융페른가쎄 (Jungferngasse)
페터스키르헤 정문으로부터 그라벤 큰 길로 통하는 길이 융페른가쎄이다. 너무 짧은 거리여서 가쎄라고 부르기도 민망한 거리이다. 겨우 길 영편으로 집한채씩 서있을 뿐이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융페른(Jungfern)이란 단어는 동정녀 마리아(Jungfrau)를 뜻한다. 하지만 그냥 처녀라는 의미로도 사용되고 있다. 이 짧은 거리에 ‘처녀 길’이라는 이름을 붙인데에는 이런 이유가 있다. 거리가 워낙 짧다보니 ‘거리의 입구’라고 부를 만한 곳이 없다. 거리에 들어서자 마자 거리가 끝나기 때문이다. 그래서 처음에는 정식 거리이름을 붙이지 않고 다만 ‘입구가 없는 곳’ 즉 ‘입구가 없어서 접근하기 어려운 곳’이라고 불렀다. 그러다가 나중에는 처녀야 말로 접근하기 어려운 것이라는 생각으로 ‘융페른가쎄’라는 이름을 붙였다는 것이다. 그러다가 어느때부터 융페른이란 단어는 ‘경솔한 처녀’라는 의미를 지니게 되었다. 여기에는 다음과 같은 에피소드 스타일의 전설이 있다.
페터스키르헤의 쿠폴라. 멀리 보티프키르헤의 첨탑들이 보인다.
이 길이 오늘과 같이 넓혀지기 전에는 아치로 되어있는 좁은 골목이었다. 한쪽 건물에는 프로비짜(Frowiza)라는 이름의 처녀가 살았고 건너편 건물에는 비엔나 시의원인 지체높은 슈테판 크노글러(Stephan Knogler)라는 양반이 살았다. 크노글러에게는 아들이 하나있었는데 이 아들이 건너집 예쁜 처녀인 프로비짜를 짝사랑하였다. 그러나 처녀는 이런 사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도무지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이날도 아들은 밤에 아치로 몰래 올라가 프라비짜의 모습을 훔쳐보며 가슴을 태웠다. 마침 창문을 열고 밖을 내다보고 있던 아버지가 그런 아들의 모습을 발견하고 화가 치밀어 ‘야, 이놈아! 거기서 뭐하고 있는거야? 빨리 내려 오지 못해?’라고 크게 소리쳤다. 깜짝 놀란 아들은 겁에 질려 급히 내려오다가 그만 헛발을 짚어 아래로 떨어져 죽었다. 사람들은 처녀가 총각에게 조금만 신경 썼더라면 그런 끔찍한 사고가 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하며 안타까워했다.
그라벤에서 페터스키르헤에 이르는 짧은 길이 융페른가쎄이다.
융페른가쎄와 그라벤이 만나는 모퉁이집(21번지)은 원래 빵가게였는데 한때 상당히 특이한 간판이 걸려 있었다. ‘바구니 속의 개’(Zum Hund im Korb)라는 간판이었다 (Korb라는 단어는 사나운 개의 입마개라는 뜻이지만 바구니라는 뜻도 있다. 예를 들어 식탁위에 놓는 빵바구니 Brötchenkorb). 여기에는 이런 사연이 있다. 1462년, 프레데릭3세는 반란세력이 호프부르크궁전을 포위하는 바람에 꼼짝못하고 궁전안에 억류되어 있었다. 궁전안의 프레데릭3세가 가장 고통스러웠던 것은 음식물 부족이었다. 반란군들이 음식물의 반입을 철저하게 금지했기 때문이었다. 이 때에 크론버거(Kronberger)라는 빵장수가 프레데릭3세가 곤경에 처해 있다는 소식을 듣도 빵이라도 제공하여 황제를 돕기로 했다. 그는 한밤중에 커다란 바구니에 빵과 소시지를 잔뜩 넣고 궁전에 가서 밧줄을 높이 던져 프레데릭3세의 시종들이 끌어 올리도록 했다. 마침 반란군 병사들이 어둠속에서 사람의 모습을 발견하고 ‘거기 누구야?”라고 소리쳤다. 빵장수는 얼떨결에 바구니 속으로 숨어 들어가 ‘멍멍’이라면서 개소리를 냈다. 반란군 병사들은 진짜 개인줄 알고 ‘황제인지 뭔지 배고프니까 이젠 개도 잡아 먹는 모양이네!’라면서 그냥 지나쳤다. 얼마후 반란군은 진압되어 프레데릭3세는 다시 황제의 자리에 올랐다. 황제는 크론버거의 충성심을 가상히 여겨 집한채를 하사했다. 바로 모퉁이집 21번지였다. 크론버거는 그 집을 빵가게로 만들어 넉넉하게 살게 되었다. ‘바구니 속의 개’라는 간판은 그 때 만들어 걸어 놓은 것이었다.
프레데릭3세 오스트리아왕, 독일왕, 신성로마제국황제 (1415-14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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