청을 Stadtguardia(City Guard: 시방위대)라고 불렀다. 그만큼 중요한 지역이었으므로 교회를 넓게 새로 지을 땅이 없었다는 설명이다. 아무튼 이 옛교회는 1661년 불이 나서 잿더미가 되었다. 일단 보수는 했지만 엉성하기가 이를데 없었다. 그 즈음에 비엔나에 온 이탈리아의 성삼위일체 수도승들을 비롯한 종단 사람들은 교회건축을 위한 적당한 장소를 물색하다가 옛 페터스키르헤를 보고 그 자리에 새 교회를 건설키로 결정했다. 당시 신성로마제국의 레오폴드1세 황제도 성삼위일체 종단의 멤버였다. 레오폴드1세는 1679-80년에 비엔나가 역병(페스트) 때문에 무참하게 유린당했던 것을 잊지 않도록 하기 위해 새로 교회를 지어 봉헌하겠다고 맹서했던 터였다. 그러므로 성삼위일체 종단이 이곳에 새로 교회를 짓는 일은 땅 짚고 헤엄치기였다.

 

샬레마뉴 대제가 이곳에 와서 교회를 세우라고 지시했다는 것이다. 교회 옆의 벽면에 이러한 내용의 부조가 있다.

 

페터스키르헤의 건축은 페스트가 물러난후 20년이 지난 1701년부터 시작되었다. 당대의 건축가인 요한 루카스 폰 힐데브란트(Johann Lucas von Hildebrandt)가 공사책임을 맡았다. 폰 힐데브란트는 벨베데레궁전, 호프부르크의 연방수상건물(Chancellery Wing), 킨스키 궁전들을 설계한 인물이다. 앞에서도 설명한대로 페터스키르헤는 바티칸의 성베드로성당으로부터 영감을 받은 것이다. 물론 바티칸의 웅장하고도 화려한 성베드로성당과는 게임이 안되지만 그래도 바티칸의 성베드로성당을 가보지 못한 사람이라면 페터스키르헤를 보고 위안을 받을수 있을것이다. 그렇다고해서 페터스키르헤가 ‘영 아니올시다’라는 것은 아니다. 비록 좁은 공간을 최대로 활용해야 하기 때문에 구조가 밀집되어 있어서 답답한 면은 있지만 화려한 돔과 벽면의 황금장식, 특히 바로크 양식의 강론대(Pulpit)는 감탄을 금치 못하게 한다. 페터스키르헤는 20년의 공사 끝에 마침내 완성되어 1722년 성삼위일체에게 봉헌되었다. 새로 건축된 페터스키르헤는 비엔나에서는 최초로 바로크 양식의 돔을 도입한 교회로 기록에 남아있다.  

 

현관입구 상단의 천사 조각

 

천정과 벽면의 프레스코화는 원래 이탈리아에서 초빙된 안드레아 포쪼(Andrea Pozzo)의 작품이었으나 그가 세상을 떠난후 제거되고 요한 로트마이르(Johann Rottmayr)라는 사람이 완전히 새로 제작하였다. 안드레아 포쪼는 예수회교회(예수이텐키르헤)의 웅장하고 화려한 프레스코화를 제작한 거장이었다. 하지만 페테스키르헤의 프레스코 제작에는 그다지 심혈을 기울이지는 않았던 모양이었다. 기록에 따르면 테크닉도 완벽하지 못했고 더구나 물감의 좋지 않아서인지 몇군데 탈색된 곳이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포쪼가 세상을 떠나자 아예 새로 제작키로 한 것이다. 쿠폴라(돔)의 프레스코는 성모의 대관식을 그린 것이다. 개선문 그림이 있는 곳에 레오폴드1세의 문장(紋章)이 있음은 아는 사람이라면 알수 있는 것이다. 천정의 돔을 중심으로한 쿠폴라에서 창문과 창문 사이의 여덟곳 간격(Spandrel)에는 4명의 그리스도 제자와 4명의 위대한 신부들의 모습이 그려져 있다.

 

아름답고 화려한 내부

 

중앙제단의 인물은 ‘어린 양을 고치시는 성베드로’와 ‘예루살렘의 성요한’이다. 마르티노 알토몬테(Martino Altomonte)의 작품이다. 그는 옆 채플의 ‘성가족’도 그렸다. 알토몬테는 비엔나의 여러 곳에 작품을 남겼다. 하일리겐크로이처호프에도 있으며 미노리텐키르헤에도 있다. 중앙제단 상단에 있는 ‘무오의 성모수태’그림은 19세기 유명한 화가인 쿠펠뷔저(Kupelwieser)의 작품이다. 지하 카타콤에 대하여는 앞에서 간략히 설명했으므로 생략키로한다. 다만, 이곳에는 저 멀리 로마의 카타콤에서 기져온 순교자들의 유골도 보관되어 있어서 자못 엄숙한 분위기를 만들어 준다. 이들 로마 순교자들의 유골은 콜로니츠(Kollonitz) 추기경이 기증한 것이다. 비엔나의 대주교인 콜로니츠는 안나가쎄 7번지의 마일베르거호프를 사서 살았다. 납골당은 성가족과 성미하엘 채플의 옆에 있다.

 

페터스키르헤의 쿠펠

 

황금빛 찬란하게 장식된 강론대의 웅장하고 화려한 조각은 거장 마티아스 슈타이늘(Matthias Steinl)의 작품이다. 강론대의 상단은 성삼위일체를 표현하는 캐노피(Canopy)가 있다. 강논대 건너편에는 은과 금으로 장식된 성 요한 네포무크(St Johann Nepomuk)의 순교를 상징하는 조각이 있다. 로렌조 마티엘리(Lorenzo Mattielli)의 작품이다. 이 조각의 위쪽에는 아름다운 ‘신의 어머니’(The Mother of God) 조각이 있다. 세월의 흐름과 함께 그림들은 퇴색되어 갔다. 마침내 1998년부터 대대적인 보수작업에 들어갔다. 2004년은 페터스키르헤의 새로운 탄생이었다. 지금은 모든 그림들은 오리지널 색채로 빛나기 시작했다. 

 

페터스키르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